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17)
광대와 공연 (4)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괴군 도착으로부터 50일이 남은 시점이 되었다.
“그럼, 지금까지 세운 계획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유화와 규백의 앞에서 지금까지 짠 계획과 각자의 입장, 각자가 원하는 것을 정리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유화가 원하는 것은 백녕의 동태 확인과 구출. 그리고 가능하다면 백염족들도 역시 구출해서 나가는 것을 원한다. 맞나?”
“예.”
“그리고 규백 님은 서휼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맞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우선 서휼을 해룡궁과 혹은 다른 이들로부터 떨어뜨려 그가 혹시라도 다른 이들에게 지원을 받을 가능성 자체를 남겨 두면 안 됩니다. 그렇게 서휼을 해룡궁에서 떨어뜨리면, 유화는 해룡궁에 잠입해 백녕과 백염족을 찾고, 저와 규백님은 서휼을 찾아가는 거지요. 이게 계획의 골자입니다.”
그렇다면 계획을 실행할 방법이다.
“일단, 50일 뒤 괴군이 나타나면 서휼은 어떻게 해서라도 최대한 괴군과 먼 곳에서 떨어져 있고 싶어 할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괴군은, 솔직히 합체기 대원만 용왕인 흑룡왕 현음이 덤벼들어도 이길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지난 생.
김연이 괴군의 기묘성채와 괴뢰들을 가지고 흑룡왕 현음을 상대로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쇄성기 존자의 발이라는 신체 부위 때문이었다.
합체기 최고봉의 전투 경험 많은 흑룡왕 역시 고작 김연이 조종하는 괴뢰들에게 밀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괴뢰술사로서 경험이 많은 괴군에게 조종당하는 괴뢰들이라면, 합체기 대원만 수사가 넷 이상이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서휼이 괴군의 눈에 띄는 순간 서휼은 그 자리에서 [서 대군] 행이라는 소리였다.
서휼도 그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러니만큼 최대한 괴군에게서 떨어져 있으려 할 터.
그리고 서휼이라면 흑룡왕의 처소 역시 괴군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것을 잘 알 테니, 흑룡왕뿐이 아닌 다른 무수한 지족들의 합체기 태수들이 모이는 곳에 숨으려 할 터였다.
그리고 운심호 인근에 그런 곳이라면, 단 한 군데밖에 없다.
‘봉명주!’
서휼은 봉명주 안으로 숨으려 할 터.
그렇다면 우리는 그 틈을 타 각기 계획을 실행하면 된다.
유화는 해룡궁으로 가 백염족과 백녕의 근황을 알아보고, 나와 규백은 함께 봉명주로 가 서휼을 찾는다.
유화 역시 서휼에게 한 방은 먹이고 싶다고 했으니 아마 백녕을 구하고 나면 우리에게 다시 와서 합류할 터였다.
그렇다면 유화와 함께 서휼에게 그녀의 구현 3단계를 먹인다.
그렇게 하면 서휼은 무조건 다음 경지에 이를 때 유화의 천겁 역시 맞아야 할 터였다.
‘그리고 나 역시, 서휼에게 재밌는 걸 보여 주지.’
서휼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후려칠 수 있는 비장의 법술을 준비해 놓았다.
서휼이 아무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곳에 가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서휼을 그런 곳에 던져 놓는가.
‘서휼에게 미끼 같은 걸 던져서 서휼이 오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서휼은 반드시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 봉명주에 숨어들어서도 최소 수십 인 이상의 동급, 혹은 높은 경지의 요수들과 함께 움직일 터였다.
‘하지만 서휼은 움직일 수 없어도 다른 이들은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유화였다.
그녀는 봉명주 최하층에서 자신의 기척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구현 3단계 심족인 유화의 기척을 알아차린다면, 다른 지족들은 격분하여 그녀를 잡으러 봉명주 최하층으로 향할 터.
유화는 월수궁무록으로 봉명주 최하층에서 기척을 숨기고 잘 빠져나올 터였다.
물론 서휼이라면 뭔가 싸해서 몇몇은 남겨 둘 테지만, 그런 녀석들을 위해서 원유를 준비했다.
원유의 본체였던 원립은 본래 혈음계로 비승하기 위해 준비하던 마도 수사.
한 마디로, 원유가 익힌 혈마진해광과 혈쇄수림결 등의 마공은 혈음계 천마들의 기운과 굉장히 비슷했다.
그 말은 곧 서휼에게 남아 있는 다른 수사들은 혈음계의 천마를 미끼로 보내 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서휼 역시 원유를 미끼로 한 것에는 따라갈 수 있겠지만, 난 서휼이 움직일 수 없도록 비장의 수를 준비해 두었다.
‘이 수를 발동하면 서휼은 무조건 그 자리에 남아야 하겠지.’
그리고 그렇게 서휼이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유화와 규백, 그리고 내가 서휼을 포위하여 도망칠 틈을 없앤 후.
규백과 서휼이 대화할 틈을 준 다음, 유화와 내가 서휼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이번 계획이었다.
“…이상이 이번에 저희가 짠 작전입니다. 뭔가 더 추가하거나 제외해야 할 것 같은 부분이 있습니까?”
“큰 틀에서는 더 없군. 이제 세부적인 틀로 들어가서, 어떻게 서휼이 봉명주 몇 층에 숨어들었는지를 알아챌 것이고, 또….”
우리는 그렇게 세세한 틀로 들어가, 계획의 잔가지들을 정리했다.
* * *
파아아앗!
오늘 하루 회의가 끝난 후.
나는 동부로 돌아와, 김연이 몸부림치지 못하게 그녀를 잠시 묶어 놓은 후 의해은산을 사용했다.
츠아아앗!
은하빛 검이 그녀에게 날아가는 듯하더니 그녀의 심상 안으로 들어갔다.
내 원영을 담은 일격은 그녀의 정신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안쪽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녀의 안쪽을 드나들며 점차 내 부름으로 그녀를 깨워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의해은산이 효과가 없지는 않았는지, 연이의 점차 흐리멍덩했던 눈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점차 상태가 나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거행일이 다가오기 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을 듯했다.
‘부디, 이번 생이 끝나기 전에 너와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나는 어느새 팔꿈치까지 사라진 오른팔을 보며 속으로 옅게 한숨을 쉬었다.
이 기세라면 거행일 당시에는 팔다리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지는군.’
나는 의해은산을 쓰고 지친 몸을 이끌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 *
위이이잉―
한 무리의 자그마한 파리 괴뢰들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말 그대로 손톱만 한 파리 형태의 서 장군들이었다.
나는 서 장군들을 작게 양산하여, 봉명주 곳곳으로 날려 보냈다.
봉명주는 넓으니만큼, 미리 이렇게 괴뢰로 하여금 감시망을 뿌려 놓는다면, 계획을 실행할 때 서휼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소형 양산형 서 장군들은 봉명주 곳곳에 퍼져 나갔다.
* * *
점차 거행일이 다가왔다.
규백은 거행일이 다가올수록 표정이 복잡해졌고, 유화는 더욱더 금을 뜯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거행일까지 매일매일 연이에게 의해은산을 사용해서 그녀의 의식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홍범은, 나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만들겠답시고 곳곳의 약초와 영초, 독초들을 뜯어 와 뭔가를 계속 배합하고 있었다.
이제 소형 서장군들은 봉명주 곳곳에 흩어져, 봉명주 안의 구조물들 중 많은 구조물에 안착했다.
이대로라면 그것들은 나의 충실한 눈과 귀가 되어 서휼이 어디로 도망치든 나를 안내해 줄 터였다.
위이이이잉―
나는 소형 서 장군들을 움직여 봉명주를 조사하며, 혹시라도 서휼에게 도움이 되거나, 혹은 반대로 해가 될 지형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소형 서 장군들로 지족들의 소문을 염탐하며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째.
위이이이잉―
소형 서장군을 조종하던 나는, 봉명주 곳곳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어 알아챘다.
‘숨겨진 공간이라….’
그런 게 있다면 서휼이 숨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내가 빠르게 알아내는 게 좋겠어.’
나는 숨겨진 공간이 있다고 의심되는 봉명주의 장소 곳곳에 소형 서 장군들을 통해, 원격으로 괴군의 회로를 깔기 시작했다.
회로가 깔리며, 숨겨진 공간이 있는 곳에서는 회로가 지나갈 자리가 없어 회로의 연결이 막혔으며.
공간이 없는 곳에서는 회로가 지나갈 자리가 많아 순조롭게 괴군의 회로가 깔려 갔다.
그렇게 나는 약 봉명주 각 층마다 약 2만 개가 넘는 숨겨진 공간들을 발견했다.
‘기가 차는군.’
다행히 내게 소형 서장군들이 있어서 망정이지.
만약 내가 아무런 능력이 없어서 서 장군들을 만들 수 없었다면 약 12만 개나 되는 무지막지한 숨겨진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고생을 해야 했을 테였다.
소형 서장군들로 한꺼번에 모든 공간을 알아낼 순 없었지만, 나는 순차적으로 조금씩 공간 안쪽으로 소형 서장군들을 들여보내 숨겨진 공간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각자가 노력하는 사이 점차 거행일이 다가왔다.
* * *
“주인님, 이걸 받으십시오.”
“음?”
나는 홍범이 건네는 것을 받았다.
“이게 뭐지?”
홍범이 건낸 것은, 옥색 병에 담긴 푸른빛 액체 같은 것이었다.
나는 액체의 향을 슬쩍 맡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독이군.”
“예, 독초로 만든 것이니까요.”
“무슨 독이지?”
“고통을 증폭시키는 독입니다. 단순히 신경에만 듣는 게 아닌, 독에 담긴 영력이 혼(魂)을 자극해서 의식에도 고통이 듣는 독이지요. 한 방울당, 고통의 감도만 짧은 시간 동안 6만 배 이상 증폭시켜 줍니다. 이 독을 만들기 위해 제 재능을 총동원했습니다.”
“…그렇군. 내가 쓰라고 만든 거냐?”
“예. 어떤 이들도 이 독이 한 방울이라도 피부에 닿으면 정신이 나갈 정도로,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독입니다.”
“하지만 살상력은?”
“살상력은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든 독이니까요.”
“그래, 좋군. 내게 큰 도움이 되겠어.”
나는 이 독이야말로 홍범이 지난번 우리 작전을 듣고, 내가 숨겨 둔 서휼을 상대할 방안을 유추해서 만든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독만 있으면, 서휼도 순간 혼이 나갈 터다….’
나는 홍범이 배합한 독을 품속에 소중히 넣어 두었다.
이 독은 필요할 때에 요긴하게 쓰일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괴군이 도착하여 거사를 치르기 하루 전날이 되었다.
파츠츳….
나는 이제 양팔이 전기가 되어 기화했고, 하반신도 사라졌다.
아마 곧 있으면 전신이 기화되어 죽을 것이리라.
물론 답천의 무형검이 내 팔다리를 대신하여 옷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기에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하루.’
드디어 내일.
서휼을 향한 나의 사소한 반격이 시작된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위이이잉―
“…잠깐.”
양산형 소형 서 장군을 통해 봉명주의 숨겨진 공간 곳곳을 확인하던 나는, 한 곳의 숨겨진 공간에서 소형 서 장군을 멈춰 세우고, 공간 안쪽을 비추게 하였다.
“…잠깐, 잠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 장군의 눈에 달린 시야 법술이 내게 전해지며, 숨겨진 공간 안쪽을 비추었다.
나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황급히 일단 봉명주로 날아갔다.
얼굴이 들킬 수 있었기에, 혈체피갑을 뒤집어쓰고 원유 특유의 얼굴을 주물러 바꾸는 법술로 얼굴을 잔뜩 바꿔 놓은 후, 나는 빠르게 소형 서 장군이 찾아낸 공간으로 갔다.
그곳은 봉명주 7층.
봉명주의 갑판 바로 아래층이자, 생명층.
진룡맹 전체의 행정을 담당하는 층이었다.
그리고 나는 용족의 기운을 드러낸 채, 다른 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게 피부에 비늘까지 덮은 후 그곳으로 날아갔다.
타악!
그곳은 익숙한 곳이었다.
봉명주 7층.
내가, 회귀하고 난 후 서휼과 처음 온 봉명주의 장소.
내가 서휼의 눈을 피해 시장을 둘러보았던, 그 날의 그 행정 건물 앞.
“그랬군….”
나는 행정 건물 앞에 서서, 저 안쪽에 느껴지는 숨겨진 공간을 느끼며 헛웃음을 흘렸다.
오혜서는, 저 안쪽에 있다.
내가 진룡맹에 온 첫날.
내가 시장에 가서 요족들의 시장을 구경하고 온 사이, 서휼은 행정 구역에서 업무를 보는 척하며 오혜서를 봉명주 안쪽, 생명층의 숨겨진 공간에 숨겨 두었던 것이었다.
“이러니 해룡궁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지….”
나는, 오혜서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 구역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