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1)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1화(81/225)
[도혀니 허니들 필독 바람]허니들아 너네 매니저 류도하 알지? 류도하가 사생들하고 소통하고 도혀니 비공개 스케줄까지 다 알려 줘서 결국 해고당했다는 거 앎?
도혀니는 뭔가 풀리려고 하면 왜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것 같냐 ㅠㅠ 내 지인이 휴엔터 다녀서 아는데 도현이 충격 많이 받았는지 요즘 작업실 밖으로 잘 안 나온대…… 스케줄 있을 때만 나온다고 함…… 그러니까 DJ 스케줄 있을 때만이니까 매일 밤에만 잠시 나오고 그 외엔 집 아니면 작업실이래
└맨져 관상 완전히 싸했는데 진짜야?
└관상은 사이언스임
└ㅇㅇ 잘렸대 휴엔터에서 이 업계에 다신 발 들이지 못하도록 온갖 엔터사에 다 알렸다고 함
└심지어 정보 판 돈으로 준명품 옷들 걸치고 다녔다고 함 도현이는 옆에 그런 새끼 있는 줄 모르고 당한 거지 뭐 ㅠㅠ
* * *
도현은 도하가 해고 처리되고 난 뒤 당분간 매니저 없이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도하가 싹싹하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있었기에 이렇게 뒤통수를 얼얼하게 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인기 척도에 따라 사람이 변한 모습을 보며 도현은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누군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도하의 자리는 임시로 매니지먼트 실장이 채우기로 했다.
“도현 씨, 나라도 괜찮지?”
“어차피 최근 스케줄은 DJ랑 회사에서 연습하는 정도밖에 없으니까요. DJ는 하고 나서 퇴근할 때 택시 잡고 가면 되니까 실장님께선 그 외의 스케줄을 조율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도현은 자신이 전달할 말만을 전달한 채,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거지? 무슨 이유로 내 정보를 팔아 가면서 생계를 영위하려고 했던 거지? 내가 잘못을 했던 건가? 내 팬이라고 했던 건 다 거짓이었던가?’
이미 도하는 이 업계에서 떠났음에도 도현의 머릿속에서는 같은 생각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 이런 생각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 DJ 연습이나 더 해야겠다. 발음 연습도 하고.”
도현은 깨끗하게 세척한 볼펜을 입에 물었다. 명확하면서도 부드러운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는 발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발음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지이잉─
[이카루스 현호]발음 연습을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후배인 이카루스의 현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응, 현호야. 무슨 일이야?”
[선배님, 잠깐 시간 되면 작업실 놀러 가도 돼요?]도현의 ‘너첫가’ 이후 데뷔 예정이었던 이카루스는 ‘하얀 집’ 방송까지 끝나고 난 후에야 정식으로 데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언제 한번 밥 먹자고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긴 했지만, 사내에서 얼굴도 자주 마주치지 못했다. 각자의 스케줄이 너무나도 바빴기 때문이다.
“응, 놀러 와. 지금은 그냥 연습하고 있는 중이어서 시간 괜찮아.”
[5분 내로 갈게요, 선배님!]행동력이 좋기도 하단 생각을 하며 도현은 너저분한 작업실의 일부를 금세 치웠다.
띵동─
벨이 울리고 도현은 문을 열었다.
스케줄을 갔다 온 모양인지 현호는 꾸밈새가 남달랐다.
“오늘 스케줄 있었어?”
“네! 스케줄 있었어요! 스케줄 했던 장소 근처에 진짜 맛있는 도시락집이 있거든요. 왠지 선배님 식사 안 하셨을 듯해서 도시락 사 왔어요.”
“고맙다, 현호야.”
도현은 현호가 건네는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선배님 많이, 잘 드셔야 해요. 요즘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활동 시작하면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활동 끝났는데도 너무 빠지신 거 같아서…….”
“고맙다. 나 챙겨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네.”
“아닙니다! 선배님 그럼 잘 드시고요, 전 이만 스케줄 또 있어서 가 보겠습니다!”
현호가 가고 난 뒤 도현은 작업실 책상 위를 정리하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도시락 맛집이라더니, 정말 한 입 먹자마자 군침이 사르르 돌 정도로 맛있었다. 평범한 계란말이같이 생겼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부드럽게 씹히는 촉감부터가 남달랐다.
“이 녀석, 제법 맛을 아네.”
다음번엔 더 좋은 곳에서 제대로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다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한 뒤, 도현은 기타를 들었다. 뭔가 곡을 쓰고 싶은 날이었다. 리패키지 앨범에 들어갈 곡은 썼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곡이 쓰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느끼는 혼란한 이 감정을 그려내고 싶어. 배신에 대한 감정과 사람에게 정을 준다는 것. 이것들을 다 담아 낼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그런 감정을 담아서 곡을 쓴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생각은 이내 바뀌었다.
싱어송라이터들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내 멋진 곡을 창작해 내기도 했고, 안 좋은 일은 오히려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단 판단이 들었다.
‘그래, 흔들릴 필요는 없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도현은 생각나는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아픔도, 슬픔도, 그 가사에 모두 담겨 있었다.
* * *
“도현 씨, 아우……. 그냥 도현아, 라고 불러도 되지?”
매니지먼트 실장이 낯간지럽다는 듯 물었다.
“그럼요, 편하게 불러 주세요. 그게 저도 편해요.”
“‘오늘도, 내일도’ 갈 시간이야. 라디오 DJ 할 땐 아무리 못해도 30분 전엔 가서 대본 읽고 연습해야지. 좋은 모습 보여야 나중에 또 좋은 캐스팅 들어오고. 이를테면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같은 거.”
“오. 좋은데요? 기회만 생긴다면 꼭 하고 싶네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얼른 가자고.”
실장은 로드 매니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와서 그런지 운전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도하와 함께할 때는 거친 운전에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실장님, 운전 굉장히 잘하시네요. 저도 이 정도로 운전할 줄 알면 제가 스스로 운전해서 다니는 건데. 장롱 면허라서 뭔가 무서워요.”
“되도록 운전하지 마. 이게 사람이 처음엔 군기 들어 있다가도, 어느새 군기 빠지면 음주하고 운전도 하게 되고……. 그러다 발각되면 이미지 추락만 하고 그러거든. 우리 회사 철칙이야. 면허 있어도 최대한 매니지먼트 팀에게 운전시킬 것. 잘 몰랐지?”
“그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요?”
“지금은 해고당한 그 녀석도 잘 몰랐을 거야. 우리 회사에서 로드부터 밟고 올라온 녀석이라면 잘 알았을 텐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뭐, 그랬겠죠.”
“아무튼 지나간 이야기는 지난 이야기로 흘려 버리고. 아직 류도하 그 녀석 때문에 신경 많이 쓰고 있는 거 아니지?”
실장의 목소리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짧다면 짧을 몇 개월을 함께하면서 정을 많이 줘서 그런지 도현은 자신이 당한 걸 생각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욱하는 기질이 올라오곤 했다.
“아직 욱하긴 해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이미 내 정보는 팔아 넘겨졌고, 해고당했고, 이 업계에 발을 두 번 다신 들이지 못할 것이고. 저는 이대로 나아가야죠. 나중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니저에 대한 질문 나오면 그런 일 있었다, 정도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가 오겠죠.”
다소 회의적인 태도로 도현이 말했다. 이를 듣던 실장은 아직 어린 나이에 도현이 고생한다 싶어서 속이 불편해졌다.
그러는 사이 KBC에 도착했다. 매일 밤 고정적으로 있는 스케줄이다 보니 팬들 몇몇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아! 오늘 하루는 어땠어?”
“와, 진짜 매니저 바뀌었네. 그 새끼가 사생한테 도현이 정보 팔아먹은 거 맞나 봐.”
“안녕하세요, 나의 허니들.”
도현은 오랜만에 팬들에게 인사했다. 자신에게 따라붙던 스토커 같던 사생들의 모습이 덜 보여서 이렇게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꺄악! 도현아! 오늘 방송도 파이팅이야!”
“오늘 방송에 서포트 들어갔어! 도시락 맛있게 먹어 줘!”
팬들이 몇 명 모여서 까르르 웃는 걸 보고 있자니 도현도 웃음이 슬쩍 났다.
그래, 자신은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수이기도 했지만, 이런 순간이 좋았다. 무명일 적에도, 지금도. 팬들과 함께하는 오붓한 시간이 최고였다.
“다들 고마워요.”
인사를 하곤 얼른 들어가자는 실장의 보채기에 따라 출입증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도현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온 것에 놀란 듯 안 피디와 작가진이 당황했다.
“아니, 도현 씨. 뭐 이리 일찍 와?”
“일찍 와야죠. 책임감 있게.”
“우린 이제 막 대본 뽑았는데……. 도현 씨 굉장히 부지런하네.”
문득 도현은 이전 DJ였던 김선의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언론 보도로도 알 수 없었기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나저나 안 피디님.”
“응?”
“이전에 DJ 하셨던 김선의 님은 어떻게 되셨어요?”
“아, 그거…… 이거 비밀인데. 필로폰 하다가 잡혀 갔대. 물론 그 회사 임원진까지도. 한마디로 회사가 쫄딱 망한 거지.”
“아, 그렇군요.”
“요즘 한국에 마약이 많이 들어와서 큰일이야. 뭔 뉴스를 봤다 하면 마약류 남용에 관한 게 한두 개씩은 꼭 나온다니까? 도현 씨는 그런 거에 관심 가지지도 마. 그거 한다고 창작 능력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피디님은 꼭 해 보신 사람처럼 말씀을…….”
도현의 농담에 안 피디는 크게 웃었다.
“내가 설마 해 봤겠어? 라디오국으로 옮기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을 하느라 내가 이렇게 비쩍 마른 거야. 라디오국 피디 자리 여간해선 안 나거든.”
“아, 그래요?”
“요즘 솔직히 누가 라디오 듣겠어. 차 안에서나 잠깐 들을 뿐. 공중파 3사가 치열하게 매일 경쟁하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를걸?”
“아…… 그렇겠네요. 저도 DJ 하고 나서야 심야 청취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으니까요.”
“고럼고럼! 아무튼 대본 여기.”
도현은 앉아서 대본을 소리 내 읽었다. 좀 더 자연스러운 추임새를 넣어야 할 곳에 표시를 하고, 곡 정보가 부족한 건 채워 넣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자 도현의 전 타임대 DJ가 방송을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나왔다.
“도현 씨, 반가워요.”
“넵! 반갑습니다, 선배님!”
“어? 저 선배 아니에요. 후배인데……. 저 데뷔한 지 7년 차예요! 걸그룹 안녕잘가 출신이고요! 밴드명 같긴 하죠? 제 이름은…….”
“알고 있어요. 김예진 님.”
“우와, 제 이름 안다고 해 주시니까 감사해요, 도현 선배님! 제 다음 타임 DJ여서 저도 집에 갈 때 잘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배턴 터치하는 만큼 저도 노력해 볼게요.”
“선배님, 그런 김에 연락처 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라디오 DJ 하는 아이돌 가수나 아이돌 출신 DJ들 모임을 이끌고 있거든요!”
“아, 그래요? 여기요.”
도현은 번호를 찍어서 내밀었다. 그걸 확인한 예진은 다음에 뵙겠다며 인사하곤 나갔다.
방송 시작 5분 전.
도현은 오픈 스튜디오 밖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했다. 그러고는 매니지먼트 실장에게 먼저 집에 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일찍 퇴근이네. 고맙다, 도현아.”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세요, 실장님.”
간단한 인사를 마무리한 뒤, 도현은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본격적으로 DJ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