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90)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90화(90/225)
결국은 파국에 이르렀다.
휴엔터는 옥녀를 고소했다.
옥녀가 사방팔방에 민폐를 끼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옥녀는 고소에 맞불을 놨다.
자신은 그런 적 없다며 억울하다고 한 것.
휴엔터가 옥녀를 고소한 이유는 원치 않는 아티스트 성추행.
허위 사실 유포는 법무팀 협의 결과 애매했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도현과 옥녀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언론의 관심은 연일 도현?휴엔터 VS 옥녀 사건으로 집중되었다.
옥녀는 자신과 친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옥녀는 불구속 조치 됐지만, 연예계에서 점점 입지를 잃어 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연예계는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인물과 엮이고 싶지 않아 하니까.
억울하다고 읍소하는 것도 한두 번이었다.
법적 공방은 빠르게 진행됐고, 때마침 증거 하나가 더 풀렸다.
다른 셀럽의 영상에 옥녀가 급작스럽게 도현의 볼에 뽀뽀하는 모습이 담긴 것.
이것을 발견해 낸 팬들은 영상이 지워지지 않게 박제하고 소속사로 증거 영상을 보냈다.
이 때문에 여론에서도 법적으로도 옥녀는 불리해졌고, 결국 벌금형에 처해졌다.
* * *
“저기…… 나 옥희야. 전화 좀 가능하니?”
옥희는 자신의 인맥을 확인하고자 주변 연예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 옥희야. 미안해. 내가 지금 바빠서 나중에 연락 줄게.] [옥희야, 지금은 전화를 못 받아.]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미안한데, 그만 연락해 줬음 좋겠어.]“아니, 내가 지들한테 해 준 게 얼마인데! 이제 와서 나를 쌩까는 거야?”
옥희는 화를 냈지만, 그녀의 인맥 끊기는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연예인들과의 인맥 확인도 잠시.
이번에는 언론사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국장님! 저 기억하시죠? 김옥희예요.”
뚝.
띠이띠이.
전화가 끊겼다.
“어머머, 김 기자님? 저 기억하세요? 저 김옥…….”
[죄송하지만 누구시죠?]“저 정말 기억 안 나세요? 얼마 전에도 우리 인터뷰 했었는데.”
[죄송합니다. 스팸인 것 같네요. 끊습니다.]* * *
옥녀가 그러한 상황이라는 걸 도현은 강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도현아, 그 옥녀…… 그렇게 됐다던데.”
“다행이네요, 그렇게 돼서.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이한 것이라고 봐야 할지.”
“권선징악으로 보는 게 낫겠지?”
“저를 괴롭힌 사람이 다시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전 마음 편하게 음악 작업 해야겠어요.”
“그래, 너 안 그래도 요즘 핼쑥해졌는데 건강 챙기고. 형이 뭐라도 사 갈까?”
“아니에요, 형. 좀 있다가 구내식당이나 같이 가요.”
“어, 연락할게.”
* * *
도현은 작업실에서 막 따끈따끈한 곡 하나를 완성해 낸 참이었다.
조금 전 이준혁 피디에게 연락을 했기에 그의 옆에는 이 피디가 함께하고 있었다.
“피디님, 어때요? 저는 월간 도현으로 무료 음원 사이트에 푼다 하더라도 아쉽지 않을, 오히려 앨범에 정식으로 넣지 그랬냐는 퀄리티의 음악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이 피디는 다시 한번만 들어 보자고 말했다.
도현은 곡을 재생했다.
이어서 흘러나오는 노래.
이 피디는 마지막까지 듣고선 입을 열었다.
“이런 곡을 12곡을 모아서 연간 나도현으로 발매하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이 피디의 긍정적인 반응에 도현은 설레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에게도 좋죠!”
“휴엔터는 음악적으로는 아티스트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아주 좋아요. 월간 나도현을 넘어 연간 나도현이 10개가 쌓일 때까지, 아니 그 이상이 쌓일 때까지 열심히 해 봅시다.”
* * *
[도혀니 월간 도현 들어봤어?]└나 오열할 것 같아 ㅠㅠㅠㅠ 작업실에서 혼자 작업하면서 어떤 생각했을지 가사에 다 드러났어
└진짜 나도현 팬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ㅠㅠㅠㅠㅠ 솔직히 어처구니없는 열애설이라는 거 알면서도 미워했는데 마음이 돌아옴
└내 탈덕 출구는 혀니가 콘크리트로 막아 버림 이제 탈덕은 없다 평생 가자 디너쇼 가자 나도현
└도현아 사랑해 너밖에 없어 네가 나의 원 앤 온리야
└나도현 나랑 결혼하자아아아
└잠깐이었지만 휴덕 생각 중이었는데 도현아 미안해 너의 진심을 몰라 줘서 ㅠㅠ
└솔직히 이번 음원 듣고 많이 깨달았고 깨쳤어 도현이가 어떤 자세로 음악을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도현이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 잠시라도 다른 생각했었는데 크게 느끼고 간다
* * *
일명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서울 연남동 공원 한구석에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음향 장비들을 설치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누가 또 버스킹 하나 보네” 하고 지나쳤다.
그 시각.
도현은 기타를 매고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현재 음원 사이트 차트에서도 들을 수 있는 첫 번째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 그뿐만 아니라 월간 도현으로 발매된 곡까지.
곡도 다양했다.
사실 버스킹을 하기엔 추운 날씨였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현은 꼭 지금 버스킹을 해야 한다며 회사 측에 요청을 했다.
그 결과 스태프들이 연트럴 파크에 음향 장비를 비롯해 구경하는 사람과 도현의 손가락이 얼지 않도록 온풍기까지 설치하는 중이었다.
“도현아,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메이크업 받자.”
강호의 말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형. 저는 그냥 메이크업 안 받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할래요.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깜짝 선물로 버스킹 하는 것이니까요. 너무 준비한 티가 나면 그 나름대로 또 푹 식지 않을까요?”
도현의 주장은 확고했다.
음향은 제대로 준비하되, 자신은 꾸미지 않을 것.
“……뭐, 네 의사가 그렇다면야. 알겠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매고 있던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타로 카드를 섞었다.
월간 도현은 성공적이었고, 떠나갔던 팬들의 자리는 새로운 팬들이 자리 잡았다.
추락하는 줄 알았는데, 잠시 착륙한 것뿐이었다.
도현은 그런 팬들을 떠올리며 오늘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한 장을 뽑았다.
[Three of cups]세 명의 여신이 잔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진 카드.
‘오늘의 운세가 좋군. 결과가 만족스럽겠어. 팬들이 부디 기뻐했으면 좋겠다.’
* * *
도현이 탄 차는 어느새 연남동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도현은 기타를 맨 채로 차에서 내렸다.
강호의 안내를 받으며 연남동 공원으로 걸었다.
“대박! 쟤 나도현 아니야?”
“헐. 진짜 나도현 맞는 것 같은데?”
“기타 맨 거 보니까 뭐 하러 온 건가?”
“아까 우리 지나쳐 올 때 버스킹 음향 장비 설치 크게 한 거 있었잖아!”
“우리 한번 따라가 볼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도현을 따라붙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윽고 버스킹 장소에 도착한 도현.
어느새 사람들이 빙 둘러서 서 있었다.
음향 장비 스태프들이 다시 한번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현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냈다.
기타를 맨 그는 목을 풀었다.
‘바람이 차긴 차구나.’
무스탕 재킷을 입은 그는 찬바람을 느끼며 손이 시리지 않도록 핫팩을 쥐고 있었다.
“아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와아아아아! 안녕하세요!”
“나도현이다!”
“네, 저 나도현입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버스킹을 하려고 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서요.”
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도현의 기억은 ‘너첫가’ 버스킹 미션 때로 돌아갔다.
그때 버스킹을 하면서 얼마나 떨렸던가!
“여러분의 함성을 들으니 제가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나오던 때가 생각나요. 그때 많은 환호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래 들려주세요!”
“자, 첫 곡은…… 첫 번째 앨범 타이틀곡입니다.”
도현은 마이크의 높이를 조절한 뒤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옹기종기 붙어서 도현의 무대를 감상했다.
* * *
[대박 나도현 지금 연트럴 파크에 떴음] [나도현 지금 위치 연남동!] [라비따 홈마님 어디 계세요 ㅠ 도현이 지금 연트럴 파크래요 ㅠ] [홈마님들 ㅠ 도현이 직캠 주세요 ㅠ] [도현이 보러 못 가는 저 대신 직캠 찍어다 주실 분] [아니 도현이가 갑자기 오늘 버스킹을 한다고요?] [여러분 저 친구랑 도현이 보는 중이엥됴 손 떨려 ㄷㄷㄷㄷㄷㄷ]* * *
우연히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도현의 무대를 바로 앞에서 보게 된 팬. 그저 연인과 길을 걷다가 도현을 보게 된 일반인들.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무대를 감상 중이었다.
“와…… 우승 괜히 한 게 아니네. 진짜 목소리 좋다.”
“저런 사람이 10년간 묻혀 있었다는 게 말이나 돼?”
“진짜 놀랍다, 놀라워…… 어떻게 무명 생활을 했었지?”
“음원보다 더 음원 같은 목소리네. 대박이다.”
도현은 한 곡 부를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인사했다.
잠시 간의 공백이 있었던 그에게 버스킹 무대는 또 새롭게 다가왔다.
“여러분, 잘 듣고 계세요?”
우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도현은 이 순간이 매우 행복했다.
자신은 역시 가수를 해야 할 팔자라고 생각했다.
기나긴 시간을 무명으로 살았어도, 이 작은 무대만으로도 행복한 것을 보니 너무나도 좋았다.
“여러분 덕분에 행복한 것 같아요. 날이 쌀쌀하네요. 제 곡 중 초겨울에 들으면 좋을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따스한 겨울’ 들어 주세요.”
언제부터였을까
이 겨울이 춥지 않게 느껴지게 된 것이
너와 함께라면 따스한 겨울이야
항상 함께해 줄래
너와 함께라면 따스한 겨울이야
도현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백여 명이나 모였던 인파는 어느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도현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웃어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행복이지, 다른 게 행복일까.’
* * *
“허억, 허억…… 도현이 아직 무대 중이지? 대충 얼마나 할 거 같아?”
유하나 기자는 현장에 막 도착했다.
합정 쪽에 있다가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된 것.
택시도 안 잡혀서 합정에서부터 연남동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던 터라 유 기자는 지쳐 있었다.
“아까 스태프들 하는 말 들어 보니까 최소 한 시간 예상하던데?”
“죄송합니다, 여기 일행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유 기자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며 말했다.
마침내 도현의 앞에 서게 된 유하나 기자.
그는 카메라를 꺼내 도현을 찍기 시작했다.
오늘 찍은 사진과 영상은 최대한 따뜻한 색감으로 올릴 생각이었다.
최애 곡인 ‘따스한 겨울’을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나도현의 월간 도현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전문적인 카메라를 든 유 기자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일반인 관객들까지도 모두 도현의 무대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따스한 겨울을 안겨 주고 있었다.
그렇게 10여 곡을 부른 도현.
거의 미니 콘서트급이었다.
도현은 손이 많이 얼어서 기타를 치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성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어느새 근처에 있던 사진 기자들까지 와서 도현을 촬영하고 있는 상황.
“여러분, 지금까지 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니야, 도현아! 더 들려줘!”
“마지막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쉽지만 오늘 무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가 최근에 무료 음원 플랫폼에 올린 곡인데요. 곡명은 ‘With you’입니다. 이 추위 속에서도 들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스치는 바람마다 네 얼굴이 생각 나
왜 이럴까 왜 그럴까
너와 함께였던 시간이 소중해서 그럴까
너와 함께이던 순간이 그리워서 그럴까
이제야 깨달았어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With you With you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