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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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의 첫날
깜빡.
나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회귀했군.”
어쩌면 더 이상의 회귀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무한회귀인가···.’
그러나 회귀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나의 능력이 단발성, 혹은 유한성 회귀가 아닌, 끝이 없는 무한회귀라는 데에 점차 생각이 기울고 있었다.
“젠장.”
나는 머리를 털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휘익!
전 과장의 손이 날아온다.
나는 녀석의 손을 스윽 피하고 손을 놀렸다.
파바밧!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손을 놀려, 전 과장의 마혈을 짚었다.
“어, 어엇···!”
녀석이 아가리를 놀리는 게 시끄러워, 내친김에 빠른 속도로 아혈까지 짚어 버렸다.
워낙 빠른 속도로 혈을 짚은 탓인지, 전 과장은 물론이고 옆에서 보던 이들도 뭐가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무, 무슨 일인가? 전 과장···.”
“왜 그러는 거야?”
나는 전명훈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해 보았다.
“마비라도 온 모양입니다.”
“저런, 이게 무슨 꼴인가? 이럴 게 아니라 빨리 몸이라도 주물러 주세.”
“아, 제가 마비에 잘 드는 약초를 알고 있습니다. 약초학을 배운 적이 있어서요.”
나는 근처에서 수면초를 뿌리째로 뽑아 전명훈의 앞으로 가져갔다.
“전명훈 과장님, 과장님은 지금 마비에 걸리셨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계속 그 상태로 있으시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으니, 이걸 꼭 드셔야 합니다. 계속 마비에 걸려 계시면 불구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
나는 전명훈에게 다가가며 은근슬쩍 그의 아혈을 풀어 주어 입은 움직이게 해 주었다.
“자, 잠깐! 흐, 흙은 좀 털어 주게!”
“안 됩니다! 이 약초는 지금이 제일 효과가 좋은 상태고, 지금 이 상태로 드시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집니다. 흙은 조금 털어 드릴 테니, 어서 드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평생 불구를 강조하며, 흙이 덕지덕지 붙은 약초를 전명훈의 입으로 가져갔다.
전명훈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결국 흙과 약초를 함께 씹어 삼켜야 했다.
우득, 우드득, 우득···.
돌을 씹어 삼키는 소리가 유쾌하게 들려온다.
‘영광으로 알아라, 그래 봬도 썩 정력에 좋은 풀이니까.’
물론 마비를 푸는 효과는 없다.
정력에 조금 좋고, 거기에 숙면 효과가 있는 약초다.
얼마 후 전명훈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나는 잠든 전명훈의 혈을 짚어 마비를 풀어 주었다.
“허 참. 안 그래도 기이한 일이 자꾸 벌어지는데, 전 과장은 또 왜 이러는 건지···.”
“이상한 일이 일어나니 몸이 긴장하셨던 모양입니다.”
나는 적당히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 다음,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상하군요. 제가 나무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인데, 근처에 있는 나무 모두 한국에서 보기 힘든 품종들입니다.”
“흠, 그런가? 뭐 그나저나 우리 회사 차는 어디에 떨어진 건지···.”
“조난당한 거로군요.”
1차적으로 주변의 나무가 한국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점차적으로 이 세상이 우리 세상이 아니란 걸 각인시킬 요량이었다.
“조난당한 것 같으니, 근처에 인가나 도로가 어디쯤 있는지 보고 오겠습니다.”
“흠, 어떻게 말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다음, 근처에 있는 가장 높은 나무로, 날듯이 뛰어올랐다.
‘내공은 없지만···.’
나무를 올라가는 것 정도는 육체가 가진 힘과 감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물며 지난 생 잠입술을 익히며 이런 높은 곳을 올라가는 능력 역시 충분히 개발해 두었다.
슈슈슉!
나는 순식간에 나무 위쪽으로 올라가 주변을 몇 번 둘러보는 척 한 후, 다시 빠른 속도로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자, 자네···.”
“어떻게 한 건가?”
“와, 서 대리님, 멋있어요.”
“무슨 운동 하셨나 봐요?”
“대박이다···.”
김영훈 부장, 오 차장, 강 대리, 오 대리, 김 주임이 차례대로 내 운동 신경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나무 타고 놀고는 해서요.”
“그래도 굉장히 운동 신경이 좋은 거 같은데···.”
“별거 아닙니다. 그나저나, 나무 위에서 봤습니다만. 시야가 닿은 곳 내에서는 마을이나 도로가 없었습니다.”
“허, 허어··· 농담하는 게 아니겠지?”
“예, 저라고 노숙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정말로 근방에는 숲뿐입니다.”
내 말에, 다른 이들은 전부 안타까운 듯 탄식을 내뱉었다.
“저희는 조난당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곧 밤이 될 텐데, 우선 자동차를 찾아볼 팀과, 근처에서 머무를 만한 곳을 찾을 팀으로 나눠 보지요.”
“어, 알겠네.”
“일단 그렇게 하지.”
어차피 말려봤자 이들은 무조건 SUV를 찾으러 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팀을 나눠서 자동차를 찾아보게 한 후.
몇몇 사람과 전에 머물렀던 동굴을 찾아갔다.
“동굴에서 머물러 보지요.”
“어머, 동굴이 딱 있네요.”
“너무 다행이다···.”
나는 오 대리와 김 주임을 데리고 동굴 바람을 막을 바람막이를 만들었다.
그런 후 모닥불을 만들어 열매들과 버섯을 구웠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자, 다른 이들이 모닥불의 불빛을 보고 우리를 찾아왔다.
“허어, 이거 셋이서 만든 건가?”
“아뇨, 저희는 한 거 없고 전부 서 대리님이 슉슉 만드시던데요?”
“네, 완전 보이스카우트 온 거 같았어요.”
“서 대리, 몰랐는데 능력자였군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구운 나무열매와 버섯구이를 건넸다.
“어렸을 때 이것저것 배웠거든요. 이거 좀 드셔 보시죠.”
“완전 캠핑 온 것 같구만. 아마 조난당하지만 않았어도 원래 목적지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을 텐데.”
“아, SUV에 고기랑 먹을 거 완전 많았는데. 아쉽다.”
“그나저나 이 버섯 완전 맛있는데요?”
내 버섯구이는 절찬리에 전부 소진되었고, 버섯구이를 먹은 회사원들은 얼마 후 전부 잠들어 버렸다.
타닥, 타닥···.
나는 잠든 회사원들을 제대로 눕혀 준 후, 모닥불 앞에서, 아까 캐 온 황주삼을 꺼내 들었다.
우적, 우적···.
단전은 진즉에 천지심법으로 활성화시켜 놓았고,
지난 생 50년 동안 혈도에 인이 박인 용맥기공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우우웅―
황주삼을 먹고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단전에는 활화산 같은 내공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나는 용맥기공의 길로 내공을 운용하며, 용솟음치는 삼의 기운을 다스렸다.
“후우우···.”
전신에 힘이 찬다.
나는 주워온 나뭇가지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우웅―
그 후, 손에 내공을 불어넣고 그대로 나뭇가지를 맨손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내공을 불어넣은 손으로 나무를 다듬자, 나뭇가지는 빠른 속도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나뭇가지는 내 손에 의해 깔끔한 목검으로 재탄생했다.
부웅, 부웅!
나는 허공에 목검을 휘둘러 보았다.
썩 좋지는 않지만, 연습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후우···.”
지난 생.
나는 일류 후반의 경지에서 검을 휘두르다가 죽었다.
‘죽을 때, 특별한 깨달음이라도 얻을 줄 알았건만.’
생사의 경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건 아무래도 너무 소설 같은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무런 깨달음도 얻지 못했고, 여전히 내 경지는 일류 후반에 불과했다.
‘100년 동안 검을 잡았는데···.’
나는 아직도, 절정지경에 이르지 못했다.
‘멀다.’
수도자는 물론이고.
수도자가 될 최소한의 조건인 오기조원의 경지도 멀었으며.
오기조원의 경지까지 나를 데려다줄 무공인 조수월무록은, 익힐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인 삼화취정에 다다르지 못해 이해할 수도 없었다.
삼화취정은 역시 한참 요원했고, 삼화취정을 이를 수 있는 절정지경 역시 까마득했다.
‘얼마나 더 수련해야 하는 거지.’
지금껏 만나왔던 모든 절정 고수가 입을 모아 말했다.
절정의 경지부터는 일류와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실제로, 일류 고수는 절정 고수와 절대로 일대일로 무공 대결을 하여 쓰러뜨릴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이들이리라.
‘그런 다른 세계에, 내가 진입할 수 있을까.’
50년을 걸쳐 무공을 모르던 내가 이류까지 도달했다.
다시 50년을 걸쳐 이류였던 내가 일류 최고봉까지 올라왔다.
‘절정지경은, 몇 년을 걸쳐 쌓아야 하는 경지인가.’
천재들은 그냥 몇 개월 만에 절정은 물론이고 삼화취정까지 슉슉 올라가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천재가 아니었다.
극한의 둔재.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지난 생들에서 일류 고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천하제일인의 옆에서 계속 지도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내가 혼자의 힘으로, 혹은 다른 문파에 가입해 무공을 수련했다면 백 년이 아니라 이백 년을 힘써서야 겨우겨우 일류 고수가 될 수 있었으리라.
‘절정의 경지··· 이번 생 안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휘몰아친다.
내가 하는 모든 짓이 전부 소용없을 것 같기도 했다.
나 자신의 무력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력감을 느꼈을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겠지.”
백날을 고민해 봤자 내가 무력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다.
재능 없는 둔재에, 쓰레기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차피 고민해도, 고민하지 않아도 찌꺼기라면.
노력하는 찌꺼기가 되자.
저벅, 저벅
나는 동굴 바깥으로 나갔다.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용맥기공을 운용하자 후끈한 열이 올랐다.
부웅, 부웅!
나는 잡념을 떨쳐 내며, 단악검법을 펼쳐 냈다.
지난 삶, 영훈 형님이 개량해 주어 12개의 초식이 늘어난 검법.
나는 24개의 초식에서 파생되는 변초와 파생절초를 모조리 펼쳐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동굴 앞을 울렸다.
슈칵!
내 목검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때려 날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문득, 그 모습을 보자 오기가 생겨 나뭇잎을 향해 다가가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내공을 담아 검기를 두르지 않은 탓인지, 이번에도 나뭇잎은 그저 목검에 맞아 날아오를 뿐이었다.
‘더, 더···!’
더욱 더 잡념을 없앤다.
나는 나뭇잎을 쫓아 계속해서 검법을 펼쳤다.
단악검법의 24초.
파생되는 파생절초 86초,
연계기, 변초.
수많은 초식들이 내 손에서 뻗어나간다.
나는 어느 순간 계속해서 한 가지 나뭇잎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황홀경에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몸이 무(武)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게··· 깨달음인가.’
부웅, 부웅!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내가 내공 없이 저 나뭇잎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얼마나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을까.
나는 문득, 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밤을 새운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된다!
동이 튼다.
파앗!
슈칵!
내공을 불어넣지 않은 목검이, 그대로 허공을 떠다니는 나뭇잎을 베어 갈랐다.
부스러진 낙엽이 아닌, 새파란 잎사귀였다.
‘거의, 거의 다 왔다···!’
그때, 문득 내 왼팔이 떨려 오는 걸 느꼈다.
‘이건···.’
떨리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검무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잠시 검을 놓을 것인가.
‘아, 안 돼. 깨달음이 코앞인데···!’
눈이 충혈된다.
하지만, 팔이 너무 떨려 온다.
‘제길···!’
결국, 나는 검을 놓아 버렸다.
“허억··· 헉···!”
그리고, 나는 내가 팔을 떨어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회귀자이기에.
이 시간 이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때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우가 곧 내 팔을 씹을 시간이 되었단 사실에, 지레 그 고통을 예견하고 팔을 떤 것이었다.
“···제길!”
나는 검을 잡고 다시 검무를 추었다.
그러나···.
깨달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검을 한 번 놓친 그 사이, 훌쩍 도망가 버린 것처럼.
“제길!!!”
뭐가 두려웠던 거냐.
도대체 뭐가!
절정의 길이 코앞이었거늘!
나는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상관없다는데(朝聞道夕死可矣)!”
억울했다.
평생 한 번 찾아올 법한 깨달음을, 쓸데없는 두려움 때문에 홀연히 놓쳐 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고함을 지르며,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오늘부로, 저녁에 죽을지언정, 아침에 얻을 도(道)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검을 쥐며, 그리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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