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59)
천겁 (10)
쿠구구구구!
전명훈과 토벌대가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산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이런 미친….”
산 곳곳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숫자의 괴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벌레 떼처럼 바글바글 기어 나오는 무수한 괴뢰 떼에, 다들 질린 표정이 되었다.
“그래 봤자 전부 원영기네. 천인기 수사들이 돌파하도록 하지.”
그 말에 금신천뢰문과 봉래궁의 천인기 수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천인기 수사들이 각기 결인을 맺자, 인근의 천지영기가 진동하며 천인기 수사들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 파도가 되었다.
고오오오―
영기의 파도가 벌레 같은 괴뢰 떼를 향해 날아가자, 원영기 급의 괴뢰들은 저항조차 못
고 그대로 으스러져 죽었다.
“산맥이 일종의 진법을 형성하고 있군요. 산맥 자체를 무너뜨려야겠습니다.”
봉래궁의 천인기 호법 세 명이 앞으로 나서, 각자 법술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각자 삼 방위를 점한 세 명의 호법은 삼재진을 짠 후, 삼재진 안에서 기운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산보다도 아득히 큰 산맥이었고, 산맥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심상치 않았으나, 점차 천인기 호법들의 기운이 증폭되며 산의 기운마저 넘어서려 하기 시작했다.
“거(去)!”
천인기 호법들이 결인을 맺자, 기운은 거대한 용형의 빛무리로 변화하며 산맥을 향해 날아갔다.
쿠구구구구!
산맥과, 산맥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진법이 용형의 기운에 닿자 미친 듯이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붕괴될 듯 깜빡였다.
그러나 그때였다.
콰드득!
시커먼 형체가 나타나, 용형의 빛무리를 양팔로 쥔 후 그대로 쥐어 터트려 버렸다.
퍼어엉!
빛무리가 사라지고, 전명훈은 시커먼 형체를 바라보았다.
“또 너로군.”
산맥 곳곳에서 기어 나왔던 벌레 같은 괴뢰 떼들과 비슷한 외형이었으나, 쓰인 재료가 훨씬 고급스럽고, 공정 과정이 훨씬 복잡한지 몸 곳곳에 복잡한 회로가 은은히 빛나는 괴뢰.
은근히 서은현을 닮은 그 괴뢰, 서 장군이 입을 벌렸다.
콰아아앙!
서 장군의 입에서 빛무리가 터져 나가, 토벌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흠!”
헌천이 앞으로 나가 손을 내밀었고, 서 장군의 광선을 막아 냈다.
빛무리가 헌천의 손에 맞고 사방으로 갈라진다. 헌천은 눈을 찌푸렸다.
“꽤 아프군. 괴뢰 주제에 사축기 급 괴뢰란 말인가?”
그러나 그가 무언가 반응하기도 전.
서 장군이 발을 한번 거세게 굴렀다.
쿠우우웅!
거대한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듯하더니, 산맥 곳곳이 들썩거리며 또다시 무수한 괴뢰 떼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헌량은 헛웃음을 흘렸다.
“원영기 괴뢰를 대체 얼마나 만들어 놓은 건가…. 괴물 같은 자로군. 물론 그래도 수도자들에게 인해전술만큼 어리석은 소리도 없지.”
헌량의 눈짓에, 봉래궁의 천인기 수도자들이 앞으로 나서 다시금 결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부웅!
번쩍!
서 장군의 입에서 다시금 광선포가 발사되며, 원영기 괴뢰들에게 법술을 날리려는 천인기 수사들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헌량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각자 산개해서 원영기 괴뢰들을 노려라. 어차피 저 괴광선도 한 번에 하나씩밖에 발사하지 못한….”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서 장군의 양어깨, 가슴, 배, 무릎, 손바닥 등이 열리며, 서 장군의 머리가 각각 돋아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철컥!
서 장군의 몸 곳곳에 돋아난 서 장군의 머리들은 각자 입을 벌리더니, 사방으로 동시에 광선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피해!”
여유롭던 헌량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고, 그가 천인기 수사들의 앞쪽으로 나가며 힘을 끌어 올렸다.
세 명의 사축기 수사, 그리고 전명훈이 앞으로 나서 서 장군의 광선을 막아 냈다.
“단숨에 이대로 가서 밀어붙이겠소, 모두 나아가시오!”
“알겠다!”
전명훈의 지휘에 세 명의 사축기 수사들은 각기 광선을 맞으면서도 서 장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순간 서 장군의 몸 위쪽으로 음양오행의 구체가 떠올랐다.
헌량과 헌천이 동시에 손을 뻗으며 양손에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부우우웅!
서 장군의 등 뒤로 여덟 장의 푸른 날개가 돋아났다.
“뭣!?”
그리고, 방금 전의 광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빛의 폭풍이 각기 헌량과 헌천에게 날아들었다.
서 장군의 몸을 옥죄었던 음양오행의 구속은 단숨에 박살 나 갈가리 찢겨 나갔고, 헌량과 헌천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전명훈도 서 장군의 창익천쇄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뒤쪽으로 물러났고,
그 와중 위립은 몸을 음기로 뒤덮으며 은신하여 순간 서 장군의 등 뒤를 점하는 데에 성공했다.
위립이 단검 법보를 들고 서 장군의 배후를 찌르려 할 때였다.
철컥!
서 장군의 등이 열리며, 그 안쪽에서 태극의 형상이 나타났다.
“뭣…!”
콰지지직!
거대한 뇌전의 기둥이 서 장군의 등 뒤에서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서 장군의 형태가 다시 한번 변했다.
머리통 위쪽에 달려 있던 머리통이 두 개로 쪼개지며 각자 쪼개진 머리통에 음기와 양기가 깃들었다.
전명훈은 그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태극진뢰신….”
그를 보며 다른 사축기 수사들 역시 헛웃음을 흘렸다.
“괴뢰 주제에 다채롭게도 공법을 운용하는군. 사실상 사축기 중기 전력이오. 거기다가….”
츠츠츠츳….
동시에 서 장군은 물론이고, 곳곳에 산재한 양산형 서 장군들의 몸에서도 시커먼 저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헌량이 저주문들을 보며 말했다.
“저것들, 하나하나가 저주문을 잔뜩 머금은 저주인형이오. 앞으로 저것들과 싸우면서 티끌만큼의 상처라도 허용하면, 그대로 우리에게 대응하는 저주인형으로 변해, 저것들에게 공격을 하면 우리 서로가 공격을 퍼붓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오.”
“정말 개 같은 작품을 만들어 놓았군.”
위립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대로 시간을 질질 끌며 우리가 힘을 빼도, 정작 문제는 서은현이란 놈은 전혀 힘을 낭비하지 않고 힘을 비축하고 있단 거다. 여기서 힘을 전부 빼면 결국 서은현이란 놈과 싸울 시간을 뺏기고, 우리의 정보를 놈에게 다 넘겨주는 것과 다를 바 없소.”
위립의 말에 헌량이 그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쩌잔 말이오?”
“저 서 장군이란 것, 사축기 중기 수준이지만 괴뢰답게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소. 내가 규칙성을 연구하며 놈을 막고 있겠소. 그 사이에 얼른 산맥 안으로 진입해 서은현을 쓰러뜨리시오!”
“…알겠소.”
전명훈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립과 함께 남겠다는 몇몇 천인기, 원영기 수사들을 내버려 둔 후, 그들은 빠르게 산맥 너머로 향했다.
쿠웅!
서 장군이 그들을 향해 입을 벌린 채 달려들었다.
그러나 위립은 입에서 사슬 형태의 법보를 뱉어 날렸고, 시커먼 사슬이 서 장군을 휘감았다.
“네 상대는 나다.”
부웅!
서 장군은 위립에게 달려들었고, 두 사축기 존재들은 빠른 속도로 치고받기 시작했다.
* * *
부우우웅!
산맥을 넘은 전명훈은 눈을 찌푸렸다.
산맥 안쪽.
그곳은 시커먼 안개가 가득했다.
“독이오, 모두 피부 호흡을 포함한 모든 호흡을 멈추시오.”
헌천의 말에 모든 수사들이 각기 보호 법술을 펼치며 숨을 참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그들이 독기 안쪽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끄으으윽…!”
삽시간에 원영기 이하 장로들이 비틀거리며 중독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무슨…!”
전명훈과 천인기 원로들이 모두 흠칫 놀리며 원로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전명훈은 그 역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제길, 그렇군. 천지영기 그 자체에도 독(毒)이 깃들어 있어! 단순히 호흡을 참아도 원영기 이하는 구조적으로 주변의 천지영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중독되는 거다….’
그는 독의 제작자가 누구일지 짐작이 갔다.
‘홍범…!’
그가 가장 절망스러울 때 그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친근하게 지냈던 지네 요수를 떠올리며, 전명훈은 눈에 핏발을 세웠다.
파직, 파지지지직!
전명훈의 전신에서 번갯불이 튀기며, 그는 마치 벼락의 정령 같은 형태로 변화했다.
[크으윽… 일단 이 상태로 있어야겠군. 모두, 독에 당한 자는 그 자리에 모여서 가만히 요상을 해라!]“괜찮겠습니까? 안개 속에서 습격이라도 당하면….”
전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독의 제작자가 만든 독은 무시무시하지만, 제작자의 성격상 독에 당해서 운기요상을 하는 상대를 건드리진 않을 것이다.]서은현은 믿을 수 없지만, 늘 일관된 모습을 보여 준 홍범은 믿을 수 있었다.
전명훈은 홍범의 성격을 믿고, 독에 중독당해서 거동이 불가능해진 이들을 모아 독기가 약한 곳으로 끌어올려 독을 몰아내게 했다.
“피독주라도 물고 있어라. 그리고….”
전명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홍번의 독으로 인해, 순식간에 원영기 이하의 전력은 모조리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빌어먹을….’
[…천인기 다섯 명만 여기에 남아 중독당한 장로들을 보살피시오. 그리고 멀쩡한 이들은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소.]전명훈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전진했다.
헌량이 그의 옆에서 진법의 맥을 읽으며 길을 가리켰다.
“진법의 기운이 저곳으로 몰리고 있군요. 저곳으로 가지요.”
[알겠소.]헌량과 헌천, 전명훈을 필두로 한 천인기 수사들이 앞으로 날아갈 때였다.
“잠깐, 이건…!! 멈추시오!”
헌량이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외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진법의 기운이 꼬이며 헌량은 외딴 곳으로 떨어진 것을 느꼈다.
그것은 전명훈과 헌천도 마찬가지였다.
헌량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법의 형세가 굉장히 복잡하군. 아버님께서 잡아 오라 하셨던 그 금위라는 자의 진법 실력이 상당하다더니, 정말인 건가?”
그는 의식을 움직이며 주변을 탐사하려 했으나, 진법의 기운이 헌량의 의식을 짓누르고
어 의식 영역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헌량이 주변을 둘러볼 때였다.
저 멀리, 독기 사이로 두 명의 인영이 보였다.
“전 도우, 천아!”
그가 희색을 드러내며 그쪽으로 달려가려다 그 자리에 멈춰 경계를 돋웠다.
“네놈들은…?”
그러나 독기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건 헌량의 동료들이 아닌, 흑색의 옷을 입은 채 장죽을 물고 있는 백발의 꼬부랑 노인.
그리고 시뻘건 혈포를 입은 요사스러울 정도의 미모를 가진 미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죄송하지만, 주인님의 명에 따라 귀하를 잠시 묶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죽을 물고 있는 흑의 노인, 홍범의 말에 헌량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껏해야 원영기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네놈들 따위가 말이더냐? 재밌는 말이로군.”
그는 피식 웃으며 홍범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터져 죽어라.”
퍼어엉!
하지만 헌량의 명에 터진 건 홍범이 아닌, 그 옆에 있던 혈포의 미인.
원유였다.
‘저주인형? 저 노인 모습을 한 요괴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전부 저 저주인형이 떠안게 되어
있군.’
촤륵, 촤르르륵!
그는 꿈틀거리며 몸을 재생하는 원유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재밌는 장난질이군. 전 도우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하면, 너희 원영기들 따위는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하다. 그냥 죽….”
따악!
다음 순간, 홍범이 손가락을 튕겼다.
쿠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헌량은 갑자기 전신이 어마어마하게 묵직해진 것을 느꼈다.
“지난 몇 년간 금위 님께 진법에 대해 조금 배웠습니다만… 진법이란 건 정말 좋더군요. 적은 힘으로도 강적을 제압할 수 있으니, 이 역시 독(毒)과 꽤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따악!
홍범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진법의 기운이 헌량을 옥죄며 그가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그를 억압했다.
‘이런 미친, 진법의 위력은 둘째 치고, 저놈…. 이 거대하고 복잡한 진법을 마치 수족처럼 다루고 있다…!’
홍범이 오른손을 움직이자, 주변의 기운이 변화하며 진법의 힘이 더더욱 증폭된다.
그가 왼손을 움직이자 주변에 깔린 독기(毒氣)가 성질을 변화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독으로 배합되기 시작되었다.
[이놈…! 이 벌레 따위가…!!]헌량이 홍범에게 손을 뻗었으나, 다음 순간 헌량은 그의 감각이 완전히 거꾸로 뒤집힌 듯한 느낌을 느꼈다.
‘이런 제길, 진법이 감각마저 혼란을 주고 있어!’
털썩!
헌량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시커멓게 변해 가는 자신의 피부를 바라보았다.
홍범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었다.
“어찌 저 같은 미천한 것이 사축기 대인께 통할 독을 만들겠습니까. 그저… 이 근방에 깔린 것은 제 독기뿐만이 아닐 뿐입니다.”
[무슨…! 이, 이건!]치이이이―
헌량은 자신의 팔 위로 올라오는 깨알 같은 저주문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독기와 진법의 기운에 가려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시커먼 독기 아래에, 저주문들이 자욱이 깔려 있었던 것이었다.
홍범이 진법과 독기로 헌량의 정신을 돌리는 동안, 바닥에 깔려 있던 저주문이 어느새 그에게 흡수되었던 것이었다.
“너 이놈…!”
콰르르릉!
헌량이 주먹으로 바닥을 치자, 진법의 기운이 변화하며 그 반동만큼 헌량을 더욱더 거세게 옥죄었다.
헌량은 산 채로 뱀에게 잡아먹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홍범의 앞에서 두 무릎을 꿇었다.
‘내, 내가 어떻게, 아무리 적의 아가리 속이고, 독공을 익힌 놈이 상대하기 어렵지만 원영기 요수 따위에게….’
저항하고 싶었지만, 점차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 * *
“…형님이 당했군.”
헌천은 눈을 찌푸리며 시커먼 독기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혈맥에 그의 형제가 당했다는 사실이 찌릿거리며 느껴졌다.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전명훈과 빨리 합류해야 해. 각개 격파당한다.’
그는 처음 진마계의 입구에서 전명훈과 대련할 때, 그에게 몰래 붙여 놓았던 기운을 감응하며 전명훈이 있는 곳을 감지했다.
진법의 영향인지 의식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으나, 그가 익힌 독특한 공법 덕택에 그는 전명훈의 위치를 점차 가늠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전명훈과 헌천이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드디어 찾았군. 형님이 당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현재 빈사 상태다.”
“…천인기 원로들은 도저히 찾을 수 없더군. 진법도 함부로 못 부술 것 같았다. 안쪽에서 부수려 하면 도리어 힘을 옥죄는 구조다.”
전명훈은 독기로 가득한 진법을 노려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 말을 들은 헌천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뭔가 방법이 있나?”
“…있다.”
“뭐지?”
“서은현을 쓰러뜨리면 된다.”
그 말에 헌천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건 세 살배기 어린애도 할 수 있는 대답이다. 장난하지 말고….”
“장난이 아니다.”
전명훈은 헌천을 보며 말했다.
“잠시만 호법을 서 다오. 녀석과 가까이 왔어. 조금만 집중하면 녀석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어떻게?”
“내가 익힌 공법과 녀석이 익힌 공법은… 마치 형제 같은 관계다.”
금신천뢰문의 모든 공법을 익히면 나타나는 멸신겁천.
금신천뢰문의 기본공법을 익혀서 얻을 수 있고, 대성하면 모든 공법의 특징을 드러내는 적뢰천겁.
전명훈은 두 공법이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의 시조인 금신자가 두 공법을 닮게 만든 것 같다. 두 공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번개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에게 끈적하고 요사한 목소리로 적뢰천겁공의 구결을 알려 주던 번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서은현이 천뢰번을 가지고 도망친 날 이후.
전명훈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번개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전과 같이 번개가 말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듣는 번개의 목소리는 예전에 들었던 번개의 목소리에 비해 훨씬 작고, 부드러우며, 연약했으나 편안한 느낌이었다.
소곤소곤….
그는 번개의 목소리를 쫓았다.
‘서은현을 찾아 다오….’
전명훈은 마음속으로 목소리에게 부탁했다.
찌릿, 찌릿, 찌릿….
의식은 막혀 있었지만, 번개가 그에게 지식을 불어넣어 주었다.
전기가 흐르는 곳의 장면이 전명훈의 뇌리 속에 선명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서 생체 전기를 흘리며 서 있는 헌천.
저 멀리 헌량을 상대하고 있는 홍범과 그 옆에 서 있는 혈체 원유.
곳곳에 흩어진 천인기 원로들.
그리고….
‘서은현!’
명백히 이질적인, 투명한 번개의 목소리를 내는 서은현의 모습이, 전명훈의 뇌리로 들어왔다.
전명훈은 뇌리에 들어온 서은현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거기 있었나.’
그때였다.
스륵―
저 멀리서 가만히 있던 서은현이, 전명훈의 시선과 눈을 마주쳤다.
움찔!
전명훈은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찾았다.”
“찾았나? 어디로 가면 되지?”
“정북 방향으로 가라. 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헌천과 전명훈은 그대로 비둔술을 사용하며 날아갔다.
전명훈은 독기를 헤치고 나가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은현이 번개의 목소리를 통해 그를 감지했을 때.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것이 떠오른다.
‘예전부터 그랬지.’
항상, 서은현은 어째서인지 무엇이든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지하며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너는 도대체 뭘 보고 사는 것이길래, 서은현. 어째서 본문을 배신한 거냐.’
전명훈은 입술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짓씹으며 서은현에게로 날아갔다.
* * *
퍼엉!
전명훈과 헌천이 도착한 곳은, 독기가 전혀 미치지 않는 공터였다.
“서은현!”
콰지지지직!
전명훈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무색유리검을 든 채 그를 기다리는 서은현을 보며 소리쳤다.
“내가 왔다!”
서은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너무 일찍 왔군.”
그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번쩍!
전명훈과 서은현은 거의 동시에 빛이 되었다.
한천 역시 기운을 끌어모으면서 전명훈에게 외쳤다.
“놈을 잠시만 잡고 있어라! 태산열제공을 먹여 주마!”
전명훈과 서은현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무기를 부딪쳤다.
전명훈은 그동안 경지를 올려오며 모아 두었던 천겁을 마구 꺼내서 휘둘렀다.
번개는 하나하나가 모두 뇌창이 되어 전명훈의 손에서 휘둘러졌다.
그는 벼락 그 자체가 되어 폭풍처럼 서은현을 몰아붙였다.
서은현은 번개가 되지 않았다.
딱히 비둔술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열심히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벼락으로 변한 전명훈과 대등하게 움직이며 유리검을 움직여 전명훈의 뇌창을 모조리 쳐 내 버렸다.
‘여전히… 이길 순 없다.’
전명훈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직도, 그는 서은현을 이길 수 없었다.
보자마자 전력으로 달려들었으나, 서은현은 아직도 그의 앞에서 힘을 아끼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위립, 헌량과 같이 덤볐어도 놈에겐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조차도 그에게 숨기고 있는 기술들이 잔뜩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도 여유가 가득한 저 눈!
전명훈은 그 눈을 보며 이를 거세게 악물었다.
[법술을… 써라!]쿠르르릉!
전명훈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그의 몸에서 여섯 개의 팔이 돋아났고, 팔 안쪽에는 어느새 여섯 색의 깃발이 들려졌다.
전명훈의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지며 각각 남성과 여성의 얼굴로 변하며, 그의 등 뒤에서 태극이 회전했다.
콰르르릉!
거대한 뇌신의 단전 부근에서 64개의 괘상이 회전하며 뇌궁(雷宮)을 형성했다.
전명훈의 여섯 개의 팔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두 개로 쪼개진 그의 머리가 각기 흑색과 백색의 뇌전을 내뱉었다.
점차 육비 뇌신의 속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힘을 더 꺼내라! 서은현!!!]점차 서은현이 움직여도 전명훈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명훈은 서은현의 주변으로 희뿌연 안개 같은 것이 뿜어지는 것을 보았다.
‘놈이, 제대로 힘을 쓴다!’
부웅!
꽈아앙!
서은현이 날린 참격에, 전명훈은 더더욱 긴장을 끌어 올렸다.
검격의 위력이 올라갔다.
‘저 희뿌연 안개가 놈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어.’
그는 본능이 경고를 보내는 것을 느끼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한 줄기 붉은 별똥별이 되어 서은현에게 달려들었다.
번쩍!
일순간, 전명훈은 그 자신이 한 자루 붉은 뇌창이 되었다.
그 순간 그는 가없이 빨라졌고, 서은현은 그에 순간 흠칫 놀라며 황급히 방어하였다.
콰아앙!
굉음이 울렸다.
하지만 전명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금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이었다.”
치이이이―
어느덧 전명훈의 몸에서 나오는 뇌전들은 전부 방전된 것인지, 그의 몸이 벼락의 정령의 형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서은현은 그런 전명훈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더 정진해야겠더군. 아직 멀었다.”
“…그래, 그래야겠지. 하하, 네게는 아마 안 될 거야. 그런데 말이야….”
전명훈은 서은현을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래도, 잠깐이나마 나한테 한눈은 팔았지?”
“…!?”
키이잉!
서은현의 몸 위로, 음양오행의 태극이 떠올랐다.
“속도는 내가 녀석의 공법보다 한참 빨라서, 바깥에서 대련할 땐 이길 수 있었다만….”
전명훈은 뒤쪽으로 물러섰다.
양손에 흑백의 기운을 두른 헌천이 서은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적중당했을 때의 공격력 자체는, 저놈의 태산열제공이란 게 훨씬 압도적일 거 같더군.”
헌천이 외쳤다.
“태산!”
전명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고, 서은현의 눈에 일순간 긴장이 맴돌았다.
“열제!”
이번의 공격에 모든 법력을 불어넣은 것인지, 헌천은 새하얘진 얼굴로 공격을 펼쳤다.
쩌어어어엉!
다음 순간, 빛이 폭발하였다.
* * *
쉬이이이이―
“허억… 헉….”
전명훈과 헌천이 자리에서 숨을 헐떡였다.
전명훈은 서은현과의 전투에서 체력을 전부 써서, 헌천은 방금의 일격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였다.
헌천이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해, 해치웠….”
“닥쳐!”
전명훈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헌천의 말을 끊었다.
“네놈, 확실히 끝낸 게 맞겠지?”
“태산열제공을 뭐로 보고! 태산열제공은 기(氣)의 본질을 구분한 후, 기의 단위를 음양오
의 일곱 조각으로 만들어 상대를 분해해 버리는 공법이다. 태산열제공으로 명(命)의 계위에 도달해 진선이 되면 운명조차 일곱 조각으로 낼 수 있다고 전해진단 말이다! 태산열제공을 무시하는 건….”
“그래, 알았다. 네 공법 잘난 거.”
전명훈은 시끄럽게 떠드는 헌천의 말을 흘려들으며,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저물도를 펼쳐 손을 집어넣었다.
쿠구구구!
저물도 안쪽에 있던 영석들의 영기가 전명훈의 몸으로 흘러들어오며 그의 법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이봐, 나도 영석 좀 나눠주지 그러나?”
“봉래궁 부자잖나. 네 거 써라. 그리고….”
전명훈은 헌천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네 태산열제공, 안 통한 것 같은데?”
“…뭐?”
저벅, 저벅….
먼지구름을 헤치고, 나신이 된 서은현이 걸어 나왔다.
“방금 건….”
그의 육신은 곳곳이 그을리고 찢어져 있었다.
방금의 일격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보였다.
“정말로 죽을 뻔했다. 태산열제공이라는 건 대단하군…. 헌위 선자의 공격보다도 훨씬 흉험했었다.”
“…!”
헌천의 동공이 바싹 졸아들었다.
“어, 어떻게 그걸 맞고….”
“네게는 미안하게 됐다만, 몸을 삼중으로 강화하고 있어서 말이다.”
키이잉―
서은현의 몸 곳곳에서, 은은한 회로가 빛났다.
그리고 은은한 요기가 빛나며 그의 몸을 치유했고, 자세히 느껴지진 않았지만 마치 검(劍)을 연상시키는 힘이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몸을 강화하고도 다 감당 못 해서 저주인형들에게 위력을 떠넘겨야 했을 정도니, 솔직히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결국 그 정도다. 특히 전명훈, 너는 천인기에 도달하고 왔었으면 확실히 해볼 만했을 터다. 하지만 아직 너는 너무 미숙해.”
“….”
“돌아가라. 홍수령과 약조를 했다. 너희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조했으니,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건 결코 금신천뢰문을 배신하려는 게….”
그때, 전명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가 배신이 아니란 거냐.”
그는 충혈된 눈으로 서은현을 노려보았다.
“네 행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충격을 받았는지 알기나 한다는 거냐!?”
“….”
“설명조차 해 주지 않고, 본문에서 그동안 수행을 쌓아 온 이들의 전력을 날리고, 신물을
인한답시고 날뛰는 네 행동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지, 충격을 받았는지… 네가 뭘 안다는 거야!”
“…설명해선 안 되는 일이다. 미안하다.”
“본문의 촉망받는 천재로서 활약한 네 배신에, 모두들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단 말이다! 너는, 너는…!”
파직, 파지직!
전명훈의 주변에서 붉은 뇌전이 떠올랐다.
서은현은 조금 긴장을 끌어올리며 무색유리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뭘 꺼내려는지는 모른다만, 꺼내지 마라. 베겠다.”
“흐흐, 항상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그 눈. 정말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
“내 마음이라도 읽는 거냐, 응?”
서은현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에, 이상하리만치 자신만만한 전명훈의 속내가 비췄다.
뭔지는 모르지만, 위험하다.
“손을 움직이지 마라. 바로 벨 것이다.”
서은현은 전명훈의 저물도를 노려보았다.
“벨 수 있을 것 같나?”
“못할 거 같나?”
“….”
“….”
다음 순간.
파앗!
벼락으로 변한 전명훈의 손이 저물도를 향했고, 서은현은 일순간 빛이 되어 검을 휘둘렀다.
댕겅!
전명훈의 팔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전명훈은 미소를 지었다.
“다가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쿠구구구!
전명훈의 주변으로 천지영기가 몰려든다.
서은현의 얼굴에 아차 싶었다는 기색이 맴돌았다.
그와 동시에, 전명훈의 소우주와 천지자연이 소통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오직… 배신자에 대한 응징만을 목표로 하면서, 몇 번이고 연습했다!”
쿠릉, 쿠르르릉!
“네놈을 응징하기 위해, 그 분노를 광기로 삼아 여기까지 왔다!”
하늘에서 금빛과 청빛이 웅웅 울렸다.
전명훈이, 천인기 승급을 시작하였다.
콰르르릉!
서은현은 황급히 전명훈에게 내리꽂히는 천겁을 피해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순간, 그는 전명훈이 팔을 재생하며 저물도로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크윽…!”
서은현은 전명훈의 팔을 다시 잘라 내며 그의 곁에서 전명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전명훈의 팔을 자르느라 전명훈의 법술을 미처 막지 못했다.
전명훈이 한 손으로 결인을 맺자, 천겁이 휘어지며 서은현에게 내리꽂혔다.
“우리 시조님도 자주 쓰신 방법이셨다지? 아예 천상금뢰지체만 사용 가능한 전용의 술법으로 내려오고 있더군.”
콰지지지직!
전명훈의 천겁을 서은현이 대신 맞고 있다.
서은현이 저항하면 할수록, 하늘은 감히 편법을 이용해 천겁을 극복하려 하느냐며 천겁을 더더욱 거세게 내리친다.
콰지지지직!
천겁의 범위는 점차 커져, 어느덧 전명훈과 서은현 두 사람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
하지만 전명훈도 분명히 천겁을 맞고 있음에도, 그의 결인에 따라 천겁은 더더욱 거세지
만 있었다.
촤르르륵!
서은현은 전명훈이 다시 팔을 재생하고 저물도로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제길, 천겁이 더 거세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겁에 몸이 갈려 나갈 상황!
전명훈에게서 물러나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서은현은 전명훈에게서 물러날 수 없었다.
불길한 느낌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물러나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네놈…!]서은현이, 천겁을 상대로 비로소 법술을 쓰기 시작했다.
시커먼 저주문이 나타나며 천겁을 약화시켰고, 목 속성의 법술이 천겁을 향해 쏘아지며 천겁을 상쇄한다.
서은현은 무형검까지 서슴없이 드러내며 천겁을 갈라 가며 전명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천겁은 더더욱 강해져 갔다.
‘젠장!’
하늘이 격노하며, 무한정하게 뇌겁을 쏟아붓고 있었다.
[하늘을 속여 더더욱 노하게 만드는 술법이다. 아무리 너라도 서은현. 하늘을 이겨 낼 수는 없겠지!] [네놈…!]거대한 뇌겁의 기둥 안쪽에서, 두 사내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서은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천겁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그대로 재가 되어 버릴 터였다.
서은현의 판단은 빨랐다.
부웅!
찌이이잉!
서은현이 결인을 맺자, 그가 이전 전명훈에게 박아 놓았던 오행혈주번이 발동하였다.
“…!”
전명훈은 고통 속에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서은현은 그제야 비로소 번개의 기둥 속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
서은현이 물러나자, 전명훈은 고통 속에서도 파들파들 떨며 저물도로 손을 가져갔다.
“놈!”
서은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더욱더 결인을 거세게 맺었다.
오행혈주번이 최대로 힘을 발휘한다!
시뻘건 빛이 뇌겁 속에서 전명훈의 머리를 뒤덮었다.
‘이제 시간 싸움이다. 천겁이 그치는 순간 바로 놈을 제압하고 저물도를 뺏어 버린다!’
하지만 서은현은 전명훈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전명훈이 오행혈주번의 고통을 이겨 내고, 천겁이 그치기 전에 저물도에 손을 넣는다면 전명훈의 승리였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전명훈! 제발 나를 믿어 다오. 나는 결코 금신천뢰문에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야!”
전명훈의 머리를 덮은 붉은빛이 더더욱 강해졌다.
그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뇌겁 속에서 울부짖었다.
“내가 하려는 건 금신천뢰문 동포들을 살리려는 일이다! 제발 이제 그만해라, 전명훈!”
“…!”
서은현은 오행혈주번을 더더욱 강하게 진동시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명훈은 악귀같은 미소를 지으며, 점차 손을 저물도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전명훈!”
“…서…은…현…!”
전명훈은 울부짖듯이, 천겁 속에서 말했다.
천둥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서은현은 전명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네… 스승은… 너를… 믿었다…!!!”
그리고, 전명훈의 손이 저물도로 들어갔다!
파앗!
그와 동시에 천겁이 그쳤다.
서은현은 찰나의 시간에 진입해 전명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는 찰나 속에서 전명훈이 저물도에서 꺼낸 물건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천뢰(天雷) 자가 그려진 백색의 혁대였다.
다음 순간.
서은현은 도저히 인지할 수 없는 빠른 천겁이 그의 몸을 후려치는 것을 인지했다.
“…!?”
콰르르릉!
그대로 서은현은 뒤쪽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전명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신천뢰문의 최고 원로들에게 지급되는, 천뢰 혁대는 천뢰번의 힘을 추출해 만드는 혁대지.”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전명훈은 서은현에게 말했다.
“천뢰번을 꺼내지 않더군. 내가 훔쳐갈까 두려워하기라도 한 건가?”
파직, 파지지직!
서은현의 동공이 바싹 졸아들었다.
전명훈의 손에 들린 백색의 혁대가 흩어진다.
그리고, 그 대신 그의 손아귀에 천뢰번이 들어왔다.
“네 최고 전력을 이끌어 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기껏 천뢰 혁대를 이용해 천뢰번을 소환해도, 천뢰번을 사용하는 나보다 네놈이 강하면 답이 없으니까. 한데….”
전명훈은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천뢰번을 휘둘렀다.
“다행히 네 힘은 그 정도까진 아니더군.”
다음 순간, 천뢰번은 전명훈에게 현 상태에서 빌려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