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55)
천겁 (6)
금신천뢰문 형뢰동(刑雷洞) 밑바닥.
그곳은 죄를 지은 금신천뢰문의 후기지수를 벌하는 데에 쓰이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런 형뢰동으로 금벽호가 뇌전을 튀기며 날아갔다.
콰르르릉!
형뢰동 가장 깊은 밑바닥.
그곳에는, 수십 개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홍수령.”
금벽호가 여인, 홍수령에게 물었다.
“정보가 들어왔다. 네가 금은현 그 놈이 천뢰번을 탈취해 나가는 것과, 그리고 녀석이 새로운 금신천뢰문을 선포하는 것을 지지했다는 정보다.”
“….”
“그 일로 인해 봉래궁이 갑자기 격노해 수배를 내렸다. 너는 지금 본문의 형뢰동에서 면벽을 시키고 있다고 변호를 해서 수배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당장 네 원로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그렇습니까.”
“한 가지만 말해라. 왜 금은현을 지지한 거냐? 단순히 쌍수도려라서?”
그 물음에 홍수령은 싱긋 웃었다.
“단순한 쌍수도려를 떠나… 그 녀석은 문파에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으으음….”
금벽호는 침음성을 흘렸다.
“녀석이 하는 일 자체가 현재 금신천뢰문의 위신 자체를 땅에다 처박고 있는 일이란 말이다….”
“저는 녀석을 믿습니다.”
“…곧이어 금은현… 아니, 서은현의 파문(破門) 절차가 끝나고, 시조령으로 녀석을 완전히 금신천뢰문에서 제명할 예정이다. 녀석이 완전히 파문당한 후에도 놈을 싸고돈다면, 나로선 너를 계속 형뢰동에서 면벽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습니까. 그럼 사축기에 이를 때까지 면벽이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난 가 보마.”
파아앗!
금벽호는 이내 떠났고, 형뢰동의 밑바닥에서, 홍수령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뭘 하고 있는 거냐, 네 녀석….’
그녀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서은현을 떠올렸다.
사슬에 묶여 있었기에, 천뢰번에 의해 문파의 전원이 잠시 넋이 나갔을 당시에도 강제로나마 무사할 수 있었다.
그녀를 묶은 사슬은 그녀 스스로 만들어 묶은 것이었다.
홍수령은 이미 ‘다음 단계’를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 사슬을 풀지 않겠노라, 그리 맹세
였으니 말이었다.
‘해가 될 일은 하지 않겠지만… 서은현. 그래도 지금만큼은 이 사슬이 원망스럽군.’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고 싶은 건 다름 아닌 그녀였다.
서은현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도 그의 의념을 보고서 결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서
은현이 말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이미 일어났다.
‘어찌해야 하는가….’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 사슬은 그녀 나름의 비술로 만든 것이기에 그녀가 정해 놓은 제약을 해제하기 전에는
풀리지 않을 터니까.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경지를 높이자.
힘을 키우자.
그것이, 홍수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반드시 힘을 키우고, 경지를 높여, 네게 찾아가 묻겠다. 서은현. 과연 네가 한 일에는 의미
가 있었느냐고.’
그를 힐난하거나 추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서은현이 절대로 삿된 짓을 한 게 아니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확인하려 함이
었다.
‘그러니 기다려 다오. 네가 내게 알려 준 길을 따라 걸어, 반드시….’
우우웅!
그녀는 눈을 반개하며, 스스로의 의식을 분리했다.
분리된 의식은 얼마간 그녀의 주위에서 움직이는 듯하다가 다시 그녀의 의식으로 회귀해 버렸다.
‘내가 여태껏 알아 왔던 무공의 극한을 탈피할 터이니…!’
등봉조극.
서은현이 알려 준 오기조원 그 너머의 경지로, 반드시 도약하겠노라고 다짐하며.
반드시 서은현의 무고함을 밝히겠노라고 다짐하며 그녀는 그렇게 형뢰동 밑바닥에서 수
을 이어 나갔다.
* * *
금벽호는 심란한 마음이었다.
그는 태상장문이라는 직함이 무색하게도 종문의 곳곳을 뛰어다니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
다.
“…그러한 이유로, 앞으로 서은현 장로는 파문될 것이다. 더 이상 서은현을 추종하는 파벌의
형성을 금한다.”
서은현은 문파 내에서 상당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천재 중 천재였고, 그런 그였으니만큼 추종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금벽호는 그런 ‘추종자들’에게 알려 더 이상 서은현을 공식적으로 추종하지 못하게 당부하며 다녔다.
그러던 중, 그는 뇌운봉.
봉뢰당의 잔해가 있는 곳에 멍하니 서 있는 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금신천뢰문의 부문주, 진휘였다.
“…진 원로.”
금벽호는 심란한 표정으로 진휘에게 다가갔다.
진휘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게 서은현은 가장 큰 자랑이자 긍지였다.
비록 스승으로서 가르친 것은 거의 없었으나, 어쨌든 서은현은 진휘의 제자였고, 여태껏 늘 진휘를 존숭해 왔었다.
진휘 역시 서은현 덕에 근 수십 년간 입가에서 웃음이 떠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진휘는 마치 초상집에 온 노인 같았다.
“…금은현… 아니, 서은현은… 본문 최고의 천재였지요.”
서은현은 천재이자, 금신천뢰문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 ‘문파의 자랑’은 이제 문파를 배반하고 천뢰번을 훔쳐 도주하여 새로운 금신천뢰문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봉래궁에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서은현은 금신천뢰문의 배반자이자 여태껏 금벽호가 찾아 왔던 ‘금위’와 내통하고 있었다 한다.
“…어쩌면, 저희는 전명훈의 예절을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서은현의 본의를 신경 썼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전부… 스승인 제가 제자를 살피지 못한 죄입니다.”
진휘는 괴로워하며 자리에 주저앉아, 탄식을 토했다.
금벽호는 한참을 진휘의 등을 바라보다, 무겁게 한 마디를 토해 냈다.
“…시조령으로, 서은현을 파문할 예정이네.”
“…예.”
진휘는 무겁게 대답했다.
“신물을 훔치고, 현 본문을 부정하며 새로운 금신천뢰문을 참칭하며 본문의 배신자와 손을 잡은 일은… 그만큼 대역죄이지요. 거기다가 그는 차차기 장문이 확정된 녀석이었으니, 그만한 벌을 내리는 것이 옳습니다.”
“….”
“하오나… 사형(師兄).”
진휘는 금벽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경지 상으로는 재능이 더 뛰어났던 금벽호가 한참 위였지만, 진휘와 금벽호는 전대 태상장문의 제자로, 사형제 간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녀석의 파문을 미루어 줄 수는 없습니까?”
진휘는 떨리는 목소리로, 서은현의 저주에 의해 다 썩어 버린 봉뢰당의 잔해를 만지며 말했다.
“…봉래궁에서는 녀석을 빨리 정식으로 파문하고 추적하라고 압박하고 있네. 또한 본문의 제자들이 동요하고 있기에 빠르게 파문을 해야 해,”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사형의… 아니, 태상장문의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겠습니다….”
그는 축 늘어진 모습으로 힘없이 대답했고, 금벽호는 씁쓸하게 진휘의 곁을 떠났다.
* * *
“…두 사람은 어찌 생각하나?”
금벽호는 현 문주 금린, 차기 문주 금진찬을 불러 물었다.
금벽호의 사촌인 금린과, 그 아들인 금진찬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루빨리 서은현을 파문해서 문파에서 동요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일축하고, 봉래궁에 지원을 받아 서은현을 추격해 천뢰번을 되찾는 것이 맞다고 사료됩니다.”
금린은 냉정하게 의견을 냈고, 금진찬은 침음성을 흘렸다.
“…금은현, 아니, 서은현은… 문파의 희망을 상징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녀석을 시조령으로 파문한다고 공고한다면 문파 곳곳에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찬이 너의 의견이냐?”
“…모르겠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서은현을 파문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나… 서은현에게 영향받은 인물들은 현재도 굉장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명훈이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전명훈이? 녀석은 서은현을 싫어하지 않았나?”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
쿠릉…!
그들이 말을 하는 새, 전명훈의 거처에서 붉은 벼락 몇 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알겠다. 일단 전명훈에게도 가 보지.”
금벽호는 한숨을 쉬며 전명훈에게로 날아갔다.
* * *
금벽호는 전명훈의 동부 앞에 내려앉았다.
“…소해야.”
“아, 할아버님.”
그는 전명훈의 동부 바깥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금소해와 눈이 마주쳤다.
“전명훈은 어떠냐?”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서은현과 녀석은 사이가 안 좋지 않았던가?”
“예, 명훈에게 서은현 장로는 뛰어넘어야 할 벽이자 태산이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그에게 있어 강력한 지지대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가….”
콰르르릉!
다시금 전명훈의 동부 안쪽에서 붉은 벼락이 마구 휘몰아쳤다.
금벽호는 잠시 그 벼락을 바라보더니, 전명훈의 동부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콰르릉!
그는 붉은 벼락을 걷어 내며 안으로 진입해 갔고, 붉은 번개가 가지는 강력한 힘에 흠칫 놀랐다.
‘강하군….’
그는 전명훈의 분노를 어림짐작했다.
전명훈이 분노와 함께 강해지는 것은 이미 금신천뢰문의 고위직들은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시조인 양수진조차도 분노와 함께 성장했다는 기록이 있었으니 그를 바탕으로 전명훈 역시 똑같으리라 받아들인 것이었다.
“흠?”
하지만 금벽호는 전명훈의 앞에 도착하자 의외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길길이 날뛰고 있을 줄 알았건만….’
예상외로 전명훈은 차분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틀고 공법을 수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금벽호는 차분한 전명훈의 모습을 보자 오히려 더욱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격발하는 분노가 아닌, 꾹꾹 눌려서 압축되고 정제된 분노가 은은히 느껴졌다.
“…오셨습니까, 태상장문. 고비를 넘는 중인지라 일어서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너….”
금벽호는 눈을 부릅떴다.
그가 잘못 보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전명훈은 양신(陽神)을 얻기 직전의 단계였다.
원영기에 이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원영 중기에 도달하려 하는 것이었다.
“…알겠다. 하던 것을 계속해라.”
“감사합니다.”
감사보다는 억눌린 분노가 느껴지는 눈빛에, 금벽호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전명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서은현을, 시조령을 이용해 파문하기로 결정했다.”
“….”
“네 생각은 어떠냐?”
“…제 생각이 중요합니까? 문파의 규율에 따르면 그를 파문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닙니까?”
“네 생각이 중요하다.”
“어째서입니까? 제가 천상금뢰지체이기 때문입니까?”
전명훈의 물음에 금벽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서은현의 영향을 받은….”
금벽호는 전명훈의 모습을 보며 단어를 고르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의 친우이기 때문이다.”
“…친우라. 하, 하하….”
그리고, 전명훈은 웃기 시작했다.
“흐하하하하하!”
“….”
“잘못 보셨습니다. 놈은 제 친구 같은 게 아닙니다. 저희가 본문에 입문하기 전. 녀석과 제 관계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입문해서는 관계가 역전되고, 제가 수십 년간 이를 갈며 관계를 예전처럼 되돌리려 노력했을 뿐입니다.”
“….”
“놈에 대해서는 늘 열등감과 울분이 쌓여 있었습니다. 파문이라니, 정말로 잘된 일입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녀석은 제게 있어 울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고, 소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만드는 원흉이었으며, 본문에 입문하기 이전의 일로 저를 두들겨 패는 소인배 같은 놈이었습니다.
또한 늘 제 신경을 긁어 대는 말을 했고, 저를 두들기며 제멋대로 실력을 증진시켜 준답시고 필요도 없는 것들을 잘난 듯이 가르치고, 고향 생각이 나면 가끔 개 같았던 기억이나마 고향을 상기시켜 주고, 소해와의 관계에 쓸데없이 참견을 하기도 하고, 정말 가끔은 술도 못했던 주제에 술도 한두 잔 하고, 내가 금신천뢰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도 줬는데!”
파직, 파지지직!
금벽호는 전명훈에게서 급격히 끓어오르는 핏빛 번개를 보며 무심코 한 발짝을 뒤로 물러섰다.
“왜! 정작 그 개 같은 놈은 나를 이곳의 가족으로 만들어 놓은 주제에 왜 제 놈은 사문을 배신한 거지!? 왜!?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콰지지직!
차분해 보였던 전명훈의 얼굴은 말을 꺼내며 점차 배신감으로 일그러져 갔고, 벼락의 굵기와 적광은 점차 강해져 갔다.
[왜!]콰르르릉!
다시 한번 붉은 벼락의 파도가 장내를 휩쓸었고, 금벽호는 한쪽 팔을 들어 법력을 끌어올려 벼락의 파도를 막아 냈다.
‘…그렇군.’
금벽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전명훈은 원영 중기나 다름없었다.
천겁만 맞으면 바로 원영 중기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이것이 천상금뢰지체.’
지금까지는 서은현에게 성장 속도 면에서 상당히 뒤떨어졌으나, 금벽호는 지금 이 순간 직감했다.
지금부터는, 전명훈의 성장 속도가 서은현의 성장 속도를 단숨에 따라잡으리란 것을 말이었다.
“알고… 싶습니다. 왜 그놈이 그 지랄을 하면서 본문을 배신한 건지.”
전명훈은 한 번 격노를 쏟아 낸 이후 조금 지친 얼굴이 되어 말했다.
금벽호는 전명훈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 * *
금뢰전.
금벽호는 태상장문인의 태좌에 앉아, 서은현에 대해 생각했다.
문파의 문도들을 만나 보고, 서은현의 파문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물어 왔다.
이성적으로는 시조령으로 바로 파문을 내리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금벽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 왜 본문을 배신한 것이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종문의 역사를 뒤바꿀 천재가 서은현이었다.
그리고 금신천뢰문 역사상 최악의 배신자라 불리는 금위와 함께 ‘최악의 배신자’의 목록에 올라갈 이름 역시 서은현이었다.
금벽호는 서은현을 믿었다.
그 역시 진휘만큼 서은현을 금신천뢰문의 자부심이라 믿어 왔다.
하지만 결국 서은현이 숨겨온 꿍꿍이로 인해, 금신천뢰문은 서은현에게 배반당했다.
그 자신마저도 서은현을 파문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서은현은 종문을 배반했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서은현의 목적은 분명했다.
‘아마 일전에 말했던 대로, 천뢰번을 수계에 가져다 놓는 것일 터.’
그렇게 된다면 현 금신천뢰문의 전력 중 7, 8할 이상이 바로 날아가 버리게 된다.
그리된다면 천뢰번도 없는 지금, 금신천뢰문의 위치는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금신천뢰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마저 있었다.
서은현을 따라 수계로 다시 내려가서 천뢰번을 가져온다거나 하는 선택지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계(下界)로 내려간다는 건, 천인기 이상만 되어도 가능했지만 광한계로 비승한 절대다
의 수사들은 다시 하계로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하계에 남겨 놓은 자신의 후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대다수는 하계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로 간단한 이유였다.
하계로 내려가면, ‘다시’ 비승해야 했으니까.
비승은 천인기 대원만만 되면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애들 장난이 아니었다.
공간 폭풍에 휩쓸려 죽을 위험도 컸고, 차원의 틈새에 사는 기괴한 생명체와 맞닥뜨릴 위험도 있었으며, 간혹 차원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들도 있었기에 비승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특히나 그들이 비승한 수계는 더더욱 그런 위협에서 컸다.
바깥에서 안으로 진입하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계 안에서 다시 비승하려고 하면 사축기라 할지라도 승천문이 열리는 시기까지
다시 기다려야 했다.
수계는 다른 부해계에 비해서도 특히나 세계의 장막인 세계순력이 견고했기에, 사축기 수
사라도 마음대로 오가기 힘든 세계였으니 말이었다.
‘서은현 녀석이라면, 원영기 수준이지만 천인기에 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곧 스스로의
힘으로 수계로 갈 수준이 될 것이야.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천인기 이상의 조력자를 통
해 수계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한시가 급했다.
서은현이 수계로 돌아가기 이전에 그를 잡아들여야 했다.
“…서은현.”
금벽호는 이를 악물었다.
“결정했다. 너는….”
그리고, 그는 마침내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고, 서은현에 대한 결정을 완전히 정하는 데에
성공했다.
* * *
금신천뢰문의 신물을 봉해 두던 뇌운봉.
그 정상으로, 금신천뢰문의 장로급 이상의 수사들이 모여들었다.
태상장문의 장문령으로 소집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위쪽에서 금벽호가 외쳤다.
“모두 들어라!”
금벽호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근래에 불행한 일을 당했다. 문파의 최고 귀재라 믿었던 제자에게 배신을 당했다.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문파의 항렬과 배분, 사승 관계를 부정하는 극악한 죄이다. 하지만 본 태상장문은 알고 있다. 우리를 배신한 그 제자가 어찌나 본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어찌나 추종하는 이들이 많았는지. 하지만 들어라. 현재 그 제자는 본문의 신물인 천뢰번을 들고 도주했고, 새로운 금신천뢰문을 선포했으며, 동시에 본문의 배반자인 금위와 손을 잡고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 이에 본 태상장문은, 장로진, 원로진들과 의견을 나눈 끝에 그 제자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였다!”
금벽호는 품속에서 시조령을 꺼내 들었다.
“본문의 배반자, 서은현을 금신천뢰문에서 파문함을 선언하는 바이다! 단! 시조령에 의한 영구 제명은 아니 한다. 앞으로 배반자 서은현을 추적할 금신천뢰문의 추적대를 선발할 것이다. 그리고, 배반자 서은현을 시조령으로 영구 제명하는 것은, 추적대가 그를 잡아들여 본문의 신물을 되찾는 그때에 어찌할지를 결정하겠다!”
그는 장로진들을 둘러보며,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추적대장, 전명훈은 앞으로 나오라!”
그 말에 전명훈이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 서은현의 동기이자 본문의 기둥인 전명훈이 배반자를 추적할 추적대의 추적대장을 맡을 것이다. 그에게 시조령을 맡기며, 서은현을 잡고 천뢰번을 되찾는 그때에! 추적대장의 결정에 따라 시조령으로 그를 영구 제명할지, 아니면 시조령으로 파문한 그를 다시 제자로 받아들일지를 결정케 하겠다!”
금벽호는 시조령이라고 적힌 영패를 전명훈에게 넘겨주었다.
“합체기 태수인 헌원도 역시 개인적인 은원 때문에 본문의 배신자이자 서은현과 손을 잡고 있는 금위를 수배하여 추적하고 있다! 아마 본문의 배반자들이 헌원 대인의 세력인 봉래궁에 잡힌다면 그들의 방식대로 처벌받을 터! 그들은 본문의 배반자일지언정, ‘본문의’ 배반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붙잡히기 전 우리의 손으로 붙잡아, 본문의 오점을 회복한다!”
금벽호는, 전명훈은, 진휘는, 서은현과 관계되었었던 모든 이들은 이어지는 금벽호의 말에 형용치 못할 씁쓸함을 느꼈다.
“추적대에 지원하라. 부디… 본문의 미래였던 이를, 하다못해 우리의 손으로 끝내주어라.”
그렇게, 금신천뢰문의 배반자.
서은현 추적대가 결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