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02)
배신 (8)
쿠구구구!
환한 보름달 밤이 뜬 날이었다.
쿠구구구구!
달이 유난히 밝은 그 날 밤.
그 밝은 어둠을 뚫고, 거대한 땅덩어리가 하늘을 날았다.
땅덩어리 위에는 수많은 장령목화들이 달빛을 맞으며 새하얗게 피어나 영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목화밭의 위쪽.
그 위에서는, 우리가 땅덩어리에 영력을 불어넣고, 허공에 띄우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고 있었고.
“아니! 왜 처음부터 관주사자께서 합체기로 도약하는 중이라 말을 하지 않으셨단 말이오!”
“내일 완전히 폐관에 들지 말지 알려 준다 하시고, 확정하지 않으셨으니까! 당신들이 나를 불신하며 이렇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문제없었을 일이오!”
그러나 서로를 헐뜯어도 생기는 건 없다.
파아아앗!
번쩍!
뒤쪽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그리고 황금빛 광선이 우리의 위쪽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오싹!
나는 그 모습에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일단 농장에 영력을 더욱더 불어넣었다.
저 멀리.
뒤쪽에서 규련이 이쪽을 향해 숨결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토해 내는 광선의 굵기는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지고, 정확도가 정밀해지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공간 균열이, 거의 열렸다.’
공간 균열이 완전히 열리면, 사축기 대원만을 넘어선 준 합체기 황룡이 날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사축기 수사는 없었고, 대다수가 천인기, 가장 경지가 높은 천량도 천인기 대원만일 뿐 사축기조차 아니었다.
“제길, 어떻게 한단 말이냐!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이 반푼이 용족 놈!”
“…일단 닥쳐 봐라.”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천량을 밀치고 땅에 손을 파묻었다.
그리고 서휼이 혈음계와 연관되었단 증거가 있는 쪽은 피해서, 이 땅덩어리 전체에 영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천린수해성의 구결에 따라, 목화의 뿌리들이 대지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대지 아래에 있는 목화의 뿌리들은 괴군의 회로를 그리며 땅속에 뿌리내렸다.
“반 각 후면 이 땅덩어리를, 썩 속도를 낼 수 있는 비행법기로 만들 수 있소.”
“뭣…!”
“반 각의 시간을 버시오. 곧 규 선배님께서 강림하실 거요.”
“…제길, 알겠소!”
천량은 이를 악무는 듯하더니,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반서파들을 지휘하여 규련이 광선을 쏘는 곳을 향해 천지영기를 끌어모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최대한 빠르게 흙덩이들을 비행형 괴뢰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끔찍한 천지영기의 파동이 울려왔다.
저 멀리서 황금빛이 타오르듯이 일렁인다.
규련이, 마침내 공간 균열을 넘어 봉명주 최하층에서 이곳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거기 서라…!]찌이이잉!
수천 리는 멀리 떨어져 있을 그녀의 명(命)에, 천지영기 전체가 출렁이며 허공을 날아가는 땅덩어리를 잡아세웠다.
그러나 천량과 천인기 수사들이 사방으로 요술을 쏘아 대며 천지영기를 조작하자, 다시 땅덩어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번쩍!
그러나 저 멀리서 황금빛이 일렁였다.
땅 전체를 개조하며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우우웅!
황금빛 서광과 함께, 약 삼천 리 바깥에 있을 게 분명한 곳에서 황금색 실지렁이 같은 게 몸을 일으켰다.
‘규 선배와 벌써 몇천 리 이상 거리를 벌렸는데 실지렁이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실지렁이가 아니다.
‘저건….’
천량이 다급하게 외쳤다.
“과, 관주사자가 본체로 쫓아온다! 모두 있는 힘을 짜내!”
규련이, 본신을 드러내고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번쩍!
다시금 황금빛 광선이 우리에게 쏘아져 왔다.
이번에는 우리 옆이나 위를 스쳐 가지도, 굵기가 애매하지도 않았다.
직경 3리는 될 법한 크기의 이 목화 농장 전체를 감쌀 정도로 굵은 광선이 우리를 향해 정확히 쏘아져 왔다.
천량과 천인기 요수들이 있는 힘을 다해 방벽을 만들고, 대지에 영력을 불어넣으며 속도를 올렸다.
황금빛이 우리의 바로 뒤쪽에 도착하며, 우리를 집어삼킬 듯 광명을 토해 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개조 완료.’
목화 농장이 움직이며, 그 아래의 땅덩어리가 변화하였다.
땅덩어리들은 내 의지에 의해, 그리고 목화의 뿌리들에 의해 움직이며 하나의 형상을 취해갔다.
그것은 서 장군의 얼굴이었다.
곧이어, 목화밭을 담은 땅덩어리는 거대한 서 장군의 머리통으로 변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서 장군, 회피!”
파아아앗!
서 장군의 머리통 형상으로 변한 땅덩어리는 기민하게 움직이며 규련의 숨결을 회피했고, 천인기 요수들이 친 방벽에 그녀의 광선이 빗겨 맞으며 일격에 전멸해 버리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모두! 내가 지정하는 자리로 가시오!”
짧은 시간 내에 땅덩어리 전체를 비행형 서 장군으로 개조한 나는 영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곳을 가리키며 원영기 수사들을 채근했다.
원영기 요족들은 내 명령에 따라 각 부위에 영력을 불어넣기 시작했고, 서 장군의 머리통은 눈빛을 빛내며 밤하늘을 주행하였다.
그와 동시에, 몇천 리 밖에서 빛나는 실지렁이가 움직였다.
규련이 날아오고 있었다.
“천량! 광선이 날아오면 방향을 전달해라!”
나는 천량에게 악을 쓰며 외쳐 댔고, 천량이 뒤이어 답했다.
“서북 방향으로 회피! 천인기들은 방벽을 세워라!”
나는 천량의 말에 따라 ‘머리통’을 서북 방향으로 틀었고, 천인기 요족들이 다시 천지영기를 끌어모아 방벽을 세웠다.
다시금 황금빛 광선이 요족들이 세운 방벽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맞았다.
단순히 빗겨 맞았기에, 천인기 수사들이 부담해야 할 것은 고작 여파에 불과했다.
하지만 규련이 뿜어낸 광선의 여파만으로도 천인기 요족들의 대형과 방벽은 모조리 무너져 버렸다.
‘태호족은 진룡맹 북쪽에 위치해 있다!’
남은 거리는 약 육천 리!
‘그 안에 제발 도착할 수만 있으면….’
서 장군의 뒤통수에서 빛이 뿜어지며, 점차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점차 저 실지렁이의 크기가 더 커지는 것이 보였다.
“정북 방향으로! 천인기들은 방벽 세워!”
다시 정북 방향으로 ‘머리통’을 틀고, 규련의 공격을 튕겨 낸다.
달이 밝은 그 날.
나는 전력을 다해 규련에게서 달아났고, 우리는 그녀의 공격을 튕겨 냈다.
하지만, 역시나 경지의 차이는 모든 것을 끝내 버렸다.
쿠구구구구!
몇천 리는 떨어져 있던 그녀와 우리 사이의 격차가 삽시간에 좁혀져 버렸다.
어느덧, 작은 산맥 크기의 몸통을 굽이치며 날아온 그녀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하….”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고, 천량 역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쿠구구구!
잠시 본체로 우리를 근엄하게 굽어보던 규련은 이내 인간형으로 화형하여 목화 농장의 중심에 몸을 드러냈다.
“…서은현, 그리고 너희 모두.”
그녀의 서슬 퍼런 황금빛 동공이 모두를 둘러보았다.
“지금 뭘 하는 짓인 거냐.”
“….”
그녀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세로로 찢어진 그녀의 동공은 격노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며, 그녀의 주변에서 진동하는 천지영기 역시 흉흉함에 떨리고 있었다.
‘제길….’
끝났다.
규련에게 서휼이 혈음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천량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 왔다.
“서, 서 수사. 어떻게… 해야 하오? 사, 사실대로 말하면… 지족의 위협을 배제하려 일을 벌인 것이니… 참작을 받을 수도….”
저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믿을 리가 없다.
‘아니, 믿을 가능성은 있었지.’
나와 천량이 조심스럽게 증거를 확보한 후, 규련에게도 절차를 거쳐 확인시켰다면 그녀 역시 모른 체할 수는 없었으리라.
규련은 서휼을 사랑하지만, 서휼이 혈음계와 내통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광한계의 공적이 될 수 있는 사실이기에, 그녀로서도 눈물을 머금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이 멍청한 천량은 지금 무단으로 규련의 사유지에 침입하여, 그녀의 재산을 도둑질해서 용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호족으로 끌고 가려다 걸린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서휼이 혈음계와 연관이 있어 그 증거를 수집하려 규련의 사유지를 뽑아 호족으로 가져간다고 말해? 규련이 퍽이나 믿어 주겠군.’
츠츳, 츠츳….
현재 규련은 인간형으로 화형했지만, 전신에 황금빛 비늘이 돋아나, 인간보다는 뱀 인간에 가까운 형태였다.
이빨도 삐죽거렸으며, 동공은 세로로 찢어져 살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이마에 돋아난 사슴뿔은 어느 때보다 찬란히 빛나며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상당히 격노한 상태.
그리고, 천량이 내게 묻자, 그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빌어먹을 똥개 놈….’
과거로 돌아가면 그때의 천량은 지금의 천량과 별개이지만.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가서 천량의 머리통을 반으로 쪼개 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솟아 올랐다.
“서은현.”
“예.”
“나는 너를 믿었다. 대군과 나의 연락책으로 쓰며, 관주사자인 나의 시자 업무를 맡기며, 그리고 그동안 네 수행을 돕기도 하며… 너를 믿었다.”
“….”
그런 만큼, 어쩐지 그녀의 눈에는 큰 배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무릇 가장 큰 배신은 가장 믿음직한 자의 손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도저히 무어라 변명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 인정하자.’
변명할 것 없다.
지금껏 나를 위해 상당한 호의를 베풀어 준 규련이었다.
그녀의 앞에서는, 혀 길게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저는….”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상황을 설명해라.”
그녀의 세로 동공이 나를 향했다.
“그동안 믿어 왔기에, 한 번만 더 믿어 보기로 하마.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라. 만약 합당한 설명이라면, 내가 믿어 주겠다. 설령 너와 마지막으로 보게 되더라도, 한 번은 믿어 줄 테니, 상황을 고하라.”
“….”
정말, 창호자와는 다른 의미로 빛나는 존재다.
그녀의 모습은 비늘로 뒤덮여 있고, 흉흉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으나, 나는 그녀의 내면에서 나를 향한 신뢰의 끈을 아직 놓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죄송합니다.’
나는 그녀에게 속으로 사과를 했다.
여지껏 서휼과 암투를 벌이며 그녀를 이용하기만 해 왔다.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암투에 이용할 만한 이가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문득 그녀를 이용하고 속여 온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 말하자.’
서휼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믿지 못할 모습을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신뢰를 보여 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시원하게 진실을 누설하는 게 나을 터였다.
“저희는 서 대군을 조사하려 이런 행위를 벌였습니다.”
“서 대군을…?”
“서 대군께서는 사실….”
그리고, 서휼에 대한 진실을 입에 담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사실… 어떤가?”
툭툭….
서늘한 손아귀가, 내 등 뒤에서 내 어깨를 친근하게 두들겼다.
“…어?”
오싹!
왜, 벌써?
푸른 장포를 입고, 비취빛 뿔을 지닌 미청년이 등 뒤에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내에 걸어 나왔다.
‘무슨…!’
왜일까.
괴군에게 추적당하던 회차보다도 공포스럽고, 등골이 싸하다.
서휼이, 돌아왔다.
“아, 아아….”
그리고 규련은 허겁지겁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비늘이 잔뜩 돋아나 있던 그녀의 얼굴의 비늘이 다시 들어가며, 완전한 인간형으로 변하였다.
그녀는 얼굴을 상기시키며 서휼에게 물었다.
“빠, 빨리 왔군. 지난번에 서은현에게 서신을 보낼 때는 몇십 년은 더 걸린다고….”
“아,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혹시 그것도 서은현이 뭔가 서신을 조작해서….”
“아니, 그게 아닙니다.”
서휼은 빙긋 웃으며 규련을 껴안았다.
“애초에, 저는 다른 중경계로 떠난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푸콱!
“…어?”
다음 순간.
서휼의 손이 규련의 심장을 꿰뚫었다.
“슬픈 사실이지만, 선배님.”
서휼은 반대쪽 손으로 애틋하게 규련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한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여태껏 한 번도 선배님 앞에서 사실을 말씀드린 적이 없답니다.”
“…어…?”
“애초에… 진룡맹 영역을 떠난 적도 없었답니다. 흑룡왕의 거처에서 머무르며 수행을 완성시켰지요.”
규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몸을 떨었고, 서휼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사실, 규 선배님 몰래 봉명주 최하층을 통해 그동안 분신을 잠시 하계에 보내 보았다네. 자네 때문에 영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푸확!
규련의 심장에서 손을 빼낸 서휼이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정말 놀라웠다네. 해룡궁에 남겨 놓은 함정부터 시작해서, 란이도 그렇고, 봉명성도, 흑색성도, 남아 있는 것들이 없이 다 때려 부숴 놓았더군? 거기다 내가 공들여 키운 번견(番犬)까지… 전부 자네 손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자, 그럼….”
그리고, 서휼이 내게 천천히 다가올 때였다.
[서휼, 너…!]서휼의 뒤쪽에서, 합체기에 준하는 압박을 쏘아 내며, 규련이 심장을 재생시키며 일어났다.
[나한테 왜….]그리고 다음 순간.
콰드드득!
서휼은 그녀를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쩌어어엉!
목화 밭 전역에 핏빛 비가 내렸다.
규련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사방을 물들였다.
새하얗던 목화 밭이, 붉어지고 있었다.
꾸드드득….
서휼은, 싱글거리는 낯으로 규련의 목덜미를 발로 짓밟았다.
쿠구구구!
규련이 저항하려 하는 듯했지만, 어째선지 그녀는 서휼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외법기축으로 힘을 쌓으신 규 선배님께서, 합체기도 채 되지 못한 몸으로 정통기축을 쌓은 제게 저항하시렵니까?”
“너, 너…! 어떻게…!”
“이미, 하계에서 기축제의는 전부 지내고 왔습니다. 천뢰를 미리 맞고 왔듯이요. 영기가 부족해서 축을 제대로 쌓지는 못했지만, 흑룡왕의 밑에서 혜서 양의 도움을 받으니 쉽더군요.”
서휼에게서, 사축기 대원만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기운이 주는 위압감은 어지간한 합체기 태수들 이상이었다.
서휼은 천 년 후에도 사축기 대원만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천 년 후에는 해룡‘왕’의 칭호를 되찾는 만큼, 그 때에는 그저 실력을 숨겼을 뿐.
최소한 합체기 이상의 존재다.
그는 나를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해룡궁에서, 봉명성에서, 흑색성에서, 등선향에서. 전부 제의는 미리 치렀습니다. 애당초 오행 속성을 무식하게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신사방(四神四方)을 사축(四軸)으로 쌓기 위한 이해도가 모자라니, 오행을 축(軸)으로 쌓는 사도(邪道) 따위가 횡행하는 것이지요.”
얼마간 규련의 목을 짓밟던 서휼이 내게 다시 걸어왔다.
“다섯 중경계가 상징하는 것이, 오행(五行)이 아닌 오복(五福)이듯. 사축기에서 쌓아야 하는 축 역시 그에 대응되지요.”
콰득!
서휼의 손아귀가 내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저항하려 했지만, 눈앞의 서휼은 마치 합체기 수사와도 같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명귀(冥鬼)는 수(壽). 자금(紫金)은 부(富). 고력(古力)은 강녕(康寧). 진마(眞魔)는 유호덕(攸好德). 축의 힘이 되는 기운을 오행에서 모을 필요 없이, 네 중경계의 상징을 제대로 깨달아 선각후통의 방식으로 ‘제대로 된’ 정통기축을 쌓는다면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어쩐지 너도 알고 있지 않냐는 듯이 떠보는 듯한 말투.
“물론, 이것도 역시 한 번 길을 걸어 본 사람이나 해 볼 수 있는 방법이지만요.”
콰드득!
서휼은 시퍼런 세로 동공을 내게 들이대며 물었다.
“원영기에 7년 만에 도달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하계에 다녀오고 나서야 확실해졌습니다. 당신은 천재가 아니에요. 원래 그 경지, 혹은 더 높은 경지의 동급 수사였는데 영락한 것일 테지….”
서휼은 여전히 상냥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질문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서 도우(道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