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68화(68/225)
나는 서류 봉투 속 사진을 보고는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잠든 시간에 누군가 나를 촬영한 듯한 사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은 한 장이 아니었다. 다른 사진들도 전부 내가 모르는 사이 집 안에 있는 나를 촬영한 것이었다.
사진들의 구도는 창문을 통해 찍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분명 집 안에서 촬영된 것들이었다. 매니저인 도하의 소행일 리는 없었다.
“야, 도하야… 이거 우선 경찰에 신고하자.”
“형님, 일단 제가 이거 실장님이랑 대표님께 보고할게요. 사실 경찰에 신고하면 기사에 살이 붙어서 이상하게 나갈 수도 있고 스토커에게 흥미를 붙여 줄 수도 있는 거라서… 조금 조심스러워요.”
내 가요계 10년 생활 동안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나는 침실에 있는 인테리어 용품들을 모조리 살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일단 보고하고. 너, 나랑 집에 있는 인테리어용품, 팬에게서 받은 것들 다 살펴보자. 너랑 나랑 자야 할 시간인데….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할 듯하다.”
어딘가에 달린 카메라가 날 촬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한편으로는 경멸의 감정이 들기도 했다.
팬송을 써 오라는 말에, 팬들에게 쓸 가사를 잔뜩 생각해 놨었다.
그러나 집에 들어오며 나에게 주어진 건 ‘팬’이라는 이름으로 망상에 가득 차 있을 누군가가 촬영한 도둑 촬영. 이 상태로 팬송을 잘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형님, 이거 인형 눈 이상한데요?”
도하가 거실에 놓인 토끼 인형의 눈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그거 준 팬한텐 미안하지만, 한번 열어 보자.”
나는 가위를 가져와서 토끼 인형의 눈 근처를 조심스럽게 잘랐다.
그러자… 그 안에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입 밖으로 욕설이 나올 뻔했다.
“젠장… 이걸 팬이 줬다고?”
소름이 돋아서 가위 끝으로 초소형 카메라를 푹푹 찍었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 다음에도 액땜을 하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찔렀다.
“우선 하나 발견이네요. 그나저나 각도가 너무 다양해서… 집에 들어와서 단 건 아닐까 싶은데요.”
도하의 말에 나도 공감을 표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각도가 너무 다양해. 상의 탈의하고 자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그냥 내 생활 동선을 다 알고 있는 느낌이잖아.”
“팬들 중에 가끔 집착이나 망상이 심하면 이런 경우가 있다곤 들었는데, 제가 전에 맡았던 톱 배우들도 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겪어 보긴 했었거든요. 그런데 형님은 조금 심하네요.”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집에 들어와서 모든 걸 설치했을 타이밍.
“도하야, 이삿날에 혹시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진 않았어?”
“아뇨? 오히려 다른 나라 분들이 오셔서 해 주셔서 대화가 안 통하긴 했었어도, 이상한 사람의 접근은 없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사 후에 누군가 집에 들어와서 설치를 했다거나 한 거 같거든. 이사 업체에다가도 그날 여기 방문했던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할 거 같고. 카메라 탐지기 있지? 그것도 필요할 듯싶네.”
“예, 형님. 그렇게 하도록 조치 취할게요. 우선은 그럼 차라리 본가 가서 주무시고 오실래요? 제가 피곤하더라도 밤을 새워서 다 찾아내 보도록 할게요.”
도하가 피곤에 찌든 얼굴로 말했다.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더 일을 시킬 수 없겠다 싶어 나는 도하의 말을 거절했다.
“도하야, 너 지금 너무 피곤해 보인다. 일단 거실에 있는 건 하나 치운 듯하니까 먼저 자. 나는 좀 더 찾아보다가 잘게.”
“예, 형님. 혹시 모르니까 경찰에 신고하지는 마시고요. 회사가 대응해야 할 문제라서…. 이럴 때는 스토커 자극하지 않게 경찰 신고 먼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 대화도 듣고 있을 것 같지만.”
도하가 덧붙인 마지막 말에 다시 한번 기분이 오싹해지고 불쾌해졌다. 어딘가에서 나와 도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찝찝하기만 했다.
나는 화장실에서 샤워 가운을 평상시 편하게 입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설마, 화장실엔 설치하지 않았겠지 싶어 화장실에서만 자유롭게 움직였다.
물론 혹시 모르니 화장실도 살펴보긴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설치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화장실에는 인테리어 용품보다는 실용적으로 로션, 샴푸 같은 것만 놔서 그럴지도 몰랐다.
“하아, 이런 사람도 과연 팬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진짜 팬인 걸까? 과한 소유욕과 집착과 망상. 이게 팬들의 심리일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 인생을 통틀어 누군가를 ‘존경’해 본 적은 있어도 깊게 ‘덕질’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이런 식으로 해 놓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팬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좋아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아니면 갖고 싶다? 나를 대상으로 헛된 상상을 한다? 도대체 무엇일까? 알고 싶다.
* * *
다음 날, 도하는 푹 자고 난 뒤 도현을 집에 두고 회사로 출근했다.
밤을 새워서 초소형 카메라를 3개 더 찾아낸 도현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곤히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도하는 매니지먼트 팀에게 1차 보고를 하기 위해 간이로 보고를 한 상태였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도하는 실장과 휴엔터 대표, 홍보팀과 마주했다. 회의실 분위기는 삼엄했다.
“그러니까… 서류 봉투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고, 도현 씨가 사는 빌라 401호 우편함에 저게 꽂혀 있어서 보니까 도현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찍혀 있었단 말이네요?”
“맞습니다. 형님께서 3개의 카메라를, 제가 1개의 카메라를 발견해서 총 4개의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었고요. 경찰에 신고하신다 하셨는데,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를 하면 일이 너무 커질 듯해서 이렇게 오전 일찍 회의 요청을 드린 것입니다.”
도하는 논리 정연하게 말했다. 휴엔터의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요즘 탐정 합법화됐잖아. 경찰의 손을 빌릴 수 없다면 탐정의 손을 빌려야겠지? 우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 그쪽 손을 빌리고, 사건이 정말 커진다 싶으면 경찰 쪽으로 문의를 해 보자고.”
대표의 말에 도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지먼트 실장도 비슷한 입장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대표님, 그래도 이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다른 것도 아니고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도촬을 한 데다가, 자칫하면 도현 씨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생각되거든요.”
실장의 말에 홍보팀장도 공감을 표했다.
“맞습니다. 만약에 스토커의 스토킹으로 인해 도현 씨가 다칠 경우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요. 회사에 대한 불신도 올라갈 뿐만 아니라, 추후 발매 예정인 앨범도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거든요.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스토커와 스토킹에 대한 질문만 주야장천 나온다거나…. 아시잖아요, 대표님.”
홍보팀장이 부드럽게 대표를 설득해 보려 했지만, 대표의 입장은 완고했다. 대표는 일단 탐정으로 해결을 봐야 한다는 게 1차 입장이었고, 최후의 방법이 경찰 신고라고 답을 했다.
“그렇다면 도하 말고 매니저 한 명 더 붙여. 그럼 됐지? 로드로 한 명 더 붙이고 다니면 괜찮을 거 아냐.”
“지금 도하랑 같이 사는데 스토커가 붙었잖아요, 대표님.”
매니지먼트 실장이 설득을 다시 한번 해 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대표의 말대로 아는 탐정을 고용해 일하는 것으로 오전 회의는 끝이 났다.
* * *
도현이 일어났을 때엔 이미 점심이 지난 후였다. 간만에 잠을 많이 잔 터라, 몸이 오히려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늘 스케줄이 오후라 다행이지. 오전이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때마침 띡띡띡띡 하며 도어 록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도하겠지만, 도현은 어쩌면 스토커가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회사에선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한데.’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도하였다.
“형님! 일어나 계셨네요. 안 그래도 깨우려고 왔는데.”
“어, 어… 회사에선 뭐라고 해?”
“에휴, 대표님이 은근 똥고집이 있으시더라고요.”
도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왜, 경찰에 신고하는 거 안 된대?”
“탐정 고용해서 알아보시겠대요. 아는 탐정 있으시다고. 그래서 도현 형님이 스토커에게 피습이라도 당하면 어쩌냐고 실장님이 걱정하니까, 그럼 로드 하나 더 붙여 준대요. 로드 하나 더 붙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흐음….”
도현은 고민에 잠겼다. 마음 같아선 경찰을 부르고 집 안 곳곳을 수색하고 싶었지만,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렇게 숨겨야 하는 게 조금 많이 아쉬웠다.
“아, 그리고 회의에서 중간에 나온 말인데요. 혹시라도 스토커라든가 스토킹 관련 이슈에 대해서 질문 나오면 절대 답하지 말래요, 형님.”
“뭐… 어떤 식으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진 알겠는데 그래도 조금 서운한 건 참을 수 없네.”
대형 엔터사인 휴엔터라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어서 도현은 조금 실망한 티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중소형 엔터사에서 일을 하던 도하 역시도, 휴엔터 대표의 결정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저도 이렇게 결단 내리는 건 참…. 솔직히 중소형 엔터에서 쉬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어도, 대형 엔터사에서 이러는 건 처음 보거든요. 바로 스토킹에 대한 공지 내고 잡아서 고소하겠다, 이러는데…. 집에서만 카메라가 4대나 나왔음에도 이렇게 처리한다는 건 조금 그래요, 형님.”
도하는 도현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답했다. 그 말에 도현은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활동할 때보다 자신의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하니 서운한 마음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런 김에 탐정이라는 분이 오늘 저녁 때 오시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집에 다녀간 흔적은 좀 있을 거예요. 괜찮죠?”
도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도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하야, 너 태어나서 진심으로 연예인이나, 아니면 뭐 타 직업군이라도…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해 본 적 있냐.”
“으음,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좋아하던 배우도 있었고. 물론 연애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덕심으로 좋아했던 거거든요.”
“그러면 이렇게 난폭할 정도로 갖고 싶어 하고 그 사람의 일과를 알고 싶어 하고 이래?”
“아뇨, 절대요. 그냥 아이돌이라는 단어, 그 자체예요. 이상적인 무언가. 삶이 퍽퍽하다 보니 이상향을 꿈꿀 수 있잖아요. 딱 그 자체였거든요.”
도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요, 형님? 이번 스토킹 때문에 가사가 잘 안 풀려서 그래요?”
도하는 도현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속마음을 딱 알아맞혔다.
“맞아. 난 도무지 모르겠어. 팬과 스토커. 이건 한 끗 차이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도현의 말에 도하는 고민하다가 답했다.
“한 끗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팬과 스토커는 영역이 달라요, 형님.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이상향으로 꿈꾸는 마음은 스토킹과 비교할 수 없어요.”
그 말에 도현의 고민은 깊어졌다.
정말 다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