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9)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89화(89/225)
그 자리에 있는 건 이준혁 피디님이셨다.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내가 올 걸 알고 계셨나?
“어, 피디님, 안녕하세요…….”
“온다는 소식, 매니저한테 연락 와서 알게 됐어요.”
“아, 그러셨군요.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솔직하게 답했다.
피디님이 계실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오늘 같은 날은 작업실에 콕 있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 때죠. 그렇죠?”
피디님은 내 생각을 읽는 것만 같았다.
아니면 호야 형이 전달해 줬거나.
“집도 갑갑하고 뭔가 풀어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작업 함께하려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겁니다. 사실 냉정한 평가로 유명한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웃기기도 할 테지만, 멘탈 잡아 주는 역할도 내가 하고 있거든요. 아티스트들 멘탈 보호.”
조금은 의아한 말이었다.
곡 작업을 할 땐 칭찬 한 번 안 하시던 분이 아티스트 멘탈을 잡아 주신다고 하니 놀랐다.
뭔가 평소의 이 피디님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히네. 나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뜨끔.
“예. 맞습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어떤 곡을 만들고 싶습니까?”
사실 뭔가를 정하고 오진 않았다.
집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작업실을 택한 것일 뿐.
“그냥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상황에서 팬 송을 만든다? 그것도 조금 웃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논란 자체를 제가 일으킨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팬들은 억지로 논란을 만들어서 이탈하고 있고. 믿어 주는 사람은 없는 것만 같고, 속이 답답할 거예요.”
“네. 정말 답답해요. 뭐라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요. 내가 무대를 통해 진정성을 내비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달이 안 된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도현 씨. 우리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자, 도현 씨는 데뷔 10년 차고, 서바이벌을 통해 재데뷔에 성공했어요.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이 피디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지금이 인기가 정점에 다다른 시기인 것 같고, 팬들이 떠날까 봐 초조해지는 것도 맞죠?”
“……예.”
거기다가 타로 결과까지 그렇게 나왔으니…… 내 팬들이 얼마나 빠져나갈지 더 걱정되는 것이었지만.
뭐, 이건 피디님께 말할 이야기는 아니니 생략하기로.
“그 초조함을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 있어요?”
“아뇨. 존경까진 해 봤어도 팬이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나는 해 봤거든. 누군가의 팬. 아티스트가 초조해하고, 곡 작업도 그렇게 하면 곡에서부터 티가 나요. 얼마나 티가 나는지 모를 거예요. 그래서 지금 작업은 그냥 평소에 쓰고 싶던 거, 그런 거 하라고 조언을 해 주려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평소에 뭘 쓰고 싶었어요?”
음…….
내가 하고 싶던 건 매월 곡 하나씩을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는 것.
나의 작업물을 세상에 내놓는 작업이었다.
나는 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좋아요, 그 생각. 그냥 포커페이스 유지하세요. 사람들 모를 것 같죠? 다 알아요. 그 사람 때문에 억지 열애설 난 거. 그런데 그냥 자기들 가십거리 필요해서 이용해 먹는 거야. 인기 많은 것을 통해서.”
“저는 세상이 절 안 믿어 준다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를 너무 안 믿어 줘서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를테면 팔로워 수가 1만이나 줄어든 것이라거나…….”
“팬덤이 항상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워요. 늘었다가 줄어들기도 하고……. 지금 안 그래도 하고 있는 거 많잖아요? 심야 라디오 DJ로는 이제 짧은 휴식 끝에 복귀할 예정이고. 그 밖에도 스케줄 잡힐 것이고. 도현 씨 계획대로 매달 한 곡씩 발매된다고 쳐, 그럼 그대로 곡이 나올 거 아니에요. 그 활동도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죠. 우리 회사는 그걸 도울 것이고.”
휴엔터가 대형 기획사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맞아요……. 회사 측의 입장을 고려해 보진 못했네요.”
“그러니까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지 말고, 당당해지란 말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SNS에 올린 자필 사과문? 그거 필요 없었다고 봐요. 도현 씨는 사람이 착해.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독할 땐 독해져야 하거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독해져요, 도현 씨.”
* * *
이준혁 피디와의 만남 이후 도현은 곡 작업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SNS 업로드는 중단됐으며, 도현 역시 휴대폰을 자주 보던 걸 멈췄다.
처음에는 실시간 팬들과 악플러들 반응이 궁금해서 참는 게 어려웠지만, 그것도 한두 번.
참으려고 하니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회사에서는 도현이 월간 프로젝트를 1년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자, 그렇게 해 보자고 밀어줬다.
매달 13일 곡 발표를 목표로 삼고 도현은 작업실에서 내내 악기와 기계만 만지는 중이었다.
그사이 휴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옥녀’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홍보팀장은 언론사와도 친밀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옥녀가 손을 쓸까 염려했다.
그래서 일부러 휴엔터와 우호적인 매체에게 현장 중계를 해 달라고 부탁도 한 터.
옥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게 뭐요? 나도현 씨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거 해 보고 싶지 않아요?”
“저, 옥희 님. 팬이라고 해서 다들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사진도 당일 자리에서 삭제하셨다면서요. 그런데 그걸 굳이 되살려서 올리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현 씨 인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옥녀는 매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람이니 그동안 업계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니며 민폐를 끼쳤지.
옥녀의 손이 안 닿는 분야는 없었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에도 옥녀의 손길이 뻗어나갔다.
그중 하나가 썩어빠진 인터넷 언론이었고.
“옥희 님, 아시잖아요. 팬이시라면서요. 그렇다면 도현 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올라왔는지 아실 거 아니에요.”
“하, 지금 나한테 설교하시려는 거예요? 만나자고 해 놓고?”
“설교가 아니라요. 사실이 그렇단 거예요. 도현 씨 팬이라면 도현 씨가 더욱 날아오를 수 있게 해 주셔야죠. 기습 스킨십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게 아니라.”
“그래서 나도현이 뭔 피해를 봤는데요? 기사화된 거? 오히려 제가 피해를 봤거든요? 저한테 악플이 얼마나 달리는지 아세요?”
“그럼 사진 삭제만 해 주시면 되잖아요. 사진만 내려 주시면 저희 쪽에서도 금전적으로도 보상해 드릴 거고, 악플에 대응에 대해서도 도움드리겠습니다. 사진만 내려 주세요.”
홍보팀장은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옥녀는 돈으로 보상을 해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 나오자 눈빛이 변했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오래 치료받아야 할 것 같거든요. 적어도 몇 달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 비용 부담 가능하세요?”
홍보팀장은 잇새로 실소가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이 사람, 목표가 확실했다.
참 더러운 천민자본주의의 한 형태로구나 싶었다.
“1,000만 원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더러운 선례를 만들면 이 사람이 계속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휴엔터 측에서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하는 중이었다.
“그 돈으론 어려운데요. 고작 1,000만 원으로 몇 개월 치료를 다 받을 수 있다고 보세요? 정신 상담 치료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그럼 얼마를 원하세요.”
옆에 있던 휴엔터 이사가 나섰다.
이사의 말에 옥녀는 5,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저희는 지급해 드릴 수 없겠네요. 죄송합니다. 지금 이 자리, 없었던 것으로 하죠.”
“어머, 뭐야? 지금 사람 불러다 놓고 장난해요? 없는 자리로 하자고? 저기 저 사람은 기자 아니고요? 기자까지 대동한 자리에서 물 먹이는 거예요?”
이사와 홍보팀장은 답하지 않았다.
옥녀는 분에 찬 듯 컵을 던졌다.
쨍그랑─!
그 모습마저도 카메라에 담겼다.
찰칵찰칵찰칵─
캠코더와 녹음기도 동시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하, 진짜 어디서 듣보잡 데려다가 키워 놓고 잘난 척은 오지게 하네. 그래 봐라. 1년 뒤엔, 아니 당장 한 달 뒤에 누가 나도현이라는 이름 친근하게 찾을 거라고 생각해? 나 정도 되니까 기사화 많이 시켜 줬지.”
옥녀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옥녀가 아니었더라도 기사화는 충분히 많이 됐을 터.
이사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옥녀를 향해 한 방을 날렸다.
“김옥희 씨, 사진 삭제를 못 하겠다면 어쩔 수 없죠. 허위 사실 유포한 사실만으로도 고소 가능하니까요. 저희는 기회를 드렸고, 그 기회를 저버린 것은 김옥희 씨입니다. 그러니 원망하지 마세요.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나를 고소한단 거예요?”
“김옥희 씨가 강제적으로 아티스트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거기에 삭제한 사진 복구시켜서 하트 붙이며 업로드하셨고요. 그로 인해 아티스트에게 피해가 발생했으니 회사는 당연히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이사의 장황한 말에 옥녀의 표정이 변했다.
“그래! 어디 해 볼 테면 해 봐!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테니까!”
* * *
[단독] “해 볼 테면 해 봐”부터 “5,000만 원!”…… 김 모 씨, 나도현 협박 정황└허니들 이 기사 봤어? ㅇㄴ 진짜 미친 거 아니냐?
└기사 보니까 회사가 혀니 보호해 줘서 고맙긴 한데 ㅠㅠ 일 처리 새삼 잘한다고 느끼는 중이긴 한데 ㅠㅠ ㅇㄴ 진짜 너무 싫다 인간이 이렇게 싫어져도 되는 건가?
└나도현 불쌍하다……
└ㅇㄴ가 솔직히 뭔 죄가 있음? 어차피 나도현이 포즈 취해준 거잖음?
└ㅇㄴ 등판?
└ㅇㄴ 일반인 고소 잘한다니까 다들 수위 조심조심
└옥녀 진짜 징하다 ㅋㅋ 온갖 판에서 다 저러고 다니잖아 쟤 진짜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님아 이거 악플이에요
└└쟤 때문에 피해 본 사람이 한둘인 줄 앎? 기사를 봐라 대놓고 돈을 요구했다잖아 나도현이 피해자인 데다가, 성추행까지 당한 건데 ㅋㅋ 이 정도 악플은 받아도 되는 거 아님? ㅋㅋ
└까질도 적당히 하자
└└아니 내가 나도현 까질했냐고 ㅋㅋ 지금 도혀니가 멘탈 바스스 되어서 안 올려도 될 사과문까지 올리고 소식도 안 들려오는데 장난해? 너는 화도 안 나? 아티스트가 피해를 입은 건데? 기사 똑바로 안 봤음? 진짜?
기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퍼졌고, 팬들끼리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대한 도현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쪽, 하지만 도현이 피해를 입었으니 그만큼 상대를 대해도 된다는 쪽.
양극단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도현의 단독 기사 조회 수는 100만 뷰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