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43)
인간은 무엇인가 (10)
“아… 대리님이다.”
김연은 살짝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그녀가 어떻게 나를 불렀는지 이해했다.
‘본인이 자력으로 부른 게 아니었군.’
넘치는 의식공법의 재능으로 기묘성심전을 운용하다, 기묘성심전이 가진 힘을 일순간 강하게 이끌어 냈을 뿐이었다.
‘의식공법에 대한 재능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 어떻게 대성은 했다만… 본인이 대성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뭐, 그래도 괜찮다.
자의든 우연이든, 한 번 ‘연결’되었으니 앞으로도 요령만 머리에 새기면 계속 연결될 수 있다.
“연아, 김연!”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에헤헤, 대리님. 보고 싶으니까 꿈속에서도 나오….”
툭―
나는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 대며 기묘성심전을 강하게 운용했다.
“…어?”
그녀는 뭔가 기시감을 느꼈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와 동시에 일순간 꿈의 세계가 크게 흔들렸다.
‘꿈에서 깨지는 않게, 자각몽으로 명확히 유도한다.’
나는 기묘성심전으로 그녀의 의식을 표상으로 끌어올렸다.
츠츠츳!
순간 꿈의 세계가 흔들리며 무수한 꿈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대부분은 어째선지 비슷한 꿈이었다.
나와 그녀가 식물원 안쪽의 길을 걷고 있는 장면.
식물원 안쪽, 그곳의 꽃나무 밑에서 완전히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김연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그 장면들이 사라지고, 마침내 김연의 눈동자가 맑아졌다.
“어, 어어? 꿈이….”
그녀는 내가 눈앞에 있는 게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볼을 꼬집으려 했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서 머리를 떼며 손을 막았다.
“잠깐, 아직 큰 자극을 주면 안 돼. 기묘성심전을 더 운용할 줄 알면 몰라도, 지금은 꿈에서 바로 깰 수 있어.”
“어… 네.”
그녀는 멍하니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아직도 조금 꿈 같은 모양이었다.
“자, 그럼, 일단 내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기묘성심전을 운용해 봐, 연아. 알겠지?”
“네에….”
그리고 얼마 후, 기묘성심전을 운용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맑아졌다.
나는 그녀의 의식을 인도하며 그녀가 기묘성심전을 더더욱 장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차피 지난 10년간 기묘성심전을 알아서 대성해 놓고, 본인이 대성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바로 현재의 김연의 상태였다.
그런 만큼 의식을 인도하는 법만 조금 가르치면 바로 기묘성심전을 대성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얼마 후.
“…어? 어어?”
마침내 기묘성심전을 완전히 장악한 김연의 눈동자가 전부 맑아지고, 자신의 꿈을 완전히 장악한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붕, 붕!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휘저어 보였다.
내가 그녀의 꿈속 부속품이라면, 기묘성심전을 완전히 장악한 그녀의 의식에 의해 그대로 흩어졌어야 정상.
하지만 나 역시 기묘성심전을 운용하며 꿈속에 계속 남아서 그녀의 의식을 버텨 냈다.
“으, 은현… 대리님…?”
“그래, 나야.”
“대, 대리님…!”
김연은 울먹거리며, 내게 달려와 안겼다.
나는 자그마한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지, 지난 10년간… 10년간….”
“그래, 알아. 괴군이 미친 인간인 거.”
“흑, 흐윽… 끄으윽….”
김연은 울먹이며 그동안의 일을 천천히 얘기했다.
나는 기묘성심전과 등봉조극의 무리를 합쳐 그녀의 꿈을 가속시키며 꿈과 현실의 시간 배율을 다르게 바꿨다.
우리는 천천히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는 그런 세상이군요.”
“그래. 나는 지금 인족 영역에 있어. 당장 널 데리러 갈 순 없지만, 꼭 찾아갈게.”
“…고마워요.”
“앞으로는 매일같이 꿈속에서 만나자. 기묘성심전, 그리고 괴군의 괴뢰와 기묘성채에서 느껴지는 광증이 있으면 내가 해결해 줄게. 그리고….”
나는 김연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꿈속에서 한 가지를 너한테 가르칠 거야.”
“어떤걸요?”
“잠시 꿈을 빌릴게.”
나는 기묘성심전을 운용해, 꿈속 환경을 바꿨다.
기이한 빛무리가 일렁이며, 나와 그녀가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거대한 연무장으로 변했다.
“앞으로….”
지난 생, 지지난 생에서는 그녀를 제대로 신경 써 줄 겨를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신경 써 준다.
“네게 무공을 가르칠 거야.”
김연에게 무공을 가르쳐, 그녀를 최소한 월도입천.
그게 안 되면 등봉조극에라도 올려 놓는다.
‘등봉조극만 되어도 의식을 가속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의식의 가속 효율은 의식의 크기에 정비례한다.
천인기에 달한 지금의 나는 등봉조극의 가속 효과만으로도 입천 초기에 달한 김영훈과 비슷한 속도를 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사축기 급의 의식 영역을 지닌 김연이 월도입천에 도달하면.
아니, 최소한 등봉조극에라도 도달하면.
‘김연은 그 순간, 괴군에게서 탈출할 최소한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은 충분하다.
김연의 꿈속에서 기묘성심전과 등봉조극의 구결을 운용하면 꿈속의 시간 배율을 3배 정도로 늘릴 수 있으니까.
‘내 꿈속이 아니라서 이 정도가 한계라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해.’
그녀를 가르치는 건 문제없었다.
아무리 김연의 자질이 쓰레기 같아도, 절정 고수가 되는 데에 일생을 다 쏟아부은 나보다 더 쓰레기 같겠는가.
“무공이요…?”
“그래. 내가 네게 딱 맞는 무공을 만들어 줄게.”
무공을 익힌다면, 그녀의 거대한 의식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터다.
나는 그렇게, 아침에는 전명훈.
밤에는 김연을 가르치게 되었다.
* * *
1년이 지났다.
“좋아, 그거다!”
“닥쳐!”
콰르르릉!
붉은 벼락이 내가 있던 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 점차 축기기 수준의 힘만으론 전명훈의 힘을 이기기가 어려워졌다.
전명훈은 1년 만에 축기기 4수.
28개의 영성을 전부 형성했다.
그리고, 전명훈은 놀랍게도 아직도 주뢰진경을 익히지 못했다.
‘그런데 주뢰진경 없이 적뢰진경을 진화시켜서 어떻게 자기가 축기기 대원만까지 간 것도 신기하단 말이지.’
그래도 이 성장 속도라면, 10, 20년 안에 충분히 결단기 대원만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결단기 대원만에 도달한 후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명훈을 전명훈 빈대떡으로 만들어서라도 원영기에 집어넣을 것이니 문제는 없었다.
‘빨리 성장해라, 전명훈.’
콰르르릉!
나는 전명훈이 내쏘는 붉은 벼락을 유유히 피하며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어 가 몽둥이를 올려쳤다.
“크악! 제길….”
“일어서라.”
“씨발… 서은현 이 새끼….”
“말로만 욕하지 말고 빨리 결단기에, 원영기에, 천인기에 이르러서 나를 두들겨 패 봐라.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흐아아아아!”
‘꽤 악이랑 깡이 있어.’
아니, 그냥 내가 너무 두들겨 패서 생긴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쨌든 전명훈은 독기를 품고 상대에게 덤벼들 줄 알게 되었다.
나는 전명훈의 공격을 유유히 피하며 녀석에게 계속 선각후통의 구결을 담은 몽둥이 찜질을 퍼부었다.
지난 1년간, 전명훈은 상당히 성장했다.
김연 역시 1년 동안 내게 배우며 가파르게 무공이 성장해 어느덧 이류 무인 수준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군.’
물론 내가 아무리 김연에게 최적화된 무공을 만들어 줬다고는 했으나, 그걸 감안해도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하긴, 수천만 개의 꼭두각시를 동시에 다루는 것보다는 자기 몸 하나 움직이는 게 더 쉽기야 하겠지.’
아무래도 기묘성채의 꼭두각시들 수천만 개를 조작해 본 경험이 꽤 도움이 되는 듯했다.
‘문제는 나인가….’
그러나 가파르게 성장하는 김연과 전명훈과는 달리, 나는 아직도 심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김연과 전명훈은 양수진의 말대로 인간이라고 친다면.
다른 이들은 도대체 어떤가.
‘이 세계는, 이 세계에서 맺은 인연은… 대체 뭐지?’
차라리 양수진이 보잘것없는 길가 양아치였다면 그냥 흘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진선의 극점에 도달했다는 양수진의 말이었다.
도저히 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고민을 품은 채 전명훈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파아아앗!
“…!”
저 멀리서 익숙한 둔광이 날아왔다.
황금빛의 비둔술.
“여어, 금은현 장로!”
헌위였다.
그녀는 당찬 얼굴로 내 옆에 내려오며 말했다.
“이번 달 구혼 자금이다.”
부웅!
그녀가 나를 향해 저물도 하나를 던졌다.
나는 말없이 저물도를 받아들었다.
역시나, 이 저물도에도 지난번에 받았던 것과 같은 양의 영석이 들어 있었다.
헌위는 지난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와 ‘구혼 자금’이랍시고 어마어마한 영석을 내게 퍼부어 주었다.
금신천뢰문의 영역에 이렇게 자주, 멋대로 들어오는 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었으나 금벽호는 헌위에게 영석을 받은 이후로는 불편해하는 듯하면서도 일단 그녀의 통행을 허가해 주고 있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자기 사람까지 데리고 다니는군….’
나는 약 30리 밖에서 헌위를 따라온 누군가를 보았다.
그는 은신을 한답시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가 내는 의념이 여실히 보였기에 내 눈을 피할수가 없었다.
‘호위 무사인가?’
나는 헌위를 따라온 누군가에게도 의식을 집중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냐?”
“송구하오나, 아직도 그렇습니다.”
“흐흠… 안타깝구만. 정 그렇다면 나와 쌍수라도 맺지 않겠느냐? 도려가 아니라 그냥 기운을 교류하는 쌍수라도 맺어 준다면 정말 고맙겠는데 말이지….”
“….”
나는 그녀를 보며 되물었다.
“중계 영석 천억 개라면… 헌 선자께서도 충분히 선통후각으로 천인 후기를 뚫으실 수 있을 만한 양입니다만. 도대체 왜 저 같은 것과 쌍수를 하자고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말했잖느냐. 한눈에 반했다고.”
“흐흠….”
나는 헌위의 의념을 읽으며 머리를 식혔다.
동시에 나는 그녀가 겉으로는 나와 대화를 나누며 뒤로는 천지영기를 조작해 뭔가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은근히 금신천뢰문에 진법을 깔고 있군….’
정확히는, 그녀 자신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주변 천지영기를 조금씩 움직이며 내 집중을 흐트러트렸고, 30리 밖에서 그녀를 따라온 호위가 은근슬쩍 금신천뢰문에 수작을 부리는 것이었다.
내가 모르리라고 생각하고 천지영기를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정작 청문령의 문하에서 진도를 까는 법을 극한까지 파고들었던 나로서는 한 눈에 보였다.
‘토 속성 영력을 한 번에 압박하는 진법이다.’
사실 누구에게도 알리지는 않았지만, 금신천뢰문의 곳곳에는 내가 괴군의 회로를 누구도 모르게 깔아 놓았다.
말도 안 되는 피해망상일 수 있었으나, 서휼이나 혹은 위령선의 분체가 나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늘 긴장을 놓지 않고자 깔아 놓은 회로였다.
그 회로를 통해서 그녀가 깔아 놓는 진도가 내 머릿속으로 전송된다.
‘진도의 기운이, 헌위의 몸에 흐르는 공법의 기운과 완벽히 역행한다.’
유사시, 저 진법을 발동시키면 그녀를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진법이었다.
왜 금신천뢰문에 들어와서 자기 자신을 제압할 수 있는 진법을 까는 걸까.
나는 내 옆에서 내게 달려드는 전명훈을 멀리 쳐 낸 후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정말 말씀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제게는 엄연한 쌍수 상대가 있고, 함부로 타인과 쌍수를 하는 것 역시 그녀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툭툭―
난 헌위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어깨를 두들겨 주며, 월수궁무록으로 기척을 감춘 기괴고의 술을 그녀도 모르게 기생시켰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지 모르니 일단 감시해 놔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