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30)
검은 뱀(7)
“…이상, 오늘부로 금신천뢰문의 역사 수업도 전부 끝났어. 성제국 문화, 언어, 예절 전반. 그리고 광한계의 기본 언어와 별자리, 대략적인 문화 전반과 수도계 상식은 전부 공부가 끝났으니까, 오늘부터 너는 정식으로 뇌도공법을 익히게 될 거야. 알겠지?”
“그래, 알겠다.”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지고, 등선향이라는 곳에서 금벽호에게 잡혀 온 후 약 한 달 정도가 흘렀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전명훈은 금소해에게 지도를 받으며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이 세상은 수도선파들이 살아 숨 쉬는 선협의 세상이야.’
사실 본래라면 선협 세상에 떨어진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선협의 생리를 잘 아는 전명훈에게, 선협 세상은 일종의 마경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었다.
‘뇌조도사의 세계관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절망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전명훈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 자신도 몰랐으나, 전명훈은 천상금뢰지체라는 신화적인 자질의 소유자라고 하였다.
지난 한 달 동안 기율각에서 금소해에게 금신천뢰문의 역사를 배우며 천상금뢰지체의 힘을 똑똑히 전해 들었다.
‘수선의 끝자락에 도달할 때까지, 한 번도 천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체질?’
거기다가 천지뇌기가 뇌도공법의 수련을 돕기에 뇌도공법은 일반적인 천영근자의 수 배나 되는 속도로 수련할 수 있다고 했다.
금신천뢰문의 전설적인 체질들.
뇌성체나 흑뢰지체, 칠색진뢰진체, 혹은 급이 조금 떨어지는 벽력체, 혼원체, 홍령수지체 등 모든 전설과 위명을 가진 체질들을 전부 합쳐도 천상금뢰지체의 소유자에게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번개 그 자체라고 일컬어지는 뇌성체조차, 천상금뢰지체의 재능이 극한에 도달한 양수진은 뇌성체를 인위적으로 양산해 내기도 했다고 했으니, 능히 천상금뢰지체의 위명을 알 만했다.
‘앞으로 이 세상에서 내 인생은 완전히 탄탄대로로군.’
전명훈은 금소해를 바라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금소해도 시간을 들어 공략해 보고… 금신천뢰문의 끝까지 올라가서 권력을 마음껏 누리고 살면 그 또한 최고겠군.’
전명훈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따위는 버린 지 오래였다.
‘돌아가 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어차피 SJD 컴퍼니의 권력 투쟁…. 그런 짜증 나는 중견 기업에서 숙부의 뒤나 닦으러 다녀야 하는 멍청한 짓은 이제 작별이다!’
그는 금신천뢰문의 시조인 양수진의 일화를 떠올렸다.
삼천대천세계를 주유하며, 진선의 극점에 올라 몇몇 무시무시한 존재들을 제하면 누구도 그의 패악질을 막지 못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양수진의 전설들이었다.
물론 금소해는 ‘패도적인’ 행보라고 전달했지만, 솔직히 전명훈이 전해 들은 양수진의 행보는 지구의 중국과 비슷할 정도였다.
‘선조니까 패도적이랍시고 금칠해 준 거지, 당하는 입장에서는 죽여 버리고 싶었겠군.’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양수진은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한 번 건드린 이들은 뿌리까지 전부 걷어 내서 소멸시켰거나, 다시는 현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금제를 걸어 놓은 경우가 많다고 했기에 복수의 걱정도 없었다.
‘어쨌든, 이 세계에서 힘을 가지면 양수진처럼 행동해도 된다는 거지.’
그리고 전명훈은 그러한 양수진과 같은 자질을 지니고 태어났다.
‘앞으로, 이 세계의 역사는 나 전명훈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는 금소해와 함께 한 달 동안 생활했던 기율각을 나서면서 미소지었다.
쿠릉, 쿠르르릉!
전명훈은 금소해와 함께 문파에서 가장 영맥이 진한 봉우리라는 ‘뇌운봉’으로 향하였다.
뇌운봉의 정상, 문파의 신물을 봉해 놓았다는 봉뢰당 앞에는 태상장문인 금벽호와 장문인, 그리고 원로진 등이 자리해 벽력을 내뿜고 있었다.
수도자들은 연기기 이상부터는 대다수가 두 발로 걸어 다닐 일이 없었기에 뇌운봉 같은 높은 곳을 올라갈 때에도 ‘계단’이 필요 없었다.
그랬기에 전명훈은 기율각에서 배웠던 예법대로, 금소해의 비행법기에 올라타 엄숙하게 부동 자세를 취했다.
금소해의 비행법기는 천천히 뇌운봉으로 올라갔다.
뇌운봉의 아래쪽에는 연기기, 축기기 제자들이.
중턱에는 결단기 제자들이.
그리고 끝자락에는 원영기 장로들이 자리를 잡고 걸터앉아 있거나 허공에 떠 있었다.
전명훈은 부동 자세를 취한 상태로 은근슬쩍 원영기 장로들, 그리고 천인기 원로들의 면면을 파악했다.
‘문파의 권력층의 얼굴들은 빨리 익혀 놔야지.’
기회는 준비된 이에게만 온다.
전명훈은 문파의 최고 권력층과 빠르게 친해지기 위해 우선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그들의 얼굴과 특징을 빠르게 뇌 속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서은현은 전명훈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전명훈은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작업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단기 제자 놈들은 신경 쓸 것 하나도 없다. 원영기 장로들부터 천인기 원로. 그리고 사축기인 금벽호 님과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전명훈의 잔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앞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광한계의 특산물, 그리고 귀한 자원 등을 파악해서 손에 넣고, 문파의 윗선들과 친해지기 위한 뇌물로 줘야겠어.’
그의 눈이 금소해에게로 은근슬쩍 돌아갔다.
‘그리고 금소해 역시 금벽호가 아끼는 후손이라고 하니, 그녀와도 더더욱 친해지는 게 좋겠군.’
그는 금소해를 보며 속으로 미소지었다.
‘생긴 것도 솔직히 누구한테 안 꿀리게 생겼으니, 쌍수를 하는 금신천뢰문의 특성상 아마 그녀의 쌍수 상대는 높은 확률로 내가 된다. 침대에서 완전히 내게 굴복시켜 주겠어.’
전명훈은 태생적으로 승리자였다.
SJD 컴퍼니가 대기업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나름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목욕용품 회사였다.
특히 비누 제작에는 따라올 정도가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비누 회사였고, 전명훈은 SJD 컴퍼니의 일맥을 장악한 평양 전씨 가문 태생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돈 때문에 부족한 건 하나도 없었고, 정말로 권세가 있는 집안이 아니라면 한 번도 또래에게 머리를 숙여 본 적이 없는 인생이었다.
물론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회사 동료들이 눈칫밥을 조금 주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의 숙부인 전명철이 있는 이상 대놓고 뭐라고 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전명훈은 앞으로도 인생이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여겼다.
천상금뢰지체를 얻은 지금, 그건 정말로 확신할 수 있는 미래였다.
‘아, 그건 그렇고. 여기에 서 뭐시기… 그놈도 떨어졌다 했지 않았나?’
전명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침내 ‘서은현’의 이름을 떠올렸다.
‘맞아, 서은현이었지.’
전명훈은 서은현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같은 시기에 입사하긴 했고, 나이도 동갑이긴 했다.
그래서인지 서은현은 처음에 전명훈과 친해지려고 많이 말을 걸었었다.
‘주제도 모르는 놈이었었는데 말이야.’
물론 전명훈은 평범하게 빈궁하고, 평범하게 고개 숙이고, 평범하게 열심히 일하는 녀석 따위는 관심 없었다.
정말로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평범한 녀석이었으니까.
그래서 서은현의 관심에 무시 일관으로 반응했다.
‘주제도 모르고, 짜증 나는 녀석이었지.’
전명훈은 서은현을 생각하자 문득 짜증이 나는 게 느껴졌다.
입사 초, 서은현과 전명훈이 동일한 직급일 때.
초반에는 전명철의 조카인 전명훈에게 조금 관심이 쏠리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직장 상사들의 관심은, 조금 능력은 떨어져도 정말 엄청나게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는 서은현.
그리고 의욕은 없어 보여도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강민희에게 전부 집중되었다.
강민희는 봐줄 수 있었다.
여자였으니까.
전명훈이 언젠가 손에 넣기 위해 작업을 치던 목록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전명훈은 같은 남자인 서은현이 자꾸 관심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꼬웠다.
그래서 전명철의 힘으로 쾌속 승진을 한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서은현을 괴롭혔다.
빨리 회사에서 꺼지라고.
그러나 서은현은 회사에서 나가지 않았고, 꿋꿋하게 버텼다.
귀여운 신입인 김연이 들어왔을 때, 특히나 서은현을 노골적으로 괴롭혔지만 어째서인지 김연은 어느 시점부터 서은현한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명훈은, 서은현이 짜증 났다.
‘원래는 워크숍 가서 술 먹은 다음 오 대리랑 같이 짜고 제대로 밟아 보려고 했는데….’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뭐, 잘 됐군. 금신천뢰문에서 재기 불능할 정도로 밟아 버리면 그것도 재밌겠지.’
어차피 인권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오히려 회사에서보다 제대로 밟아 줄 수 있으리라.
전명훈은 뇌운봉 밑동에서부터 서은현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그 녀석도 뇌 뭐시기 지체를 타고났다고 했었나? 금소해가 서은현도 수도공법을 배우고 상당히 진도를 나갔다고 했는데…. 그럼 연기기 제자들 중에 서 있겠지?’
그러나 서은현은 아래쪽에 존재하지 않았다.
‘흠, 그놈 수준에 축기기? 뭘 배우면 열심히 하는 놈이긴 했는데 그래 봤자겠지. 절대 축기기는 안 됐을 테고, 그 녀석도 날 좋아하진 않았으니….’
전명훈은 아래에서 시선을 돌리고 피식 웃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문파의 이목을 끄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디 숨어 버렸나 보군. 큭큭….’
전명훈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서은현이 알아서 주제를 파악하고 찌그러져 자신의 눈앞에 나오지 않는다면 구태여 찾아서 밟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점차 금소해가 조작하는 비행법기가 뇌운봉 정상 봉뢰당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 밑에서 찌그러져 있을 놈은 신경 쓰지 말자. 내 길은 저 창창한 하늘에….’
“….”
‘…어?’
전명훈은 정상을 향해 눈을 돌렸다, 순간 뭔가가 이해되지 않아 눈을 끔뻑였다.
“엥?”
그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순간 당황해서 예법을 잊어버리고 입 밖으로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금소해가 옆에서 눈을 흘기며 눈치를 주었다.
전명훈은 냉큼 입을 다물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뭐지? 왜…?’
우우웅!
어느덧 금소해와 전명훈이 탑승한 비행법기가 뇌운봉 끝자락에 도착했다.
그리고 전명훈과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남색의 혁대.
결단기 대원만, 즉 미래의 장로진이 될 자격을 능히 갖추었다는 자격의 증명표를 단 서은현이, 원영기 장로들 사이에서 전명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저놈이 왜 저기에….’
그리고, 그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어느덧 비행법기는 뇌운봉 정상.
봉뢰당의 앞에 도달했다.
봉뢰당에 위쪽에 떠 있던 천인기 원로들과 금벽호가 차례대로 전명훈의 앞에 내려앉으며 엄숙하게 선포했다.
[오늘로써, 우리 금신천뢰문은 선조의 신물인 천뢰번, 그리고 선조의 권능의 근원이었던 천상금뢰지체. 두 가지를 다시 전부 되찾았다. 먼 옛날, 삼천세계 전체에 위명을 끼쳤던 금신자 대의 금신천뢰문의 이름을 되찾을 날이 머지않았다!]금벽호의 연설이 얼마간 이어지고, 금벽호가 천뢰번을 들고, 시조인 양수진에게 복을 구하는 제의를 치르는 의식이 얼마간 이어졌다.
“…이상으로 제례를 마치고. 전명훈을 금신천뢰문의 정식 문도로 인정하는 바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명훈은 정식으로 금신천뢰문의 제자가 되었다.
전명훈은 일단 예법대로 금벽호에게 인사를 올렸다.
“사문 존장의 말씀을 하해와 같이 받들겠습니다.”
몇 차례의 의식이 다시 치러졌고, 얼마 후.
전명훈은 마침내 고대하던 것을 받을 수 있었다.
“자, 전명훈. 앞으로 네가 익힐 본문의 기본공법, 적뢰공이다. 네 천상금뢰지체는 천지 뇌력을 끌어모으는 권능이 있으니, 아마 적뢰공을 대성하는 데에….”
‘좋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명훈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금소해는 보통 천영근자가 적뢰공을 대성해서 연기기 극성까지 가는 데에 2, 3년이 걸린다 했으니… 나는 못해도 1년. 빠르면 6개월 안에 적뢰공을 대성할 수 있겠지!’
전명훈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적뢰공의 대성은 뭐, 한 한두 시진이면 되겠지? 허허….”
“…???”
전명훈은 뭔가, 금벽호와 자신의 시간 감각에 조금 괴리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적뢰공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니 천상금뢰지체인 네게… 솔직히 익히라고 하기도 미안한 수준의 공법이다. 하지만 어쨌든 금신천뢰문의 기본은 적뢰공이니 반드시 익히긴 해야 하니 이해를 부탁한다.”
“예, 예…. 당연히 기본부터 익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명훈은 ‘한두 시진’이면 적뢰공에 대성에 성공할 것이라는 금벽호의 기대를 받으며 조금 당황스러웠다.
‘뭐지? 내가 지닌 천상금뢰지체가 그 정도로 엄청난 체질이라고?’
“허허, 기본기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네 마음씨를 보니 벌써부터 본좌의 마음이 든든해지는구나. 이전에 들어온, 너보다 자질이 떨어지는 뇌성체를 타고난 서은현이 네 동료라고 들었다.”
“…예, 맞습니다.”
‘하, 서은현 녀석. 내가 제놈 동료라고? 주제도 모르는 게….’
“그 서은현은 아침에 적뢰공을 받고, 저녁에 연기기 6성에 이르렀다. 연기기 7성은 절차상의 문제로 조금 시간이 걸렸다만, 오늘은 전명훈 네게 딱 시운이 맞는 날이다.”
“예?”
“한 마디로 네가 연기기 6성에 도달하기만 하면 바로 칠성제를 오늘 당장 지낼 수 있다는 게지.”
금벽호는 껄껄 웃으며, 벌써부터 대견하다는 듯이 전명훈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믿겠다, 제자야.”
“…어, 예.”
전명훈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엔 할 수 없었다.
천상금뢰지체인 전명훈의 입문 환영식이 끝나고, 전명훈은 그에게 배정된 동부로 와, 일단 적뢰공의 구결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어… 음….”
그리고, 전명훈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젠장,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놀랍게도, 전명훈은 적뢰공의 구결 중 단 한 자도 이해할 수 없었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금신천뢰문이 뒤집어졌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어제 전명훈의 칠성제를 지내지 않았다고? 일부러 녀석에게 알맞은 시운을 골라 어제 딱 적뢰공을 하사한 것인데!?”
금벽호의 노호성이 금신천뢰문의 업무를 처리하는 금뢰전에서 휘몰아쳤다.
천인기 원로 중 하나이자, 전명훈의 스승으로 임명된 금진찬이 앞으로 나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문주님. 다만 전명훈은 서은현과는 달리, 애당초 수도계에 무지한 범인이었던 듯합니다. 영기와 법력, 그리고 수도공법 구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게 탈인 듯합니다.”
“흐음….”
금벽호가 혀를 찼다.
“하긴, 천상금뢰지체라는 것에만 너무 흥분해서 본좌 역시 녀석이 얼마 전까지 범인에 불과했단 걸 잊었군.”
금벽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녀석에게 수도공법에 대한 기본 상식들과 영기의 이해를 익히게 해서, 녀석이 연기기 6성에 도달하게 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그에 금진찬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아마 칠 주야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영기의 호흡법, 기경팔맥의 위치, 그리고 기타 등등을 가르치는 데에 닷새 정도 걸릴 테니, 넉넉잡아 칠 일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칠 주야씩이나 걸린다라… 뭐, 알겠네. 얼마 전까지 범인이었던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군.”
금벽호는 이해한다는 듯한 어투로 말했으나, 그의 눈에는 명백한 실망감이 깃들었다.
“그럼 칠 주야 후, 전명훈의 성취를 다시 듣지. 설마 그때에도 칠성제를 못 지내진 않겠지.”
“칠 주야 후까지 반드시 칠성제를 지낼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진찬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전명훈은.
마침내.
단수기에 도달했다.
“드디어!”
우웅!
전명훈은 자신의 아랫배에 형성된 법화단전에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고, 전명훈의 스승으로 임명된 금진찬은 착잡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최대한 얼굴 근육을 조정했다.
“…그래. 잘 했다, 명훈아.”
금진찬은 들리지 않도록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성취를 보고하러, 태상장문께 가보자꾸나.”
“하하, 옛. 알겠습니다.”
전명훈은 자신의 손끝에서 맴도는 영력의 감촉이 신기한지, 손끝으로 법력을 내뿜으며 금진찬의 뒤를 따라갔다.
‘좋아, 3개월 간의 고련으로 수도공법에 대한 감은 다 잡았어. 연기기도 순식간에 찍어 주지.’
그리고, 전명훈이 희희낙락하며 금진찬을 따라 금벽호가 머무르는 금뢰전에 도착했을 때였다.
“흐하하하하하! 잘 했다, 서은현! 아니, 서 장로!!!”
금뢰전 안쪽에서, 금벽호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금진찬은 착잡한 표정으로 전명훈을 데리고 금뢰전에 들어갔다.
금뢰전 안쪽.
그곳에서는 자랑스러워 미치겠다는 표정을 한 진휘가 서은현의 옆에 서 있었다.
“아, 왔는가, 진찬? 이보게. 여기 내 제자가 이번에 멸뢰내천궁 9성에 도달해서 3개월 만에 원영기에 도달했다네.”
이어지는 질문에, 전명훈의 스승으로 임명된 금진찬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천상금뢰지체를 3개월간이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폐관시키더니 오늘에서야 드디어 얼굴을 보게 해 주는군. 그래, 천상금뢰지체 역시 결단기에 이르렀나? 아니면 설마 그 녀석도 서은현처럼 벌써 원영기에?”
진휘는 물론이고, 웃음을 터트리던 금벽호 역시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금진찬과 전명훈을 바라보았다.
금진찬은 작게 이를 갈며 전명훈을 앞에 세웠다.
“제 제자 전명훈의 성취는….”
그리고, 이어지는 금진찬의 말에 금뢰전이 뒤집어졌다.
“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