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61)
천겁(12)
서은현이 봉인되고 난 후, 근 몇 년간 신물인 천뢰번의 부재에 혼란스러워하던 금신천뢰문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금명훈은 천인기에 이른 경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오행혈주번을 없애 버릴 방안을 찾았으며, 금벽호는 다시금 봉뢰당을 지은 후 그곳에 천뢰번을 봉하였다.
그리고 현 장문인인 금린은 아들인 금진찬에게 장문인 직을 물려줄 준비를 시작했고, 진휘는 몸소 ‘죄인 서은현’의 봉인 관리를 자처하였다.
금신천뢰문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평화로워진 금신천뢰문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상징할, 금소해와 금명훈의 사랑이 마침내 절정에 달했다.
“다, 다시 혼례를 하자고?”
금소해는 얼굴이 발갛게 물든 채, 금명훈에게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금명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도려식을 맺을 땐 굉장히 검소하게 맺었잖아. 이제 나도 금씨를 받았고, 차기 장문인 위를 확정받은 만큼… 그때 제대로 된 도려식을 못 올린 게 조금 후회돼서 말이야.”
“으, 으음….”
“이번에는, 문파에서 정해 준 도려가 아닌 내 의지로 너와 혼인하고 싶어, 소해.”
그 말에, 금소해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은현과 싸우며 너무 급하게 천인기에 올랐기에 안정시킬 시간이 몇 년 정도는 필요하지만, 천인기 경지를 전부 안정시킨 후에 나와 정식으로 다시 혼인식을 치러 줬으면 해.”
“…약속해 줘.”
“음?”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금명훈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서은현, 그자가 그렇게 갑자기 문파를 배신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전명훈. 아니, 금명훈. 너는, 절대로 금신천뢰문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약속해 줘.”
금명훈은 그 말을 들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절대로 내 가족을 배신하지 않아.”
“…그래.”
“약속할게. 자….”
그는 금소해에게 손을 내밀었다.
금명훈이 그녀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우리 고향에서 약속을 할 때 쓰는 결인(結印)이야. 두 사람이 함께 맺는 인인데….”
두 사람은 금신천뢰문의 봉우리 중 한 곳의 위쪽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마주 부딪쳤다.
“약속할게, 소해. 절대로 문파를 배신하지 않을게.”
말을 마친 금명훈은 천천히 금소해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떨어졌다.
금소해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 듯, 전명훈과 손을 잡고, 금신천뢰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그나저나 금명훈. 왜 진마계에서 그냥 돌아온 거야?”
“응?”
“진마계에서 서은현을 봉인하고, 그가 점령했던 곳을 금신천뢰문 소속 점령지로 분할받아도 괜찮았잖아?”
“음, 아무래도 봉래궁 쪽에서 성화를 많이 부렸거든.”
“봉래궁에서?”
“그래, 자기들이 서은현을 토벌하기 위해 수배 금액도 뿌렸고, 인원도 가장 많이 파견했으니, 녀석을 포획하며 얻은 이권 중 대다수는 본인들이 가지겠다는 거야.”
“아하… 사축기 괴뢰도 가져갔다고 했는데, 욕심도 많네, 참.”
“뭐, 그것도 그렇고….”
그는 봉래궁 1호법 헌량을 떠올리며 말했다.
“봉래궁 1호법이 금위가 쳐 놓은 진법에 호되게 당했다 하더라고. 그래서 그 일대에 펼쳐진 진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도 본인들이 그 점령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진법?”
“그래. 용맥을 움직여서 펼치는 진법인데, 서은현 일행이 펼쳐 놓은 진법이라 해. 무슨 의도로 진법을 펼쳐 놓은 건지는, 봉래궁 쪽에서 나중에 진법을 분석해서 의도를 알게 되면 공유해 주겠다 하더라고.”
“그럼, 진법을 아직 해체하진 않은 거야?”
금소해의 질문에 금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듣자 하니 계멸천공진이나 염명진 같은 위험한 진법은 아니라서 해체는 안 해도 된다네.”
“흐음… 그럼 됐겠지.”
금소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금명훈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상단전의 금제는 어떻게 됐어?”
“지금 백방으로 실력 좋은 해금사(解禁士)를 찾아보고 있어. 아무래도 정신에 박힌 금제인지라 상당히 조심해서 풀어야 한다나 봐.”
“그래, 뭐… 이제 어차피 서은현도 봉인되었으니 금제를 발동시킬 사람도 없고, 천천히 찾아도 되겠지.”
그녀는 빙긋 웃었고, 금명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천천히 해도 되겠지. 이젠 급할 필요는 없으니까….”
금명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최근 금신천뢰문은 여유와 평화, 그리고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모두의 긴장이 풀려 있었다.
봉래궁과도 서은현 토벌전과의 합작을 겪은 후 부쩍 사이가 가까워졌고, 천뢰번도 되찾았으며 문파의 배신자도 봉인했다.
뇌령도의 지배권도 공고해지고 있어, 금신천뢰문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금신천뢰문은 평화와 여유 속에서 번영하고, 또 번영하였다.
…그렇게, 8년이 흘렀다.
* * *
우우우웅!
동부 안쪽, 가부좌를 틀고 있던 금포의 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주변으로는 의식 영역이 압축된 채 요동치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가라앉았다.
금포의 사내, 금명훈은 눈을 반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천인경을 전부 안정시켰다.”
마음을 완전히 단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정신이 천지자연의 대류(大流)에 휩쓸리지 않게 되었다.
전명훈의 광기는, ‘금신천뢰문’ 그 자체.
가족과 같은 금신천뢰문을 수호하고 비호하자는 것이 그가 선택한 마음이었다.
저벅, 저벅….
동부 바깥으로 나간 금명훈은 여전히 번영한 금신천뢰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이제, 소해에게 가자.”
완전한 천인기에 올랐으니, 문파의 어른들에게 경지를 고하고 원로직을 받을 때가 되었다.
아마 금명훈에게는 천뢰번의 힘으로 만든 천뢰 혁대가 주어질 터였다.
그는 천인기의 힘으로 허공에 둥실둥실 떠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금뢰전으로 향했다.
저 아래쪽에선 연기기 제자들이 깃발 형태의 법기를 들고 도열하여 뇌도신통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 인근에는 축기기 수준의 제자들이 칠뢰진경으로 주황색의 깃발을 형성해서 수련하고 있었고, 곳곳의 결단기 제자들도 깃발 형태의 법보를 들고 다녔다.
곳곳에서 만나는 제자들은 금명훈에게 인사를 올렸다.
평안하고 유유자적한 분위기가 금신천뢰문에 맴돌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남는 제자들은 곳곳에서 먹과 종이를 준비해서 깃발을 그리고 있었다.
마침내 금소해의 동부에 도착한 금명훈은 금소해를 불렀다.
“소해!”
“아, 명훈?”
동부 안쪽에서 금소해가 놀란 얼굴로 튀어나왔다.
그녀는 금명훈을 보며 희색을 띤 채, 환하게 웃으며 달려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어서 들어와! 드디어 천인경을 안정시켰구나?”
“응. 이제 원로직을 정식으로 부여받을 예정이야.”
“축하해, 이제 금뢰(金雷) 원로가 되시겠네.”
“하하, 이제 태상 장문을 먼저 찾아가서 금뢰 혁대부터 받으려고.”
“아, 혁대. 참.”
금소해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폐관에 들어간 사이, 혁대 규정에 대해 논의가 되었어, 그리고 아마 한 달 내로 바뀐다고 하던데… 조금 애매한 시기에 나왔네?”
“뭐가?”
“앞으로는 장로 급 이상에게는 혁대가 아닌, 번(幡) 형태의 법보를 수여할 예정이거든. 지난번에 혁대를 받았던 장로 급들도 전부 깃발 법보로 교체를 해 줄 예정이야.”
“깃발?”
금명훈은 그녀의 말에 지나오면서 보았던 풍경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오면서 봤는데, 본문 곳곳에서 깃발(幡)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던데,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음, 아무래도 네가 천뢰번을 되찾아 오며 너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고, 네가 천뢰번을 되찾아 돌아온 모습을 떠올리면서 깃발 법기, 깃발 법보에 대한 선망이 문파 내에서 굉장히 올라갔거든.”
“아아….”
‘어쩐지, 문파 전체가 8년 새에 깃발 페티쉬라도 걸렸나 했군.’
그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금소해와 잡담을 하다 동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금명훈은 금소해의 동부로 들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쩐 일인지, 금소해의 동부 안쪽도 무수한 깃발(幡)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금명훈은 얼마간 그 깃발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 *
금뢰전.
그곳에서 금벽호의 웃음소리가 울려왔다.
“드디어 천인기에 이른 것이냐! 흐하하, 축하한다! 아니지, 일단….”
금벽호는 천인기를 완전히 안정시킨 전명훈을 보며 껄껄 웃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저물도에서 금색의 혁대를 꺼냈다.
“한 달 후부터는 참고로 금번(金幡)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장로 급 이상부터 수여받을 것이다.”
“예, 소해에게 들었습니다. 최근 문파에서 깃발에 대한 선망이 높아졌다지요?”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금뢰전 역시 곳곳에, 과할 정도로 많이 깃발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래, 그렇지. 뭐, 원래 본문의 공법 중에서도 뇌번(雷幡)을 형성하는 공법이 많지 않았었느냐.”
“그렇긴 하지요. 다만 저로서는….”
금명훈은 눈을 찌푸리며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를 본 금벽호가 껄껄 웃었다.
“서은현의 금제 때문에 껄끄러운가 보구나. 걱정하지 마라. 안 그래도 최근, 수계에서부터 인자하고 광명정대하기로 소문이 났던 해룡왕께서 네게 박힌 금제에 대한 소문을 듣고, 금제를 해주하러 방문하신다 하시더구나. 대략 반년 후에 방문하신다 하니 반년만 조금 참으려무나.”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리고… 한 달 후에 뇌번을 수여받으며, 너를 정식으로 원로에 봉하도록 하마.”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어냐?”
“원로로 인정받고 난 후… 소해와 다시 한번 혼례를 올리고 싶습니다.”
“호오….”
금명훈은 금벽호에게 이유를 설명했고, 금벽호는 껄껄 웃으며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금명훈과 금소해의 재혼인을 허락해 주었다.
그렇게, 한 달이 다시 흘렀다.
금명훈의 원로 봉정식과, 이번에 새로이 장로와 원로들에게 뇌번(雷幡)을 수여하는 수여식이 거대한 규모로 열릴 예정이었다.
금명훈은 뇌운봉 위쪽.
봉뢰당의 앞에 서, 금벽호가 봉뢰당에서 천뢰번을 들고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번 수여식 때엔 하늘에 제의를 지낼 목적으로 본좌부터 시작해, 본문의 원로들이 모두 한 번씩 천뢰번을 휘둘러 볼 것이다. 너 역시 마지막 차례에 천뢰번을 휘두른 후 뇌번을 부여받을 것이니 그렇게 알거라.”
“알겠습니다.”
뇌운봉에는 장로와 원로들이 전부 모였고, 뇌번을 수여받는 원로, 장로.
그들의 도려들은 각자 자유롭게 뇌운봉의 공터, 가장 앉기 좋은 자리를 골라 자유분방하게 앉았다.
금명훈과 금소해 역시, 적당히 앉기 좋은 넓적한 바위로 다가갔다.
“여기 앉자.”
금소해는 최근 그녀가 제작했다는 깃발 법기를 만지작거리며 자리를 지정했다.
금명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수여식 이후 치러질 혼례식을 기대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곧이어 금신천뢰문의 모든 원로진들이 자리에 앉자 금벽호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금소해는 금벽호의 연설을 듣던 와중, 문득 금명훈을 바라보았다.
“…명훈.”
“응?”
그녀는 한참이나 금명훈을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오늘따라, 잘 생겼네.”
“뭐야, 갑자기?”
금명훈은 피식 웃었다.
금소해는 애정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금명훈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사랑해.”
“나도 마찬가지야.”
금명훈은 빙긋 웃으며 금소해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금벽호의 연설이 끝났다.
“자, 그럼 이제 전 원로진과 장로진들에 대한 뇌번(雷幡) 수여가 있겠다! 우선 원로진들의 뇌번 수여를 시작한다!”
부문주인 진휘가 금벽호의 옆으로 날아올라 저물도를 꺼냈다.
그가 저물도를 펼치자, 저물도의 안쪽에서 무수한 금색의 뇌번들이 쏟아져 나와, 각각의 원로들 머리 위쪽으로 떠올랐다.
“자 이제, 모든 원로들이 천뢰번을 한 번씩 휘둘러 본 후 그대들에게 뇌번을 수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뇌번 수여식을 시작한다!”
부웅!
금벽호가 천뢰번을 휘둘렀고, 천뢰번이 천뢰를 불러일으켰다.
쿠르르릉!
그와 동시에 원로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금색 뇌번들이 진동하며 천뢰를 이끌었다.
콰지지직!
금벽호의 바로 아래에 앉아 있던 원로의 머리 위에 있던 뇌번이 천뢰를 받아, 주변으로 퍼뜨렸다.
파지지직!
첫번째 뇌번의 천뢰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뇌번과 이어졌다.
두 번째 뇌번의 천뢰가 다음 뇌번과 이어졌다.
그렇게, 원로들이 앉아 있는 위치에 따라 천뢰가 이동하며 뇌번과 뇌번을 이었다.
그 모습을 위에서 보던 금벽호는, 문득 의아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저건 꼭… 어떤 문자 같군.’
“보이는가, 부문주?”
“예, 보입니다. 신기하군요. 원로들이 모두 본인이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하여 앉은 것인데 마치… 문자를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허허, 정말로 신기한 일이로군. 어쩌면 금신천뢰문에게 하늘이 어떠한 계시를 내리는 것인지도 모르니 한 번 무슨 문자인지 볼까.”
금벽호는 껄껄 웃으며 아래에서, ‘우연히’ 생겨나는 문자를 읽었다.
“정(政)…려(勵).”
* * *
문주 금린은 당당한 얼굴로 뇌번을 바라보았다.
그의 아들인 금진찬 역시 곧 있을 그의 장문인 취임을 고대하고 있었다.
금명훈과 금소해는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손을 맞잡고 있었다.
금신천뢰문은 희망과 번영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그렇게.
그렇게,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갈라졌다.
꿈뻑.
* * *
어둠 속.
나는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무색유리검을 휘둘렀다.
답천 너머에 다다르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이유를 두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는 심마(心魔)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을까.
시간의 흐름마저도 잊을 정도로 검을 휘두르던 어느 순간.
파아아앗!
갑자기, 어둠이 걷혔다.
“…!”
‘봉인이….’
“풀려난다고?”
파아아앗!
내가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본 것은, 전신에 피 칠갑을 한 홍수령.
그리고, 저 [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의 ‘시선’!!!
“…그렇군.”
나는 홍수령을 보며 물었다.
“금신천뢰문은, 멸문했습니까?”
그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아니, 멸문이 진행 중이다. 바깥에 나가면… 하늘을 보면 안 된다.”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저를 데리고 탈출하러 오심이십니까?”
“아니. 따라와라.”
나는 그녀를 따라 나갔다.
내가 봉인되어 있던 곳은 부문주 진휘의 동부 옆에 있는 봉령전이라는 전각 안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거대한존재의시선을….
푸콱!
우우웅!
나는 멸신겁천을 운용했고, 눈앞에서 홍수령이 자해를 하며 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보았다.
“크, 흐흐… 역시 미쳐 버리겠군. 알겠나, 서은현. 우리 금신천뢰문은, 곧 멸망한다.”
“….”
“멸망 전, 너를 보고자 형뢰동에서 나와 너를 찾아왔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우리는 죽는다. 그러니….”
부웅, 부웅, 부웅, 부웅!
그녀의 주변으로 16개의 비검 법보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손을 펴자 그녀의 손 위로 9개의 동그란 구슬이 떠올랐다.
“그건…!”
“마지막으로, 너와 대련하고 싶다.”
“….”
“수락해 줄 거냐?”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무색유리검을 꺼내 들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우리는 각자 검을 잡고, 멸망의 코앞에서 서로를 향해, 마지막 대련을 장식할 무공의 기수식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