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286)
나의 이름은(1)
파아아앗!
검이 난무한다.
아니, 무색유리검은 차라리 광선과도 같았다.
수천 개의 광선이, 서휼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이전의 사축기 수사 15명을 해치웠던 것보다도 더더욱 심혈을 기울여 검을 움직였다.
‘이 자리에서 죽인다.’
원래라면, 서휼의 말을 조금 들어 보고 녀석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합작까지도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나는 내 심상이 녀석과 말을 하던 도중 제멋대로 변해 가기 시작하는 걸 인지했다.
서휼이 어느새 나를 세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녀석은, 상종 자체가 불가능한 놈이야.’
쿠과과과과!
내 검격의 여파에 대지가 진동했다.
‘티끌 하나 남겨놓지 않고 지워 버린다!’
파아아아앗!
일 검에서 뿜어지는 수천수만의 광선이, 서휼에게 몰아치며 놈의 세포 하나하나를 분해해 버린다!
[서, 서 도우, 왜 그러시는….]사축기 수사를 죽이려면, 그의 안쪽에 있는 천원지방을 갈라야 한다.
[서 도우, 잠깐….]내 의식은 더더욱 정밀해졌다.
서휼의 금단이 박살 난다.
녀석의 원영이 붕괴된다.
그의 안쪽에 있는 둥근 천원과, 사축을 쌓아 갈 지방의 기초가 보였다.
슈슈슈슉!
도합 네 번의 검격.
네 번의 검격이 일차적으로 천원지방을 분해해 버렸다.
이어서, 나는 놈의 천원지방을 갈갈이 찢어 분해해 버리기 시작했다.
번뜩!
[아니, 잠깐 내 말을….]놈이 뭐라 지껄이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만나자마자 상대를 세뇌하려 하는 놈 따위에게 신뢰란 없다.
차라리 만났을 때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 후환을 없애는 게 좋다.
파아아앗!
놈이 기축 장막을 드러내려 했으나, 그조차도 전부 내 무색유리검에 갈려 나갔다.
녀석의 기축 장막은 순식간에 소멸했고, 이제 눈앞에 남은 것은 가루가 되어 버린 놈의 육신이었다.
‘이제 육(肉)은 전부 죽였다.’
하지만 사축기 수사는 부활한다.
본인의 신체에서 부활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축기 수사들은 자신들이 지정해 놓은 곳에다가 몸을 부활시킨다.
그 꼴은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부활하려는 사축기 수사를 죽여 버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우우우웅!
무형검이 명동(鳴動)한다.
동시에 무형검의 계위가 높아지며, 혼의 계위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너는 부활할 수 없다.”
계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무형검이 서휼의 혼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
―벤다!
무형검의 감각이 나와 이어지며,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사축기 수사들이 부활하기 위해 지나가는 혼의 통로가!
일반적인 사축기 수사라면 상대가 부활한다는 걸 알아도 저 혼의 통로에 손을 댈 수 없다.
합체기조차도 합체기 후기 이상이 아니라면 마찬가지였다.
너무 계위가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부우우우웅!
무형검은 어느새 혼의 통로가 있는 계위로 올라가, 서휼과, 그 통로의 연결을.
그대로 끊어 버렸다.
파앗!
[아, 안….]“죽어라, 서휼.”
파바바바바밧!
어마어마한 광류가 몰아치며 서휼의 혼을 그대로 분해해 버렸다.
그는 일말의 단말마와 함께 빛의 폭풍 안에서 사그라들었다.
그것이, 서휼의 끝이었다.
“후우….”
나는 서휼의 혼이 흩어진 걸 확인하자마자 검을 멈추었다.
그리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신체는 그 말도 안 되는 생명력에 힘입어, 가루가 되었음에도 다시 붙어 얼굴이 재생되다가 혼이 흩어져 버리자 재생이 멈춘 상태였다.
얼굴만 남은 서휼의 시체.
그 서휼의 시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상냥하게, 죽음의 공포 따윈 느끼지조차 못했다는 듯이.
“….”
서휼을 죽였다.
천원지방을 갈라서, 부활조차 못 하도록 철저하게.
혼백마저 흩어 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뭘까.
나는 웃고 있는 채 죽은 서휼의 얼굴을 보자니, 도저히 이 녀석이 제대로 죽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굉장히 찜찜하군….’
혹여나 분신체인 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은 분명히 기축 장막을 사용했고, 체내에 천원지방이 있었다.’
내가 죽인 게 분신체라는 말은, 서휼의 분신이 사축기라는 말이었다.
놈이 괴군도 아니고, 사축기 분신을 고작 이런 곳에다가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거기다가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놈의 심상… 그리고 녀석이 죽을 때 보였던 의념들…. 그건 진짜였어.’
즉, 이놈은 서휼 본체다.
“…죽었냐.”
툭툭―
나는 서휼의 얼굴 조각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갑자기 살아나거나 하진 않았다.
나는 혹시 몰라 서휼의 얼굴 조각을 들어, 저물도 중 하나를 비워 놓은 후 그 저물도 안에 서휼의 얼굴을 봉인해 놓았다.
찜찜해서 봉인한 거긴 했지만, 만약 정말로 놈이 죽었다면… 인피면구로라도 써먹으면 되니 손해는 아닐 터였다.
“흠… 어쨌든 정말로 죽은 거 같군.”
해치웠나 같은 소리는 필요 없다.
녀석은 틀림없이 죽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굉장히 상쾌해지고 마음속에 얹힌 듯 자리하던 무거운 감정이 스러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알게 모르게 서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보이는 족족 죽여 없애야겠군.’
나는 앞으로 서휼을 어찌 대할지에 대해 그렇게 결정하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홍범과 전명훈에게도 심어를 보내 그들의 감각 차단을 풀게 했다.
겁천에 든 후, 심족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심어를 보내는 능력이 훨씬 강화되었다.
본래라면 심족이 아닌 이들은 심어를 받아도 인지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어 자체에 담긴 의지를 더더욱 명료하게 강화시켜 심어를 보내 뜻을 전달하기가 쉬워진 느낌이었다.
“그래, 그래서 뭔 일이었냐. 방금 그 용 새끼는… 예전에 등선향에서 본 놈 같은데?”
“맞아. 상당히 음흉하고 교활한 놈이었다. 감히 나를 세뇌하려고 하기에 죽여 버렸다.”
나는 전명훈의 질문에 답해 주었고, 내 답에 홍범이 껄껄 웃었다.
“하하, 잘 하셨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을 탐하려는 놈들은 전부 죽어 마땅하지요.”
“서휼은 확실히 그런 놈이긴 하지.”
서휼에 대해서만은 아무리 죽여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그럼 이제부터 어찌할 거냐, 서은현?”
“뻔하지. 인족 총연맹으로 들어가, 태수로 인정을 받을 거다. 태수가 안 된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전력으로 인정을 받을 예정이다.”
“흠, 녀석들이 널 인정해 줄까? 넌 수배까지 받은 몸이고, 듣자 하니 그 심족 기술? 그런 건 천족에서 배척당하는 그런 거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 다만… 천벌을 내린 존재. 그 존재를 그 자리에서 우리만 보고 있던 건 아닐 거야.”
“뭐?”
“그날, 전 천족의 합체기 태수들이 전부 뇌령도를 주시했을 거란 소리다.”
나는 일의 전말을 알려 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천족 중에는 헌원 같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뇌령도를 주시해서, 그날 천벌의 주인을 본 탓에 모조리 치명상을 입었단 거냐?”
“그래.”
“그래서 그 천족의 빈 전력을 메우기 위해 네가 들어가면 너를 받아 줄 거고?”
“그렇지.”
“흐음… 뭐, 나쁘지 않군.”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나는 다시금 광한계에, 차후에 금신천뢰문의 후인들이 비승하면 터를 잡을 수 있게 준비를 해 둬야겠어.”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그럼 일단… 인족 총연맹. 천인도로 가 볼까?”
파아아앗!
그때였다.
찌이이잉!
나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신호’에 몸을 흠칫했다.
전명훈과 함께 비둔술을 써 인족 총연맹 방향으로 날아가며, 나는 그 신호를 잡고 신호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윽고, 나는 그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원유!’
원유가, 광한계 안쪽으로 진입했다.
* * *
우웅, 우우웅!
나는 원유의 정신에 접속했다.
녀석에게 심어 둔 기괴고가 발동하며, 녀석의 원영 안쪽에서 작동하여 녀석과 내 시야.
그리고 감각들이 하나둘 연결되기 시작했다.
‘여기는….’
내가 원유의 몸으로 가까스로 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흐음, 놀랍군. 비선대를 설치하자마자 비승자를 얻은 것도 좋은데… 그 비승자가 고작해야 원영 중기 수준이라니.”
“…!”
나는 눈앞에 다가온 검은 장포를 입은 자의 말에 황급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도 나를 내려다보았다.
진득한 귀기가 그에게서 풍겨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마공을 익힌 마도 수련자인가? 차원 압력을 이겨 낼 정도로 재생력이 꽤 괜찮은 마공을 익혔나 보군. 오히려 원영기 때 비승하면 시(尸)를 만나는 빈도가 확 떨어지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어.”
“여기는… 어디입니까?”
나는 알고는 있었지만 원유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이곳은 광한계, 흑색귀골곡의 문내 비선대다.”
“명귀계가… 아닌 겁니까?”
“호오, 명귀계를 노리고 비승했느냐?”
“일단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섭명함의 인력이 가리키는 곳이라 명귀계일 줄 알았건만, 단순히 흑색귀골곡 내부였을 줄은….
그러던 중.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비선대? 흑색귀골곡 내부?’
나는 내가 디딘 땅을 보았다.
건곤성에 있는 것과 똑같은 비선대였다.
그리고 비선대 안쪽에서는 공령지의 힘이 느껴졌다.
‘하, 이런… 흑색귀골곡 이 치들…. 문파 내에 공령지가 있음에도 인족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자기들이 비선대를 제작해서 꿀꺽한 건가? 하계에서 오는 인재들을 전부 자기네 문파가 흡수하려고?’
난 눈앞의 흑포 수사.
‘허곽’을 보며 말했다.
“혹 어째서 명귀계를 노리고 비승한 제가 광한계로 오게 된 건지를… 알 수 있겠습니까?”
“간단하다. 그야 이 비선대에는 귀기를 잔뜩 먹여서 명귀계의 비선대와 굉장히 비슷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지.”
“…!”
“명귀계도 좋지만, 우리 광한계의 흑색귀골곡 역시 나쁘지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명귀계보다도 좋지. 명귀계에 있는 흑색귀골곡 본종(
宗)에 비하면 조금 달리지만, 이곳에도 인족 오대종문의 명예를 누리며 상당히 대우받는다. 거기에 가진바 공법서도 본종의 것에 비해 조금 떨어질 뿐 대다수의 공법을 공유하고 있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흑색귀골곡이라면, 명귀계에서 수련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우리는 홀로 비승한 너 같은 인재를 아주 좋아하지. 거기다가 이미 받아들인 인재에 대한 대우도 아주 좋다. 어떠냐, 본문에 들어오지 않겠나?”
“….”
나는 원유의 몸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허곽의 의념이 내 눈에 바로 들어왔다.
서휼처럼 심족의 시야를 방어하는 법기도 끼지 않았으므로 그가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도 대강 알 것 같았다.
‘거절하면, 죽일 생각이다.’
애당초 자기 종문 내에 비선대를 만들어 뒀다는 건, 그런 의미다.
공령지는 본래 원칙상 특정 집단이 소유하면 아니 된다.
그런데 그렇게 몰래 얻은 공령지로 만든 비선대.
그 비선대에서 나온 수사가 자신들의 종문에 입문하지 않는다 하면 어찌 되는가?
당연하다.
살인멸구로 입을 막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흑색귀골곡은 귀혼을 다루는 귀도공법을 주로 다루니, 어쩌면 제안을 거절하는 이들은 싹 죽여서 귀혼으로 제련하면 그만일 터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제자.
혹은 양질의 귀도공법 재료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비선대이니 나쁠 일은 없으리라.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 말했다.
“영광입니다. 대흑색귀골곡에 들어갈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허곽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따스하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흑색귀골곡의 제자가 된 걸 축하한다. 이름이 뭐지?”
얼마간 고민하던 나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서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