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7)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77화(77/225)
휴엔터에서는 한창 홍보팀이 모여서 회의 중이었다. 데일리톱스타에서 내놓은 사재기 의혹 기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재기를 했다는 건데 그 근거도 불확실하고 한올차트 지수랑 안 맞는다고 주장하는 데다, 구매 영수증을 확인할 수 없다…… 이건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가 팬들 구매한 영수증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홍보팀장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데일리톱스타 측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휴엔터 측에서는 도현을 남자 솔로 1위로 만들기 위해 선주문량을 거짓으로 보도 자료로 뿌리고 함께 절반은 회사 측에서 사들였다는 기사를 냈다.
거기에 가상의 휴엔터 관계자의 멘트를 곁들여서.
사실상 고소가 가능한 기사이기도 했다.
홍보팀이 그 기사를 내보낸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기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가 연락이 돼야 뭐라고 말이라도 하지. 그냥 증거도 없이 거짓을 턱 하고 내보내면 이걸 어쩌라는 건지. 요즘 기자들 윤리 의식이 개판이야.”
대표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데일리톱스타에서 쇼케이스 때 악의적인 질문을 내뱉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기자들 연락 계속 오고 있는데 공식 입장 뭐라고 내보낼까요?”
“당연히 우리는 한올차트에 가입한 가맹점에서만 판매된 수량을 집계한 것이고, 그 차트가 의심이 된다면 한올차트 측에 문의를 한다고 말해야지.”
“에휴…… 이때다 싶어서 도현 씨 까는 안티들 많네요. 안 그래도 요즘 악플러들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원래 인기가 많아지면 그만큼 까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야.”
대표가 중얼거렸다. 맞는 말이긴 했다.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악플을 다는 인간들이 늘어나긴 했다.
“도현 씨는 이 기사 확인했겠죠?”
“아마 도하가 확인시켜 줬을 듯한데. 도하더러 전해. 도현이는 이 일 잠재워질 때까지 SNS 업로드도 하지 말라고. 올릴 거면 이 사건과 관계없는 일상 안부 정도로 댓글 제한하고 올리는 것으로.”
대표의 말에 홍보팀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댓글 제한하면 댓글 제한한 이유가 뭐냐며 기자들이 지라시를 더 써 낼 듯해요, 대표님.”
“아후…… 하필이면 악질 기레기한테 얽혀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냐. 저런 매체는 쫄딱 망해야 하는데.”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지금 도현 씨예요.”
“막아야지. 우리 회사가 잘하는 거, 공식 입장은 빨리 낸다. 그거 해야지. 안 그래? 홍보 팀은 지금부터 기자 응대 시작하고…… 나는 몇몇 국장들한테 연락 좀 돌려야겠다.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 다른 사람 잘나가는 꼴을 못 봐.”
“네. 아, 그리고 대표님.”
홍보팀장이 말을 덧붙였다. 대표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가 빼고는 홍보팀장의 말을 기다렸다.
“왜?”
“이왕이면…… 고소 공지도 함께 내는 게 어떨까요? 우리 회사 법무팀 있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오케이. 거기까지 해. 지금부터 홍보팀은 기자 상대하고, 나는 국장급들 상대할게. 최소 못 해도 부장급까진 내가 커버 칠 테니까 그리 알고. 고소 공지도 법무팀과 협의하고 오늘 안에 내는 것으로 하고.”
“넵!”
* * *
도하는 기운이 축 처진 채로 있는 도현을 바라봤다. 자신은 도하가 ‘너첫가’에서 우승한 뒤에 매니저로서 지켜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축 처진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형님, 기운 좀 내세요.”
“기운이 안 나…….”
“그 기레기 때문에 그러시죠? 그냥 형님한테 보여 드리지 말 걸 그랬나…….”
도하는 괜히 보여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보여 주지 않더라도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도현이었기에 알게 될 것 같았지만.
“기자랑 얽히면 이래서 안 좋아. 한번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계속 악의적인 태도로 나오잖아. 아니, 한올차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인데. 신뢰도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는 거잖아. 내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니까. 내가 대응을 할 수도 없잖아.”
도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하는 그런 도현의 어깨를 도닥였다.
“아무래도 그렇죠. 거기다가 홍보팀 쪽에서 형님 당분간 SNS 금지라고 전달했어요. 형님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번 주가 활동 막바지라서 팬들에게 더 잘해 주고 싶은데 이게 뭐야. 팬들도 괜히 뒤숭숭할 거 아냐. 내가 준비한 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 같고……. 내가 팬이면 지금 속상해서 아무것도 못 할 텐데.”
“형님, 그래도 법무팀이랑 홍보팀이랑 회의해서 뭐라도 해 본다니까 기운 내세요.”
“휴우, 그냥 난 팬들 걱정이 돼.”
도하는 도현이 팬들에게 힘을 얻는 걸 옆에서 항상 지켜봐 왔기에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도현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형님, 팬 사랑도 중요하지만, 지금 형님이 굳건히 버텨야 팬들도 버텨요. 여기에서 형님이 축 처진 모습을 보여 주면 팬들이 오히려 지칠 거예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만 보고 앞으로 나아간단 말이에요.”
“그래, 네 말이 맞지. 맞는 건 아는데…… 짜증이 나네.”
“형님, 그럼 저랑 맥주라도 한잔하실래요?”
“그래. 맥주라도 한잔하자.”
* * *
도하와 도현이 맥주를 마시며 기분을 풀고 있을 때 팬들의 SNS 계정은 한창 뒤집어졌다.
단독 기사에 적힌 기자 메일 주소로 온갖 영수증 인증을 보내고 있었다. 공동 구매 인증부터, 개인이 몇백 장씩 사들인 것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메일함을 보면서 오히려 웃음 짓고 있었다.
“그러게, 어디서 연예인이 기를 쓰고 덤벼. 이런 기사 하나면 될 텐데.”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그 위엔 [휴엔터 홍보팀장]이라는 문구가 파도치고 있었지만, 기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국장이 자신을 믿고 기사를 내보내라고 하기도 했으니까.
[휴엔터 사재기 진짜야?] [휴엔터 건 어찌 된 거야?] [제보 누구한테 받은 거야?] [휴엔터 관련해서 나랑 통화 좀 할 수 있어?]가요계에 출입하는 다른 기자들의 연락도 쏟아졌지만, 그는 휴대폰을 건들지도 않고 웃음 지을 뿐이었다.
“내가 알려 줘야 할 이유는 없지. 아니, 사실이 아닌 걸 내보낸 건데……. 이걸 증명해야 할 휴엔터만 고생하겠지. 팬들에게 하나하나 구매 영수증을 받을 수도 없고 어쩌겠어?”
그랬다. 지금은 보도를 통해 사재기 의혹을 받게 된 휴엔터가 영수증 구매 인증을 해 보여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대형 엔터사인 휴엔터의 명예가 땅으로 떨어질 터. 그와 더불어 도현은 나락으로 가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 계산한 기자는 여유롭게 국장에게 물었다.
“국장님, 얘네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요. 추가 보도 내보낼까요?”
“추가 보도 내보내지 말고 일단 기다려. 쟤네도 나름대로 공식 입장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조져 놔야 언론 무서운 줄 알지. 활동 막바지에 딱 알맞은 타이밍이었다. 수고했어. 지금 이 기사 조회 수가 벌써 40만이야. 이걸로도 자네 몫은 충분히 했어.”
국장의 말해 기자는 웃어 보였다.
“그럼요. 제 몫은 충분히 했는걸요.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네요.”
* * *
온라인 커뮤니티는 도현의 사재기 논란에 한창 달아올랐다.
그사이 휴엔터에서는 사재기와 관련이 없다, 사재기 의혹은 거짓이다, 한올차트에서 집계되는 수량을 보도 자료로 보도한 것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물론 이 입장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기사가 연달아 나오긴 했다. 특히 단독 기사를 보도한 데일리톱스타에서는 바로 반박하는 기사가 나왔다. 휴엔터에서는 다시 한번 골머리를 앓았다.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사를 고소하게 되면 다른 언론사까지도 척지게 될 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언론사 고소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했다.
“하아…… 데일리톱스타, 진짜 미친 것 같은데.”
“지금 SNS에서 도현 씨 팬들이 구매 영수증 공개 릴레이 중인데……. 이런 걸 이용해서 기사 좀 내보내 달라고 몇몇 매체한테 부탁 좀 해 볼까요?”
“그래야지. 우리가 보도 자료로 그걸 인용해서 내보낸다면 우리 꼴이 우스워지잖아. 나 참. 이래서 기자들이 싫어. 자기 꼴리는 대로 기사 거지 같이 내보내고, 책임감 없는 거. 조회 수 빨아먹고 떨어지는 거지들같이.”
홍보팀장은 머리에 두통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친한 매체한테 개별로 연락하며 부탁 중이긴 했지만, 과연 좋은 기사가 나갈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도현 사재기가 실시간 검색어 1위인 만큼 이 기회에 어뷰징 기사로 조회 수를 빨아먹으려는 양아치 같은 언론사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도현 씨는 지금 어떻대?”
“아, 도하랑 연락해 봤는데 도현 씨도 기운이 빠졌는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나 봐요. 내일이 마지막 주 무대 시작인데……. 팬들 위해 준비한 선물마저도 왜곡되면 어쩌죠.”
“그거 가지고 왜곡 기사 내보내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양아치지. 데일리톱스타라면 ‘사재기 의혹’ 나도현, 팬들에게 ‘사재기’ 의혹 덮고 역조공이라는 기사가 나갈 수도 있겠다. 에효…… 진짜 이 업계에 상식이 없는 인간이 한둘이 아냐.”
홍보팀은 계속해서 포털 사이트 새로 고침을 누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진실에 가깝게 기사를 쓰는 언론사엔 전화해서 좋은 기사를 부탁했고, 애매하게 중립을 지키는 언론사에는 진실은 이렇고, 공식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는 전화를 돌렸다.
그때 대표가 담배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등장했다.
“대표님, 전화는 해 보셨어요?”
“국장들한테 전화는 해 봤지. 그래서 데일리톱스타랑 반대되는 꼭지로 기사 써 준다고는 했는데……. 잘 모르겠어. 속이 답답하네.”
“저희도 일단 해 볼 수 있는 데까진 해 봤거든요. 아마 내일쯤이면 여론도 좀 잠잠해질 거예요. 역조공 기사도 써 달라고 몇몇 매체한테 부탁도 했고요. 자체 콘텐츠에 들어갈 영상 캡처도 해서 미리 메일도 보냈거든요.”
“법무팀과 이야기는 해 봤고?”
“당연하죠. 법무팀이 지금 보도 자료 작성 중이라, 아마 늦어도 내일 아침까진 해결될 거예요. 이제 기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일만 남았죠.”
홍보팀장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휴엔터 대표는 한숨 돌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 어느 정도 정리됐으면 다행이고. 도현이는?”
“도하랑 술 한잔하고 있다나 봐요. 차라리 그렇게 푸는 게 낫죠.”
“다행이네. 혹시 모르니까 도하더러 휴대폰 뺏으라고 그래. 도현이가 술 먹고 SNS에 이상한 글 올리기라도 하면 큰일 나니까.”
“네!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두어 시간 뒤.
법무팀으로부터 보도 자료가 도착했다. 홍보팀장은 재빨리 언론에 배포했다.
거짓을 말하는 자와의 싸움이었다. 누가 승리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