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66)
겁천(劫天) (5)
쿠르르릉―
나는 저 위쪽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를 들으며 날아갔다.
왈칵―
문득,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터져 나왔다.
‘벌써 한계인가….’
번쩍!
콰르르릉!
빛의 기둥이 내게 꽂혀 온다.
전명훈조차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내리꽂힌 천벌은, 내 전신을 산산이 부숴 놓으며 나를 짓눌렀다.
꾸득, 꾸드드드득―
[그아아아아아!]나는 천벌 속에서 전신을 무형검으로 감싼 채, 요족의 생명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일 검을 내지른다.
[그하아아아!!!]마침내, 하늘을 향해 무형의 검이 번개를 사른다.
“후우, 후우우….”
다시 한번 천겁을 극복해 냈다.
옆에서 전명훈이 이를 악물고 지켜보고 있었다.
“서은현, 그 희생제에 나를 포함시켜라. 그러지 않고서는, 네놈이 못 버텨!”
“못… 버텨?”
나는 문득 내 팔을 바라보았다.
새카맣다.
정말로 새카맣다.
‘몇 번째 천겁이더라.’
연진을 향해 가며, 더 이상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원유를 시켜 놈의 마공으로 진마계의 마기를 흡수시키며 녀석의 재생력을 북돈곤, 시간이 날 때마다 누적된 피해를 원유에게 떠넘기고 있음에도 어느덧 이
지경이었다.
이제는 천겁의 위력을 계산할 머리조차 안 남았다.
그냥 얼얼할 뿐이었다.
“…가자, 전명훈.”
“….”
전명훈은 나를 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입을 다물고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의외로 나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저건 걱정이 아니었다.
자책이었다.
전명훈의 의념에서, 문파를 구하지 못했다는 절망이.
나를 믿지 못했다는 후회가, 천벌을 향한 증오가 켜켜이 쌓인 것이 느껴졌다.
아마 내가 죽을 지경이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내 천겁을 자신이 들이마시려 하겠지.
물론, 저것은 ‘내’ 천겁으로 바뀌었기에.
저 천겁을 전명훈이 먹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천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기에 전명훈도 가만히 있었던 것.
“전명훈.”
“…뭐냐.”
“앞만 보고 가라.”
“당연히 그럴….”
나는 앞서가는 전명훈을 보며 말했다.
번쩍!
그러나 전명훈이 대답을 채 꺼내기도 전.
다시 한번의 금뢰가 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우르르릉!
나는 이번에는 예뢰안을 사용해 더더욱 선제적으로 금뢰에 반격하며, 금뢰를 몰아냈다.
꽈지지지직!
그 과정에서 또다시 금뢰가 전신을 쓸고 지나갔지만.
어쨌든 천겁을 또 한 번 몰아내는 데엔 성공했다.
“너….”
“전명훈.”
나는 뒤를 돌아보는 전명훈을 보며 말했다.
“앞을, 봐라.”
“….”
“연진까지 모두 구하기 전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래.”
전명훈은 이를 악무는 듯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반쯤 녹아서 흘러내린 얼굴로 전명훈을 바라보다, 그를 뒤따라갔다.
더 이상 육체 재생은 없었다.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기를 모아서 천겁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
‘죽을 준비를 하자.’
죽을 전명훈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답천의 무형검을 몸에 두른 상태에서,
지금 계속해서 우공이산을 사용하는 상태였다.
천겁을 맞을 때마다.
천겁을 받아칠 때마다.
번개를 사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내 유리검 안에, 천겁과 부딪히며 쌓인 [힘]들이 날뛰고 있었다.
요수공법과 답천을 얻으며.
우공이산을 사용할 수 있는 효율이 크게 늘었고, 원유를 가진 덕에 목숨이 경각에 달할 정도로 경맥에 힘이 밀집되면 저주공법으로 원유에게 충격을 몰아
을 수 있다.
이미 더 이상 사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시간을 가속시키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답천의 가속 효과론 부족해서, 기묘성심전까지 함께 운용하며 가속을 극대화시켜야 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돈오로 방향을 다잡았고.
그동안 세계를 변혁시킬 정도로 나의 무(武)를 세계에 각인시키며 점수(漸修)를 쌓아 왔다.
‘조금만 더.’
내가 미친 듯이 쌓아온 무학의 끝은, 어느새 정상을 보이고 있었다.
저 멀리.
고지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나는 전명훈을 뒤따라가며.
더더욱 몸의, 영혼의 긴장감을 일깨우며 다음 단계를 더듬었다.
내가 답천에서 그 너머에 도달하려 해 왔던 것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장님이 코끼리의 생김새를 완전히 알아차려야 한다.
나는 돈오로 코끼리가 있는 ‘방향’을 깨달았고, 점수로 그 방향의 코끼리를 더듬어 가며 지금껏 계속해서 코끼리의 형상을 각인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답천 너머에 이른다는 것은.
장님인 내가 코끼리의 형상을 더듬어 만져 본 후, 내 스스로 그 코끼리와 똑같은 코끼리를 그려 내는 것과 같다.
당연하게도, 그 진실이 어떻든 장님이 그려 내는 코끼리는 원본과 똑같을 수 없다.
그렇기에 장님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특이한 형상을 그려 내고, 그것에 저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며 이를 ‘코끼리’라 칭한다.
이것이 심족들의 구현이었다.
부웅!
나는 완전히 녹아서,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며 무색유리검을 휘둘렀다.
때마침 내게 떨어지던 뇌겁이, 그대로 베여 나가는 게 어렴풋이 검끝으로 느껴진다.
전명훈은 당부대로 앞만 보고 가고 있었다.
‘느껴진다.’
점차 천겁이 치는 속도가 빨라지고, 천겁에 담긴 힘의 크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천겁에 비례해서 내 깨달음 또한 점차 정립을 완성하고 있었다.
빙글, 빙글.
천겁이 내리치자, 찰나에 멈춰 그 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보법을 밟았다.
그와 동시에 아주 자연스럽게 검에 힘을 실은 채 들어 올려 번개를 향해 가져간다.
파앙!
그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천겁이 갈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눈이 녹고, 피부가 녹아서 오감 중 둘이 사라졌다.
아마 곧 있으면 얼굴 전체가 녹아 들리는 것도 냄새를 맡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것 같다.
쿠르릉!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천겁이 곧이어 내리치며 나를 후려쳤다.
마침내 얼굴이 완전히 녹아, 내 얼굴은 사라져 버렸고, 나는 미약한 청각을 제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오감(五感)이 완전히 사라진 세계.
무(無)의 공간.
나는 육체를 재생시키는 기운을 모조리 검 끝에 담아 휘두르며, 그렇게.
도화지 앞에 앉아, 내가 그동안 더듬어 온 코끼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내 검은 붓이었다.
한 번의 천겁이 내리칠 때마다, 그림의 한 획이 그어지며 도화지에 코끼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 * *
전명훈은 문득, 앞만 보고 가라던 서은현의 말이 떠올랐다.
‘도대체, 뭐지?’
그의 말은 너무나도 결의에 차 있었기에,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전명훈은 앞만 보고 날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절로 전명훈으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너, 뒤쪽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피잉, 피잉, 피잉!
무언가 얇은 실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아니, 그보다 더더욱 맑은, 마치 한 방울의 물방울이 잔잔한 호수에 떨어지는 소리를 얇게 다져 낸 소리.
그런 기묘한 소리가, 그의 뒤쪽에서 끊임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명훈이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전명훈은 정려의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번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가지게 된 이 감각은 ‘모든 종류의 번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각일 터였다.
정려 역시 일종의 번개였기에 그동안 목소리를 들어 왔던 것일 테고.
그리고, 그런 전명훈의 귓가에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뭐냐, 도대체 뭐냐고…!’
전명훈은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등 뒤쪽에서는 말 그대로 ‘수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서은현이 내고 있는 저 맑은 소리 뒤쪽으로, 무수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번개의 목소리’의 형태로 전명훈의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마치 서은현의 전신에 수억 개의 입이라도 돋아나서 떠드는 듯한 기이한 느낌에, 전명훈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서은현의 당부대로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동안 믿어 주지 않아 이 꼴이 났다면, 지금부터라도 믿어야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전명훈은 연진이 있는 곳을 향해 속도를 북돋웠다.
* * *
점차 서은현과 전명훈을 쫓는 천겁의 속도와 간격이 빨라졌다.
이제 천겁은 거의 한 호흡을 주기로 서은현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거기에 천겁이 머금은 힘의 크기도 더 이상 상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서은현은 너무나도 쉽게 천겁을 베어 내고 있었다.
최소한의 힘만으로 최대한의 위력을 내며, 그는 그렇게 검무를 추면서도 일직선으로 쭉 날아가는 전명훈에게 따라붙고 있었다.
그리고, 서은현도 전명훈도 몰랐지만.
서은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유백색의 희뿌연 안개.
선수 서은현의 가능성이, 서은현의 전신을 뒤덮은 무형검과 점차 올올이 뒤섞이고 있었다.
지족으로서의 서은현과, 심족으로서의 서은현이, 하늘의 겁 아래에서 자신도 모르게 하나가 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서은현의 몸에서는 점차 천겁과 비슷한 천둥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어쩌면 전명훈이 들었던 수많은 목소리의 정체는 그것일지도 몰랐다.
천겁과 비슷해진 서은현의 무형검이, 그의 지(地)의 힘과 섞이고.
서은현의 선수의 힘은 서은현의 만상인연도와 연결되었으니 말이었다.
서은현이 각인시키려는 세계는 서은현의 진심.
그리고, 진심은 서은현의 모든 것이었다.
그랬다.
서은현은 애당초 자신의 그 모든 것을 세계에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이었다.
부웅, 부웅, 부웅!
쩌엉, 쩌엉, 쩌엉!
점차 서은현의 검무가 빨라졌다.
천겁의 속도와 위력이 강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은현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다, 서은현!!!”
전명훈이, 연진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이곳은….”
전명훈은 착잡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는 봉래궁의 땅이 된 곳.
한때 서은현이 장악하고 무언가 일을 꾸몄던 땅.
저 아래 어딘가에, 연진이 숨어 있었다.
“무슨 일이오?”
봉래궁의 땅에서, 봉래궁의 호법 중 한 명이 전명훈에게 말했다.
전명훈이 말했다.
“이 안에, 본문의 제자가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한 명만 데리고 나오면 되니 얼른 들어갔다 나오면 아니 되겠습니까?”
“실례지만, 귀하는 어느 문파의 사람이시오?”
“금신천뢰문의 원로입니다.”
“흠, 최근 상부에서 신경 써 준다는 그 신흥 문파?”
전명훈의 소속을 알자마자 호법의 말투가 변했다.
“내가 왜 네놈들을 들여보내 주어야 하지? 선약이 되어 있나?”
“그런 건 없습니다.”
그 말에 봉래궁의 호법이 짐짓 불쾌한 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