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05)
조각난 마음 (2)
파아아앗!
뭔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의 미간에서 환한 빛이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미간에서 뿜어진 빛은 녹색의 빛무리로 변하더니 허공에 녹색의 박도를 응결시켰다.
유화의 심상에 박혀 있던 존자의 일격!
그리고 그 존자의 일격은 허공에서 번뜩이는 듯하더니 점차 형태를 바꾸었다.
나는 그 과정을 눈여겨보며 거듭 탄성을 내질렀다.
‘저 변화 하나하나에 도대체 무슨 엄청난 묘리들이 섞인 거지…?’
의해은산과 맞닿은 깨달음이 심상을 통해 느껴진다.
그리고 답천경과 맞닿은 깨달음이 박도가 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또 채 알아보지도 못할 수많은 묘리들이 허공에서 얽히고설키며, 박도가 익숙한 모습으로 변하였다.
“존자(尊者)께 예를 취합니다.”
유화는 그에게 다리를 굽히며 예를 취했다.
규백 역시 심족은 껄끄러워했음에도 장익에게 허리를 숙였다.
“존자께 예를 취합니다.”
나 역시 그녀들을 따라 장익에게 예를 취했다.
“존자께 예를 취합니다.”
우우웅!
빛무리가 뭉치며, 완전히 초록빛 소인의 형상을 취한다.
‘저것이… 함천존자.’
지난 생까지 더하면 두 번째 본다.
이전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으나, 다시 보니 그제야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화의 일격에서 구현된 함천존자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초록빛 피부를 가진 소인이었다.
그의 귀는 부채처럼 컸고, 코 역시 주먹만큼 컸다.
이빨도 역시 삐죽삐죽했으며, 손발톱도 날카로웠다.
아마 한 가지만 아니라면, 조금 얍삽하다고 생각되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 한 가지란 다름 아닌 근육!
자그마한 몸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전신에 오밀조밀한 근육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
순수 근력만으로도 어지간한 결단경 요족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장익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
꿰뚫리는 것 같다.
어쩐지 그의 시야 앞에 서 있는 한, 언제라도 그가 출수하면 목이 댕겅 잘릴 듯한 느낌!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시선을 잠시 받았다.
얼마간 나를 쳐다보던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천, 지, 심 셋을 통합한 거냐? 그나마 올곧은 마음을 지닌 것 같으니… 죽일 필요는 없겠구나.]그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장익은 내 잠재력을 알아보았고, 내 심상에 조금이라도 그릇된 마음이 보였다면 즉시 베어 버리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리라.
[그래, 일단 네가 나를 불렀나?]“심족 1798번 첩보 공작원 유화가, 심족의 존자를 뵙습니다.”
[도대체 뭘 하면 광한계 본토에서 활동해야 할 첩보 공작원이 성계에 떨어지는 거지?]장익은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우리를 보았다.
[그리고 저건… ‘조각’인 건가?]그의 시선이 규백에게 향했다.
[‘조각’은 최소 사축기 이상의 수사에게서만 태어나는 것인데… 그래, 이 별에 의식을 보내는 와중 잠시 황룡의 사체를 본 것 같은데, 네가 그 황룡의 조각이냐?]규백은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족 진룡맹 관주사자 규련의 찌꺼기… 규백이 심족의 최고지도자께 인사 올립니다.”
[진룡맹 관주사자면… 그 배 청소부, 맞나?]관주사자를 청소부 따위로 격하하는 장익이었으나,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장익의 말에 딴지를 걸지 못했다.
규백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설명을 좀 들어 보지. 이 천지심족 완전체 놈은 또 뭐고, 심족 공작원은 왜 또 여기 떨어졌고, 관주사자의 조각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그 말에,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장익에게 우리의 사정을 천천히 설명했다.
아침 해가 저녁놀이 될 때까지, 내 얘기는 계속되었다.
나는 서휼의 악독함을 미리 알고 있었으며, 서휼을 제어하기 위해 온갖 일을 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규련 역시 서휼에게 어떻게 이용당했고, 유화는 어쩌다 휘말렸는지를 설명했다.
어차피 규백 역시 서휼의 본성을 알게 되었으니, 그녀 앞에서 더 숨길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내 얘기를 끝까지 들은 장익은 유화 입장에서의 이야기도 전부 들은 후, 마지막으로 규백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가, 규련의 조각. 규백이라고 했나? 네 입장에서도 뭔가 말할 게 있는가?]“…조각 같은 과분한 칭호로 불러 주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저 규련이 남긴 찌꺼기이니, 존자께오서는 찌꺼기라고 불러 주시지요.”
[원한다면 그리 해 주지.]장익은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얼마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던 규백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부분 두서가 없었다.
대다수가 규련이 서휼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배신당할 때 무슨 고통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 울분과 고통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장익은 두서가 없는 규백의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 주었다.
규백의 이야기는 길어져, 한밤중 두 개의 달이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해서, 서휼이 날 버렸고, 마침내 난 여기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얘기하다가 감정이 북받쳤는지, 규백은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를 마쳤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장익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휼이란 미치광이가 현재 광한계 본토에서 수작질을 부린다는 거로군.]“…뭐, 요약하면 그렇게 되겠지요.”
장익은 바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내가 너희 이야기를 다 들어 준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심상의 깊은 곳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너희에게 도움을 줄까 말까 고민하기 위해 너희의 이야기를 들어 준 것이지.]장익은 유화를 쳐다보았다.
[유화, 너는 합격이다. 백녕이란 신입을 받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니,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의지를 관철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감사합니다.”
장익은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괴물, 너도 합격이다.]“저는 왜 괴물입니까?”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네 심상 깊은 곳에서는 끝없는 불굴의 의지가 느껴졌다. 심상 자체가 상당히 경이롭다고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녀석이기도 하고,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도와준 보람이 있을 것 같은 녀석이니.]장익은 그리 말하며 마지막으로 규백을 쳐다보았다.
[너, 조각은 불합격이다.]“…!”
그는 규백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자기가 뭘 바라는 건지도 모르고 있군. 하긴, 그게 조각들의 정체성일 테지만.]“….”
규백은 장익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음울한 눈으로 장익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흘려듣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네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전까진, 나는 네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겠다.]“…마음대로 하시지요. 심족 존자의 도움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맹랑하군. 본체가 아니라 분체라고 얕보인 건가?]“어차피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데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뭐, 됐다. 죽지 못한 망자(亡者)를 상대해 봤자 나만 손해지.]장익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세 가지다. 첫째, 이 자리에서 내 일격을 사용해서 광한계와 이어지는 공간 균열을 만들어 준다. 둘째, 여기서 지내며 너희를 수련시키고, 너희의 가능성을 끌어올려 너희가 스스로 비승해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셋째, 내가 심족 최고회와 연락하며 그들이 너희를 구하러 올 수 있게 구조 신호를 보내 준다.]그는 우리에게 선택을 맡긴다는 듯 물었다.
[세 가지 중 택해라. 뭘 원하든 들어주마. 단!]장익은 규백을 쳐다보며 말했다.
[첫 번째를 택하면 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 균열을 만들어 줄 것이고, 두 번째를 택하면 너희 둘만 가르칠 것이고, 세 번째를 택해도 너희 둘만 구조해 가라고 이를 것이다. 자기 정체성도 못 찾는 저런 것은 나도 도움을 주기 싫으니 그리 알도록.]그 사실을 들은 나는 망설임 없이 두 번째를 택했다.
‘두 번째를 택하면, 어쨌든 그녀를 천천히 설득시킬 시간은 존재한다. 거기에 그녀의 마음을 돌리면 함천존자 역시 규백을 조금 가르쳐 줄 수도….’
내 선택에 장익은 피식 웃었다.
[상냥한 녀석이군.]“….”
아무래도 내 심상을 바로 읽어 내, 내가 두 번째를 택한 이유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너는 어쩔 거지?]유화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도 두 번째를 택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제자를 구하러 가고 싶지만… 합체기에 달하는 그 괴물의 손에 잡혀 있을 테니, 지금 가 봤자 아무것도 할 게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존자께 가르침을 받아, 제자를 구할 수 있을 실력을 기른 후 올라가겠습니다!”
그 말에 장익은 흡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보아하니 구현 3보를 밟기 직전이니만큼, 가르치는 맛도 있겠군.]그렇게, 우리는 함천존자 장익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 * *
우우웅!
나는 내 경지 회복용으로 만들어 낸, 용맥을 모으는 진법을 장익의 분체에게 연결해 주었다.
조금 희미한가 싶던 그의 분체는 진법에 연결되자 완전히 실체처럼 변화했다.
[그런데, 너희가 지내는 곳은 여기인 게냐?]“예, 그렇습니다.”
[그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수련을 시작하지. 너희 거처가 다 박살이 나면 곤란하니.]“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와라.]타앗!
장익의 분체는 허공을 밟으며 어딘가로 날아갔고, 유화 역시 그를 따라 주홍빛 강물이 되어 날아가 버렸다.
나는 규백을 쳐다보며 물었다.
“규백 님께서는, 구경하지 않으시렵니까?”
“…됐다. 심족이 수련하는 걸 봐서 뭐에 쓴다는 거냐.”
그녀는 텅 빈 눈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심상을 읽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존자의 힘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흥! 용족에도 존자께선 한 분 계신다. 비록 출타 중이시지만, 그래도 아주 어렸을 적 용족 존자의 분체가 지닌 힘을 본 적 있으니 상관없다.”
‘어렸을 때라….’
그녀는 규백인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죽었다고 착각하는 규련인 것일까.
확실한 것은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만 보러 오시지요. 어쩌면 차후에 심족의 약점을 연구하는 데에 쓰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규백은 한숨을 쉬며 귀찮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빙긋 웃었다.
‘은근히 계속 권해서라도 데려가 줬으면 하고 있었는데, 모를 것 같습니까.’
그녀도 내심 심족의 존자인 함천존자의 힘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 역시 그녀가 서휼에 대한 살의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면, 그만큼 심상이 조금 환기되니 찬성하는 편이었다.
나는 저물도에서 비행 법기를 꺼내 그녀를 태우고 장익과 유화를 쫓아갔다.
* * *
“옷은 잘 맞으십니까?”
나는 저물도에서 꺼낸 두꺼운 옷을 입은 규련에게 물었다.
높은 상공을 날아가는 중인지라, 범인 수준으로 영력이 떨어진 그녀는 상당히 추워하고 있었다.
“그, 그래… 괜찮다. 비늘이 있었을 때는 굉장히 따뜻했는데….”
“비늘 문제가 아니라 규백 님께서는 현재 정순지력이 더 흐르지 않으니까요.”
“용의 몸은 정말 편했는데….”
“지금 현실적으로 용의 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니, 규백 님께서는 차라리 심도공법을 익히시면 어떠십니까?”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았느냐.”
“알겠습니다.”
그녀와 잡담을 나누며 얼마간 하늘을 날았을까.
나는 규련의 사체를 넘어, 장익이 도달한 커다란 황무지에 도착했다.
사방이 돌덩이인 황무지는 상당히 대련장으로 적합해 보였다.
위이잉―
나는 종이배 형태의 비행법기에서 내려 장익의 앞에 섰다.
그리고 혹시 규백이 휘말릴까 싶어 종이배는 따로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장익은 나와 유화를 보며 팔짱을 꼈다.
[그럼 일단, 너희의 역량부터 제대로 파악해 보도록 하지.]스릉―
푹, 푹, 푹, 푹!
장익의 사방(四方)으로 네 자루의 녹빛 박도가 구현되어 땅에 꽂혔다.
그는 박도들의 중앙에 들어간 후 팔짱을 끼고 말했다.
[일단 교육 전에 앞서…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라. 교육이 시작되면, 너희 둘 다 피떡이 돼서 바닥을 기어다닐 테니까.]“….”
굉장한 자신감!
차라리 광오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유화는 뭔가 질문을 정리하고 있는 듯했고, 나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함천존자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는 정식으로 심족 소속이 아닌, 공식적으로는 지족 소속인 몸입니다. 한데 어째서 이리 도와주시는 겁니까?”
[심족이기도 하니까.]정말로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나는 뒤를 흘끗 보며 규백을 살폈다.
“하면, 심족이 아닌 규백 님은, 정체성을 찾기만 하면 가르쳐 주실 요량이 있으신 겁니까?”
[물론이다.]“어째서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저 조각 녀석은, 구현에 도달할 자질이 있으니까.]“…!”
규백이 입천에 도달할 재능이 있다고?
나는 황급히 놀라서 되물었다.
“규백 님에게 그런 자질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 뭐… 네 심상으로 봐서 뭔가 오해하는 거 같긴 하군. 한 가지 말해 주자면 네가 생각하는 ‘자질’과 내가 생각하는 ‘자질’은 많이 다를 거다.]“존자께서 생각하는 자질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이어진 장익의 말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없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은 구현에 도달할 자질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자질’은 너희에겐 없는 것이나 다름없지.]그는 눈을 빛냈다.
[너는 구현… 너희 천, 지족의 말로는 심도공법이라 칭하는 이것. 이것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어려운 말이다.
나는 여태껏 무를 궁구해 왔으나, 나 스스로 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단… 심도공법 같은 단어는 마음에 안 드니, 내가 쓰는 용어를 알려 주자면 나는 이것을 투혼(鬪魂)이라 부른다.]“투혼….”
[너는 투혼을 뭐라고 부르지?]어쩐지 장익의 물음에는 떨림이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을 느끼며, 단순히 저 질문에 ‘월도입천, 월도답천’ 등으로 대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투혼… 내 투혼은 뭐지? 나는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내가 익혀온 기술, 전투 경험, 깨달음의 총집합.
이것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답을 깨달았다.
‘아… 그렇군. 간단한 것이었나.’
“무(武).”
나는 내가 익혀 온 이것의 이름을 장익에게 답하였다.
“제가 익혀 온 것은, 무(武)입니다.”
[무라… 좋은 이름이군.]어쩐지, 장익도 내 대답을 듣고 흡족한 듯했다.
[그럼 다시 묻겠다. 너에게 있어 무(武)란 무엇이지?]“제 삶의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네가 생각하기에 그 무를 익힌 이들에게 특별한 것이 있느냐? 특정한 자질을 타고났다거나, 특정한 혈통이라거나, 특정한 영근을 타고났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없습니다.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는 누구라도 익힐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다.]장익은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내 투혼도, 유화의 연주도 마찬가지지. 누구나 익힐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상 모든 존재는 투혼을 통해 구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것이 내가 너희를 도우려는 이유 중 하나지.]“이유 중 하나라면,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것입니까?”
[물론 있지.]“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말에 장익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렇습니다만….”
[내 투혼은 그렇지 않다.]“…?”
[네가, 스스로가 익힌 무라는 것의 의미를 더 깨닫게 된다면 내가 너희를 돕는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궁금한 건 이게 끝이냐?]나와 유화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장익이 자세를 잡았다.
오싹!
‘베인다!’
순간, 나는 내 전신이 장익의 박도에 난자당하는 환상을 본 듯했다.
예리하다.
전신의 털이 곤두선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런 경험은, 마치 나보다 경지가 높았던 김영훈과 싸울 때에나 느꼈던 느낌이었다.
그리고, 장익이 자신의 박도들에 손을 가져가며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덤벼 봐라, 꼬맹이들아. 실력 좀 보자꾸나.]그와 동시에, 유화가 금을 뜯었고 내가 무형검을 바르쥐었다.
다음 순간.
내 무(武)와 장익의 투혼(鬪魂)이 이를 드러내며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