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8화(88/225)
일명 옥녀, 김옥희와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이때를 노렸다는 듯 악플러들이 글을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악플러들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너튜버 ‘렉카’들도 김옥희와 도현을 억지로 연결 짓는 증거들을 만들어 충격 이슈로 만들었다.
고통받는 건 팬들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건…….
“도현아, 내가 네 열애설을 왜 내 손으로 써야 하니.”
바로 스포츠데일리의 유하나 기자였다.
기분 좋게 이틀 차 공연, ‘올콘’을 뛰고 와서 사진과 영상 편집을 하고 있는데, 이게 웬걸?
도현의 열애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나간 것 아닌가.
김옥희는 하트와 함께 별다른 설명 없이 뽀뽀 사진을 업로드했다.
김옥희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도현이 자신의 연인을 콘서트에 초대해 애정 행각을 벌인 줄 알 터.
그뿐만 아니라 휴엔터와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화 좀 받아라……. 하, 답답하다, 정말.”
유하나 기자는 고통에 잠겨 있었다.
* * *
상황 파악을 가장 먼저 한 건 휴엔터의 다른 이도 아닌 도현이었다.
‘응? 웬 SNS에 내가 태그돼 있지?’
도현이 들어가 보니 ‘옥녀’라고 불리던 여성의 계정인 듯했다.
하트 한 개와 더불어 도현을 태그했고, 마치 오래된 연인인 것처럼 뽀뽀하는 모습을 업로드한 것.
도현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옆방에 퍼져 있는 강호를 불렀다.
“호야 형! 큰일났어요!”
“……어, 어? 뭔 일?”
“형, 아까 그 옥녀라는 분. 그분 계정에 뽀뽀하는 사진이 올라왔어요. 아까 조치한 거 아니었어요?”
그 말에 강호도 당황했다.
강호가 다가가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해당 사진을 지우고는 “됐죠?”라고 쏘아 붙이던 옥녀의 모습을 봤기 때문.
“내가 분명 삭제하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봤는데? 설마, 프로그램으로 사진 복원한 건가?”
가능성이 높았다.
“형, 이거 회사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댓글 창도 난리가 났고 기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얼른 연락할게. 하…… 골칫덩어리였네.”
강호 형은 전화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겠다며 집 밖으로 나갔다.
도현은 직접 나서서 지워 달라 할까 고민했지만, 그랬다간 이 관심 종자를 자극해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웬만해선 팬들 반응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기분 좋게 공연을 마치고 들어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아…… 공연을 어떻게 끝냈는데 이런 일이 생기냐고!”
도현은 강호가 전화를 하고 들어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타로 카드를 꺼냈다.
이번 주제는 ‘옥녀와의 일방적인 스캔들이 내 인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요?’였다.
카드를 섞는 도현의 모습은 신중했다.
이번에는 딱 두 장만을 뽑기로 결정했다.
눈을 감은 도현은 스프레드를 한 상태에서 촉이 오는 카드 두 장을 뽑았다.
그리고 나온 카드는…….
[The tower] [Seven of swords]였다.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뜻의 탑 카드.
일명 ‘도둑놈’ 카드라고 불리는 7개의 칼 카드.
이를 종합해서 해석해 보자면, 도현의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아, 지금까지 카드가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었지.”
도현은 심란해졌다.
2일 차 무대에 오른 건, 자신을 기다려 준 팬들과 부모님 때문이었다.
무리를 하면서도 무대에 올랐던 것이, 입원 일정을 잡으면서도 무대를 꾸미고자 했던 것이 ‘옥녀’라는 존재 때문에 무너지게 생겼다.
지이잉─
도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엔터 매니지먼트 실장님]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도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아니, 도현 씨. 옥녀를 몰라?]“저는 잘 몰랐어요.”
그럴 만도 했다.
옥녀는 인기 많은 존재를 노리고 다녔으니까.
인기 없던 옛날의 도현에겐 쥐뿔도 관심 없었을 터.
게다가 풍문을 떠도는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휴…… 옥녀 저거, 건수 잡았네. 한번 문 이상 한동안 관심받으려고 발악할 텐데. 쟤한테 당한 애들이 한둘이 아냐.]지금 와서 이 말을 들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죄송합니다.”
마음에 없는 죄송하단 말을 내뱉은 도현은 초조해졌다.
이대로 팬들이 떠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서 지금 자리에 올라오게 되었는데.
공연을 마치자마자 열애설이라니.
제아무리 부상 상태에서도 당찬 무대를 보였던 도현이라 할지라도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졌다.
“실장님, 무슨 방법 없을까요?”
[아니라고 부인해야지. 아니, 애초에 옥녀랑 사귄 것도 아니잖아? 다만, 앞으로 고생깨나 할 것 같긴 해, 도현 씨. 옥녀 쟤가 기자들이랑도 친하거든. 어떻게 그런 인맥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하아, 알겠습니다. 제 자필 편지 같은 것이라도 올릴까요? 사실 연예계 생활 하면서 이런 일 처음 겪어 봐서요.”
[사실도 아닌데 자필 편지는 오버인 듯하고. 곧 우리 측 입장 나갈 거거든? 그럼 그때 맞춰서 SNS에 글이라도 올리면 좋겠어. 알겠지?]“예. 알겠습니다.”
* * *
안녕하세요, 나도현입니다.
오늘 공연 이후 올라온 사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상대분은 오늘 처음 뵙는 분이셨고,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했습니다.
현장에서 사진을 삭제하였기에 별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소속사에서 낸 공식 입장과 제 입장은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논란을 일으킨 점 죄송합니다.
– 나도현 드림
* * *
[나도현이 SNS에 ㅇㄴ 관련해서 글 올렸네]ㅋㅋㅋ ㅇㄴ 고소한다고 휴엔터 공지에 써 있던데 ㅋㅋ ㅇㄴ 이제 좀 덜 깝치고 다니겠누
└제발 돌판에서든 스포츠판에서든 옥녀 좀 안 봤으면 좋겠다
└ㅇㄴ 고소 잘한다니까 조심해 나름 쟤 일반인임
└솔직히 누가 봐도 구라인 거 티 나는데 정신 승리하는 ㅇㄴ가 도른 자인 거 아님?
└ㅇㄴ ㅇㄱㄹ까지 붙은 걸 보니 혀니가 뜨긴 떴는갑다 근데 왜 이리 빡치냐 ㅋㅋㅋㅋ
└악플 달리거나 허위 사실 유포하면 군말 없이 PDF 따서 휴엔터로 ㄱㄱ
* * *
“하아…….”
소속사의 뒤늦은 대처와 도현의 공식 입장에도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옥녀가 자신의 SNS를 통해 도현과 찍은 사진을 몇 장 더 올리면서 불길은 거세졌다.
그저 뒤풀이 파티에 와 줬기에 사진을 몇 장 찍어 줬을 뿐인데, 이 정도로 일이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현의 팬이 줄었다는 건 SNS 팔로워 수로 티가 났다.
단 며칠 만에 팔로워가 1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회사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탈하는 팬을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도현을 힘들게 하는 건 다른 데에 있었다.
소위 말하는 SNS 기본 프로필 계정들이 우르르 나타나 탈덕한 팬이라며 헛소문을 유포하기 시작한 것.
“도현아, 휴대폰 그만 보래도.”
며칠 내내 휴대폰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도현이었다.
매니저이기에 강호는 도현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형, 나 진짜 뭘 해야 돼요? 내가 아니라는데, 회사가 아니라는데……. 웬 나도 모르는 사람이 나랑 사귀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자들은 그 여자 말을 받아쓰기 하듯 기사 내고 있고. 회사는 고소하네 마네 하고 있고. 도대체 내가 뭘 해야 사람들이 날 믿어 줘요?”
“아니, 이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도현아. 옥녀 유명하다니까? 언론도 다 알아. 다 아는데, 그 기사를 쓰면 어뷰징 되거든. 클릭마다 돈벌이가 되니까. 그래서 기사를 쓰는 거야.”
“그것도 알아요. 그런데 난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요. 사람이니까 그런 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 들면 안 돼. 그 사람들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이야. 어쩌면 네가 이 바닥에서 구르면서 겪게 될 가장 첫 번째 큰일일 수도 있어. 앞으로 숱한 고비를 넘겨야 할 거야. 네 번째 데뷔에 성공했지만 말이다. 그동안 내가 업계에 있어 보니 그래.”
강호 나름대로 위로를 해 주는 말이었지만, 도현에게는 위로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어딘가에 처박혀서 곡 작업만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진심을 누군가 이해해 줄까?
“형, 저 회사 갈래요.”
“회사? 굳이 이 시점에?”
“작업실엔 가야죠. 곡 작업이라도 하면서 기분 풀래요. 안 그러면 제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서 그래요.”
강호는 회사 앞에 도현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외국 팬들이 있다고 알려 줬다.
“상관없어요. 외국 팬이든, 한국 팬이든. 그냥 난 작업실에 가고 싶을 뿐이에요. 회사 출근이라도 열심히 해야 사람들이 절 조금 다르게 봐 주려나요.”
“도현아, 그냥 집에서 작업하는 건?”
강호는 다시 한번 말렸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회사 갈게요. 그리고 이 열애설, 진짜 아니잖아요. 회사까지 옥녀라는 분이 찾아올 일도 없을 테고…….”
“아냐. 옥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이거 사실 말 안 하고 넘어가려던 건데, 우리 회사에선 옥녀에게 셀럽 파티 초대권을 안 줬대. 애초에 차단한 거지.”
“그럼요? 어떻게 들어온 건데요?”
“그 루트를 몰라. 아마도 거기 있던 누군가를 따라온 것 같은데……. 경호가 옥녀인 걸 못 알아본 거지. 다들 뒤풀이하느라 신경이 다른 데 가 있었고. 회사 잘못이 크다.”
강호의 말에 도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휴우, 알았어요, 형. 저 혼자 작업하러 가니까 형은 집에 계세요. 안 데려다줘도 돼요.”
“진짜 혼자 갈 수 있겠어? 이상한 인간이라도 붙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건 없다고 봐요.”
냉소적인 도현의 말에 강호는 차 키라도 가지고 가라며 내밀었지만, 거절당했다.
도현은 집에서 나와 터덜터덜 걸었다.
빌라를 벗어나 대로변으로 나온 도현은 자신의 사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현아, 열애설 난 느낌이 어때?”
그중 하나가 약을 올리듯 말했다.
도현이 평소에 사생들에겐 인사도 안 하는 걸 알면서 그러는 것이었다.
도발이었지만, 도현은 반응하지 않고 택시를 기다렸다.
[빈차]라는 표시가 단 택시가 오자마자 도현은 올라탔다.그런 도현을 보던 사생들은 일명 ‘사생 택시’를 타고 도현을 쫓아갔다.
도착지는 휴엔터.
회사 입구에는 강호가 말한 대로 도현을 보기 위해서 먼 나라에서 온 팬들이 즐비해 있었다.
“하이, 도현!”
“도현 오빠, 하이!”
“오겡끼데스까, 도현!”
“봉 쥬흐, 도현!”
각 국의 언어가 들려왔지만, 도현은 모자를 푹 눌러쓰며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작업실로 가려고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도현이 타려는 순간.
도현을 알아본 직원들이 흠칫 놀랐다.
아마도 열애설 때문이리라
유달리 길게 느껴지던 엘레베이터에서 뛰쳐나오듯 나온 도현은 서둘러 작업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거기엔.
“왔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