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9)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69화(69/225)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를 그만큼 열렬히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이상향으로서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스토커가 내게 가진 이상한 감정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비뚤어진 팬심일까? 아니, 팬의 감정이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도하야, 그 감정은 어떻게 다른 거야? 난 그냥 팬심은 이해할 수 있거든?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옳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다른 건지 이해가 안 돼.”
도하는 깊은 고민에 잠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음… 우선 팬심이라는 거는요, 내 경험상이나 주변에서 말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자면 내가 덕질하는 사람의 ‘인생을 응원’하는 거예요. 뭘 해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사람이 열심히 살면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지고. 그 사람에게 난 별거 아닌 존재일지라도….”
인생을 응원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자 이해가 됐다. 나 역시도 존경하고 싶은 선배들이 있었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적이 있었으니까.
그들이 잘되길 바랐고, 그들의 삶을 응원한 적이 있었다.
아, 이런 걸 팬심이라고 하는 것이구나.
“아, 그래. 이해가 됐어. 스토킹이라는 건 그냥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겠지?”
“그럼요. 형님은 스토커를 이해하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그건 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토커는 옳지 않은 감정,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전 생각해요. 형님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었을 테고 할 텐데, 누군가를 스토킹해야겠단 생각은 안 하잖아요.”
“오케이. 이해 완료.”
도하는 그러고 보면 말을 참 잘하는 듯하다. 도하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한 번에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 일단 스케줄 오후 거 가야지.”
“예. 그래야죠. 옷만 갈아입고 나오세요. 어차피 메이크업이든 뭐든 다 촬영장 가서 할 테니깐요.”
“응.”
* * *
그렇게 도현은 ‘너첫가’와 ‘하얀 집’에 이은 인터뷰, 화보 촬영 등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일정이 끝났다고 해서 도현의 스케줄이 마무리되는 건 아니었다. 도현은 회사와 집을 무한 반복해야 했다.
바로 앨범 준비 때문이었다.
이번 앨범 콘셉트는 ‘세렌디피티’로 잡혔다. 도현이 지은 타이틀 곡명이 우연한 기회로 네 번째 데뷔라는 행운을 얻게 된 도현과 잘 어울린다는 의미에서 잡힌 콘셉트였다.
도현의 앨범에 들어갈 10곡은 모두 정해진 상태였지만, 도현은 첫 번째 정규 앨범임에도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자신이 작사한 곡뿐만 아니라 히든 트랙으로 자작곡을 넣고 싶었기 때문.
팬들은 CD를 사서 음악을 들어 줄 텐데, 그런 팬들을 위한 CD만을 위한 음원을 넣고 싶었다.
A&R 팀을 맡은 이준혁 피디와 총괄 디렉터에게 말했을 때에도 좋은 반응이 나왔다.
“흐음, 도현 씨.”
“네?”
이준혁 피디가 기타를 잡고 톱라인과 코드를 짜는 도현에게 말을 걸었다.
“내 작업실도 좋겠지만, 우리 회사에 남는 작업실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 작업해 보는 건 어때요?”
도현은 자신이 방해되는가 싶어 사과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었다.
“도현 씨는 싱어송라이터잖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비중이 적다 할지라도, 앞으로 비중을 늘려 갈 계획이고. 그렇다면 개인 작업실이 있어야겠죠? 회사에도 이미 말을 해 놨어요. 이용만 하면 될 거예요. 회사에서 기본적인 장비들은 놓아 준다고 했고요.”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이준혁 피디에게 인정을 받은 것만 같아 도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고생을 했구나 싶었던 도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전 소속사들에서는 제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그 능력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짐승돌이었을 때에 눈에 띄는 꽃미남이었어도, 꽃미남돌일 때엔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미남이었음에도 모두 애매하게 끝이 나 버렸다.
그런가 하면 세 번째 데뷔였던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잘난 외모와 보컬을 가졌음에도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시청률 0%대인 프로그램에 인지도 낮고, 페이 낮은 출연자로 출연하기만 했던 지난날들. 소속사 없이 활동하며 가이드 보컬을 전전하기만 해야 했던 날들. 그런 시간이 스쳐 갔다.
“다 도현 씨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 줘서 그렇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없었더라면, 아마 우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겠죠. 도현 씨가 잘하기에 우리도 잘해 주는 겁니다. 연예계는 철저히 상업적으로 돌아간다는 거 잘 알지 않습니까? 앞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 페스티벌 무대를 누비고 다닐 그날까지. 전 세계 페스티벌을 휘젓고 다닐 그날까지 우리는 응원할 겁니다.”
이준혁 피디가 이 정도로 진지하고 길게 말하는 걸 처음 들은 도현은 감동이 마음속으로 몰려왔다. 손을 부여잡고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이 피디에게 부담을 주는가 싶어 그것만은 자제했다.
“그럼 개인 작업실로 옮겨가 보시죠. 아마 회사에서 기본 장비는 다 마련해 놨을 겁니다. 내가 며칠 전에 이야기를 했었으니.”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내 옆옆방이에요. 내가 301호, 도현 씨가 303호.”
“아하! 네네! 지금 한번 가 보겠습니다.”
도현은 이 피디의 작업실에서 나오자마자 도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에게 개인 작업실이 주어졌고, 이준혁 피디 옆옆방인 303호라고 자랑을 하는 내용이었다.
도하가 3층으로 올 때까지 도현은 기다렸다.
“와, 형님! 작업실 생긴 거 축하드립니다! 그럼 이제 저도 작업실에서 형님 작업물 같이 들어 볼 수 있는 거죠?”
“그렇지. 일단 도어록은 설정돼 있지 않은 거 같아서, 들어가 보자.”
도현의 예상대로 도어록은 아직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 않았다. 도현은 도하와 함께 공유할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비를 보고 도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이게 정말 나를 위한 장비라고?”
도현이 감탄하자 도하 역시도 연예계 매니저 경험으로 얻은 장비 가격을 추측하기에 나섰다.
“저도 대충 봐서 아는데, 여기 있는 장비들 그냥 장비가 아닌데요? 이거 다 비싸 보이는데….”
“그니까. 기본 장비라고 해서 난 별 기대도 안 하고 들어왔는데 다 최신 상품들이잖아. 심지어 내가 잘 모르는 장비까지 있고. 진짜 싱어송라이터가 되려면 해야 하는 게 많구나.”
“그만큼 회사에서 투자를 하는 거죠. 형님의 미래를 읽고서.”
“와, 내가 이 정도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인가 싶어서 새삼 감동받았어.”
“형님, 진짜 잘되실 겁니다. 앞으로 쏟아질 감동은 이 이상일걸요? 벌써 여기서 감동받고 그러면 안 돼요.”
“도하야, 나 네 번째 데뷔까지 오는 동안 못 볼 꼴 많이 봤다. 그런데 지금 대우는…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이야. 매일 여기서 곡 작업만 하고 싶어. 아, 그러고 보니 너도 알아 둬야 할 게 있어.”
도현은 도하에게 할 말을 전달했다.
“이번 앨범에 히든 트랙 들어가기로 결정 났어.”
“히든 트랙요? 왜요?”
“CD 한정 음원인데, 솔직히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CD를 사 주는 건 내 팬들이잖아. 팬들에게 바치는 나의 자작곡을 온리 CD로 내려고. 히든 트랙으로. 그리고 콘서트 때 팬들을 위해 부른다면 굉장히 좋은 이벤트가 될 듯해서.”
도현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에 도하는 자신이 감동받은 얼굴로 말했다.
“형님, 제가 형님 팬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넘버원 팬으로서 이런 소식을 이렇게 듣다니. 어디 가서 진짜 자랑이라도 하고 싶네요! 형님 앨범이 이런 구성으로 이렇게 나올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도하가 열정 가득한 얼굴로 말을 해 도현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에이, 뭐 그 정도야. 어차피 컴백 할 때쯤 되면 보도자료 나가고 히든 트랙 있다는 사실 트랙리스트 공개 때 밝혀질 텐데, 뭘.”
“그럼 그때까지 참겠습니다. 자작곡으로 하신다고 했는데, 작업은 어느 정도 된 거예요?”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자작곡은 도현이 작곡하고 톱라이너로 활동하는 곡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진 않았다.
“아니. 내가 라인은 따고 코드도 배치해 놓긴 했는데 작사도 해야 하고, 어떤 악기를 어떻게 배치할 건지도 생각해야 하고. 할 게 많아.”
음악을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은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도현은 이야기를 줄줄 읊으며 도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아, 형님. 저 실장님이 부르셔서 좀 다녀올게요.”
도하가 자리를 비우고, 도현은 테이블 위에 마련된 장비들을 하나씩 만져 봤다. 처음 보는 것도 있었고, 익숙한 것들도 있었다.
“좋은 곡을 만들어야 할 텐데.”
도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만든 자작곡으로 행복해하는 팬들의 모습을 콘서트에서 보는 상상.
그 곡을 다 같이 따라 불러 주는 그런 상상을 하며 도현은 행복해졌다.
“…대관 일정도 물어봐야겠다. 콘서트 얼른 하고 싶은데. 이왕 네 번째 데뷔인 거, 얼른 투어 돌고 싶다. 나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을 테니.”
벌써 ‘너첫가’가 끝난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너첫가’가 끝나고 ‘하얀 집’까지 종방했으니 네 달쯤이 흐른 셈이었다.
도현의 SNS에도 수많은 팬이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오냐며 앨범 소식을 기다리는 댓글을 다는 중이었다.
앨범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엠바고도 있었기에 도현은 나름대로 티를 내는 듯 안 내는 듯하고 있었다.
특히 도현이 가장 티를 낸 것은, 바로 타로 카드와는 다른, 조언에 특화된 카드인 오라클 카드 중 하나에서 ‘세렌디피티’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찍어 올린 것이었다.
회사에서도 도현의 SNS를 관리했지만, SNS 담당자가 이건 삭제하지 않고 넘어갔다. 팬들은 다음 곡을 세렌디피티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런 기쁨쯤은 주는 게 좋겠지. 내가 팬들에게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현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녹음 앱을 켜 놓고 녹음하기 시작했다.
멜로디를 고쳐가며 녹음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도현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도하인가 싶어서 도현은 해당 메시지를 눌렀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도현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발신 번호 표시 없음으로 도착한 해당 메시지에는 도현의 텅 빈 집 안 곳곳이 찍혀 있었다. 초소형 캠이 아니라, 직접 휴대폰으로 찍은 듯한 정확한 초점의 고화질 사진이었다.
도현은 바로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하야.”
[네, 형님. 근데 목소리가….]“그 스토커, 지금 우리 집에 있다.”
[예? 그 무슨?]“우리 집 찍은 사진 나한테 보냈다고. 발신 번호 제한으로.”
[형님, 지금 당장 가 봐야겠어요. 이런 미친….]도현은 1층에서 만나잔 말을 하고 혹시나 싶어 작업실 문도 꼭 닫고 내려갔다.
도현과 도하는 집으로 급히 향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엔 도어록으로 잠겨져 있어야 할 문이 살짝 열린 채였다.
“누구야,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