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7)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7화(87/225)
내가 보는 것을, 느끼는 것을 고스란히 남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내 앞에 파도 치는 보랏빛 바다를 보자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그래. 이런 것을 꿈꿔 왔었다.
이런 무대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지난 10년이 허송세월이 아님을 증명하듯 나는 해내고야 말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내가 가수가 되면 꼬일 팔자라며 걱정을 하셨건만, 나는 결국 가수가 되었고 이 정도면 꽤 성공한 가수로 자리를 잡았다.
할아버지, 저 이 정도면 성공한 거 맞죠. 오래 살라고 지어 주신 무명이라는 이름, 버리지 않고 있어요. 무명이라는 이름은 버리지 않을 테니, 나도현으로서의 삶도 허락해 주시지 않겠어요?
나는 시작부터 눈물이 흐르고 감정이 넘쳐서 무대를 망칠까 염려하며 허공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제 꿈에 찾아오셨잖아요. 이제 보고 계시나요?
나는 돌출 무대를 성큼 걸어 나갔다.
그리고 초대석으로 가까이 갔다.
춤을 춰야 하는 무대였건만, 큰 보폭으로 걸어간 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부모님이 계신 곳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나 이 정도면 내가 원하는 거 다 이룬 거 같아.
성공하면 이름 바꾸겠다는 건 취소.
그런데 말이야.
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지?
나도 모르게 다리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팬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아프기라도 한 줄 알았나 보다.
아니었다.
힘이 풀리며 주저앉은 채 나는 부모님을 향해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낳아 주셔서, 키워 주셔서, 이렇게 절 기다려 주셔서.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팬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여러분은 내 보랏빛 바다야.
* * *
부모님이 계신 돌출 무대 앞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울먹이며 어깨를 들썩거리던 도현.
노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 도현의 모습에 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윽고 돌출에서 일어난 도현은 본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도현은 눈가를 가리려고 했지만, 팬들은 그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울지 마─!
울지 마─!
“하하. 여러분, 저 안 울어요. 정말. 조금 전까진 눈물이 났는데…… 이젠 울지 않아요. 자, 그럼 제대로 된 인사를 해 보겠습니다. 둘셋! 나도현입니다.”
도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로 인사를 했다.
“여러분!”
“네에!”
“걱정 많이 하셨죠?”
“아프지 마, 도현아! 넌 나의 첫 번째니까!”
우렁찬 팬의 목소리에 도현은 웃음이 터졌다.
“여러분, 안 아플게요. 정말 이건 꼭 지킬게요. 하지만 무대 위에선 최선을 다할 거예요. 알겠죠?”
그의 말에 팬들은 “네!”와 “사랑해!”로 답했다.
“어제 이후 걱정을 많이 하셨을 텐데 전 정말 괜찮고요. 제가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오른 거예요. 혹여나 오해하실까 봐…….”
“알고 있어, 도현아!”
“고마워요. 그럼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무대를 시작할게요.”
* * *
찰칵찰칵찰칵─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카메라 셔터 소리.
유 기자는 도현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내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카메라 잡는 게 빡세지 않아서 다행이야. 잡는 게 빡셌으면 큰일이었을 텐데.’
휴엔터테인먼트는 원래 팬들의 카메라를 잘 잡아내 퇴장시키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도현의 공연에서는 잘 잡지 않았다.
‘하긴. 도현이가 지난번에도 자기 찍는 팬 퇴장시키지 말라고 했던 적이 있었지. 그래서 그런 것일 수도……. 역시 내 가수 최고!’
유하나 기자는 공연이 끝나고 SNS에 올릴 프리뷰 사진과 영상, 그것이 재생산돼 퍼질 것을 생각하니 행복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사진을 잘 찍는 유명 찍덕 중 하나였던 유하나 기자.
물론 회사 사진 기자에게 사진을 슬쩍 배우기도 했던 터.
‘나도현은 어디로 보나 진짜 잘생겨서 찍는 내가 다 좋다니까?’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그 어느 것 하나 빠질 데가 없었다.
괜히 10년 차가 아니었다.
몸을 그만큼 잘 쓴다는 소리.
누군가 유 기자를 톡톡 두들겼다.
유하나 기자는 고개를 돌렸다.
“……저기 스태프 와요.”
팬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 기자는 재빠르게 몸을 굽힌 다음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스태프가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칵찰칵찰칵─
경쾌한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 * *
휴엔터 직원들은 무대에 어떻게 해서라도 오르겠다는 도현을 많이 걱정했지만, 단 한순간도 허투루 하지 않는 도현을 보면서 감탄했다.
“역시 나도현이야. 독기 하나 품고 10년 차까지 버텼지. 다른 사람들은 허황된 꿈 좇다가 다른 길로 빠지는데, 가수 외길 걸은 이유가 있다니까.”
매니지먼트 실장이 말했다.
그의 말에 강호도 공감을 표했다.
“그러니까요. 괜히 10년 차까지 버틴 게 아니에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지독할 정도로 자기 관리도 하고, 허허. 독한 녀석.”
“아무튼 오늘 공연 끝나고 뒤풀이는 스태프들끼리 하고 나도현 입원시켜서 당분간 체력 회복하는 거 잊지 말고. 본인이 거절해도 무조건 시켜야 돼. 의사가 그랬으니까.”
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뇌진탕이 제아무리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리가 가는 것인데…… 도현이 지금 보면 무대 퍼포먼스 다 보여 주고 있잖아요. 저렇게 안 독하게 해도 되는데.”
“본인 고집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입원시키라는 것이고. 아, 셀럽 파티에는 참가시켜야겠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참석한 유명인들과의 파티가 있었다.
도현의 공연을 보러 온 유명인들을 통해 도현의 이미지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함이었다.
유명인들인 만큼 그들과 함께하기만 해도 도현의 영향력이 클 터.
“셀럽 파티에서 알코올만 손에 안 대게 해.”
“예, 실장님.”
* * *
나는 무아지경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머릿속으로 계산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의사는 퍼포먼스를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팬들이 어떻게 왔는데.
게다가 이 자리에 부모님도 계시는데.
아들 나도현이 이만큼 성장했다고 보여 드리고 싶었으니까.
여러분이 걱정하던, 듣보잡 가수에서 팬 사랑으로 경연 대회 1등을 한 나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고 싶었으니까.
앙코르 무대를 남기고 무대에서 내려와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첫날과는 다르게 이번엔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인 볼을 던져 줄 차례였다.
“도현아, 너 오늘 너무 무리한 거 아니냐? 끝나고 셀럽 파티도 있는데.”
“아니에요, 호야 형. 이 정돈 해 줘야죠. 안 그러겠어요?”
“그래도 인마. 무리하는 거 보니까 내가 다 걱정이 돼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파티까지 끝나면 뭐 당분간은 휴식이잖……. 아, 음방이 남았지!”
“음방 이야긴 차차 하도록 하고. 준비 다 됐다. 팬들 목소리 들려?”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내 귓가에 들리는 팬들의 간절한 목소리.
얼른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었다.
“도현이 준비 끝!”
호야 형이 말을 하자 스태프들이 다시 한번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 그럼 올라갑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본 무대에서 등장한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 형광 스티커를 따라 걸어 나왔다.
꺄아아아악─!
팬들의 환호가 들렸다.
그에 맞물려 밴드가 앙코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대 곳곳을 누비며 사인 볼을 팬들에게 던졌다.
“이쪽으로 주세요!”
“여기요!”
“나도현! 여기야!”
무대 아래를 보는데, 행복해하는 팬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바로 무대에 서는 기쁨이구나.
내가 잊을 수 없던 것.
먼 훗날, 단 하나의 팬만이 남더라도 이 기억만은 고이 간직하고 가고 싶었다.
“여러분, 사랑해요!”
사인 볼을 다 던지고 나서 바구니를 스태프 쪽으로 민 뒤 돌출 무대부터 본 무대까지 걸어갔다.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오늘 공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해요!”
마지막 인사까지 빼놓지 않았다.
나는 본 무대에서 한 번, 돌출로 가서 방향별로 각각 한 번씩 인사했다.
“도현아, 나중에 봐!”
“기다리고 있을게, 나도현!”
“사랑한다, 나도현!”
“도현아, 내 첫 번째가 돼 줘서 고마워!”
찰칵찰칵찰칵─
팬들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아름다워 보였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첫 콘서트의 기억은.
* * *
“식사는 다 준비됐습니다.”
스태프 한 명이 이번 셀럽 파티를 준비한 TF팀 팀장에게 가서 보고했다.
셀럽 파티가 치러질 올림픽공원 인근 레스토랑.
초대된 셀럽들이 하나둘씩 입장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30여 분 뒤면 메인인 나도현이 등장할 터.
그 전에 모든 유명인이 입장해 분위기를 띄운 상태에서 나도현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이었다.
“와, 여기 분위기 남다른데?”
내로라하는 모델, 배우, 가수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휴엔터 소속의 신인 아이돌 그룹 이카루스도 빼놓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다.
셀럽들에게 자신들의 신인 아이돌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물론 연예인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각종 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제 무대에서 추락하는 영상 보니까 장난 아니었던데, 오늘 무대 하는 거 봤어?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한 기획사 사장이 말을 꺼내자, 다른 기획사 사장도 말을 덧붙였다.
“처음 데뷔했을 땐 별 볼 일 없이 사라질 그룹이구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정도로 파급력 센 인물이 될 줄은 몰랐지.”
“그런 애 두고 다른 그룹 키운다고 팽해 버린 소속사는 아주 후회할 거야. 그렇지?”
“이야기 들어 보니까 배 아프다고 오늘 초청받은 것도 물렸다던데.”
“껄껄…… 그럴 만도 하지.”
그때였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이 무대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것이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셀럽들이 도현의 모습을 촬영하느라 바빴다.
“저랑 같이 인증 샷 좀 찍어 주실래요?”
“저랑도요!”
“오늘 공연 잘 봤습니다. 몸은 괜찮은 거예요?”
도현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의 공연 뒤풀이 자리이니 그럴 만도 했지만,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어색해하기도 했다.
“무대 잘 즐기셨나요? 감사합니다!”
“아파서 걱정했는데 잘 봤어요.”
이름만 들으면 알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들도 그의 무대를 극찬하고 있었다.
특히 어떤 곡이 좋았다느니, 시작할 때 제복 차림으로 등장한 게 멋있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를 도현에게 전했다.
셀럽들의 손에는 샴페인 잔이 들려 있었다.
도현은 그들과 샴페인 잔을 맞부딪히며 건배를 외쳤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도현이 하나하나 인사를 돌리고 다닐 때였다.
“도현 씨, 저랑도 사진 좀 찍어 줄래요?”
도현에겐 낯선 얼굴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초대를 받아서 온 존재이겠거니 싶어서 도현은 자세를 준비했다.
그러나 상대는 도현의 품을 파고들었다.
도현은 이런 사진이 퍼지면 조금 난처하겠다 싶었지만, 셀럽 파티에서 촬영된 것이니 팬들도, 기자들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 찍어요! 찰칵!”
쪼옥─!
도현은 당황했다.
촬영 버튼을 누르며 여자가 도현의 볼에 뽀뽀를 한 것.
“저, 이 사진 지우고 다시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도현은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녀는 어차피 올릴 사진도 아니고, 개인 소장용이라며 거절했다.
도현은 난처했다.
누가 보기에도 의심할 만한 사진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도현은 강호에게 다가갔다.
“형, 저기 저분 누군지 알아요?”
“저 사람? 유명한 사람이잖아.”
“음? 누군데요?”
“일명 옥녀. 유명인들이랑 사진 찍고 인맥으로 이런 행사 다니고, 자기랑 연예인들이 연애한다고 소문 내고 다니고……. 오늘 행사에 어떤 이유로 왔는진 모르겠네.”
도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강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가서 말해 볼게.”
강호가 나섰다.
하지만…….
* * *
[너네 옥녀 SNS에 올라온 사진 봄? ㅇㄴ랑 나도현 사귐?]그 글을 시작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현의 열애설이 확산됐다.
순식간에 다수 커뮤니티에 올라왔기에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시각.
셀럽 파티 진행에 인력이 집중된 휴엔터는 해당 글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