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4화(84/225)
“호 형, 그럼 저 이틀 연속 체조경기장 매진시킨 가수 된 거 맞죠?”
티케팅에 도전하느라 정작 자신의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도현이 강호에게 물었다.
“어, 맞아. 이야! 내 가수! 성공했다!”
“와아, 믿기지가 않는데요. 그런데 뭔가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고…….”
“무거워지긴. 다음 목표는 잠실 주경기장 이틀 매진으로 가 보자고!”
“호 형, 그건 진짜 어려운 거라는 거 알잖아요. 지금 내로라하는 보이 그룹 중에서도 잠실 주경기장 이틀 매진은 두 그룹 정도밖에 안 되는데…….”
강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까짓 게 뭐가 문제가 되냐는 듯 말이다.
도현은 머릿속으로 새로 뽑은 카드를 떠올렸다.
‘이래서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카드가 나온 것이로구나. 진짜 체력 관리와 안배를 잘해야겠어. 이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이제 공연 한 달도 안 남은 거 알지? 굶지 말고, 입맛 없어도 밥 잘 챙겨 먹자고. 차라리 살 오른 게 더 나아. 살 빠져서 핼쑥하게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호 형……. 아, 자꾸 호 형 하니까 호형호제 생각나고 좀 그러니까 호야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도현의 말에 강호가 큰소리로 웃었다. 자기 아는 동생들도 다 호야 형이라 부른다면서, 편하게 부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우리 가수 축하해. 티케팅엔 실패했지만 체조경기장 매진시킨 몇 안 되는 솔로 가수가 된 것을!”
“감사합니다, 호야 형.”
* * *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나는 공연을 2주 앞두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살짝 비틀거리는 나를 본 스태프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도현 씨, 괜찮아요? 비틀거리는데…….”
“아무래도 병원 가서 링거라도 맞아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어지러워요.”
“그동안 스케줄이 너무 몰렸었죠. 그러니까 어쩔 수 없긴 한데……. 아무튼 병원부터 갑시다. 매니저님, 잘 부탁해요.”
호야 형의 부축을 받으면서 나는 겨우 밴에 올라탈 수 있었다. 올라타자마자 앉아 있는 게 버겁고, 속이 울렁거려 뒷좌석에 누웠다.
“너 그 정도로 괜찮겠어? 그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괜찮을 거예요. 링거 맞고 하루 이틀 정도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형.”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정신이 아찔했다. 리패키지 앨범 활동도 남은 데다, 콘서트를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어떻게 해서 매진시키기까지 했는데. 나의 능력을 더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하아…….”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호야 형이 주차를 마치고 난 다음이었다.
“일단 혹시 몰라서 검사도 해야 하니까 큰 병원으로 왔어.”
“큰일은 없을 거 같아요. 검사까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괜히 부담이 된다. 스케줄이 많아 몸에 피로가 누적된 것 같은데 피해를 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건강부터 챙겨야지. 안 그럼 큰일 난다. 공연 도중 쓰러지는 것보다 지금 검사받을 거 다 받고 활동하는 게 나아.”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옳았다.
“알겠어요, 형. 그럼 검사 다 받을게요.”
* * *
검사 결과 도현에게는 큰 병명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피로 누적으로 인한 단순한 어지럼증 정도로 그쳤다.
공연 전날, 도현은 넓은 체조경기장을 과연 혼자서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하며 총 리허설에 돌입했다.
“아아. 마이크 1db만 낮춰 주시겠어요?”
도현은 음향 테스트부터 동선 체크까지 확실하게 끝냈다.
“쟤, 진짜 독종이라니까요.”
도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강호가 말했다.
그 말에 현장에 있던 A&R 팀원 중 하나가 덧붙였다.
“사실 이 팀장님이 나도현 씨 데리고 계약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었는데……. 왜 데리고 오려고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저런 독종이니까 데리고 오려고 했지. 자기 몸 상해 가면서도 저리 독종스럽게 하는 걸 보면.”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솔직히 저 정도 연차에, 체조 매진시킨 것도 대단한데……. 독기가 가득 들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에요. 어휴, 링거 맞고 하루 이틀 쉬면 되겠다고 했을 때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강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도현의 상태는 괜찮았지만, 혹시나 쓰러질까 하는 걱정은 아직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터였다.
“잘할 거예요, 도현 씨는.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요.”
“저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못 하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뭐, 특이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봐요.”
“그렇겠죠?”
두 스태프의 우려 속에 도현은 최종의 최종까지 점검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도현의 얼굴은 땀범벅이 돼 있었다. 가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호야 형, 물 어디 있어요?”
“내가 가져다줄게.”
“아니에요. 제가 가져다 마시는 게 더 편해요.”
강호가 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자 도현은 그쪽으로 걸어가 생수 한 병을 따선 벌컥벌컥 들이켰다.
“와, 시원하다. 내일 공연 끝나고 나서 마시는 물도 이렇게 시원했음 좋겠어요, 형.”
도현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렇게 제대로 된 콘서트는 처음인 데다, 체조경기장이라는 장소가 주는 부담감.
그의 마음에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잘할 거야. 걱정 말고. 알았지?”
강호는 도현을 토닥였다. 강호가 도현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위로밖에 없었다. 강호 자신이 무대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예, 형. 진짜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일찍 자도록 해야겠어요. 얼른 집 가요.”
도현은 땀을 대충 닦아 낸 후, 체조경기장 출구 쪽으로 갔다.
도현의 모습이 보이자, 리허설 전날 일명 ‘겉돌’을 하러 온 팬들이 소리를 꺄악 하고 질렀다.
강호가 나와서 차를 찾으러 가자, 도현은 따라 나왔다. 그가 나온 뒤 환호가 커지자, 도현은 팬들을 향해 크게 인사했다.
“여러분! 내일 봬요!”
“도현아, 얼른 차 타. 길 막히겠다.”
주차장 출구까지 늘어선 팬들 때문에 자칫하다간 못 나갈 위기였다.
강호의 말에 도현은 재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이윽고 차가 움직였다.
* * *
[첫콘 가는 허니 님들, 지금 굿즈 줄 겁나 길어. 나 굿즈 중에서 키링하고 포토북만은 꼭 사고 싶은데 진짜 길어]└얼마나 길기에 그래?
└올공 다리 있지? 벌써 거기까지야
└아직 아침인데? 지금 아침 7시인데?
└휴엔터가 물량 넉넉하게 뽑아 놨길 바라는 마음임 ㅠㅠ
└하…… 난 오늘 강제 출근해야 돼서 퇴근 후에나 갈 수 있는데 굿즈는 포기해야겠네
└대리 구매라도 알아봐라 허니야 ㅠㅠ
* * *
도현의 콘서트 첫날이 밝아 왔다.
오후 2시에는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
도현은 콘서트 준비도 준비지만, 기자 간담회 자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팅하랴, 기자 간담회 준비를 하랴,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점심 메뉴는 케이터링으로 준비돼 있었다.
강호는 입맛이 없는지 케이터링에 관심도 안 보이는 도현을 보며 걱정 어린 말을 했다.
“도현아, 좀 있다가 콘서트 하려거든 좀 먹어야지. 안 먹으려고?”
“지금 먹으면 체할 거 같아요, 형.”
“에이, 뭐 그 정도로 체할 거 같다고 그래. 그래도 간단하게 먹어.”
“그냥 물만 마실게요. 체한 상태로 공연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아요.”
도현은 사양했지만, 강호는 기어코 도현의 입맛대로 간단하게 케이터링을 떠 왔다.
“이거라도 먹어. 네 입맛대로 떠 왔어.”
“……진짜 괜찮은데.”
“네 매니저로서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이거 먹고 하자.”
강호가 이렇게까지 내미니 도현도 안 먹겠다고 할 순 없었다.
도현은 음식을 남길 땐 남기더라도, 강호의 정성을 봐서라도 조금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포크를 들고 케이크를 조금 떠먹었다.
평소였다면 케이크 한 판도 다 먹었을 텐데, 지금은 긴장한 상태라 그런지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 이럴 때 타로를 봐야 하는구나. 일단 타로를 좀 볼까.’
도현은 늘 타로를 가지고 다녔다. 언제 어디에서 불시에 타로 카드의 조언이 필요할지 몰라서였다.
“어? 도현 씨, 타로도 볼 줄 알아요?”
스태프 중 하나가 깜짝 놀란 듯 물었다.
“아…… 이거 독학해서 볼 줄 알아요.”
“와, 나중에 시간 되면 저도 타로 봐 줄 수 있죠?”
카드 섞는 소리가 대기실에 울려 퍼지자, 사방의 시선이 도현에게 쏠렸다.
‘이건 좀 부담스럽지만, 콘서트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지.’
도현은 스프레드를 하는 대신 카드를 위에서 만지며 느낌이 오는 때에 손에 잡힌 카드를 뽑았다.
[Judgement]심판 카드가 나왔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팔을 불고 있고 죽은 자들이 관에서 부활하는 내용을 담은 카드. 일이 좋게 풀린다는 뜻을 담은 카드였다.
“오, 뭔가 무서우면서도 신기한 카드가 나왔네요. 이거 잘 풀린다는 뜻이에요?”
스태프의 질문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보다 잘 풀릴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보다 더 잘해야 하겠지만요.”
“그럼요. 더 잘할 수 있어요! 도현 씨, 파이팅입니다!”
* * *
스포츠데일리의 유하나 기자는 오늘 잔뜩 설렌 상태였다.
원래 방송 쪽으로 출입을 하다가, 최근 출입처가 가요와 연극, 뮤지컬로 바뀌었다.
유하나 기자가 설렌 이유는 바로 나도현 때문이었다.
방송 쪽 출입할 땐 하필 MBS 출입이라서, 도현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요로 출입처가 바뀌며, 도현의 콘서트를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도현을 마주할 수 있는 기자 간담회가 마련돼 있어서 유하나 기자는 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주변에다가는 도현을 취재하러 간다고 자랑을 잔뜩 하고 다녔을 정도다.
“기자님들, 케이터링도 드시고 하면서 하세요.”
휴엔터 홍보팀이 돌아다니며 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케이터링을 권했다.
유하나 기자는 이때다 싶어 홍보팀을 붙잡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안녕하세요. 스포츠데일리 유하나 기자입니다. 도현 씨 콘서트에 대해 질문드릴 게 있는데…… 큐시트 자료 주신 거 외에 또 다른 무대는 없나요?”
“어머, 기자님! 저희 애들 MBS 나갈 때 기사로 잘 챙겨 주시지 않으셨어요? 이름 들으니까 딱 기억나는데! 특히 우리 도현 씨 잘 챙겨 주셔서……. 아마 큐시트 외에도 무대가 준비돼 있는 것으로 알……. 아차! 기자님, 이거 말씀하시면 안 돼요. 알았죠?”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종 업계면 이런 장점이 있었다. 다른 팬들보다 조금 더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
“그럼요. 말 안 할게요. 그래서 어떤 곡을 할 건데요?”
“으음, 그거까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커버할 것이라곤 들었…….”
그때 유 기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곡이 하나 있었다.
‘오케이, 그거구나!’
“아무튼 기자님, 오늘 도현 씨 기사 잘 부탁드려요. 알겠죠?”
“그럼요. 홍보팀장님이랑 다음번에 식사도 한번 해요.”
“다음번에 연락드릴게요.”
기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케이터링에서 떠 온 걸 먹는 사이, 홍보팀장은 곧 도현이 올 것이라고 알렸다.
기자들은 잠시 옆으로 치워 뒀던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도현이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나도현입니다!”
화려한 무대 분장을 한 도현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라고 유 기자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