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25)
검은 뱀(2)
“전부 다 익히고 싶다고?”
내 말에, 진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흐음, 원래라면 욕심부리지 말라며 경을 쳤겠지만, 뇌성체는 또 모르겠군….”
“그런데… 뇌성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나는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 말에 진휘는 선선히 설명을 해 주었다.
“천상금뢰지체가 ‘모든 번개에게 사랑받는 자질’이라면… 뇌성체는 ‘번개 그 자체인’ 체질이다. 벼락이 인간의 몸으로 화했다고 일컬어지는 체질이기도 하지. 따라서 모든 종류의 뇌도공법을 익히는 데에 제한이 없으며, 일반적인 영근을 지닌 이들보다도 훨씬 뇌도공법의 수행 속도가 빠르다.”
“호오….”
“사실, 본 금신천뢰문의 뇌도공법은 전부 시조인 금신자님을 따라가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
진휘는 간혹 제어하지 않으면 번갯불을 튀기는 내 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언으로 삼천세계의 모든 뇌전을 다루며 천겁조차 손에 넣으려 했던 시조의 천상금뢰지체…. 그 천상금뢰지체를 흉내라도 내려 했던 것이 본문의 시작이지. 따라서, 결국 본문의 모든 뇌도공법은 천상금뢰지체의 열화판이나 다름없다.”
어째서인지 자조적인 눈빛을 한 진휘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천상금뢰지체는 말 그대로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체질…. 아무리 인간의 몸으로 뇌도를 갈고닦아도 신화를 재현하기는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 먼 옛날 문파의 중흥기 때, 뇌성체가 나타났다. 분명히 전설적인 체질이지만 천상금뢰지체보다는 덜 허황된 체질…. 천상금뢰지체를 흉내 내려 하는 본문의 뇌도공법의 중간다리가 될 수 있는 체질이었지.”
턱!
진휘는 내 어깨를 잡으며 진중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타고난 뇌성체는… 천상금뢰(天上金雷)에 인간이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이다. 뇌성체가 옛날 본문에 출현했을 당시 본문의 뇌도공법은 시조님의 직계만이 이해할 수 있던 비밀스러운 공법에서, 무수한 제자를 받을 수 있는 공법이 되어 금신천뢰문의 세를 불렸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천상금뢰지체와 뇌성체가 같이 본문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네 역할이 막중하다.”
“명심하겠습니다.”
“본래라면 모든 공법을 익히는 건 스승으로서 말렸겠으나, 너와 전명훈, 그 녀석이 문파에 들어옴으로써 문파는 앞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터…. 하니 너희에게 미래를 맡기고 허락하겠다.”
진휘는 내게 세 권의 서책을 쥐여 주었다.
칠뢰진경, 태극진뢰신, 멸뢰내천궁.
나는 세 가지의 공법서를 받아들고 진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 * *
창천개벽문에 오운제자부터 일운제자까지의 계급이 있던 것처럼, 금신천뢰문에도 제자들간의 계급이 존재했고, 계급에 따라 허리에 제자의 계급을 표시하는 혁대를 차고 다녔다.
금신천뢰문의 가장 유명한 공법인 칠뢰진경에서부터 계급의 이름을 따.
연기기에서 칠성제를 지내지 못한 제자는 적뢰(赤雷)라고 적힌 혁대를 부여받은 적뢰 제자.
칠성제를 지낸 제자는 주뢰(朱雷) 제자.
연기기 극성에 도달한 제자는 황뢰(黃雷) 제자라 하였다.
적, 주, 황.
이 세 계급은 금신천뢰문의 잡일을 담당하는 하뢰(下雷) 제자라고 통칭되었고, 그 위인 축기기 제자부터가 제대로 된 금신천뢰문의 전력으로 인정받는 제자들이었다.
축기기 제자는 녹뢰(綠雷) 제자, 결단기 제자는 청뢰(靑雷) 제자.
결단기 대원만의, 원영기에 도달할 자질이 보이는 이들은 남뢰(藍雷) 제자로 취급받으며, 금신천뢰문의 미래로 인정받는 상뢰(上雷) 제자로 불렸다.
그리고 원영기에 도달한 이들은 장로 급으로 취급받으며, 자뢰(紫雷)로 묶여 불리며 자색의 혁대를 지급받았다.
또한 천인기 원로부터는 금신천뢰문의 이름을 딴 금뢰(金雷)라는 글자가 적힌 금색의 혁대를 지급받았으며, 원로 중에서도 문파를 이끄는 최고 배분 몇몇은 천뢰(天雷)라는 자가 적힌 백색의 혁대를 받았다.
태상장문인 금벽호를 비롯한, 한두 명의 인원들만이 천뢰의 혁대를 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진휘로부터 축기기 제자를 상징하는 녹색 혁대를 받았다.
“네 자질에다가, 광한계의 밀도 높은 천지영기를 생각하면 축기기도 금방일 테니 일단 네 계급은 녹뢰 제자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게 준 세 공법서는 네가 익히라고 준 게 아니다. 그 공법서들을 익히려면 최소 결단기에는 도달해야 하니까. 네가 앞으로 익힐 것은 적뢰공(積雷功)이라는 금신천뢰문의 기본 공법이다.”
“예.”
나는 ‘적뢰공’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진휘의 허락 아래, 적뢰공이 적힌 서책을 열어 본 나는, 그에게 받은 칠뢰진경도 같이 펼쳐보았다.
“…스승님, 이 적뢰공이라는 것 말입니다만….”
“그래, 칠뢰진경의 초반 부분과 매우 유사하지?”
그랬다.
적뢰공은 칠뢰진경의 초반 부분인 적뢰진경(赤雷震經)과 거의 유사했다.
적뢰진경의 몇몇 부분을 연기기가 익힐 수 있게 조금 더 열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의아해하자, 진휘가 설명해 주었다.
“칠뢰진경은 시조님이 직접 창안하신 공법이다. 12만 년 역사의 금신천뢰문에 최중요 공법이지. 그리고 그런 만큼, 많은 제자들이 칠뢰진경을 익히려 하며 제자들이 차후에 칠뢰진경에 입문할 때 난항을 겪지 않도록 칠뢰진경의 초반부를 연기기 시절부터 익숙해지게 바꿔 놓은 게 그 적뢰공이다.”
“그렇군요….”
나는 얼마간 진휘에게 적뢰공과 칠뢰진경, 그리고 태극진뢰신, 멸뢰내천궁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에게 뇌도공법의 가르침을 조금 더 받은 후, 나에게 배정된 동부로 돌아갔다.
우우웅!
뇌성체를 가진 내게는 금신천뢰문 최고의 영맥이 흐르는 동부가 분배되었고, 나는 동부 안쪽으로 들어가 영기를 들이마셨다.
“적뢰공이라….”
나는 뇌도공법의 기초라는 적뢰공을 들여다보았다.
뇌도공법은, 일반적인 속성공법 중에서도 굉장히 익히기가 난해한 공법 중 하나였다.
애당초, 뇌(雷) 속성이라는 것은 오행에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말이었다.
오행 영근에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공법이 아니고, 수도공법 체계가 한참 발전된 이후에야 겨우 생겨난 것이 뇌도공법이었다.
그러므로 오행영근을 타고난 이들이 뇌도공법을 익히려면 방법은 두 가지.
목(木) 속성 영근을 타고나거나, 아니면 음양의 교류를 통해서 체내에서 억지로 뇌전의 힘을 키워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목 속성 영근을 타고나지 않은 이들이 뇌도공법을 익히려면 음양의 교류는 필수지만… 금신천뢰문에서는 칠성제를 지낸 이들에게만 쌍수 상대를 찾아 주지.’
그 말은 무엇인가.
칠성제를 지내지 못한 저계 연기기 수도자들은, 뇌력을 얻기 위해서는 혼자의 몸으로 음양의 교류를 해내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혹은 외부에서 강제로 뇌력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부에서부터 뇌력을 어떻게 끌어오느냐?
간단했다.
뇌전 속성을 지닌 단약을 왕창 섭취하거나, 혹은 선배들에게 전기 고문을 당하거나.
혹은 번개가 떨어지는 지역에 가서 맨몸으로 번개를 맞거나다.
당연히 세 가지 방법 모두 엄청난 재화가 필요하거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금신천뢰문의 적뢰급 수도자들은 적뢰공을 익히기보다는 외부에서 파는 오월입도경 같은 기본공으로 칠성제를 지낸 후 그 이후부터 쌍수 교류를 하며 공법을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내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었다.
‘이게 적뢰공인가.’
나는 어차피 오행영근을 지니고 있었기에 목 속성 영근으로 뇌전의 힘을 구현할 수 있었다.
목(木)은 팔괘의 괘상에서 진(震), 즉 벼락을 상징하니 충분히 자격이 있는 셈이었다.
따끔, 따끔….
처음 공법을 운용하자, 손끝에서부터 따끔거리는 정전기가 올라온다.
우우웅!
나는 숨을 들이쉬며 법화단전을 바로 형성했다.
단전 안쪽에서 음양이 얽히며 단수기의 법화단전을 형성했다.
‘그럼, 어디 한번….’
연기기에 진입할 자격을 얻었다.
우우우웅!
나는 내단 안쪽에 있는 무색유리검들을 방출했다.
츠츠츠츠츳!
무색유리검에 만상인연도로 보전해 놓은 수행들이, 다시금 내게 밀려들기 시작했다.
‘뇌도공법을 수행해 볼까?’
목 속성 영근도 가지고 있다.
요수공법을 통해서 나 혼자서 음양의 교류를 체현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뇌전화의 저주를 통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뇌력이 자발적으로 공급되며,
몇 번이나 연기기를 반복한 탓에 연기기의 구결들은 아예 인이 박인 상태.
거기다가 지난 회차의 수행들 역시 무색유리검에 만상인연도를 통해 저장해 놓았으니….
치직, 치지지지직!
나는 동부 안쪽의 진득한 영기를 빨아들이며, 요수공법, 오월입도경, 그리고 적뢰공을 모두 동시에 운용했다.
파지지지지직!
따끔거리는 정전기에 불과했던 적뢰공의 뇌전은, 내가 수련을 시작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뇌전으로 증폭되었다.
파지지지직!
양손 위쪽으로 푸른 뇌전이 넘실거리며 마구 꿈틀거렸다.
“칠십이지살.”
순식간에 칠십이 개의 영맥이 전부 활성화된다.
동시에 단전 안쪽의 음양이 폭발하며, 요수공법 역시 연기기 1성에 대응하는 경지로 변화한다.
그리고 요수공법의 음양의 흐름에 적뢰공의 구결을 조금 더하니, 뇌전의 기운 역시 더더욱 거세졌다.
“삼십육천강.”
서른 여섯 개의 영성이 곳곳에 맺히고, 요수공법도 그만큼 다시 성장했다.
양손에서 넘실거리는 뇌전의 굵기가 더더욱 굵어졌다.
“십이지율.”
영기에 존재하는 열두 종의 영파가 내 손아귀에 잡힌다.
“십천간.”
열 개의 영력의 상징이 영력을 인도했다.
“구궁, 팔괘.”
구궁귀일과 팔괘완로의 단계를 빠르게 지난다.
순식간에 연기기 6성.
연기기 7성을 진행하려면 천기와 시운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체내의 요수공법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며 음양을 서로 부딪쳤다.
그에 적뢰공의 뇌력 역시 더더욱 거세졌고, 어느 순간 음양의 충돌이 극에 도달했다.
꽈아아앙!
푸콱!
단전이 터져 나갔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아랫배에서 피가 솟구쳤으며, 입가에서 피가 왈칵 올라왔다.
요수공법은 매우 간단하다.
말 그대로 단전 안쪽에서 음양의 기운을 폭발시키는 걸 반복만 하면 되니까.
그렇다면, 요수공법은.
지족의 공법은 천족의 공법보다 난이도가 낮은가?
절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몸이 견디지 못하면 그대로 몸이 폭발하며 사망에 이르는 것이 요수공법.
오직 강한 이들만이 살아남는 것이 요수공법이다.
천족공법이 하늘에게 제사를 지내 수도를 허락받는다면.
지족공법은 자기 자신을 불살라 살아남으면 세계에게 허락받은 것이요, 죽으면 허락받지 못한 것이라는 적자생존의 방식이었다.
물론.
츠츠츠츳!
나는 빠르게 무형검을 일으켜, 무형검을 실의 형태로 뽑아내 빠르게 의술 지식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기운을 돌려 재생시켰다.
폭발한 요수공법의 기운은 정순한 생명력이 되어 재생을 도왔다.
‘몇 번 더 폭발시켜야겠군.’
천족공법이나 지족공법이나 7성이 항상 고비다.
천족공법에서는 시운을 맞추면 된다면, 지족공법은 시운이고 뭐고 없는 순수한 운과 육신의 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기에 어떤 면에서는 천족공법보다도 더욱 까다로웠다.
꽈아앙!
꽈앙! 꽈아아앙!
푸콱, 푸콱, 푸콱!
나는 몇 번이고 아랫배가 터져 나간 후에야 겨우겨우 연기기 7성 수준을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우….”
요수공법에는 시운이 필요 없다.
하지만 내가 연기기였던 시절에 요수공법을 익혔다면 과연 연기기 7성을 쉽게 넘을 수 있었을까?
‘아마 배가 터지는 것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그대로 죽었을 확률이 더 높겠지.’
물론, 그래도 감을 잡기만 한다면 제의 절차가 필요 없이 바로 연기기 7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건 좋다.
‘천족공법에서의 연기기 제의는 추후에 지내기로 하고….’
꾸궁, 꾸웅! 꾸우웅!
나는 계속해서 요수공법을 운용해 가며 경지를 되찾았다.
츠츠츳!
내가 광한결을 통해 요수공법으로 개조한 창령성광오채대법이 점차 푸른 빛을 발하며 내 몸을 물들였다.
꾸우우웅!
마침내, 나는 순식간에 연기기 극성의 경지를 되찾았다.
우우웅!
내단이었던 것은 어느새 정순한 생명력을 머금은 요단이 되어 커져 있었다.
우우웅!
나는 요단을 다시금 폭발시켜, 축기기로 진입하기 이전까지 경지를 올려놓은 후, 피가 묻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바깥으로 나갔다.
금신천뢰문의 곳곳은 이전 뇌운각에서 썼던 건물들을 밀어내고, 하계에서 가지고 올라온 금신천뢰문의 전각들을 산봉우리 곳곳에 얹어 놓는 중이었다.
이제 저 전각들을 산봉우리에 흐르는 영맥들과 연결하고, 문파의 대진을 발동시키면 비로소 제대로 된 문파가 완성되는 것이리라.
나는 빠르게 월수궁무록을 써서 존재감을 감춘 후.
무형검을 사용해 뇌령도의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날아갔다.
이전에는 천공도의 총령이 감시하고 있는 것이 무서워서 무형검을 사용치 않았다.
하지만 성계에서 장익과 대화를 나누며, 인족 총연맹에서 인족 영역 곳곳을 감시하는 합체기 태수 위령선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위령선의 감지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내 월수궁무록을 사용하면 절대로 그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장익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 있었다.
‘그랬으니, 내가 15회차 때에 월수궁무록을 쓰고 뇌령도에 천뢰번을 훔치러 잠입했을 때에 위령선이 나를 감지하지 못했던 거겠지.’
나는 뇌령도의 적당한 산봉우리에 자리를 잡은 후, 무색유리검에 저장한 수행과 주변의 천지영기를 빨아들였다.
쿠구구구구!
삽시간에 하늘이 일렁이며 먹장구름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꾸웅!
요단이 부서져라 영기를 운용한다.
‘부순다.’
요족은 어떻게 축기기로 올라가는가.
바로 막대한 영기를 먹어치운 후, 그 영기를 요단 안에서 일시에 폭발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요단이 박살 날 정도의 폭발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박살 난 요단을 다시 응집해 전신의 영맥을 활성화시키고 전신 영맥과 요단이 확실하게 연결이 되면 축기기에 오른다.
그리고 실패하면 요족은 수행을 모조리 잃고 짐승으로 변한다.
콰아아앙!
나는 망설임 없이 요단을 박살 냈다.
요단을 이루던 영력은 곧이어 전신 혈맥으로 퍼져 나갔고.
동맥과 정맥, 붉고 푸른 혈관들 안쪽으로 순환하며 음양의 순환을 맞추었다.
음기는 정맥, 양기는 동맥.
그리고 모든 음양이기는 심장, 즉 중단전에서 다시 만난다.
쿠구구구!
심장이 터져라 부풀어 오르고, 나는 심장이 터지기 직전.
중단전에 몰린 기운을 다시 하단전으로 모조리 내려보냈다.
‘집(集)!’
기운을, 응집한다!
츠츠츠츳!
음양의 흐름이 하단전에서 다시 얽히며, 확고한 ‘요단’을 형성해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공과 조금은 헷갈렸던 영력은 확실한 ‘요력’으로 변화하며 전신에 생명력을 더하였다.
우우우웅!
요단에서 뻗어 나간 음양이기가 전신의 동맥과 정맥을 회전하며 심장으로 모이고, 심장에서 모인 혼원의 요력이 다시 요단으로 내려간다.
단(丹)이 육(肉)과 완전히 연결되었다.
영기와 생명력이 합일한 이 기운.
이것이 바로 요력(妖力)!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한 줄기 청뢰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평시라면 무형검으로 베어 냈을 청뢰.
하지만, 나는 적뢰공을 운용하며 하늘을 향해 전신의 모공을 활짝 열어젖혔다.
‘흡수한다.’
파치지지지직!
막대한 뇌력이 단전에 쌓인다.
칠성제를 지내지 않아 아직 바로 법력으로 전환할 수는 없지만, 적뢰공으로 붙잡아 놓을 수는 있다.
칠성제를 지내면 이 막대한 뇌겁의 힘은 바로 수행으로 전환해, 천족공법 역시 삽시간에 연기기 극성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끝이 아니지.’
더 간다.
쿠웅, 쿠웅, 쿠웅!
음양은 계속해서 충돌한다.
축기 초기에 이르렀던 내 수준은 무색유리검에 저장해 놓은 수행을 먹어치우며 다시금 축기 대원만이 된다.
‘폭발!’
꽈아아아앙!
결단기에 오르는 충격은 축기기에 오르는 충격과도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축기기에 오를 때는 그저 요단만을 박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결단기에 오를 때는 훨씬 더 강력한 폭발을 요한다.
축기기에서 요단을 잃으면 수행을 잃고 짐승으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지만, 결단기에 이를 때 요단이 폭발하면 그 요족은 십중팔구 치명상을 입고, 짐승으로 돌아가도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우웅!
그러나 나는 요단 안쪽에 다시 강환을 만들어 내, 다시금 내단을 만들어 냈다.
내단이 요단의 중심에서 중심을 잡아 주며 폭발의 위력을 경감시켜 줄 것이다.
‘간다!’
창령격원결의 푸른빛과, 성광호체공의 별빛.
그리고 오행장원전의 오색빛이 요단 속에서 빛난다.
퍼어어엉!
울컥!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됐다.’
이 정도 충격이라면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
다시금 폭발한 요단이 전신 혈맥을 휩쓴다.
정맥과 동맥으로 나뉘어진 음양이기는 심장으로 모였다.
그러나 결단기에 이를 때는 심장에서 하단전으로 가지 않는다.
‘올린다.’
츠츠츳!
심장에 모인 막대한 요력이 상단전으로 향했다.
그렇게 상단전을 완전히 활성화시키며, 요족의 상, 중, 하단전 곳곳에 영성이 생겨나게 한다.
‘그리고 다시….’
상단전에도 요력을 깃들이게 하면 다시 기운은 하단전으로 내려보낸다.
그렇게, 상, 중, 하단전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이전보다도 훨씬 더 단단하고 강력한 요단을 얻게 된다.
이것이 요족의 결단기.
쿠르르릉!
나는 다시 한번 내게 날아드는 천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역시 적뢰공으로 흡수해 두고 싶지만, 이미 적뢰공으로 흡수할 수 있는 한도는 넘어섰다.
나는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천뢰를 갈라 버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꽈아아앙!
나는 결단기에 이른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무색유리검의 수행을 빨아들였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어느 순간.
츠츠츳!
내 의식 영역이 나와 같은 형태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압축된 의식 영역은 내 체내로 들어오더니, 요단 안쪽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먹장구름 안쪽으로 청색의 뇌전과 더불어, 금색의 뇌겁이 꿈틀거린다.
꽈르르르릉!
쌍색의 천뢰가 나를 때렸다.
콰지지지직!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형검을 씌운 채로 천뢰를 맞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수궁무록은 계속 쓰고 있으니, 들킬 걱정은 없다.
우우웅!
나는 빠른 주마등을 경험한 후.
체내에 아기 형상의 의식과 요력의 집합체.
원영(元靈)이 탄생한 것을 의식하자마자 눈을 뜨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피이잇!
푸확!
그리고, 그대로 하늘을 향해 발돋움을 하자 내 육신은 쌍뢰(雙雷)를 베어 버리며 먹장구름을 뚫고 구름 위쪽에 도달했다.
“후우….”
내 주변으로는 3천 자루의 무색유리검이 나를 따라 올라왔다.
요수공법으로 개조한 청령성광오채대법의 힘이 내 밑에서 음양으로 소용돌이친다.
우우우웅!
나는 무색유리검들을 다시 요단 안쪽으로 회수하며 미소지었다.
“원영경, 회복.”
내가 경지를 회복하는 걸 반복하는 것만을 도대체 몇 번이나 해 왔던가.
이제, 절차가 필요 없이 육신의 희생만을 요하는 지족공법의 경우.
수행을 저장해 놓은 만상인연도와 무색유리검만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수행을 되찾을 수 있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천인기에 도달한다.”
금신천뢰문에 들어온 지 하루.
나는 원영의 경지를 회복하고서 목표를 다시금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