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147)
창천개벽문(蒼天開闢門) (3)
성광호체공.
나는 공법의 구결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뭔가를 깨달았다.
“이 공법, 전반부와 후반부가 없이, 중반부만 있는 것 같습니다만?”
내 말에 창호자는 껄껄 웃으며 장비 같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으하하, 안목이 있구나. 그래, 본래 성광호체공은 한 가지 공법을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격과 힘의 폭발을 담당하는 창령격원결. 방어와 안정성을 담당하는 성광호체공. 지구력과 치유력, 재생력을 담당하는 오행장원전. 이 세 가지 공법이 각각 원 공법의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를 담당하지.”
파아앗!
창호자의 손 위로 푸른빛이 일렁였다.
생명과 치유의 힘을 지닌 목(木) 속성의 영기였다.
“창천개벽문의 제자들은 보통 오행장원전을 다시 다섯 조각으로 쪼갠 공법부터 시작해서 익히게 한다. 각각 오행 영근 속성에 맞는 공법을 익히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성광호체공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창령격원결을 알려 주지. 그렇게 창령격원결까지 어느 정도 익히면, 세 공법을 합친 원 공법, 창령성광오채대법(蒼靈星光五彩大法)을 제대로 전수하기 시작한다. 너는 내 직전제자로 거두었고, 또 네 가능성을 보아서 일단 바로 성광호체공부터 가르치기로 했다.”
“감사드립니다.”
나는 창호자에게 인사를 올린 후.
문득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혹시, 오 차장, 아니, 오 사형… 께서는 어떤 가르침을 익히시는지 알려 주실 순 없으십니까?”
“아, 오현석 말이냐?”
잠시 고민하던 창호자는 어쩐지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너에게는 조금 미안한 소리일 수 있겠지만, 녀석은 앞으로 창령성광오채대법을 바로 전수받을 거다.”
“호오….”
“과연 일문성체는 일문성체더군. 전투 감각 자체는 아직 너보다 한참 모자랄지라도, 몇 대 때리고 치료하기를 반복하니까, 금세 몸이 단단해지더구나. 일단 공법을 안 가르치고 대련하는 것으로 얼마나 단단해지는지 한계를 확인해 본 후, 그다음부터 제대로 공법을 가르칠 요량이다.”
“….”
한 마디로, 앞으로 계속 붙어서 두들겨 팰 거라는 말이었다.
‘창호자에게 간 오 차장님은 그래도 가장 즐겁게 지내지 않을까 생각했다만….’
아무래도 궤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정말 미친 듯이 두들겨 맞는 게 일상인 모양이었다.
나는 앞으로 오현석 차장을 두들겨 팰 생각에 잔뜩 흥이 난 창호자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
성광호체공의 구결이 적혀져 있는 비석을 들고 내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성광호체공의 구결을 읽어 보며, 성광호체공이 만만치 않은 공법임을 알아챘다.
‘아무리 광한계의 영기가 풍부하다고 해도, 내 재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나는 진즉 내 재능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이런 몸으로 제대로 공법을 익혀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걸려야 한다는 것인가.
나는 잠시 고민해 보다가, 창호자의 말을 기억했다.
‘분명, 창천개벽문에 들어온 제자들은 우선 성광호체공을 익히기 전에 ‘오행장원공’을 다섯 조각으로 쪼갠 공법을 익힌다고 말했다.’
그 말인즉슨.
성광호체공을 익히기 전에, 오행장원공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 한 번에 공법을 익히려 하지 말고, 단계별로 시도해 보자.’
나는 우선 오행장원공을 찾아보기 위해 창천개벽문의 장서각을 찾아갔다.
‘어디 보자, 몇 개월 전 장서각의 정리가 다 끝났다 했으니….’
창천개벽문 호출봉.
나는 그곳으로 가 오행장원공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내가 호출봉까지 걸어갔을 때였다.
“…?”
나는 뭔가 이상한 걸 볼 수 있다.
‘왜, 장서각이 들썩거리는 거 같지…?’
내가 조심스레 ‘들썩거리는’ 장서각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나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형?”
쿠구구구구!
장서각 건물 아래쪽.
그곳에서, 한 근육질 사내가 콧김을 뿜으며 장서각 전체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며 상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의 바지에는 한 개의 푸른 구름(雲)이 새겨져 있었다.
창천개벽문의 제자는 구름으로 분류되었다.
막 입문한 제자는 다섯 개의 구름이 그려진 옷을 입는 오운(五雲) 제자.
어느 정도 가르침을 받고 연기기 수준인 제자는 사운 제자.
축기기 수준인 제자는 삼운 제자.
결단기 수준인 제자는 이운 제자.
원영기 수준인 제자는 일운 제자로 취급을 받았다.
일운 제자부터는 창천개벽문의 장로직에도 도전할 권한이 주어지는, 엄청난 위치의 제자였다.
사실상 창천개벽문의 장로와 현직 장문인은 일운 제자였고, 창천개벽문을 이끌어 가는 계급의 제자들이었다.
그리고 이후 천인기 원로부터는 아무런 구름도 없이 창천(蒼天)을 뜻하는 푸른 도복만을 입고 다녔다.
…그리고 사축기 수준인 창호자는 아예 웃통을 벗고 다녔고.
나와 오현석 차장은 사실상 경지로만 따지면 오운 제자였지만, 창호자의 직전제자라는 신분 덕에 이운(二雲) 무늬를 받을 수 있었다.
“크후우우….”
내 부름에, 장서각 건물로 상체를 단련하던 일운 제자.
천훈(踐薰)이라는 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 시조님의 새 제자 아니신가? 어디 보자… 항렬상 내가 자네를 뭐라 불러야 하더라? …흠, 모르겠군. 그래, 그냥 사제라고 부르지. 사제, 장서각에는 무슨 일로 왔지?”
그는 한 팔로 장서각 건물을 들어 올린 채, 다른 한 팔로 땀을 닦으며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행장원공을 나눈 공법 구결 다섯 개가 있다고 해서, 익혀 볼까 하여 찾아왔습니다만….”
“아하, 그걸 찾아온 거군. 하하, 시조님의 직전제자라면 바로 더 높은 공법부터 익힐 수 있을 텐데 기초부터 다지려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장서각 2층으로 들어가서, 들어가자마자 세 번째, 황색의 책장 세 번째 칸에 있다네. 그것들은 창천개벽문의 기초공법이니, 복제해서 가져가는 것에 문제는 없을 걸세. 다만 다른 공법서들을 가져가려 하면 자격을 증명해야 하니 유념하고.”
“자격 증명이요?”
“그래, 본문에서는 자격도 안 되는 놈이 공법만 가져다 익히는 걸 지양하고 있거든. 그래서, 높은 공법을 익히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네.”
“그 시험이라는 건 어떻게 봅니까?”
내 말에, 천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간단하네. 장서각 사서에게 공법서를 가져오고, 사서가 공법서의 중요도를 판정한 후 그에 맞춰 사서와 대련을 해서 이기면 되지. 보통 연기, 축기기 급 공법서는 가져오면 사서와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가져가게 해 주고는 하네.”
“…이 장서각의 사서는 누구입니까?”
나는 속으로 눈앞의 인물을 부정하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러나 천훈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피식 웃었다.
“당연히 나지, 뭘 물어보는가?”
나는 장서각 건물을 한 손으로 든 채 근육을 씰룩이는 천훈을 바라보았다.
‘저거랑 팔씨름을 해서, 이겨야 공법서를 가져가게 해 준다고?’
수련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
내 눈빛을 읽었는지, 천훈이 말했다.
“아, 혹시나 너무 오해할까 봐 그러는데, 연기기 급 공법서는 보통 내 새끼손가락과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가져가게 해 주니 오해는 말게. 나는 새끼손가락만 쓰고, 상대는 전신을 다 써도 되지.”
“….”
나는 천훈의 새끼손가락을 쳐다보았다.
내 엄지발가락보다 굵기가 굵었다.
“…일단, 오행장원전은 그냥 익힐 수 있다니 가져와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이지. 그나저나 내가 상체를 단련하던 중이라 건물을 내려놓기가 좀 그래서 그러는데 말이지. 혹시 그냥 들어가 줄 수 있는가?”
“…예, 뭐. 그러지요.”
타앗!
나는 훌쩍 뛰어올라, 높이 들려져 있는 입구에 내려앉았다.
저 아래쪽에서 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그리고 내가 상체 단련을 위해 조금 들었다 내렸다 할 거라서, 장서각이 좀 흔들려도 그러려니 하시게나.”
“…마음대로 하십시오.”
나는 천훈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후, 장서각 위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후.
나는 천훈이 말한 곳에서 ‘오행장원전’이라 적힌 서책들을 발견했다.
오행장원전은 오월입도경처럼 각각이 공법으로 나뉘어 있었다.
화도장원전, 수도장원전, 목도장원전, 금도장원전, 지도장원전.
나는 우선 각각의 공법서를 펼쳐 읽어, 구결을 전부 익혔다.
‘대략 이런 느낌인가….’
구결을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은 나는, 다른 책장에 있는 공법서들에도 손을 뻗었다.
하지만.
우우웅!
다른 공법서들에는 하나같이 금제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다른 공법서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아, 사제. 그걸 익히고 싶으면 나와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내가 금제의 해주법을 알려 주겠네.]“….”
나는 얌전히 공법서를 원래 자리에 내려놓은 후.
장서각에서 나왔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사형. 앞으로 뭔가 더 찾을 일이 있다면 일단 공법들을 더 익힌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하하, 마음대로 하시게. 아, 그리고 오행장원전을 익힐 거면, 아마 오행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천훈이 한 손으로 저 멀리,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오행관이 뭔지는 알겠지?”
“예, 알고는 있습니다. 본래 창천개벽문의 공법 수련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라 하더군요. 각각 속성에 맞는 연체공법을 익히는 곳이라 압니다.”
“그래, 그래. 그곳에서 먼저 오행장원전을 익히는 사형제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모두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줄 걸세.”
“아, 감사합니다.”
나는 천훈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다.
오행관이 어떤 곳인지는 대강 들어 알았지만, 아직까지 가 본 적은 없는 곳이었다.
애초에 수계에 있던 장소를 창한도에 복원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서 최근에야 복원이 다 됐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나는 장서각으로 훈련을 하는 천훈을 뒤로하고, 오행관을 찾아갔다.
* * *
오행관.
화도체련관(火道體練館).
쿠구구구구!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하하하! 더 뜨겁게 불을 지펴라!”
“흐아아아아악!”
“사, 사형님들! 살려 주십시오!”
“자, 뭣 하는 거냐. 이번에 새로 받은 신입들을 전부 구워라!”
화르르르르!
화형대를 아는가?
통나무를 세워 놓고, 죄인을 묶어 놓은 후.
그 아래에 장작을 잔뜩 쌓아 놓고, 불을 지피는 형벌이다.
그리고.
오행관, 화도체련관에서는 화도장원전을 익히게 한답시고.
막 창천개벽문에 입문했다는 제자들 중, 화영근을 지닌 제자들을 통나무에 줄줄이 묶은 후 불을 지피고 있었다.
“흐이이이익! 도, 돌아갈래! 이, 이런 곳인 줄 몰랐어!”
“시끄럽다! 수계에서 다들 이렇게 강해졌기에 지금의 이 강대한 창천개벽문이 있는 것이야! 광한계에서는 천지영기가 진하니 더욱더 효험이 있을 것이다! 불을 붙여라!”
“흐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륵!
나는 화도체련관에서 연기기 급도 안 되어 보이는 제자들이 불에 구워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촤아악!
풍덩!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결단기 급 이운 제자들이 수련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화구!
화산의 분화구가 그 옆쪽에 있었고, 안쪽에선 용암이 펄펄 끓고 있었다.
“전원, 입수!”
그리고, 화도체련관의 이운 제자들은 일운 제자들이 입수(?)를 명하자마자 전부 숨을 참고 용암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풍덩, 풍덩!
이운 제자들은 용암 안쪽으로 들어가서, 얼마간 떠오르지 않았다.
“뭐야! 이놈들 왜 안 떠올라!?”
“다 흘러 빠져서는! 천혜야, 이놈들 끌어 올려라!”
“예!”
전신이 근육으로 가득 찬 여수사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용암으로 입수해, 몸이 시뻘겋게 달궈진 이운 제자들을 끌고 나왔다.
나는 잠시 그 광경을 보다가, 뒤를 돌아 바로 화도체련관에서 도망쳐 나왔다.
“아무래도, 역시 화도공법은 나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군.”
나는 옆 봉우리에 있는 금도체련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금도체련관은 역시나 화도체련관과는 모습이 달랐다.
“흐아아악! 사형들,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막 입문한 제자들은 포승줄에 꽁꽁 묶여, 그대로 작은 구덩이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카가가가가각!
카가가각!
카카카카칵!
자세히 보니, 제자들이 들어가는 구덩이 안쪽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자그마한 상어 같은 물고기들이 수천 마리씩이나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모두 금도장원전을 운용해라!”
“금치교어(金齒鮫魚)의 이빨에 물리면 금령지력(金靈之力)을 느낄 수 있으니, 그 느낌을 놓치지 않고 잘 공법을 운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흐아아아아! 미친 소리 하지 마! 미친….”
푸확!
발광하던 오운 제자 중 한 명이 그대로 금치교어들 사이로 빠져 버렸다.
“….”
놀랍게도 오운 제자는 물고기들에게 물어뜯기면서도, 죽지 않았다.
금기(金氣)를 운용하며, 어찌어찌 죽지 않고 안에서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버티는 듯했다.
나는 황급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금도체련관도 빠져나왔다.
‘나머지 체련관도 이런 식인가?’
어째 그럴 것 같았다.
‘…일단, 혹시라도 내게 맞는 수련이 있을 수 있으니. 나머지도 둘러는 보자.’
나는 숨을 들이쉬며, 다음 관으로 향했다.
수도체련관.
풍덩!
“끄르르르르릅!”
방금 전의 극악무도한 체련관들보다는 훨씬 시각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수도체련관의 오운 제자들은 선배 제자들에 의해 수심 깊은 곳까지 그대로 끌려 들어가, 막대한 수압을 견디는 수련을 한다고 했다.
‘…수심이 깊어 더 안 보이는군.’
“다음, 들어가라!”
“자, 잠시만요! 수압을 견디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숨을 못 쉰단….”
“시끄럽다! 대창천개벽문의 제자에게 불가능은 없다!”
풍덩!
“끄르르릅…!”
수도체련관의 오운 제자는 양발에 제 머리통만 한 바위 추가 묶인 채 눈앞에 있는 호수로 빠져 버렸다.
호수의 수심은 딱 봐도 수십 장은 될 정도로 아득히 깊었고, 얼마 후 아래로 내려간 오운 제자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다음 체련관으로 향했다.
목도체련관.
두두두두두!
“크워어어어억!”
“크으으읍!”
“으으읍!”
목도체련관에서는, 양 주먹에 치유와 생명력의 힘을 깃들인 삼운 제자들이 사운, 오운 제자들을 통나무에 묶어 놓고 마구 두들겨 패고 있었다.
이전 화도, 금도, 수도관의 제자들은 입이라도 뚫려서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었다면.
목도체련관의 오운, 사운 제자들은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그저 이를 악물고 삼운 제자들의 주먹질을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두두두두두!
목도체련관의 삼운 제자들이 사, 오운 제자들을 두들겨 팰 때마다 그들의 몸은 멍이 들고 뼈가 부러지기가 무섭게 선배들의 주먹에 몸이 다시 회복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그들의 뼈와 살이 부러지고 찢어질 때마다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회복되며, 육신 자체가 더더욱 강인하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숨을 죽이고 목도체련관에서도 달아났다.
그리고, 마지막.
지도체련관.
“….”
지도체련관은, 여타의 공포스럽고 시끄러웠던 체련관과 다르게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일, 이운 제자들은 눈을 감고 공법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물론, 천훈이 그랬던 것처럼 장서각만 한 바위 덩어리나, 산봉우리 같은 걸 들고 수련하는 게 조금 무지막지하긴 했지만.
‘그런데, 삼, 사, 오운 제자들은 다 어디 갔지?’
내가 의아해할 때였다.
푸확!
갑자기, 지도체련관의 땅에서 손바닥이 올라왔다.
“크허! 크허헉! 크헉!”
얼마 후.
완전히 지상으로 올라온 그는 넝마가 된 옷을 입은 오운 제자였다.
그는 숨을 들이쉬며, 땅으로 올라와서는 미친 듯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여긴 미쳤어! 다들 미쳤다고! 창천개벽문이 이딴 문파인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
그리고.
쿠구구구구!
잠자코 산봉우리 하나를 들고 몸을 단련하던 이운 제자 중 한 명이, 산봉우리를 내려놓고는 그 오운 제자의 앞에 떨어졌다.
“사제, 어딜 가시는가. 오늘치 수련을 계속 해야지?”
“시, 싫어…. 살려….”
동시에, 이운 제자가 발을 굴렀다.
쿠과과과광!
그의 발길질에, 발밑으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그는 도망치려는 오운 제자의 뒷덜미를 잡아, 구덩이로 그대로 던져 넣었다.
“자, 그럼 또 지도장원전을 운용하며 다시 올라오게나. 사제도 익숙해지면 별거 아닐세.”
그가 인을 맺자, 구덩이가 닫히며, 방금 전의 오운 제자는 그대로 땅 밑에 갇혀 버렸다.
‘그렇군….’
지도체련관이 조용했던 이유는, 저계 제자들이 땅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저 땅 밑에서, 대지의 압력을 견디며 올라오는 게 지도체련관의 수련 방식인 듯했다.
나는 일련의 수련 과정들을 본 후 깨달았다.
‘얌전히 성광호체공을 익히러 가자.’
그리고, 그때였다.
“잠깐, 그러고 보니 자네… 이번에 시조님의 직전제자로 새로 들어온 자가 아닌가?”
“….”
“하하, 이거 잘 됐군. 지도체련관에 온 것을 보아하니, 지도장원전을 익히려 하는 것이겠지? 시조님의 제자라면 더 높은 공법을 익힐 수 있었을 텐데도 기초부터 다지려 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군.”
쿵, 쿵, 쿵, 쿵!
내 뒤, 양옆, 앞으로 각각 일운 제자와 이운 제자들이 내 퇴로를 막아섰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길을 잘못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 사제는 다시 나가려 하니… 다들 즐겁게 다시 수련하시는 게 어떨지….”
“하하,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라네.”
타닷!
그와 함께, 네 사방을 점한 일, 이운 제자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 의념을 읽어 내었다.
수많은 경로와 궤적이 눈으로 읽힌다.
‘빠져나간다…!’
필생의 의지력으로 집중을 짜내며, 나는 기수식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