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12)
번갯불 (4)
찰나.
나는 거의 본능에 가깝게 하늘을 향해 무형검을 휘둘렀다.
부웅!
쩌어어엉!
답천의 경지에 달하는 무형검이 하늘에서 떨어진 낙뢰를 베어 낸다.
“명훈이는 이리 내라.”
우우우웅!
내가 뭔가를 할 새도 없이 금벽호가 손을 뻗자, 그의 손에서 인력(引力)이 생겨나며 전명훈을 끌고 갔다.
전명훈의 머리통을 붙잡은 금벽호는 혀를 차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전명훈의 상단전에 넣어 놓았던 기괴고가 그대로 불타 없어져 버렸다.
찌릿!
내 의식을 떼어 만든 술법이었기에, 기괴고가 불타자 내 의식에도 찌릿한 고통이 흘러 들어왔다.
“자, 그럼 이제 천천히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할까?”
어째서일까.
상대는 사축기 초기, 단 하나의 축도 쌓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는 천뢰번을 들고 있는 금벽호가 어째서인지 규련이나 서휼보다도 막막하게 느껴졌다.
위이이잉!
천뢰번에서 흘러나오는 의념이 금벽호와 교신하는 것이 보였다.
다음 순간, 금벽호가 다시금 천뢰번을 휘둘렀다.
쿠르르릉!
하늘이 밝게 빛난다.
다음 순간, 나는 나를 향해 내리떨어지는 백여 줄기의 낙뢰를 볼 수 있었다.
‘이런 미친…!’
꾸과과과광!
왈칵!
나는 피를 토해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원영기에 이른 정순지력과, 요수공법으로 단련한 육신.
흑룡 진혈로 더 강화한 피부.
그리고 답천의 경지로 만든, 전신을 흐르는 무형검이 합쳐져서 겨우 살 수 있었다.
나는 백 개의 벼락이 떨어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금벽호의 바로 앞 자리.
방금 내가 있었던 그곳은, 거대한 계곡이 생겨나 있었다.
단순한 계곡이 아니었다.
‘공간 균열…!’
저 천뢰 하나하나가 사축기 수사의 일격 일격과 동급이다.
그나마도 어쩐지 금벽호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도망쳐야 한다.’
금벽호가 천뢰번을 들고 있는 한, 절대로 승산은 없었다.
파앗!
나는 허공을 베어 내며 월수궁무록을 사용했다.
금벽호는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순간 놀란 표정이었으나, 이내 피식 웃으며 다시 천뢰번을 휘둘렀다.
그리고.
쿠르르르르릉!
하늘 전체가 푸르게 물들며, 반경 십 리의 영역 안쪽이 낙뢰로 가득 찼다.
“…!”
월수궁무록은 순간 이동을 하는 기술이 아닌, 상대의 인지를 이용해서 숨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한 마디로, 인지고 뭐고 없는 광역 기술 앞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소리였다.
나는 덜덜 떨려 오는 뼈마디를 제어하며 흑룡진혈을 끌어올렸다.
우득, 우드드득!
이마에서 검은 뿔이 돋아나고, 곳곳에 검은 비늘이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엉덩이 쪽이 불룩해지더니 꼬리가 튀어나오고, 팔다리는 짐승의 것처럼 뾰족해졌다.
쿠구구구구!
나는 먹장구름을 소환해 주변으로 두르며, 구름을 타고 빠르게 도주했다.
계위를 이용해 공간 그 자체를 찢어 가르고 허공간에 진입한 후.
천족의 비둔술, 지족의 활공술, 그리고 답천의 무형검과 하나 되어 날아다니는 방식을 이용하여 쏜살같이 쏘아져 갔다.
그러나, 뒤쪽에서 뇌성벽력이 울리며 황금빛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게 서지 못할까!!!]준엄한 목소리가 허공간을 울리며, 금벽호가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부웅!
그가 다시 천뢰번을 휘두르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간이 푸른 번개로 가득 차올랐다.
“…!”
파치지지지직!
나는 이를 악물고 번개를 맞아 가며 전진했다.
우그그그극!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축기 수사의 인력이 나를 그에게로 끌어당겼고, 점차 금벽호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잡혀 죽는다!
나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며 천인도 방향으로 날아갔다.
콰르르르릉!
물론 그 사이에 몇 번이나 천뢰를 얻어맞으며, 그렇게 죽기 살기로 날아야만 했다,
‘설마 이렇게 죽는 건가.’
금벽호가 흩뿌리는 천뢰는 정말로 가공할 것이었다.
천겁은 그나마 내 경지에 맞춰서 하늘이 벼락을 뿌린다지만, 금벽호는 망설임 없이 사축기 급의 일격으로 천뢰를 뿌리는 것이니, 더 이상 막기도 힘들었다.
콰르르르릉!
나는 허공간에서 푸른 번개를 다시 한 번 맞으며,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번 생에 죽는다면, 서휼에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천뢰번을 아예 잡지도 못해 금벽호에게 죽을 줄은 몰랐다.
최소한 금벽호가 천뢰번을 못 휘두르게 내가 쥐고만 있었어도 해볼 만했을 테지만.
금신천뢰문의 인물들만 천뢰번을 잡을 수 있다는 불합리함에 패배한 것이었다.
‘그래, 이것도 뭐….’
쿠르르릉!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 최선을….’
그렇게 의식이 저 아래쪽으로 침잠해 가기 바로 직전.
찌이잉!
나는 무언가, 내 머리를 울리는 울림을 들었다.
아니, 울림이 아니라 ‘보았’다고 해도 좋으리라.
‘뭐지, 이 기묘한….’
무언가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기묘한 음성은?’
“…핫!”
나는 흠칫 놀라 눈을 떴다.
나는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나를 쫓아오는 금벽호 쪽에서, 이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아니, 음성이 아니었다.
입천의 시야, 의념의 시야와 같이 무언가 제 3의 새로운 감각이었다.
무언가 이 감각을 칭할 길이 없어 여지껏 ‘시야’라고 표현하며 ‘본다’고 칭했으나, 사실은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감각이었던 것처럼.
이 ‘음성’은 그런 식으로 내게 뜻을 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음성의 뜻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답천의 시야를 지녔기 때문인가?’
‘말’이 들린다.
―나를 구해다오.
‘천뢰번’의 말이!
―나를 구해다오.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천뢰번은 끊임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 달라.
천뢰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육감이 속삭인다.
천뢰번에게 말을 걸어라.
그것이 살 길이다!
“크윽!”
나는 허공간에서 떨어지는 낙뢰를 맞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를 쫓아오던 금벽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천뢰번을 들어 올렸다.
“놀랍군, 감히 천뢰번을 든 내게 맞서려는 건가?”
“하…!”
나는 정신을 더더욱 집중했다.
그리고, 천뢰번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심상은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의념은 보인다.’
그 말인즉, 심어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뜻!
나는 심어를 통해 천뢰번에게 뜻을 전달했다.
―어떻게 구해 달라는 거지?
그러자, 천뢰번은 즉시 내게 답을 들려주었다.
―해방시켜다오… 금신자의 후예들에게서….
―나는 너를 잡는 건 고사하고 육안으로 볼 수조차 없다.
―내 진짜 이름을 알려 주겠다. 내 진짜 이름을 강하게 염(念)하며 나를 잡아라. 그리하면 나를 잡을 수 있을지니….
천뢰번의 진짜 이름?
생각할 것도 없다.
―알려다오!
그리고, 천뢰번의 의념을 통해, 녀석의 [이름]이 내 뇌리에 틀어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대천벌(大天伐)의 정화(精華), 정려(政勵).
‘정려!’
나는 천뢰번의 이름을 깊숙이 염하며, 금벽호와 마주 섰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우드드득!
전신에 괴군의 회로가 깔린다.
금벽호에게서 도망치며 챙겨 온 원유 역시 혈체피갑이 되어서 내게 녹아든다.
그리고 나는 금벽호를 보며 그를 떠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혹시, 금 태상장문께선 천뢰번의 진명을 알고 계십니까?”
“음?”
내 질문이 의외였던지, 금벽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뢰번이 천뢰번이지, 무슨 개떡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
모르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내게는 잘된 일이다.
‘외부인인 내가 정려를 손에 넣어도 알아내지 못한다.’
일순간 그를 당황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왜 해룡왕을 따라간 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본문의 제자와 신물을 훔쳐 가려 했는지, 단단한 심문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한다면 선처를 생각해 보지.”
“이실직고라….”
나는 쓰게 웃으며 금벽호를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천뢰번을 들고 중경계에 온 순간부터, 당신들 금신천뢰문은 큰일이 난 것을 모르는 겁니까?”
“뭐?”
“등선향에 떠 있는 금신천뢰문 사조 양수진의 비석에는, 천뢰번을 들고 비승하면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축기쯤 되면 차원 여행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다시 내려가서 확인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역시나 통하지 않는 건가.
“등선향의 비석의 내용은 본문에도 전해져 내려온다. 마음을 내려놓고 비승하는 것! 그것이 비석의 내용일진대, 네놈 따위가 뭘 안답시고 주절대는 것이야!”
“…?”
뭐지, 뭔가 비석의 내용을 이상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전승이, 잘못되어 내려오고 있던 거였어!’
자신이 믿는 것이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 한,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양수진의 비석을 모셨던 사당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양수진이 생존해 있던 시기에는 중령성국에서 쌓아 올렸던 그의 사당은, 답천사막에 떨어졌고, 양수진의 비석의 나머지 절반 역시 사당과 함께 답천사막에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원립의 흑색성이었다.
“존경하는 해룡왕 서휼의 명성과 인품에 대고 맹세하니, 제 말은 정말로 거짓이 아닙니다!”
“으음…! 해룡왕의 이름을 건다고…?”
서휼의 이름을 걸자 금벽호는 흠칫 놀랐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네가 천뢰번을 도둑질하러 온 것도 해룡왕의 뜻인가?”
“예, 바로 그렇습니다. 해룡왕께서는 지족 영역에 있는 양수진에 대한 고사를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고사를 토대로 몇 가지 조사를 진행하셨고, 천뢰번은 금신천뢰문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결론과 함께 얼른 저를 파견해서 천뢰번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내 말에 금벽호는 잠시 침묵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흔들며 강인하게 외쳤다.
“거짓말이로군. 내가 아는 광명정대한 해룡왕 서휼이라면, 진솔하게 나를 초대해서 진실을 털어 놓고 경고를 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지랖을 부리며 타 문파의 것을 훔치려고 하지 않는다!”
‘역시 안 속나.’
애당초 서휼이 금벽호, 허곽, 창호자 등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소설을 써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하지만 됐다.
금벽호는 서휼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들은 뒤 그 자체만으로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 ‘흔들리는’ 정도라면 된다.
파아아앗!
전신을 감싼 답천의 무형검이, 일순간 황금빛으로 변했다.
‘되살린다.’
능광(能光)의 빛살을!
파아아앗!
일순간.
나는 번개보다도 빠른, 빛조차 뛰어넘은 한 자루의 도(刀)가 되어 금벽호에게 달려들었다.
찰나, 마치 시간이 쪼개진 듯한 그 찰나 안에서, 나는 정려의 이름을 강하게 염상하며 금벽호에 손에 들린 투명한 깃발을 움켜쥐는 데에 성공했다!
파지지직!
엄청난 뇌전이 올라왔으나, 이전과는 다르게 분명히 ‘실체’가 잡힌다!
콰득!
그렇게 천뢰번을 쥔 상태로, 나는 다시 뒤로 물러나 빠져나갔다.
파아앙!
눈을 반쯤 깜빡일 정도.
아니, 사실 그보다도 더 짧은 찰나.
나는 그 찰나에, 답천의 무형검을 답천의 능광도로 변화시켜 찰나를 쪼개, 천뢰번을 훔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우웩, 거허헉! 끄헉!”
무형검을 억지로 바꾼 반동인 탓인지, 칠공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단단한 육신 자체가 마구 뒤흔들렸으나 어쨌든 나는 성공했다!
“그, 그하하, 그하하하하!”
금벽호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고, 나는 광소를 지으며 허공간을 쪼개고 다시 현계로 들어왔다.
“후우….”
농밀한 영기와 함께, 저 멀리 천인도가 보였다.
뒤쪽에서는 금벽호가 노갈성을 터트리며 공간을 쪼개고 나온다.
“노오오옴!!!”
나는 천뢰번을 쥔 채로 천인도로 향하며 웃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때였다.
속닥속닥속닥….
어떠한 속삭임이 내 귓가를 간질였다.
그것은 천뢰번의 속삭임이었다.
―뭐냐, 무슨 일이지?
천뢰번은 감격스럽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나를 학대하던 금신자의 후예들에게서 나를 꺼내 주어 감사한다. 한 가지, 한 가지 부탁만 더 들어다오.
―부탁?
―내… 내 이름을 불러다오. 육성으로.
―…?
굉장히 해괴한 부탁이었다.
‘뭔가 있는 건가?’
나는 혹시 천뢰번이 내게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인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기를 측정했다.
딱히 별 일은 없었다.
내 운수(運數)는 평탄했다.
―이름은 왜 불러 달라는 것이지?
―지난 몇만 년간, 금신천뢰문의 누구도 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너무 외로운 시간이었다. 내 이름을 불러다오. 제발 부탁이다, 내 이름을 불러다오.
단순히 이름이 불린 적이 없어서 외로워서 그렇단 말인가?
나는 다시 한번 천기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며 천기를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부르든 말든 천기에는 변화가 없다.
‘뭐, 순수하게 이름을 불리고 싶은 것이라면….’
나는 천뢰번의 고독한 의념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투웅!
동시에 내 몸은 한 자루의 검이 되어 천인도의 장벽을 뚫고 천인도로 진입하였다.
이제 광령지로 가는 전송진에 올라타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계획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광령지로 향하는 전송진으로 쏘아져 가, 전송진 앞에 도착하여, 천뢰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타앗!
전송진 위로 올라간 나는 천뢰번의 이름을 불렀다.
“정려(政勵).”
그와 동시에, 나는 저 멀리서 나를 쫓아오는 금벽호를 보며 전송진을 발동했다.
“안녕히 계시오. 천뢰번은 내가 안전한 곳에 박아 두지.”
전송진의 빛이 번뜩이며 나를 이동시킨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후, 후후후… 드디어 잡았다. 이 빌어먹을 도둑놈. 정말로 간발의 차로구나.”
위이이잉―
금벽호가 숨을 몰아쉬며 전송진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전송진이 작동하지 않아…!’
“네놈이 해룡왕의 사람이라는 것도 거짓말 같으니, 일단 전통적인 금신천뢰문의 형벌 방법을 써서, 네놈을 뇌창에 꽂아 100일간 지져 주마. 그런 다음….”
“이보시오, 금 태상장문인.”
“겁이 난 거냐? 하지만 본문의 제자와 신물을 훔친 죄는….”
“태상장문!”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떨었다.
쉬이이이―
전송진의 빛은 꺼져 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지족의 눈을 가진 내 눈에, 천지영기의 흐름이 이상하게 흐르는 것이 포착되었다.
“실성한 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 상황을 눈앞에 두고서도 소리를 지를… 읍…!”
왈칵!
금벽호가 내게 다가오던 중 비틀거리며, 피를 한 움큼 쏟아 냈다.
아니, 그뿐이 아니었다.
우욱…!
나 역시 칠공에서 피가 더더욱 많이 뿜어지며, 전신의 피가 마구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뭐, 뭔가가 이상하다!’
천지음양의 흐름이, 뒤엉키고 있다.
세상의 이치가 제멋대로 흐른다.
콰아앙!
나는 주먹을 휘둘러 전송진 건물의 천장을 부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눈이 부릅떠졌다.
방금 전까지도 멀쩡했던 천기가, 마구 뒤틀리고 있다!
“어, 어어…?”
―고맙다. 정말 고맙다. 너무나도 고맙다.
다음 순간, 천뢰번으로부터 끝없는 감사인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나의 정명한 주(主)께 다시 귀의(歸依)할 수 있게 되었나니….
“이, 이게 무슨….”
―고맙다. 매우 고맙다. 이름을 입 밖에 낸다는 것은, 운명을 입 밖에 낸다는 행위. 운명이 ‘말한다’라는 행위를 통해 삼천세계 전체에 울려 퍼졌으니… 나의 주께서 당장이라도 나를 찾으실 수 있을지어라!
찌릿, 찌릿찌릿…!
그와 동시에, 마구 어그러져 비틀려 흐르던 음양의 흐름 사이로.
뇌기(雷氣)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전신에 맴도는 정전기였다.
하지만 정전기가 점차 강해지며, 강력한 전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는 물론이고 천인도 위쪽에 있는 모든 건물과 행인들 사이에 번개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아아….”
나는 천뢰번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함부로 이름을 내뱉어서는 안 됐다.
함부로 알아선 안 될 지식을 알아 버렸다.
꿈벅―
하늘이, 두 쪽이 나며 ‘열린’다.
그리고, 열린 하늘 너머로 하늘 전체를 채운 거대한 ‘눈’이 천인도를 굽어보기 시작했다.
진선(眞仙)이, 머나먼 차원을 넘어 본체(本體)로 이 땅 위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