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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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2)
나는 멍청하게 아이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하나둘씩 익숙한 면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일은, 없습니까?”
“음? 다른 일이라니?”
“저는… 의술에도 조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다루는 일도 잘 하고, 기타 행정 분야도 자신이 있습니다. 혹은 독이나 약 제조를 맡기셔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혹은…”
“됐네 됐어. 의술이나 약독의 제조는 감히 범인 따위가 수도자에게 댈 수 없네. 그리고 정보나 행정도 지금 인원이 넘쳐서 별 쓸모가 없네. 자네 같은 삼화취정 경지의 무림인이라면 오히려 무공교관쪽이 더 쓸모있겠지.”
“…그럼 삼화취정의 무림인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그러자, 연기기 노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네 자꾸 토를 다는군? 수도가문과 일하기 싫다는 겐가?”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운명이라면…’
내가 손수 목을 잘랐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다시 내 손으로 가르치게 된다.
‘얄궂은 운명이로군.’
나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무공초식을 가르치는 교두에게 다가갔다.
“자, 거기에서 내려찍기! 다음에 바로 이어 직선으로…”
“이보시오, 당신이 이 아이들 무공교관이시오?”
“음? 당신은…”
무공교두는 비수를 들고 시범동작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그의 무공초식을 보자마자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난 삶에서 암살자들이 썼던 비수법, 이 자가 가르친 것이었군.’
그는 내가 무림인이라는 걸 알아채자마자 나와 간합을 겨뤄보려는 듯, 붉은 의념을 쏘아냈다.
그러나 나는 삽시간에 내 의념과 그의 의념을 통하게 해, 자색의 의념으로 그의 의념을 덮어씌웠다.
이 자의 의(意)가 훤히 비추었다.
모든 색조가 사라진 세상.
청색, 적색, 자색의 의념만이 빈 공간에서 오간다.
나는 내게 뻗어오는 그의 의념을 모두 쳐내고 나의 의념으로 그의 간합을 파고들어갔다.
그는 황급히 방어하려는 듯 했으나, 나는 그가 피하려는 위치에 맞춰 끊임없이 의념을 쏘아보내며 그를 밀어붙였다.
얼마 후.
결국 나와의 간합싸움에서 한참을 밀리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내게 포권을 취했다.
“후우, 삼화취정의 고수를 몰라뵈었소이다. 부디 용서해 주시구려. 맞소. 이 아이들의 무공교두인 적래호라 하오.”
“서은현이라 하오. 만나서 반갑소. 진가의 수도자가 나를 무공교관으로 임명하더구려. 그래서 말인데… 혹 어디까지 가르치고 있는지 가르쳐주면, 내가 그 진도를 맞춰서…”
“아, 새로운 무공교관으로 오셨군!”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하하하! 이럴 게 아니라 자, 저쪽으로 들어오시지요.”
그는 그의 처소로 보이는, 훈련장 옆 작은 오두막을 가리켰다.
“모두, 같은 동작을 500번 반복하고 있도록! 나는 잠시 손님을 대접하고 오겠다!”
“….?”
그는 아이들에게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동작을 시킨 후, 나를 오두막으로 데리고 갔다.
오두막 안은 단촐했다.
그의 짐이라고 할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
“우선 차부터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젊어보이시는데 삼화취정이라니, 혹 전설속의 반로환동의 경지인 겁니까?”
“음… 반로환동은 아니오. 그냥 특이한 대법이라고만 생각해 주시구려.”
“그렇군요. 하긴 수도자들 사이에서도 온갖 기이한 술법이 나도는데 젊어지는 대법이 하나둘 있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없겠지요. …아무래도 수도가문에서 제가 가르치는 게 영 지지부진하니 새 고수님을 초빙해오셨나 봅니다.”
나는 그가 차를 준비하는 것을 보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르치는 게 쉽지 않나 봅니다?”
“흐… 다들 의지야 넘칩니다. 하기사 부모형제를 막리가 수도가문에게 다 잃었고, 복수할 수 있게 해 준다는데 의지가 없겠느냐만은… 하지만 의지와는 별개로, 저 아이들은… 쯧.”
쪼르륵
그는 내 앞에 작은 잔을 놓고 차를 따라주었다.
“재능이 없지요. 엄선해서 뽑은 게 아니라, 그냥 부모형제를 잃은 고아들을 막 데려다가 훈련시키는 것이니 재능이 있으면 이상한 것이겠지만… 가장 재능이 높은 아이도 제가 볼 때는 일류 초반. 아주 잘하면 검기까지야 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저 아이들의 한계입니다. 그런데 또 수도가문에서는 제가 못 가르친다고 생각해서 저를 들볶고 있는 지경이고요. 안 그래도 저 녀석들 때문에 개인 수련시간도 빼앗기는 중인데, 짜증이 나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점점 가르칠 의욕도 떨어지고 있고 말입니다.”
“흠…”
“그래서 사직서를 내 보기도 했지만, 가문에서는 새 교두가 생길때까지는 절대 사직을 허하지 않겠다는군요. 그런데 솔직히 수도가문은 무공교두로 최소한 절정고수 정도는 원하는 것 같은데, 어디 절정 고수가 동네 똥개마냥 흔한 존재입니까?
저도 여기서 이러고야 있지만 원래는 나름 강호에서 이름을 날리는 기인 중 하나였습니다.”
나는 그가 내놓은 엽차의 향을 맡으며 질문했다.
“그럼 적 교두께서는… 이제 제가 오셨으니 사직하실 예정인 겁니까?”
“하하, 뭐 그렇지요. 너무 홀가분해서 말이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기초는 만들어 놨으니 그럭저럭 가르치시면 될 겁니다. 보수가 많아서 일을 해왔지만, 더 이상은 저 녀석들을 가르치며 시간낭비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하하하, 그럼 이만 저는 가보겠습니다.”
차를 다 마신 적래호는 내게 몇 가지를 설명해준 후, 내가 잡기라도 할까 빠르게 짐을 싸서 오두막을 나가버렸다.
어지간히 더 이상 교육을 맡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
‘이건 예상 못했는데…’
나는 최소한 그와 함께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첫날부터 다른 교관이 바로 도망가 버린 것이었다.
‘무슨 저런 인간이…’
나는 살짝 어이가 없어 차를 다 마신 후, 훈련장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아이들이 비수를 잡고 찌르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모두 정지!”
내가 내공을 담아 사자후를 지르자,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 교관 적래호는 사직서를 쓰고 나갔다. 이제 내가 너희의 새로운 무공…”
나는 ‘교관’이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삼키고 말했다.
“무공 ‘스승’이다! 오늘부터 내가 너희를 가르칠 것이다!”
내 말에, 그들은 모두 하던 동작을 멈추고 각자 자리에 멈춰 각 잡힌 자세로 내게 포권을 올렸다.
‘기본을 가르쳤다더니, 각 잡는 법을 가르친 건가.’
눈대중으로 본 아이들의 숫자는 약 500여 명 정도였다.
적래호에게 듣기로는 이곳 말고 다른 훈련장에서도 암살자들을 육성한다는 것 같았다.
‘암살자들한테 각 잡는 걸 왜 가르친 건지.’
나는 잡념을 털어버린 후, 훈련장 아래로 내려가 가장 앞에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뭐냐.”
“제 이름은 십사 호..”
“번호 말고 이름을 물었다. 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있을 거 아니냐.”
부모님이라는 말에, 아이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는 듯 했다.
“…만호입니다.”
“그래. 모두, 만호를 제외하고 각자 훈련장 옆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지금부터 너희의 수준을 하나하나 들여다 볼 것이다!”
내 말에, 아이들은 잠시 술렁이는 듯 싶더니 훈련장 옆으로 가 앉았다.
“덤벼 봐라. 내가 막리세가의 수도자라 생각하고, 죽일 각오로.”
잠시 머뭇거리던 만호는, 나를 노려보더니 땅을 걷어차 내 눈에 모래를 뿌렸다.
‘판단력이 좋군. 체급차가 안 될 걸 알고 모래를 뿌려 시야를 점하고 달려든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한테는 아무 쓸모 없다.’
나는 눈을 감고 만호의 의념을 감지해 녀석의 비수 끝을 잡아채서 빼앗았다.
“네 수준은 알았다. 들어가라. 다음, 너 나와라.”
다음으로 나온 아이는 잠시 쭈뼛쭈뼛 하는 듯 하더니 내게 포권을 올렸다.
“인사 하지 마라. 실전에서도 적에게 인사하고 덤빌 거냐? 죽일 기세로 덤벼 봐라.”
아이는 비수를 잡더니 빠른 속도로 내게 찔러왔다.
나는 몸을 살짝 움직여 피한 후 비수를 잡아채서 다시 뺏었다.
“좋은 찌르기군. 네 이름은 뭐지?”
“…열오입니다.”
“그래, 열오는 들어가고. 다음 나와라.”
나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불러 대련을 하며 수준을 쟀다.
그렇게 이백 서른 세 번째 아이의 수준을 재고, 다음 아이를 불렀을 때였다.
흠칫!
나는 다음으로 나온 아이의 얼굴을 보며 흠칫했다.
아이는 여자아이였고, 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표정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나는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검사를 깨달았던 그 날.’
내가 직접 목을 잘랐던 여자 암살자였다.
“…이름이, 뭐지?”
“계화(季花)입니다.”
“…그래. 덤벼라.”
슈슉!
계화는 빠른 손놀림으로 내게 비수를 찔러왔다.
여태까지 봐 온 아이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이상하군.’
나는 발 끝으로 계화의 비수를 쳐내며 생각했다.
빠르지만, 그것뿐이다.
초식도 형편없고, 내공도 실리지 않았다.
삼류. 그것도 삼류 초반이었다.
물론 기본기가 잘 닦여진 것으로 보아 아이들 중에서는 아주 조금 재능이 있는 수준이었지만…
‘재능이, 없다.’
이런 수준의 재능은 동네 도장에서 그저 조금 싸움 잘 하는 축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재능으로 지난 삶 나를 위협했던 그 암살자가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수도자들이 뭔가 힘을 썼던 건가?’
지난 생, 김영훈이 말해주었던 정보 중에는 원혼을 이용해서 암살자들의 재능을 개화시켰다는 얘기도 있었었다.
‘재능을 강제로 개화라… 그게 어떤 방식인지 모르니…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 감이 안 잡히는군.’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계화를 돌려보내고 계속해서 아이들을 시험했다.
그리고 500여명의 아이들을 모두 시험했을 때쯤에는,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있었다.
‘모두 여든 세 명이다.’
내가 지난 삶에서 직접 목을 자르고 얼굴을 확인했던 아이들의 숫자였다.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던 암살자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욱 많을 터였다.
어쩐지 착잡한 기분이었다.
나는 지난 삶에 그저 내 본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으나, 다시 찾아온 삶에 그 본분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어쩔 수 없지.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이 찝찝함을 씻을 수 없다면, 다시 이번 생에서 최선을 다해 본분을 다하자.
“모두의 수준은 잘 알았다. 잘 들어라. 이제부터 다시 처음부터 한 명씩 나와 내 앞에서 무예 시범을 보일 것이다. 만호부터 다시 나와라!”
“저… 교관님.”
“스승님이라고 불러라. 사부님이나.”
“예… 사부님. 그, 이전의 적 교관님은 해가 지면 들어가서 내가기공을 연습하게 하셨는데…”
“내가기공?”
나는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모두 들어라. 너희는 둔재다. 내가 너희와 하나하나 대련해보며 느낀 바. 너희는 정상적으로 수련해서는 절대 절정고수는 커녕 일류고수에도 미칠 수 없다!
너희가 그 경지에 오르려면, 미쳐야 한다! 천재 이상으로 미쳐야, 천재 이상으로 위를 갈구해야 희망이 보일까말까란 말이다.
오늘부터는 해가 져도 들어가서 내가기공을 수련하지 않는다. 무공초식을 숨쉬듯이 자연스레 할 수 있을 때부터. 그때부터 내공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기준에 들 때까지 너희는 처소로 들어갈 수 없다. 해가 지든, 날이 새든, 제대로 수련하지 않으면 너희는 쉴 수 없다!”
내 말에 아이들의 눈에 불만이 어렸다.
“하나라도 똑바로 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너희에게 휴식 따위는 없다! 다시, 한 사람부터 나와서 내 앞에서 무공을 시연한다!”
나는 만호부터 시작하여 다시 아이들을 차례대로 나오게 해 무공시연을 보았다.
‘모두 기본적으로 비수를 사용하는 무공을 익히고 있다. 아마 적 교두의 영향이겠지.’
나는 내 앞에서 무공을 시연하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비수를 사용하는 암살무공이, 아이들 모두에게 적합하지는 않는다.’
누구는 검과, 누구는 창과, 누구는 철퇴와 어울린다.
혹자는 그런 무공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동선이 커서 암살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암중호위대 대주는 그 커다란 극(戟)을 쥐고도 암중에서 황제를 잘만 호위했는데. 암살자라고 굳이 작은 무기만 쓸 필요는 없지.’
나는 아이들의 무공시연을 보며 하나하나의 사소한 버릇, 습성, 의념의 흐름을 보며 그들에게 적합한 무기를 생각해냈다.
‘만호는 대검이 어울리겠군. 열오는 호조가, 계화는 그대로 비수가 좋겠고.’
나는 무림맹주 시절에 봐왔던 무학서를 생각하며, 무기에 적합한 무공들을 떠올렸다.
무공시연이 끝난 후, 나는 다시 제자들에게 가 근처에서 적당한 나무를 베어오게 시켰다.
그런 후 각자에게 익히게 할 무기술을 알려준 후, 적합한 크기의 무기를 나무를 깎아 만들게 했다.
아이들이 전부 나무를 깎아 엉성한 무기를 만들자, 나는 각각에게 다가가 무기술과 무공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각자에게 맞는 무공구결과 무기, 훈련법을 암기하게 하자, 어느새 다시 날이 밝아오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알려준 무공의 기본초식들을 익히며 하나같이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무기를 휘둘렀다.
얼마 후, 정오가 되자 수련장 곳곳에서 아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탈진한 것이었다.
나는 탈진한 녀석들은 끌고 나와, 시원한 곳에 눕히고 시침법으로 생명력과 기를 활성화시켜, 자가회복력을 높여주었다.
얼마 후, 수련장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기절해 버렸다.
나는 녀석들을 전부 끌고 나와 시침법으로 생명력을 활성화시킨 후, 수도가문을 찾아갔다.
수도가문에는 가문의 수도자산을 관리하는 내부 재정관이 있었고,
금이나 은 등, 범인들의 세상에서 통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외부 재정관이 있었다.
나는 외부 재정관을 찾아갔다.
“새 무기가 필요하외다.”
“어떤 종류요?”
“종류는…”
나는 내가 적어온 무기의 종류들을 담은 종이를 꺼내, 가문의 외부 재정을 담당하는 범인 출신 재정관에게 건냈다.
외부 재정관은 종이를 보더니, 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미쳤소? 이걸 다 달라고?”
“한 정씩만 지급해 주면 되오. 어차피 수도가문은 부자라서 상관 없지 않소?”
“이… 그래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무기 말고 약초도 조금 공급해주셨으면 좋겠군.”
“뭬야? 약초? 무슨 약초!”
“수련 회복을 돕기 위한 약초들이오. 흠, 난 분명히 달라고 말 했소. 아이들 무공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그건 전부 당신 탓이오.”
“뭣, 그게 무슨…”
외부 재정관은 발끈하는 듯 했으나, 결국 내 요청에 따라 무기들과 약초를 신청해 주기로 했다.
나는 며칠 후, 약초와 무기들을 받아, 무기들을 제자들에게 지급한 후 제대로 무기를 휘두르게 가르쳤다.
탈진할 때까지 내가 골라준 무기술을 익히고, 탈진하면 내가 만들어놓은 약들을 먹여 기력을 회복시켰다.
그렇게 1년 정도를 가르치자, 제자들의 눈에는 독기가 흘렀다.
이제는 모두들 무기술의 초식의 형(形) 정도는 눈을 감고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그 즈음에서 내공심법을 가르쳤다.
물론 절대로 그냥 앉아서 내공심법을 편하게 수련하게 하지는 않았다.
모두 무기를 들고 휘두르며, 초식과 함께 수련해야만 했다.
다시 1년이 지나자, 제자들의 눈에는 나를 꼭 죽여버리고야 말겠다는 살기가 깃들었다.
‘이제 다들 삼류 후반 정도로 성장했군.’
밥 먹고 일 보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 제자들은 한 시도 쉴 새 없이 무공을 수련했다.
잠자는 시간따위는 없었다.
해가 떠서 다시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계속해서 몰아붙였으니까.
그러다가 기절하면 그게 곧 잠을 자는 거였다.
제자들의 몸은 결코 쉽게 상하지 않았다.
수도가문에서 보내준 약초들로, 내가 약을 제조해서 먹이고, 탈진한 이들은 직접 시침법을 사용해서 몸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었으니 말이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원 없이 쉬게 해 주었고, 나머지는 전부 수련, 수련, 수련이었다.
어쨌든 내 정신 나간 지도법 덕인지, 제자들은 모두 3년만에 2류 초반에 접어들었다.
‘모두 잘 따라와줘서 다행이군.’
나는 오늘도 제자들과 대련을 하며 생각했다.
토가 나올 정도로 고된 수련이었지만, 모두들 절대 포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가족을 죽인 막리세가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거겠지.’
부웅!
대도를 휘두르며, 해웅이라는 녀석은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내 움직임을 좇았다.
그러나 나는 눈을 감고 그의 도를 피하며 다리를 발로 걷어찼다.
“하체가 비었다.”
퍼억!
그러나 녀석은 다리가 걷어차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며, 내게 도를 휘둘렀다.
‘좋군, 기백이 나아졌어.’
나는 도를 다시 피한 후, 옆구리 깊숙히 손을 찔러넣었다.
“커헉!”
“다음.”
다음 상대는 청야라는 여자아이였다.
듣기로 제 아비와 어미가 수도자의 손에 한 줌 핏물이 되는 걸 두 눈으로 봤다고 한다.
피잇!
청야는 양손에 암기를 들고 내게 쏘아왔다.
이 아이에게는 암기술이 적합했기에, 내가 직접 독문무공인 투괴암기술을 가르쳤다.
“쌍살사의 초식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했을 텐데. 아주 미세한 시간차를 둬야 한다.”
나는 청야가 날린 암기를 허공에서 전부 잡아낸 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모두 3년전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성장이었지만, 아직도 내 눈에는 한참들 부족했다.
‘그래도, 다들 하나같이 나보다는 재능이 있다.’
내가 삼류였을 때는 10년을 걸려서야 겨우겨우 다음 경지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나 때는 세세한 스승도, 정신 나간 무공 수련 일정도.
무공 수련을 할 시간 자체도 부족했지만, 아이들 모두 나보다는 낫다.
‘당장 나만 해도, 녀석들이 한 경지를 뛰어넘고 있을때. 나는 한 발자국 밖에 앞으로 나가지 못했으니까.’
나라고 해서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제자들의 무공을 봐 주면서, 매일같이, 끊임없이 절정고수의 시야를 켜고, 의념의 세계에 진입해서 의념들을 관찰했다.
가르침을 주면서도, 뇌가 터질때까지 월수궁무록을 운용하며 인식의 결과 결을 관찰했다. 의념을 파고들고, 또 파고들었던 그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나는 최근에서야 삼화취정의 경지 안에서 한 발자국 더 진보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의념을 다루는 감각을 익히고, 월수궁무록을 수련하며, 의념 그 자체에 익숙해지자, 나는 세 개의 색으로 이뤄진 세계를 넘어, 그 다음 색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 번째 색조!
그것을 발견한 것은 지난번 제자들과 무한대련을 한 다음 날.
제자들이 한 달에 두 번 있는 쉬는 날에 발견한 것이었다.
그 의념은 다른 의념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또한 전투 중의 의념처럼 선의 형태도 아니었으며, 그 의념을 통해 이어질 동작 역시 정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느껴온 의념들에 비해서 너무나도 이질적인 의념!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이질적인 의념이었기에 내가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네 번째 의념의 색은 연분홍색이었다.
그 의념의 이름은 연정(戀情).
연모의 의념은 만호에게서 뻗어나와, 계화에게 닿아있었다.
‘풋풋한걸.’
그 의념을 발견하고, 나 자신도 굉장히 놀랐었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토가 나올 정도로 수련을 시키는데, 그 와중에도 사랑이 싹트는 것이었다.
물론 만호 외에도 다른 몇몇의 제자 역시, 다른 이들에게 연정의 의념이 뻗어있었다.
‘인간(人間)이란. 신기하지 않은가.’
지옥 속에서도 감정은 싹튼다.
그것이 인간이었다.
나는 제자들의 의념을 관찰하며, 계속해서 녀석들의 무공을 봐 주었다.
* * *
연정의 의념을 발견한지 다시 2년이 지났다.
의념에 완숙해진 나는 2년만에 다섯 번째 의념을 발견하였다.
새로운 의념은 검붉은 색의 의념.
의념의 이름은 증오(憎惡)였다.
증오의 의념은,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제자들의 의념에 섞여있던 의념인지라, 발견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증오의 의념은 아주 미약하게는 내 쪽에, 더러는 서로에게 향해 있었지만.
절대 다수의 의념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뻗어있었다.
아마도 막리세가의 수도자들을 향한 의념일 터였다.
‘기이하군.’
삼화취정 이후에야 감지하게 된 의념들은, 무(武)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무(武)를 궁구함에 있어, 인간은 이런 의념들을 발견해가는 것일까.
상대와 무를 겨룸에 있어, 과연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제 슬슬 약속한 기일이 다가오는군.’
김영훈과 만날 날이 다가왔다.
* * *
나는 오래간만에 진씨세가의 영지를 나와, 철륭성으로 향했다.
철륭성에 사 놓은 장원으로 들어가자, 김영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서은현이.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았는데, 도대체 5년간 어디에 있다 온 건가?”
“흠, 뭐… 그냥 한적한 산골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김 형은…”
나는 그의 의념을 재며 물었다.
“이제 삼화취정의 끝자락… 아니, 벌써 다음 경지를 넘보고 있는 겁니까?”
그는 어느덧, 벌써 오기조원을 눈 앞에 둔 것이었다.
“하하, 그렇게 됐네. 천하제일인도 도전해 보고 하니. 어느새 오기조원에 도달해 있더군. 이게 다 조수월무결 덕일세. 그건 정말… 신의 무학이라 칭하기 모자람이 없더군.”
확실히 조수월무결은 엄청난 무공이었다.
최소 입문 조건이 삼화취정이지만, 정작 삼화취정에 이른 나조차도 어려워서 그 하위호환인 월수궁무록만을 탐구하고 있을 정도로.
“여하튼 조수월무결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자네도 무언가 진보가 있었던 모양이네?”
“예. 세 번째를 넘어 네 번째, 다섯 번째 의념도 발견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하, 축하하네. 확실히 재미있지 않은가? 무의 세계란. 이제야 마침내 도달했다고 여겼지만, 끝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의념으로 다가가는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말이야…”
재미라…
나는 과연 무학에 재미를 느끼는가?
모르겠다. 그저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 왔을 뿐.
어쩌면, 저것이 김영훈이 가지는 재능에 대한 원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나저나 김 형. 저는 이제껏 무를 수련해오며, 연정의 감정이니, 증오의 감정이니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를 힘씀에 쓸모가 없다 여겼지요. 실제로 무를 겨룸에 있어 그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데, 왜 우리는 무를 궁구하며 이런 감정들을 찾아내게 되는 겁니까?”
“흠…”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김영훈은 히죽 웃더니 도를 뽑아들었다.
“무인이 입만 털어서 어찌 알겠는가. 한판 붙어보지.”
“하하, 김 형 다우십니다.”
스릉-
그래, 그게 무인(武人)이다.
피잉!
김영훈의 의념이 내게 쏘아져 왔다.
붉은 선이 내 의념과 얽히며 자색으로 화한다.
나는 그의 의념을 읽어내며, 그의 의도를 읽어내고 검을 휘둘렀다.
단맥도
산바람!
서로가 통(通)하는 자색의 의념 너머로, 김영훈의 무공절학이 마치 들려오는 듯 하다.
피잉!
인식하기 힘들 정도. 극속(極速)의 찌르기가 나를 노려온다.
단악검법
입산!
파앗!
나는 하단세로 전환하며 그의 찌르기를 피한 후.
단악검법
기산심천
경맥을 열어젖혀 검사의 길이를 늘여 김영훈의 발목을 노렸다.
단맥도
산울림!
티잉!
도명(刀鳴)이 퍼져나온다.
김영훈의 기운이 그의 도신을 진동시킨다.
은은하게 진동하는 도신이 내 검기를 향해 내리꽂힌다.
‘닿으면 안 된다.’
검이 아니라 검기나 검사라 하더라도!
파아앗!
나는 검사에 의념을 불어넣어 김영훈의 의념과 통하게 하여 검강으로 화하게 했다.
투우웅-
진동하던 김영훈의 도신이 내 검강에 닿자, 검강은 그대로 눈에 보일 정도로 옅어졌고, 검속 역시 느려졌다.
‘아마 검강으로 전환하지 않았으면, 검강이 흩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검사가 박살나고, 그 충격이 내게까지 전해져 왔겠지.’
김영훈의 의념이 넓게 퍼진다.
단맥도
산소리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강기가 마치 파(波)의 형태로 퍼져나간다.
사방팔방으로 울려퍼지는 듯 하나, 결국 나 하나를 노리는 강기의 일격!
저건 일반적인 무공으로는 막을 수 없다.
단악검법
산명곡응
나 역시 내 검강을 똑같이 파의 형태로 바꾸어 그의 초식을 상쇄시켰다.
산소리의 너머로, 수많은 의념이 휘몰아치며, 김영훈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경쾌하다.
그의 발걸음은 자유로웠으나, 동시에 그의 움직임은 공기의 결 하나하나를 모두 피해가며, 가장 힘을 낭비하지 않을 동선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단맥도
산새
그의 움직임은 마치 한 마리의 작은 새 같았다.
나는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의념의 궤적을 읽어내며 그의 다음 초수에 응수하려 할 때였다.
“…?”
김영훈의 가슴어림에서, 연모(戀慕)의 의념이 뿜어지더니, 그 의념의 궤적이 내가 살피려고 했던 의념의 궤적에 맞닿았다.
동시에, 내가 읽어오던 의념의 궤적은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며 읽기가 힘들어졌다.
단맥도, 산새의 초식으로 다가온 그의 도신이 어느새 내 바로 앞에서 휘둘러진다.
‘무슨…!’
나는 그의 궤적을 비틀기 위해, 우선 월악보로 접근해 그의 행동을 압박하며, 산새의 초식을 받아쳤다.
나에게 가까이 접근한 김영훈은 싱긋 웃는듯 하더니 도를 뻗어왔다.
단맥도
산열림
츄와악!
수많은 도신이 휘몰아친다.
나는 그에 맞서, 산수화의 초식으로 맞서며 그와 검을 주고받았다.
한 초식에서 또 한 초식.
그의 의념이 뿜어져 나오고, 나의 의념이 그의 의념을 받아친다.
한 초식을 겨룰 때마다, 의념의 세계에서 무수한 선이 교차하며 간합싸움이 벌어진다.
나의 푸른 선이 그의 붉은 선의 궤적을 막아냈을 때였다.
부웅!
김영훈의 붉은 궤적이,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증오의 의념.
그 증오의 의념은, 너무나도 쉽게 내 푸른 의념을 뚫고 내 간합 안으로 들어왔고,
실제로 나와 그의 검과 도가 부딪혔다.
그의 도신에 맺힌 강기가, 마치 불타오르듯이 끓어올랐다.
동시에, 의념의 세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이, 그의 도가 내 검을 그대로 잘라내고 내 가슴을 노렸다.
파앗!
우리의 대련은 그렇게 끝났다.
“…방금 그건.”
“자네도 봤지 않나.”
김영훈은 싱긋 웃었다.
“무(武)에도 감정(感情)을 부여할 수 있다네.”
“……”
나는 잠시 떨리는 머릿속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그에게 되물었다.
“무에 감정이 있다는 말은, 무(武)가 살아있다는 말입니까?”
그는 내 말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무는 살아있는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무공을 수련하며 느꼈던 것을 말했다.
내가 검사(劍絲)를 느꼈을 때 느꼈던 그 깨달음.
“무는 살아있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건 나 자신이며, 나 자신의 의(意)를 불어넣는 것이 무(武)일 뿐입니다.”
“맞네. 검은 살아있지 않아. 하지만 검을 잡고 휘두르는 무인은 살아있지. 그 무인의 의를 불어넣은 것이 검사고, 그 무인의 의가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검강이야. 그렇다면 말일세…”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나 자신의 의를 불어넣는 게 무라면, 무란 곧 자기자신. 자네는 무를 수련하는 데에 연정과 증오등 감정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자기자신은 결국 그런 것으로 이뤄져 있는 법이네.”
“…아…”
어쩐지 알 것 같다.
“무는 살아있지 않지만, 무를 휘두르는 인간은 살아있고. 그 인간을 이루는 게 바로 감정이야. 그러니, 무를 궁구하면 궁구할수록,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지 않겠는가.
자기 자신을 다루는 것이 수준에 이르면, 방금의 나와 같이 의념의 궤적에 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하지.”
“…조언 감사합니다.”
“하하하, 청색과 적색이 생존본능의 수준이고, 자색이 참오의 수준이라면. 그 이후의 색조들은 자기자신에 대한 색이지. 그리고…”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인간이 가진 모든 색조를 알아챘을 때. 우리는 인간이 가지지 않은 그 너머의 색조를 볼 자격을 얻는다네. 그것이 바로…”
“오기조원이군요.”
김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월무결 덕에, 나는 오기조원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호법을 좀 서 줄 수 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우리 외엔 사람도 없는 장원이었기에, 김영훈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두 눈을 부릅뜨고 그가 경지를 넘는 장면을 보았다.
절정경의 시야.
청색과 적색.
삼화취정의 시야.
그를 넘어선 자색,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또 다른 색조들.
‘저게, 김영훈이 깨달은 색조들인가.’
내 눈에는 김영훈의 색조 중, 연분홍빛과 검붉은 빛만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두 가지의 색조를 통해 그의 또 다른 의념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의념들이, 연정과 증오의 너머로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아…!’
그의 적색의 의념이 점차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여기까지는 지난 삶에서 봤던 모습.
그러나, 삼화취정에 이른 내게는 이제 또 다른 영역이 보였다.
연정의 의념, 증오의 의념이 얽히고 설키며 적색의 의념의 빈 곳을 메운다.
그리고, 그 의념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다른 의념들도 그와 같을 것이다.
적색의 의념이 뻗어나가고, 검붉은 의념이 그 자리를 스치고, 연분홍의 의념이 그 안쪽을 메운다.
아름답다.
이윽고, 수많은 그의 의념들이, 전부 이어지며, 그의 주변에 있는 영역을 잠식했다.
우우웅-
주변의 기가 빨려들어간다.
나는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김영훈은 이미 다른 세계를 보고 있으리란 사실이 짐작되었다.
그의 주변으로 몰려든 기운들은 이내 그의 머리 위에 다섯 개의 원 형태로 뭉치더니, 이내 한데 섞여 오색의 구름이 되어 김영훈의 입과 코로 흘러들어갔다.
잠시 후.
우득, 우드득-
김영훈의 몸이 환골탈태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나는 환골탈태를 하며 생기는 의념의 흐름마저 보려, 뇌가 터져라 그 광경을 관찰했다.
그의 피부가 깨끗해지고, 주름이 펴진다.
죽었던 세포가 살아나며, 그의 머리에서 모발이 자라났다.
늙은 그의 얼굴이 젊어지며, 나보다도 어린 모습이 되었다.
완전한 반로환동!
반로환동에 성공한 김영훈이 눈을 반개했다.
“봤나, 은현?”
“…예. 아름답습니다.”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허리숙여 감사를 표했다.
방금의 광경은, 내가 오기조원에 도달할 때 어마어마한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그와 함께 며칠간 무학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다시 진씨세가의 영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나는 또 한 가지 의념을 깨쳤다.
색조는 황금색.
의념의 이름은 희(喜).
즐거움의 의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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