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65화(65/225)
움직인 사람은 다름 아닌 박지훈 교수였다.
그는 정답을 맞혔다. 정답은 마약류의 하나인 필로폰이었고, 범인은 아내였다. 2시간 30분을 여유롭게 즐기다 경비들이 방심한 사이 움직인 것.
그는 6번 방 대신 7번 방을 택했다.
경비들이 부리나케 쫓아왔지만, 박 교수는 간발의 차로 7번 방에 들어왔다. 7번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도현이었다.
“어라, 박 교수님?”
“나도현 씨, 이제야 뵙네요. 따라잡느라 고생했습니다.”
박 교수는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도현은 무리해서 7번 방까지 온 터라, 긴장이 됐다.
여기서 한 명이 더 추가된다면 랜덤 퀴즈를 풀게 될 것이고, 풀지 못한다면 감옥으로 가고 다시 1번 방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력한 건 차 피디였다. 4번 방에 있는 차 피디는 오늘 안에 7번 방으로 올 확률이 높았다.
“문제 주시죠.”
박 교수는 도현에게서 시선을 떼고 제작진에게 말했다.
제작진은 도현에게 냈던 것과 같은 문제를 냈다. 박 교수의 대답은 망설임도 없었다.
“그 방이 밀폐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스토커는 밀폐됐다고 생각했겠지만, 실패했을 겁니다. 완전 밀폐라는 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박 교수의 대답에 제작진은 정답이라 외쳤다. 박 교수는 그제야 도현을 뒤돌아봤다.
“초반이라 그런가. 문제가 생각보다 쉽네요.”
“그건 박 교수님이 똑똑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답하는 중인데요.”
도현은 머쓱해하며 답했다.
박 교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초반이니 쉬울 겁니다.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겠죠.”
“박 교수님이 우승하실 것 같아요, 왠지.”
도현의 촉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특기 분야는 아니지만, 기왕 나온 거 1위를 달성하고 싶었지만, 박 교수의 영특한 두뇌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아닙니다. 여기선 퀴즈를 맞히는 것보다 어떻게 머리를 굴려서 이동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누가 우승자가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초반에 단정 짓지 않는 게 좋아요. 저는 안전지향주의라 의외로 느리게 갈 수 있어요.”
“그렇군요. 전 조금 위험해도 모험심이 강해서요. 박 교수님께서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시니 제가 자극을 받네요.”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현 씨, 노래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도현 씨가 부른 노래, 한동안 흥얼거리고 다녔어요. 학생들이 놀릴 정도로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1위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네 번째 데뷔 앨범은 언제 나오나요?”
“으음, 그건 작업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알 거 같습니다.”
도현은 민감한 질문이 나오자 적당히 에둘러 말했다.
“신곡 정말 궁금합니다. 이번엔 또 얼마나 멋진 노래를 들려주실지 기대돼요. 사실 이번에 ‘하얀 집’ 출연하면서 제일 만나길 기대한 출연진이 도현 씨였거든요. 나름대로 팬이라고 자부합니다.”
박 교수의 말에 도현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팬 사인회 등의 활동을 시작하면 허니들에게 많이 들을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도현은 지금 듣는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했다.
게다가 ‘하얀 집’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휴대폰마저 손에 없으니 팬 반응을 알 수 없었다.
“말씀 하나하나 감사합니다. 제 팬이 되셨다니 더욱더 감사하고요.”
“도현 씨는 보통 연예인 같지가 않네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편견이 있었거든요. 카메라가 있는 자리든 아니든 좀 오만할 거라는 생각.”
박 교수의 말에 도현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궁리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오만한 발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도현은 늘 하는 멘트로 마무리를 지었다. 박 교수는 도현이 말의 매듭을 지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그나저나… 다른 분들은 어디쯤 와 계실지 궁금하네요.”
박 교수가 말을 돌리자 도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방영 후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법이었다.
일반인인 박 교수는 모를 테지만, 10년 동안 쌓아온 이미지라는 게 있었던 데다 네 번째 데뷔를 맞이한 도현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오늘 3칸 이동을 다 해 버려서… 다른 분들이 천천히 오셨으면 합니다.”
“전 아직 기회가 남아 있어서, 제가 먼저 갈 수도 있겠네요.”
“이왕이면 그러시는 게 낫죠!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도현은 자신의 속마음을 에둘러서 표현했다.
박 교수가 어서 이 방을 떠나 주었으면 했다. 차재현 피디가 7번 방으로 올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으니까.
그때.
경보음이 들렸다!
도현은 귀를 집중했다. 발걸음이 7번 방에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설마, 설마….’
도현은 차재현 피디가 이동하는 소리라고 판단했다.
이윽고….
찰칵이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저 두 발 다 들어왔지 말입니다?”
여유롭게 웃으며 경비들을 상대하는 그 존재는, 도현이 예상했던 대로 차 피디였다.
이제 누가 퀴즈를 빨리 맞히나가 중요해졌다.
“자, 7번 방에 3명이 모이게 됐는데요. 예정대로 랜덤 퀴즈를 내겠습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먼저 맞히는 두 분만이 이 방에 남으실 수 있고, 남은 한 분은 감옥에 가시게 됩니다.”
도현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아, 내가 불리한 것 같은데….’
제작진은 테이블 앞으로 3명을 불러 모은 뒤 퀴즈가 적힌 큐카드를 넘겼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이건 아주 쉬워요. 고래 중에서 인간을 비롯하여 다른 종까지도 보호를 잘하는 고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온라인상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고래죠.”
“박지훈!”
“네, 박 교수님!”
도현은 재빨리 답을 하려고 했으나, 한발 늦었다.
“혹등고래.”
“정답입니다.”
박 교수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 뒤에 배치된 소파로 가서 앉았다.
차 피디와 도현이 맞붙게 되었다.
“차 피디님, 살살 해 주세요. 이전 방에서도 같이 있었는데.”
“아니죠.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하는 겁니다.”
도현의 애교 섞인 말에도 차 피디는 냉정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자, 두 분.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고 계시는데요.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를 내겠습니다. 이번 문제는 넌센스 퀴즈입니다. 햄버거의 색깔은?”
“차재현!”
“나도현!”
제작진은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외친 두 사람에게 잠시 비디오 판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런… 차 피디님께서 아주 약간 더 빠르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차 피디님, 정답은 무엇인가요?”
“버건디?”
“정답입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 피디님이라 그런지 이런 넌센스 퀴즈에도 강하시군요.”
“뭐, 이런 것쯤은 별거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사람은 아쉽게도… 나도현 씨.”
제작진이 신호를 보내자 문이 열리고 경비가 들어왔다. 경비는 도현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눈치를 줬다.
‘아오… 두 문제 다 정답을 알면서도 못 맞히다니. 다들 이렇게 각 잡고 문제를 맞힐 줄은 몰랐네.’
도현은 차마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경비들에게 끌려 감옥으로 갔다.
“우와! 도현 씨다!”
감옥에 도착하자 도현을 반긴 건 웹소설 작가 망고즙이었다. 망고즙은 나가기 직전이었는데, 잠시라도 도현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게 행복해 보였다.
“망고즙 님, 곧 나가실 시간이죠?”
“네! 나가면 파이팅해 볼 거예요.”
“어, 도현 씨 왔어요?”
진욱제가 반가운지 인사했다. 그러고는 얄미운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 우리랑 연합 맺었으면 감옥에 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닙니다. 전 개인플레이가 더 좋아서요.”
연합을 주도해 놓고도 감옥에 온 사람이 할 말인가 싶었지만, 도현은 무난하게 받아넘겼다.
“그래도 말이야. 사람이 인지상정이지… 감옥에 동료들 많이 올 테니 푹 쉬어요. 아직도 아나운서 양반들은 출발을 안 했나 몰라.”
그러고 보니 엄청난 공채를 뚫고 아나운서의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은 따라오는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허허….”
도현은 이틀 차에 감옥에 오게 된 데에 대해 그저 헛웃음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도현 씨, 몇 번 방까지 갔었어요?”
망고즙이 궁금한지 도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도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문제야 안 알려 주면 되는 것이니까.
“7번 방요.”
그 말에 망고즙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와! 그럼 하루에 3칸씩 이동하신 거네요? 1번 방이 시작점이니까?”
“예. 그렇게 이동했죠. 지금이야 감옥에 있게 되었지만. 이제 13일 남았는데,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12일 남게 되고, 아슬아슬해지죠.”
“그러겠네요. 팬으로서 도현 씨가 1위를 하면 좋겠는데요….”
“망고즙 작가님도 현업을 중단하고 오신 만큼 좋은 성과를 내셔야죠.”
도현의 말에 망고즙은 별거 아니란 듯 웃었다. 진욱제 앞에서 둘이 대화를 나눌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에요. 전 꼴찌만 안 하면 돼요. 팬으로서는 역시 도현 씨가 순위권에 드는 것을 보는 게 목표….”
그 말에 진욱제는 울컥했는지 한마디 보탰다.
“와, 이게 바로 사람 차별인가. 저랑 말할 때랑은 분위기가 다르네요!”
망고즙은 그 말에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당연히 다르죠. 진욱제 씨랑 우리 도현 씨랑 같아요?”
“와, 나도현 씨한텐 ‘우리’ 도현 씨라네. 거참. 어차피 보름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될 텐데, 사람 차별하지 맙시다.”
“됐거든요?”
진욱제와 망고즙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 즐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 도현의 머리는 복잡했다. 남은 시간 안에 몇 칸씩 이동할 것인가. 감옥에 오게 된 만큼 이를 꽉 물게 됐다. 우승, 하고야 만다고.
* * *
‘하얀 집’ 촬영이 시작된 지 벌써 11일째다.
도현은 이틀째 7번 방에서 감옥에 다녀왔고, 사흘째 1번 방에서 재시작하여 하루 3칸씩 이동을 하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운이 도현을 따라 준 덕에 1위인 박지훈 교수를 2칸 차이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29번에 박지훈 교수, 27번에 나도현.
도현이 2칸 뒤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현은 아직 1칸의 이동 기회가 남아 있고 박 교수는 3칸의 이동을 마친 상황.
하지만 도현이 오늘 이동을 한다 해도 28번 방까지밖에 갈 수 없다. 그대로 자정이 된다면 둘 중 먼저 이동하는 쪽이 30번 방에 먼저 다다르고, 그게 박 교수라면 그대로 문제를 풀고 우승하게 될 것이다.
처음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우승까지는 노리지 않았던 도현이었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온 만큼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현은 마지막 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경보음이 울리자마자 목표 지점 근처에 서 있던 경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러고선 도현의 양팔을 붙들어 맸다.
“당신은 검거되었습니다.”
도현은 그 말을 기다렸다.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2일 차 감옥에 가면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 그것을 지금 사용하려 했다. 그는 주머니 안쪽에 숨겨진 쪽지를 꺼냈다.
“이걸 사용하도록 하죠!”
도현이 꺼내 든 것은 2번 방에서 얻었던 귀중한 쪽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