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93)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93화(93/225)
휴엔터의 한 회의실.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늘 논의는 바로 도현의 미주 투어에 관련한 것.
지난 해외 K팝 콘서트 이후 휴엔터와 종종 미주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던 업체에서 도현의 미주 투어를 진행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니까…… 도현 씨의 미주 투어, 한번 열어 보자 이거죠? 수요는 생각보다 꽤 있을 것이고.”
“그래 보여요. 당일 현장에서도 도현 씨에 대한 호응도 컸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재능을 펼칠 수 있어 보이니깐요.”
“흐음…… 이쪽 업체에서는 티켓 값을 보통 아이돌의 70퍼센트 정도로 책정해서 공연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네요? 이게 과연 팔릴까요? 까놓고 말해서, 팔릴까가 가장 관건이잖아요.”
누군가의 말에 다들 침음을 흘렸다.
으음─
하는 소리가 회의실을 채웠다.
“팔릴 것이라고 봅니다.”
회의에 참석한 이준혁 피디가 말했다.
그의 의견은 강력하게 작용하는 편이었다.
이 피디가 입을 열자, 다른 이들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맞아요. 국내에서만 7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해외에서도 ‘너첫가’를 통해서 인지도를 쌓았는데 너무 크거나 터무니없는 규모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혜성미디어에서 제안한 공연장들도 괜찮아 보이고요.”
공연업체, 혜성미디어에서 제안한 곳은 한국 기준으로는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만 한 중소규모 공연장이었다.
“이 정도면 미주 투어를 진행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대도시로 몇 군데 진행하면 되겠고요. 혜성미디어랑 미팅해서 조율하시죠.”
이 피디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성미디어와의 미팅 일정이 잡혔다.
* * *
“뭐라고요?”
나는 지금 얼떨떨했다.
얼마 전 LA K팝 콘서트에 다녀온 게 생생한데 내가 미주 투어를 진행한다고?
나 혼자서?
작업실에 온 호야 형이 말해 주는 걸 들으면서 믿기지 않아서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 물론, 볼이 아팠다.
“어. 확정이야. 특히 이준혁 피디님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셨어. 혜성미디어랑 미팅 자리에 직접 나가시기도 하셨고.”
“……아?”
그런데 혜성미디어라는 이름.
뭔가 쎄한 촉이 왔다.
단순히 이름만으로 이런 미묘한 느낌이 드는 때가 드물었는데.
“형, 저 타로 좀 볼게요.”
“너도 안 믿겨서 보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혜성미디어란 곳에 대해 보는 것이지만.
굳이 호야 형에게 알릴 필욘 없었다.
착착착착!
카드를 섞고 눈길이 가는 카드 세 장을 뽑았다.
그러곤 카드를 뒤집었다.
[Three of Swords] [Seven of Swords] [The tower]……어?
흐름이 왜 이래?
심장에 칼 꽂힌 3개의 칼 카드, 도둑놈 카드인 7개의 칼 카드, 큰 변화가 찾아올 것임을 알리는 탑 카드.
“형. 혹시 이번 콘서트 진행하는 측에…… 업체 주의하라고 전달해 주실 수 있어요?”
“엉? 왜? 카드 모양이 요상하긴 한데. 뭔가 안 좋은 거야?”
“느낌이 그래요.”
“에이, 설마. 나도 이쪽 일 해 봐서 알지만 혜성미디어, 공연 주최 쪽으로는 꽤 알려진 곳이야.”
“여기 이 카드. 보이시죠?”
나는 7개의 칼 카드를 가리켰다.
“이거 도둑놈 카드거든요. 그러니까 불길하단 거예요. 돈 먹고 나를까 봐.”
“설마. 업계 뜨려고 각오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
형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난 내 카드가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형 혹시 모르니까 넌지시 말이라도 해 주세요. 여기 혜성미디어, 조심하라고.”
“그 정도로 말하니 내가 전달은 해 볼게. 하지만 이번 타로점은 틀린 것일걸? 아무튼 난 다시 회의하러 가 볼게.”
형이 나가고 난 뒤, 난 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준혁 피디님의 작업실에 갔다.
다행히 피디님이 계셨다.
“피디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뭡니까? 아, 미주 투어 진행 소식은 들었습니까?”
“조금 전 들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혜성미디어.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요.”
“왜요? 거기 휴엔터랑도 몇 차례 일을 진행해 본 곳인데.”
타로로 미래를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조금 더 신중해도 좋잖아요? 거기 말고도…….”
“정확한 근거 없이는 어려울 겁니다. 업체 선정하고 바꾸는 일 꽤 까다로우니까요.”
“그거야 알지만. 아무튼 제 말 생각해 주세요.”
“일단은 뭐…… 걱정되는 마음도 알겠습니다. 첫 미주 투어니까 그렇기도 하겠죠. 담당자에겐 전달하겠습니다.”
더 강조하고 싶었건만, 피디님이 여기서 말을 자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한 발 물러날 수밖에.
* * *
도현이 걱정을 하는 동안 휴엔터와 혜성미디어는 미팅을 마치고 계약을 체결했다.
북미 투어로 진행되는 이번 투어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토론토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총 10여 군데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북미 투어의 포스터가 공개되자 해외 팬들의 문의가 끝없이 빗발쳤다.
└나 드디어 도현이 볼 수 있는 거임?
└해외 팬 ㅠㅠ 감동이다 진짜
└도현이가 여기로 와 준다니까 너무 기뻐 ㅠㅠ 한국 콘 못 가서 슬펐는데
└솔직히 나도현 전 세계 투어 갈 때도 되지 않았냐
└나도현 북미 투어 도는 김에 남미도 와 주라
└혀니가 유럽에도 와 줬으면 좋겠어 그럼 음악적으로도 영감도 얻고 좋을 텐데!
└나도 북유럽 사는데 유럽 투어 오면 진짜 보러 간다 꼭
└북미 허니들 진짜 부럽다
└그래서 봄이 오면 혀니가 북미로 간다고?
└한창 좋을 계절에 봄맞이 소풍 가네 우리 혀니
* * *
“다들 그 이야기 들었어? 나도현, 북미 투어 진행한다는데 그거 나가리 됐다며.”
“그러니까. 안타까워서 어쩐대? 걔는 잘나가다가 꼭 한 번씩 삐끗하는 지점이 있더라?”
“어어, 저기 나도현 씨 지나간다. 쉿.”
도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작업실에 작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에 왔다.
도현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상한 시선을 느끼곤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
왜 이런 예감은 엇나가질 않을까.
도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업실 대신 내근직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발을 내디딜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혜성미디어 사장이 튀었…… 아, 헉!”
도현을 본 직원이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들은 상태였다.
“진짜로, 진짜로 그렇게 됐다고요?”
도현은 자신이 들은 게 믿기지 않아서 물었다.
“그, 그것이…… 이 팀장님!”
때마침 이준혁 피디가 등장했다.
이 피디는 도현에게 다른 장소로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두 사람은 도현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도현 씨. 그러니까…… 북미 투어가 무산되게 생겼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제가 분명 거기 이상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분명 휴엔터와 수차례 북미 투어를 진행하던 업체였기에 신뢰 하나만으로 진행하게 된 것인데 이렇게 된 것은…… 도현 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제 탓이라고도 생각됩니다.”
도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지만, 애써 떨쳐내려 하며 연습에 몰두했던 터.
해외에 사는 팬들의 반응까지 찾아보며 해외 공연을 기다렸던 게 나도현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다니?
타로 카드, 정말 소름이 돋았다.
만신이었던 할아버지가 제아무리 기운을 눌렀어도, 타로 카드로 기운을 누르고 있었어도 용한 팔자는 타고났나 보다.
“……하아.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거야 당연히…… 회사 측에선 혜성미디어 대표를 고소 진행할 것이고, 절차가 복잡해질 겁니다. 기자들이 공식 입장을 물어와서 발표도 할 것이고요. 회사 차원에선…… 아무래도 팬들에게 티켓 값을 환불해 주는 쪽으로…….”
불과 북미 투어의 시작인 뉴욕 공연이 일주일 남은 지금.
이제 와서 공연을 취소한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도현은 자신의 주장을 굳세게 밀고 나가기로 다짐했다.
“저, 이 공연 취소 못 합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진행하겠단 소리입니까? 사측에서는 팬들에게 환불 처리를 진행함으로써…….”
“작은 클럽이라도 잡아 주세요. 저를 기다린 팬들이 있잖아요. 솔직히 수익이 안 나도 좋습니다. 제가 그 비용 메꾸겠습니다. 그러니까 북미 투어. 진행하게 해 주십쇼.”
“……안 됩니다!”
이 피디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도현은 이 표정에 겁먹지 않았다.
“저는 진행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말리면, 제가 직접 팬들을 찾아가서 사비로라도 공연하겠습니다.”
“……아무리 아쉬워도 다음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잖습니까. 사비로라도 공연을 하겠다는 건 너무…….”
“상관없습니다. 물론 수익이 나야 한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랜 기간 연예계에서 구르며 깨달은 것은요, 팬들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 왔을지 전 알고 있어요. 어제까지 찾아보기도 했고요. 하루 아침에 업체가 날라서 공연이 무산되게 생겼다는데, 팬심이 안 흔들릴 리 없잖아요. 그러니, 이 공연 진행하게 도와주십쇼.”
이윽고 이 피디의 입이 열렸다.
* * *
[혀니 공연 취소된 거 알아?ㅠㅠ]└북미 투어 진행하던 업체가 돈 먹고 튀었다매 팬들 ㅌㄷㅌㄷ
└진짜 나도현은 잘나가다도 운발이 없는 것 같아 어떻게 그러지?
└아니, 그래서 회사는 공연을 해 줄 건지 말 건지 확실하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공식 입장도 애매하게 써 놔서 진짜 뭐라는지 모르겠고. 어쩌라는 거지?
└난 작은 공연장이라도 좋으니까 도현이 너무 보고 싶은데.
└솔직히 수익이 안 나는 공연을 휴엔터에서 진행할 리도 없고 이번 기회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나도현 덕질하기 왜 이렇게 힘이 드냐? 진짜 잘 풀릴만 하면 뭐 터지고, 잘 풀릴만 하면 뭐 터지고…….
└난 일단 회사 측으로 팩스랑 메일 보냈어 다들 팩스 총공이랑 메일 총공하자고 ㅌㄷㅌㄷ
* * *
이틀 뒤.
도현은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기간 비행이 될 터.
도현은 안대를 쓰고 잠을 청했다.
그는 불과 하루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착착착착─
타로 카드가 섞이는 소리가 나고 순서대로 세 장이 놓였다.
첫 번째 카드.
[Ace of Pentacles]두 번째 카드.
[Three of Cups]세 번째 카드.
[The chariot]‘……음. 세 장 다 좋은데 굳이 한 가지 좋은 것을 뽑자면. 천운이 따르는 첫 번째 카드. 그것이 좋겠다.’
도현이 보고 있는 것은 뉴욕의 클럽이었다.
강호는 우려하는 마음이었지만, 도현은 시차를 고려해 미리 연락까지 하며 세 군데를 후보군에 올려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중 한 곳을 타로 카드로 뽑은 것.
“……정말 여기 괜찮을 것 같아?”
“유명 뮤지션들, 이런 공연 자주 하잖아요. 저, 이런 데서도 하고 싶어요. 유명 뮤지션들처럼.”
그렇게 도현의 뉴욕 첫 번째 콘서트장이 결정됐다.
‘……카드 세 장이 좋게 나와서 참 어려운 결정이었지.’
그 생각을 하던 도현은 이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