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29)
검은 뱀(6)
‘이래서….’
나는 수상쩍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홍수령을 보며 생각했다.
‘눈치 빠른 애송이는 싫다니까.’
하지만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추궁해 봤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선선히 그녀에게 한쪽 팔을 내밀었다.
“의심스러우면 제 신체 나이라도 측정해 보시지요.”
“하?”
내 말에 그녀는 바로 결인을 맺고 내 팔의 맥을 짚었다.
홍수령의 법력이 번개처럼 내 전신을 쓸고 갔다.
그리고, 그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십 대 후반이군.”
그렇다.
아무리 그녀가 내가 수상하니 어쩌니 해 봤자.
이 몸 자체는 미래에서 가져온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신체 자체에 쌓인 정보와 역사는 이, 삼십 년 치밖에 되지 않았다.
“흐으음….”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꿀릴 게 없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눈을 마주보았다.
“…뭐, 좋다. 일단 그런 걸로 알지.”
결국 내가 수상쩍은 노괴라는 증거 따위는 없었기에, 홍수령은 혀를 차며 넘어가야만 했다.
“선각후통 방식의 공부에도 원래부터 관심이 있어 줄곧 공부해 왔기에 한 번에 흐름을 읽은 것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뭐, 알겠다.”
홍수령은 미심쩍은 듯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노괴든 노괴가 아니든… 별 상관이야 없겠지. 중요한 건….”
스르르릉!
66개의 변화를 보여 주던 그녀의 검진(劍陣)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건….’
64개의 변화 안쪽으로 칠십이지살, 삼십육천강의 법술들이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십이지, 십천간과 구궁의 변화가 따라온다.
그리고 이십팔수와 칠성에 해당하는 변화, 육합과 오행, 사상에 대응하는 변화.
삼재와 음양, 일원과 무극에 이어지는 변화가 그녀의 검진 안쪽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아….’
츠츠츠츳!
점차 그녀의 검진이 일으키는 변화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기초법술은 단순한 초창기 법술들이 아니다.
수도계에서 통용되는 수도계의 ‘언어’가 바로 기초법술이다.
고계 수도공법을 익힌다고 해도, 연기기 때 배웠던 기초법술의 내용이 복잡하게 얽히고 기초법술에 공법 창시자의 해석을 더한 것이 바로 고계 공법.
그렇기에 연기기 때의 기초를 잘 닦아 놓으면 후반에 가서도 편한 것은 물론이요, 고계 공법의 위력 자체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청문령의 천린수해성이 결단기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가 고계 공법에 쓰이는 언어인 기초법술의 언어를 완벽히 장악하고 천린수해성의 진의를 10할 완벽히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눈앞에 또다시 청문령과 같이 기초법술의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법의 힘을 끌어내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릉, 우르릉!
“멸뢰내천(滅雷內天).”
그녀의 단전에서부터 뇌성벽력이 뿜어지며, 무수한 변화를 뿜어내는 검진과 이어졌다.
‘저건…!’
검진 안쪽에서 일어나는 기초법술들의 변화가 그녀의 단전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본명공법의 변화와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눈앞에서 휘몰아치는 검진은 완벽히 홍수령의 공법을 재현하고 있었다.
‘아름답군.’
그녀의 검술 실력 자체는 나보다 한참은 달렸고, 검에 대한 깨달음도 낮았다.
거기에 선각후통에 대한 이해도 자체도 청문령으로부터 직접 사사받은 내게 비할 순 없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선각후통과 비검술을 완벽하게 합일하였다.
내가 각각의 방식을 둘 다 극점으로 익혔다면, 홍수령은 각각의 방식을 완벽하게 합일한 것이었다.
‘내가 그녀와 동귀어진했던 한 수는 저것이었군.’
수도법술과 비검술의 완전한 합일.
내 어검술과 무형검을 조작하는 방법이 오로지 극한에 도달한 검에 대한 깨달음이라면.
그녀의 방식은 수도법술과 검의 깨달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저 손안에서 춤추는 듯했다.
“자, 봐라.”
파직, 파지지지직!
검진으로 자신의 수행과 함께 뇌력을 끌어올린 그녀가, 검진을 움직였다.
그녀의 앞에서 회전하며 변화를 보이던 그 검진이, 일순간 그녀의 조작에 따라 맹호와도 같은 기세로 동부의 한 곳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참(斬)!”
분명히 느껴진다.
저 검진에 담긴 힘 자체는 결단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그마저도 아슬아슬하게 결단기이고, 사실은 축기기 대원만이 전력을 다한 공격이라고 봐야 했다.
하나 다음 순간.
번쩍!
휘광이 몰아치며, 뇌성벽력과 함께 나는 내 동부의 뒤편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보았다.
꾸구구구구!
동부의 천장이 그대로 날아가고, 저 멀리 검진의 검기에 휩쓸려 금신천뢰문의 다른 산 몇 개에도 거대한 검흔(劍痕)이 나 버린 것이 보였다.
쉬이이이―
홍수령의 검진은 멈춘 상태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미쳤군.’
나는 그녀가 내게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축기기 수준의 기운만 넣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헛웃음을 흘렸다.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일순간 그녀의 검은 뇌속에 도달했다.
천인기 이하는 피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데.
축기기 대원만 수준에서 결단기 대원만 수준의 힘을 뿜는 검진을 천인기의 힘으로 쓴다면….
‘어쩌면 금벽호보다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게 그녀일 수도 있겠어.’
난 비검을 회수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인체 실험에 미친 미치광이에서, 상당한 실력자로.
그때였다.
[홍수령, 이 미치광이야!!!]“앗….”
누군가 홍수령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가 흠칫 놀랐다.
저 멀리, 그녀가 검기를 뿜어 갈라 놓은 산에서 분노에 찬 영언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망나니 같은 놈! 도대체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새 터전에서도 난동을 피우는 거냐! 난리를 피우는 건 나가서 하란 말이다!!!]“흠, 흠… 거, 미안하외다. 사형님들!”
홍수령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기본만 제대로 장악하면 단계를 넘어선 위력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기본을 장악하는 건 단순히 재능의 문제가 아니지. 노력과 의지의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재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게야.”
“그렇군요.”
‘노력과 의지가 재능을 결정한다라….’
하지만 그렇다면 천재와 둔재의 차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나는 그녀에게 바로 내 생각을 물어보았다.
“천재와 둔재의 차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느냐고?”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천재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천재라고 일컫는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알맞은 분야를 찾았을 뿐이야. 모든 이는 자신에게 ‘끌리는’ 분야를 찾아가고, 의지에 따라 계발하다 보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는 거지. 나는 그것이 세간에서 말하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흐음….”
“인력은 곧 운명이니. 한 마디로 ‘재능’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끌리는 운명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그래, 어찌 보면 세간에서 말하는 재능이란, 곧 운명일 터이다.”
한 마디로, 그녀에게 있어 재능이란 곧 운명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운명이라….’
자신에게 끌리는 것이 자신의 재능이고 운명이라면.
‘내 재능은, 내 운명은 무엇인 거지.’
처음부터 무공이 끌려서 무공을 배웠다기보다는.
0회차 당시 비누 장수를 하다가 비누 제조법을 뺏기고 비적들에게 핍박당했던 것이 한스러워 무공을 배운 것이었다.
끌림이 운명이라면.
나는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운명이라고 할 만한 끌림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모르겠군.’
나는 내 운명에 대한 것은 천천히 고민하기로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그나저나, 홍 선배님.”
“무슨 일이냐.”
“제 동부… 말입니다만.”
“아….”
그녀는 천장이 날아가고 뒤편 벽이 뻥 뚫려 버린 내 동부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동부(洞府)란 수도자의 본거지를 칭한다.
보통은 산이나 절벽, 혹은 비밀스러운 곳에 동굴을 뚫어 놓고 그 안에서 오래도록 수련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맥이 많이 몰리는 동부일수록 수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형 수도종문이 좋은 이유는, 제자들에게 그러한 동부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기 때문도 있었다.
그런데….
‘내 동부….’
내가 망연하게 다 망가져 버린 동부를 바라보자, 홍수령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흠, 흠. 이왕 이리된 것, 더 좋은 동부를 찾아 가져다주마.”
“….”
“며, 며칠만 기다리려무나. 그럼 난 이만….”
파앗!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비둔술을 써서 사라져 버렸고,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 * *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보다도 홍수령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홍 선배는 뇌전의 본질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뇌전의 본질이라….”
“저는 찰나라고도 생각합니다.”
“흐음,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예상보다도 은근히 그녀에게 배울 점이 있었고, 그녀는 사실상 진휘 대신 금신천뢰문에서의 내 스승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다만 뇌도(雷道) 그 자체에서 더 깊이 들어간 관점에서 보면. 번개의 본질은 결국 음양의 교류에서 비롯되는 힘일 뿐이지. 하나… 음양은 건곤으로도 해석되니, 천지 아래에서 순간적으로 태어나는 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뇌전은 찰나라고도 해도 될지도 모른다.”
“천지간의 찰나… 마치 삶과도 비슷하군요.”
“그래서 비검술을 익히며 사람의 인생도 뇌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지. 천지와 생사 안쪽에서 발버둥 치다가 결국 스러지는 인간의 인생은, 더 높은 관점에서는 한 줌 먼지나 찰나처럼 느껴지지 않겠느냐.”
“…그렇군요.”
“뇌전이란, 천지만물에 흐르고 인간의 몸에도 흐른다. 그리고 뇌 안에서 전기 신호가 주고받아지며 생각이라는 걸 하고, 육신을 움직일 때도 전기가 쓰인다.”
“그렇지요.”
“요족도 다르지 않지. 그 녀석들도 음양을 순환시키며 음양 사이에서 태어나는 미약한 뇌력이 뇌에 자극을 주어 지성을 발전시키는 거니까. 한 마디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 이성은 뇌전의 영향을 받는다.”
“….”
“그러므로 뇌전은 자연의 이치인 동시에 ‘존재의 이치’라고도 할 수 있는 거겠지.”
‘존재의 이치라….’
어쩌면, 그렇기에 구현 3단계부터는 천겁의 형질을 띄는지도 몰랐다.
‘존재….’
파직, 파지지직―
나는 손끝으로 뇌전을 피워 올렸다.
지난 한 달간.
나는 천족 원영기의 수행을 전부 되찾았다.
비록 16회차에 도달했다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원영 중기는 아직 되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원영 중기 역시 양(陽)의 힘을 머금은 뇌도공법을 익히다 보면 금세 도달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칠뢰진경과 멸뢰내천궁의 공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치지지직!
녹색의 뇌전이 내 손끝에서 춤춘다.
칠뢰진경의 4단계였다.
그리고 단전 안쪽에서 멸뢰내천궁의 힘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릉, 우르르릉!
총 12성으로 이뤄진 멸뢰내천궁 역시 벌써 6성까지 익히는 데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수행 속도로는 멸뢰내천궁 6성까지 40년은 걸린다고 했던가?’
그게 ‘정상적인’ 수행 속도라고 홍수령에게 들었었다.
“흐음, 역시 뇌성체인가.”
물론 홍수령 역시 내가 뇌도공법을 빨리 익히는 건 뇌성체이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 경지를 재어 보며 신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수행 속도라기보단… 흩었던 경지를 되찾는 속도 같군. 그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속도야. 이게 전설적인 체질의 힘인가….”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후후, 나 역시도 뇌성체를 재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더욱 끓어오르는군.”
“제 생각에 홍 선배는 뇌성체보다는 익힌 공법들부터 기초를 다지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끄럽다. 네놈이 뭘 안다고 훈수를….”
한 달간, 나와 홍수령은 이런 식으로 잡담을 나눌 정도로 꽤 친해져 있었다.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단 말이지.’
뭔가, 청문령과 김영훈을 합친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법술과 뇌도공법에 대한 부분에선 청문령.
그리고 가끔 비검술로 나와 대련할 때는 김영훈 같은 모습도 보여 준다.
그랬기에 나 역시도 스스럼없이 그녀와 친해진 걸지도 몰랐다.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네 말을 들으니 영감이 떠올라서, 신입들을 납치해서 실험 좀 해 봐야겠구나.”
“…제발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온건한 실험으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불안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조언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새 나와의 대화에서 뭔가 영감을 얻었는지 벌써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가 뭔가를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나를 실험 대상으로 안 보는 건 좋지만….’
나와 대화를 나누고, 뇌성체에 대해 조사하며, 뇌성체를 자신의 손으로 재현한다는 목표는 더더욱 확고해진 것인 모양이었다.
최근에 금신천뢰문에 입문한 광한계 출신 신입 제자들을 간혹 본인의 연구동으로 납치해서 실험을 한다는 소문이 많이 들려온다.
물론 신입 제자들은 고통스러울지언정 특이한 능력을 얻거나 수행이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해가 되는 건 없었기 때문에, 원로들 사이에서도 말이 나올지언정 별로 문제 삼지는 않았다만.
나는 그녀의 동부에서 나와 내 동부로 돌아갔다.
일전 내 동부를 박살 내 버린 홍수령이 미안했는지, 뇌령도에 있는 다른 영산 중 하나를 뽑아와 내 동부로 만들어 주었다.
그 덕에 내 동부는 이전보다도 훨씬 크고, 영맥이 진해져 있었다.
‘그럼, 오늘 수련을 시작해 볼까.’
나는 동부 안쪽에서 가부좌를 틀고 수련을 시작했다.
홍수령은 내가 한 달여 만에 멸뢰내천궁 6성에 달한 것을 신기해했고, 그것이 뇌성체의 공능이라고만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치직, 치지지직!
“천린수해(千璘樹海)!”
뇌전이 튀기는 내 육신 주변으로 아름다운 옥빛의 기운이 퍼져 나갔다.
멸뢰내천궁은 단전 안쪽에 뇌궁(雷宮)을 만들어 뇌전의 저항력을 키우고 제의에 도움을 받으며 주변 지형에 진도를 까는 데에 특화된 공법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뇌궁이란, 정말로 궁전이라기보다는 64개의 괘상(卦象)에 대한 일종의 비유였다.
내괘와 외괘가 합쳐져 단전 안에 64개의 팔괘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64개의 팔괘의 길 사이로 뇌력이 움직이며 점차 굵어지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그리고, 그 팔괘도의 중심으로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나무였다.
목(木)은 팔괘의 괘상에서 진(震).
거기에 목 속성의 진도를 깔아 주변을 장악하는 천린수해성은 뇌 속성의 진도로 주변을 장악하는 멸뢰내천궁과 너무나도 상성이 잘 맞았기에, 천린수해성과 멸뢰내천궁을 동시에 수련하니 그 수련 속도는 기존의 몇 배에 달했다.
거기에 나는 요수공법으로 자체적으로 음양의 흐름을 체현하며, 뇌성체의 힘으로 체내에서 뇌전의 힘이 증폭되었기에 다시금 수련 속도는 기존의 몇 배.
수련 속도가 증폭되고 증폭되어 도달한 것이 한 달이라는 시간 내에 멸뢰내천궁 6성에 도달한 결과였다.
파지지지직!
내 주변으로, 뇌전으로 이뤄진 나무의 형상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나는 뇌전의 수해 안쪽에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멸뢰내천궁을 수련했다.
그리고 멸뢰내천궁의 수련 속도에 힘입어 칠뢰진경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쿠릉, 쿠릉, 쿠르르릉!
주황색, 황색, 녹색의 뇌전이 몸에서 뿜어지며 세 개의 깃발을 뿜어냈다.
적색의 깃발은 왜 없는가 했으나, 홍수령에게 듣기로 적색의 뇌전은 그 자체로 천뢰번을 사역할 때 쓰이는 뇌전이기에 적색의 깃발은 따로 없다고 했다.
치지지지직―
나는 뇌전에 둘러싸인 상태로 집중에 들어갔다.
멸뢰내천궁 6성은 결단기 후기 수준의 성취였고, 나는 원영기에 들어간 것은 숨긴 채 멸뢰내천궁 6성의 성취만을 보고했었다.
그리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게 뇌성체로구나!
―과연 번개의 화신!
―시조시여!!!
금벽호와 원로진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칠 주야 후.
나에게 금신천뢰문의 장로직을 부여하는 의례가 준비되어 있었다.
금벽호와 원로진들에게 보인 성취는 아직 결단 후기 수준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들은 내게 장로직을 바로 부여하려는 듯했다.
‘한 달 만에 장로라….’
결단기 대원만까지는 쭉쭉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줘도 된다.
어차피 광한계 본토인들에게는 시간만 주면 도달하는 게 결단기니까.
그리고 원영기부터는 계위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했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될 터였다.
‘딱 적당한 수준이군.’
나는 천린수해성의 힘을 뇌전의 힘으로 녹여 내며 멸뢰내천궁 7성을 뚫었다.
콰지직!
뇌전이 꿈틀거리며 체내에서 용과 같은 기세로 회전했다.
‘남은 시간 동안 천천히 원영기에 들어간 척하고, 원영 중기만 어떻게 빠르게 뚫으면 되겠지.’
원영 후기와 대원만은 정말로 빠르게 넘길 자신이 있었으니, 16회차의 기억이 사라진 원영 중기의 경지만 어찌어찌하면 될 터였다.
치지직….
나는 얼마 후 뇌전을 갈무리하고, 동부 한구석.
그곳에서 수련하는 두 존재에게 다가갔다.
원유와 홍범이었다.
치직, 치지지직!
일전 태극진뢰신도 받았지만, 솔직히 태극진뢰신 같은 성전환 공법은 맨정신으로 익히기가 매우 껄끄러웠고 결국 원유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음양이 함께하는 몸을 가진 원유에게 태극진뢰신은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나날이 태극진뢰신의 성취가 높아지는 원유였다.
그리고, 홍범은 제명비신대법으로 이름을 각성시켜 다시 수련시키는 중이었다.
우우웅―
홍범에게 산수에게서 구매한 사족 공법을 건네자, 홍범은 빠르게 공법을 익혀 가고 있었다.
녀석의 성취는 벌써 연기기 중기.
그러니까 연기기 7성의 고비에 도달한 상태였다.
푸콱!
가만히 영기를 빨아들이며 수행하던 홍범의 배 안쪽이 폭발했다.
나는 황급히 홍범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홍범의 배는 다시 아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녀석은 마구 꿈틀거리더니 갑자기 갑각을 벗었다.
사족 공법의 구결에 따라 허물을 벗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녀석의 몸이 터지고, 내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반복한 지 한 달.
홍범도 한 달이라는 시간 만에 연기기 7성 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꿈틀, 꿈틀….
어느새 팔뚝만큼 커진 홍범은 내 팔에 머리를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아직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할 만큼의 지능은 없는 모양이었으나, 내가 녀석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깨달은 모양.
‘이번 생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라.’
나는 홍범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멸뢰내천궁을 펼쳤다.
쿠르르릉!
주변으로 뇌전의 진도가 깔린다.
진도를 통해 제의를 지내는 것에 특화된 공법.
그것이 멸뢰내천궁이었다.
‘그럼, 연아….’
치직, 치지지지직….
나는 기괴고의 비술에 연결되어 있을 김연과의 연결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멸뢰내천궁의 힘을 통해, 내 의지를 전파로 바꾸어 기괴고의 연결에 흘려 넣었다.
김연과 내 거리가 예상외로 멀었기에 기괴고의 비술로는 직접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랬기에 이런 식으로 멸뢰내천궁의 힘을 빌어야 그녀에게 내 의지를 전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답신은 아직 돌려받고 있지 못했다.
그녀가 기묘성심전을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해 의식으로 기괴고의 연결을 더더욱 활성시키면 몰라도 말이었다.
지금으로선 그녀에게 기묘성심전에 도움이 되는 구결들을 전파로 쏘는 수밖에는 없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치치칙….
나는 멸뢰내천궁을 해제한 후.
동부 바깥으로 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서 사형.”
동부 바깥에선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이 나를 보자 존경심 어린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올렸고, 지나가는 장로들 역시 내게 아는 척을 했다.
“하하, 서 도우. 이제 내일이면 그날이군.”
그리고, 한 장로가 나를 도우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내 옆에 내려앉았다.
“예, 그렇군요.”
나는 하하 웃으며 금신천뢰문의 한 전각을 바라봤다.
기율각.
저 안에서, 전명훈이 예절을 비롯한 이 세계의 상식과 언어, 기초 등등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교육이 끝난다고 들었다.
“내일이면, 이제 서 도우를 향한 관심도 조금 시들해지겠어. 그래도 너무 섭섭해하진 마시게. 허허허! [그] 천상금뢰지체가 아닌가!”
“그렇지요, 이해합니다.”
내일부터, 전명훈이 드디어 금신천뢰문의 기초공법을 익히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