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0)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0화(80/225)
“하아, 미치겠네. 김선의 매니저랑도 연락이 안 돼?”
“예. 김선의 매니저랑도 연락이 안 되고, 회사 다른 관계자랑도 연락이 전혀 안 돼요.”
“미치겠네. 방송을 앞두고 펑크 날 위기네. 단체로 펑크 내길 원하는 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황했다. 이거 자칫하다가, 내가 오늘의 특별 DJ를 맡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도망가려고 도하에게 눈치를 보내는데, 안 피디의 말이 나를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방송 대본 나도현 씨에게 맡기고, 대본 달달 외우라고 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거야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 걱정 말고.”
“저…… 제가 오늘의 스페셜 DJ가 되는 건가요? 아니, 저 아직 연습도 제대로 안 해 봤는데……. 피디님! 아까랑은 말이 다르잖아요!”
“맞아요, 피디님! 저희 형님 오늘은 연습하고 배우러 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펑크가 났다고 라디오 투입이라뇨!”
도하 역시도 한목소리로 항의했다. 지금 상황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원래 DJ가 펑크를 냈다고, 연습조차 안 된 DJ를 DJ석에 앉힌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피디님, 저 진짜 연습 없인 못 해요.”
“아니에요.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일주일 뒤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 DJ를 맡게 될 거, 미리 준비하는 거 나쁘지 않잖아요?”
내 눈에 안 피디는 악마와 같이 보였다. 도하가 아니었더라면, 진짜 혼자서 쩔쩔맸을 듯했다.
“피디님, 평소에 악마 같단 말 자주 듣죠?”
내가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안 피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부드러운 얼굴의 악마. 이 얼마나 좋습니까? 안 그래요?”
“……사악하시단 말도 자주 듣죠?”
“뭐, 그렇다고 합시다. 도현 씨가 얼어붙어 있진 않아서 마음에 드네요. 자, 그럼 저와 함께 연습을 해 볼까요?”
***
사악한 안 피디의 손에서 길들여지기를 한 시간. 도현은 초보 DJ 티가 나긴 했지만, 얼추 두어 시간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DJ감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도현은 걱정이었다. 원래 DJ인 김선의보다 잘해야 할 텐데. 왜 하필 잠수를 타선!
‘어우, 이 부담감 어떡할 거야. 해야 할 스케줄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 마음에 들지만…… 이걸 어쩔 거야.’
도현은 걱정이 은근히 많은 타입이었다. 당장 이 자리에서 타로를 꺼내 앞날을 점쳐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타로는 꺼내 본다면 [Nine of Wands]같이 일이 산더미, 책임감은 두 배라는 뜻을 가진 카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정신 차리자.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 이제 방송까지 5분. 작가님들도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고. 충분히 할 수 있어.’
도현은 어느새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오픈 스튜디오인지라 창밖을 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어디서 듣고 온 것인지 도현의 팬들이 20여 명 와 있었다.
[나도현 파이팅] [나제이 파이팅!]벌써 나도현과 DJ를 합해서 나제이라고 부르고 있나 보다.
새삼 팬들의 정보력은 빠르다고 생각하며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역시 회사 직원이겠지? 그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려 할 때 안 피디가 말했다.
“자, 방송 시작합니다. 5, 4, 3, 2, 1, 광고 먼저 나가요.”
***
“허억, 피디님……. 이게 뭐가 쉬워요……. 악마…… 대악마다!”
도현은 두 시간의 긴장 속에서 풀려난 후 안 피디를 향해 말했다.
안 피디는 그저 방송 사고가 안 난 것 때문인지 껄껄 웃었다.
“그래도 전쟁터에 던져 놓으니까 잘하던걸요, 뭘. 도현 씨, 내가 도현 씨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진정한 DJ 감이었어. ‘오늘도, 내일도, 나도현입니다’라고 중저음으로 말을 해 주는데 소름이 쫙 돋았다니까? 준비된 인재였어, 도현 씨는.”
“피디님, 그렇게 띄워 주고 나중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돌변하시는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아,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어떤 거죠?”
“김선의 쪽에서 방송 도중에 연락이 왔어. 말로는 오다가 사고가 났다는데……. 글쎄, 단독 기사가 뜨기론 음주운전 하다가 뺑소니를 쳤다지 뭐야. 김선의가 그럴 인간이긴 하지만, 혹여라도 자기 자리 뺏어 갔네 마네 헛소리하거든 무시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응. 오늘 정말 수고했고. 여의도는 이 근처에 문 연 집이 별로 없어서 별로야. 차 타고 나가서 패스트푸드점 먹을 수는 없잖아. 회사들이 퇴근하면 땡인 동네라…… 별관 쪽은 먹거리라도 있지, 본관은 에휴. 아무튼 고생 많았어.”
“넵! 그럼 다음 주…….”
“가 아니라 내일이지. 김선의 그놈은 KBC 방송 정지감이야. 어딜 책임감 없이.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나도현 씨.”
“감사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나온 도현과 도하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차에 탑승한 뒤 도현은 긴장이 그제야 풀렸다며 의자에 축 늘어졌다.
“형님, 진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내가 고생은 뭐. 아, 얼른 집에 가자.”
“집 가서 치킨이라도 시켜 먹을까요?”
“배달되는 곳 있으면.”
“좋아요, 형님!”
* * *
집 가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온 도현은 도하의 핸드폰이 쉴 틈 없이 울리는 것을 봤다.
도하에게 핸드폰을 전달하려는데 정체불명의 메시지들이 떠 있다.
[도현이 오늘 스케줄 어떻게 돼?] [지금 도현이 집이야?] [매니저님 도현이 위치 좀여 내일 스케는?] [내일부터 라디오 DJ 고정이야?]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도하의 휴대폰은 잠금이 걸려 있지 않았다. 당황했다기보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팬들이 모르는 곳까지 쫓아와서 누가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게 자신의 매니저일 줄이야.
도현은 재빠르게 증거물들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그때였다.
“형님, 제 휴대폰…….”
“야, 도하야. 너, 이거 뭐 하는 거야?”
“형, 형님?”
도하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 도하의 움직임이 수상쩍다곤 생각했다. 갑자기 쇼핑을 나가겠다며 비싼 옷을 잔뜩 사서 돌아오거나 했다.
그저 회사가 잘 챙겨 주는가 했는데, 연결고리가 완성되는 듯했다.
사생들이 어디든 알고 쫓아오는 것. 팬들에게 소문이 빨리 도는 것. 이것은 모두…….
“류도하, 대답해. 너 내 정보 팔았냐? 내 정보 팔아서 돈 벌었냐? 어?”
도현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도하는 고개만 푹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연예계에는─특히 아이돌 매니저들의 경우에는─정보를 팔아서 돈을 쏠쏠히 버는 경우가 많다고는 들었다. 자신은 지금까지 무명의 아이돌이었기에 그런 경우를 겪어 보지 못했었지만.
“죄송합니다, 형님.”
“그래, 내 정보 얼마 주고 사고팔았어? 얼마에 팔았는지라도 알자.”
“죄송합니다…….”
“믿을 만한 매니저 만났나 했는데 너도 결국은 똑같은 인간이었구나? 내 정보 팔면서 넌 죄책감도 안 들었냐?”
도하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스케줄용 차량 차 키를 도현에게 내밀었다.
도현이 그걸 보고도 말이 없자, 도하는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야, 얼른 꺼져. 1시간 줄 테니까, 1시간 내로 꺼지도록 해.”
도현은 새벽이라는 시간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매니지먼트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벽에 소속 가수에게 전화가 온다면 비상사태라는 소리. 실장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실장님, 요즘 사생이 많이 늘어났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도현 씨.]“스파이 같은 새끼를 앞에 두고, 여태 몰랐네요.”
[스파이 같은 새끼?]“네. 류도하 이 자식이 제 정보를 사생들에게 사고팔고 있었네요?”
[의심이 아니라 증거 다 잡힌 거야?]“네.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보여 달라고 하시면 얼마든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1시간 내로 꺼지라고 했거든요.”
[아니, 일단 내가 갈 테니까 도하 붙잡아 놔. 알겠지?]“꼴도 보기 싫은 얼굴을 더 봐야 합니까?”
[조금만 견뎌. 미안한 말이지만. 도현 씨 입장도 이해가 가는데……. 증거 확실하고 우리도 사측 징계 처분을 해야 하잖아.]“휴, 그럼 얼른 오십쇼.”
전화를 끊고 도현은 도하에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류도하, 너 짐 싸던 거 접고, 당장 이리 와.”
그 말에 쭈뼛거리며 도하가 방에서 나왔다.
“너, 내 팬이라고 했지? 팬인 거 거짓은 아니고?”
“아니요……. 형님 팬인 건 사실입니다.”
“내가 너의 위치였더라면, 내 정보 안 팔았어. 그런데 너는 마음껏 팔았지. 안 그래?”
“저도 그게 그러려던 게 아니라…….”
“누구나 변명은 그렇게 하지. 안 그래?”
“그냥 처음엔 형님 가는 곳에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돈 주고 파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
“거기까지. 변명이 길어지니까 속이 거북하네. 너무 불편하다, 류도하.”
얼마 지나지 않아 도어 록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실장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실장은 도어 록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류도하를 찾았다. 그의 시야에 도하가 들어오자, 실장은 멱살을 잡고는 뺨을 올려붙였다.
찰싹─!
실장의 손과 함께 도하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 이 새끼, 이 바닥에 다신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마라. 담당 연예인 정보 팔아먹는 새끼 한둘 아닌 거 알지만, 너 같은 새끼는 이 바닥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말아야 해. 스토커들 짓에 동조나 해 주고 있었으니. 그걸로 돈 버니까 좋디?”
“실장님, 조금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폭행죄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습니까.”
도하는 이런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말하는 도현이 두려웠다.
“하, 내가 사람 하나 잘 뽑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이게 말이나 되는 짓이야?”
실장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도현은 뺨 올려붙인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다. 물론 자신이었다면 뺨을 올려붙이진 않고, 그냥 내보냈을 테지만. 내부의 배신자를 잡아내고 나니 속이 편안해졌다.
“이제 그냥 보내 주죠. 야, 류도하. 네가 다시 이 짓을 할진 모르겠는데, 앞으론 그러지 마라. 알겠냐?”
도현은 조용히 말했다. 도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나마 너와 잘 지낸 시간이 있었으니까, 이런 일에도 넘어가는 거야. 다른 연예인 매니저 할 땐 사생활 정보 팔고 그따위로 살면 안 되는 거 알지. 만약 네가 이 업계에서 계속 지내게 된다면 네 소문 내는 거 일도 아니란 거. 잘 알아 둬.”
도현은 경고했다. 잘되는 것만큼, 주변 사람들도 변해 버린다는 걸 알게 돼 대인관계에 있어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