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20)
군(君)이 아니다 (4)
“끄아아아아아아!!!”
서휼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여태껏 들어 본 적 없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었다.
퍼석!
동시에 서휼의 머리통 일부가 소금으로 변해서 땅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서휼이 손을 덜덜 떨며 흘러내리는 머리를 잡으려는 것 같았으나, 그의 손까지도 소금으로 변해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
나와 서립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잠시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 자식, 대체 뭘 건드린 거야.’
어쨌든 잘된 일이다.
나는 기수식을 잡으며 눈을 빛냈다.
“지금이다.”
서립이 법술을 쓰며 저주문과 오행혈주번을 꺼내 들었다.
서휼이 틈을 보인 지금.
놈을 쫓아내고, 내 몸을 돌려받는다.
어전(御前).
제일보(第一步).
나 자신을 참오하고 참오하며, 그리고 압축하고 압축하며 도달한 겁천의 그 너머.
‘외부에서 구할 필요 없었어.’
무(武)의 정수는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내가 익혀 왔던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안에 있던 것들이었다.
어째서 장익은 이 경지를 어전(御前)이라 이름 붙였는가.
그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존재의 앞(御前)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키이이잉―
내 모든 것을 압축해 놓은 일검(一劍).
내 심상까지도 이 검에 들어 있느니.
“간다.”
파앗!
나는 검(劍)이 되었다.
한 자루 빛의 검이 되어 서휼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장익이 자신의 박도를 내 심상에 꽂아 넣었던 것처럼 나는 서휼의 더러운 심상 안쪽으로 쏘아져 갔다.
‘서휼’이라는 존재의 위쪽에 ‘나’라는 존재를 덮어씌운다.
만상인연도로도 이론상 가능은 했지만, 단순히 역사에 의지하는 게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 역시 녀석을 쫓아낸다.
그것이 서휼에게는 숨기고 서립에게 전달한 ‘진짜’ 계획.
만상인연도와 어전 일 보의 공능을 동시에 발휘하며, 나는 서휼의 안쪽에 자리 잡았다.
* * *
촤르르륵!
서은현이 서휼의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서립이 오행혈주번을 물들였다.
치이이이―
시커먼 흑색귀주번이 생성되며 서립의 곁이 검은 깃발로 이뤄진 밭이 되었다.
“가라.”
촤라라라락!
벌떼처럼 많은 흑색귀주번들이 모여 하늘에 뭉치더니, 서휼을 향해 내리꽂혔다.
서은현이 서휼의 체내에 들어가 어전 일 보로 심상을 다시 장악하고, 만상인연도를 사용하여 서휼을 ‘소화’시킨다면, 서립은 외부에서 서은현이 겪어 왔던 ‘고통’을 서휼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맡았다.
진선을 보며 느꼈던 공포와 고통들.
고환 적출.
6만 배 고통 독약.
눈앞에서 창호자를 잃어야 했던 고통.
1천 년간 개조당했던 고독과 슬픔, 고통.
음혼귀주문을 처음 각성했을 때의 상황….
김영훈만을 남겨 두고 매번 홀로 남아 무학의 저 너머를 더듬어야 했던 고독.
스승을 남겨 두고 절을 올린 후, 스승만을 남겨 두고 가야 했다는 아픔.
제자들을 잃었던 아픔.
무수한 인연들을, 그저 떠나 보내기만 했었던 아픔.
‘서은현’이라는 개인이 겪어 온 어마어마한 고통이 모조리 서휼의 뇌리에 꽂혔다.
서휼이 서은현을 세뇌시켜 서휼화시켰다면, 이들이 하는 것은 반대의 일이었다.
서휼을 세뇌시켜, 다시 서은현으로 되돌리는 것.
갑자기 소금화되어서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퍼석!
“끄으윽…!”
갑자기 서립 역시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서립의 머리 역시 일부가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렸다.
서휼처럼 완전히 머리통이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일부가 갑자기 소금으로 변한 것이었다.
“뭐, 뭐지?”
서립은 황당해했으나, 이내 주변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서휼이 동화시킨 흑린어령문, 영린족, 한령족, 엽타족 등….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이 머리가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은 일월천역 전체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 * *
광한계.
서휼과 대화를 나눠서 그를 꺼내 주었던 합체기 태수, 위령선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끄으으으윽!”
그의 머리 일부가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서휼이 흑색귀골곡에 들르며 대화를 나눴던 이들 또한 머리가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렸다.
흑색 원로 허곽의 경우엔 특히 더 심했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악!”
얼굴의 4분의 3 정도가 소금으로 변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창호자도 마찬가지.
“크아하아아아아아!”
창호자의 경우 얼굴의 절반이 소금으로 변해 녹고 있었다.
서휼과 만나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모든 천족들이 얼굴에서 소금을 뿜거나, 머리 일부가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족 진룡맹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꺄아아악! 언니!”
“그아아아아아!”
입에서 소금을 토해 내는 규련을 보며, 그녀의 동생인 규화가 안색이 창백해져 그녀의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정작 서휼과 오며 가며 대화를 나눈 적 있는 규화 역시도 얼굴의 일부가 소금이 되어 떨어졌다.
“꺄아아아악!”
지족 진룡맹.
봉명주에 있는 숨겨진 층.
그 안쪽에 있는 드넓은 장원 안.
쿨럭, 쿨럭!
그곳에 있는 한 여성이 기침을 하며 소금을 얼마간 토해 냈고, 잠시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개했다.
“어머나, 우리 대군님이 드디어 빈틈을 드러내셨네?”
그녀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지금이라면 깜깜하게 덮여 있던 당신의 과거를 볼 수 있을지도….”
그녀의 손이 허공으로 뻗어졌다.
“한번, 서휼의 [기둥]을 찾아볼까나.”
삽풍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말류역의 대지 위쪽.
그 위쪽에서 빠르게 활공하는 기묘성채 안.
그 안에서 괴군이 ‘앗’ 하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턱을 긁었다.
벅벅.
투둑―
그러자 새끼손톱의 절반이나 될까 싶은 분량의 소금이 괴군의 턱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가 서휼과 오래도록 알고 지내 왔다는 걸 생각하면 명백히 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 뭐야, 이건.”
괴군은 별 신경 쓰지 않고 기묘성채를 모는 데에 집중했다.
* * *
고력계,
거대한 함대(艦隊)가 자리한 호숫가 위쪽.
그 위쪽에 있는 함선들의 사령함 안.
그곳에서 노리개를 쥔 채 명상하고 있던 백의 여인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읏….”
그녀의 얼굴이 소금으로 변해서 우수수 떨어졌다.
치이이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을 순식간에 재생해 냈으나, 그녀는 눈을 뜨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내가…?”
고력계.
함대의 옆에 있는 거대한 산맥.
그 위에 있는 동부 안.
“스, 스승님!”
[으윽! 오지 마라! 제길, 무슨 일이란 말이야…!]송진의 두개골 일부가 갑자기 소금으로 변해 흘러내렸다.
서란은 그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란 역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윽… 머리가….”
* * *
광한계, 고력계, 수계를 가리지 않고 ‘서휼’을 만나 그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눈 존재들은 전부 머리에서 소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서휼의 안에 들어와 그의 심상을, 그의 존재를 ‘소화’시키며 느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군.’
단순히 서휼이 대화를 나누어 배열을 주입한 존재들뿐이 아니다.
이미 완전히 ‘서휼’로 변화시켜 대체한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서휼은 이미 이 세상에 한가득이었다.
나는 서휼의 안쪽에서 녀석이 ‘바깥’의 ‘다른 서휼’들과 끊임없이 교신을 주고받는 걸 구경했다.
마치 뇌세포를 보는 것 같았다.
무수한 서휼 중 한 명 한 명이 신경 하나가 되어, 수없이 많은 서휼들과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모여 하나의 ‘뇌’처럼 생각하고 판단한다.
나는 서휼의 무서움을 실감하며 끝없이 펼쳐진 어둠의 심상을 향해 물었다.
[그게 네 비밀인가.]서휼과 대화한 자는 그보다 경지가 압도적으로 높지 않은 한, 뇌리에 서휼에 대한 인상이 남는다.
서휼에 대한 인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배열이 되어 그자의 안쪽에 서휼의 인격을 형성한다.
그리고 서휼의 인격을 형성당한 자는 그게 누구라도 순식간에 ‘서휼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된다.
서휼이 만나는 이들마다 그를 좋게 평가하는 이유.
수계에서부터 모두가 서휼의 말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진 이유.
나는 어둠 속에서, 당황과 함께 흘러나오는 서휼의 술법 이름을 읊조렸다.
“선술(仙術), 탁혼만천(濁魂滿天). 그게 네 술법의 이름이구나.”
서휼이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대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그들에게 ‘자신’을 각인하면 할수록.
그들의 안쪽에는 서휼이 생성되며, 무의식의 영역에서 ‘서휼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서휼은 수립하는 계획마다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그의 예측은 어지간해선 빗나가질 않는다.
그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와 만난 적 있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전부 그에게 이득이 되게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봤던 건 네 재능 같은 게 아니었군.]서휼과 동화되었을 때 보았던, 무수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그 관계도를 뒤틀어서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게 할 것 같다는 자신감.
그것은 자신감이나 재능 따위가 아닌, 그냥 ‘사실’이었던 것이었다.
소름 끼치는 능력이다.
서휼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그 서휼들이 사람을 만나고 다니면 그들 역시 언젠가는 서휼이 된다.
그 서휼들이 세상을 꽉 채워 버린다면, 이 세상은 곧 서휼이나 다름없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녀석이 만상인연도에서 봤을 진선에 대한 기억을 모든 서휼이 공유한다는 건가.’
어둠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나는 천천히 내 몸에서 서휼을 밀어내며, 즐겁고 시끄럽게 토론하는 서휼들을 구경했다.
찌이잉―
무수한 서휼들이 저들만의 언어로 교신한다.
본래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겠지만, 서휼에게 잠식당한 상황인 탓인지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위험하다.
―□□을 지켜야 해. 그것만 있으면 나는 안전하다.
―아니, □□까지 갈 것도 없다.
―그래, 한곳에 몰아넣자.
―어디로 몰아넣지?
―가장 쓸모없는 나에게 넣는 게 좋겠군.
―쓸모없는 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지?
―계획의 실패 여부.
―그렇다면….
스르륵―
어쩐지 어둠 속에서 기분 나쁜 시선 수억 개가 이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2급 위험 존재 기생에 실패한 내가 책임져야지.
‘그렇군. 이런 식인가….’
나는 ‘서휼’이라는 체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짙은 어둠 너머.
‘음?’
나는 태극(太極)을 보았다.
음양의 순환, 영원히 이어지는 회전.
역사(歷史)의 총람.
나는 어쩐지 그 태극 안에서, 무수히 많은 선수(仙獸) 진혈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태극이 회전하며 ‘어둠’을 깨부순다.
콰칭―
그와 동시에 나는 어둠 너머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서휼의 안에,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맑은 빛’이 일순간 어둠 너머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뭣!?]나는 당황했으나, 동시에 눈을 빛냈다.
‘서휼의 정체를 알아볼 기회다!’
파앗!
나는 어전 일 보의 공능을 이용해, 빛의 틈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드드득!
나는 검이 되어 빛의 틈새에 박혔다.
내 정신이 틈새를 넓히고, 그 안쪽으로 태극이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찌이이이이잉―
[커헉!]나와 이 기묘한 태극은 빛의 안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수억에 달하는 ‘서휼’들의 집중 정신 공격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나’는 육성으로 웃었다.
그러니까, 나의 원래 육신.
‘서은현’의 육신으로 말이었다.
몸은 소금이 되어 가는 중이었지만, 서휼에게 빼앗긴 육신의 주도권을 상당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서휼! 서휼! 서휼!!!”
여태껏, 서휼의 정체를 명계의 판관과 엮어서 생각해 왔다.
그가 명마진군 유호덕.
혹은 오늘 알게 된 명귀진군 유수련, 고력진군 해녕, 자금천군 등과 관계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방금 전 그의 빛을 엿보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너는… 군(君)이 아니었군.”
진군도 천군도 아니다.
“아니, 너는 애당초….”
눈에 핏발이 선다.
서휼의 정체가 우습고도 어이가 없었다.
“진선이 아니었어…! 그렇지?”
우리는 둘 다 진선이 아니었다.
진선이 아니었음에도 서로가 서로를 진선급의 존재로 인식하며, 진선을 연기해 온 웃기지도 않은 촌극이었던 것이었다.
내가 진선 도우라고?
정말로 웃긴 소리다.
그는 나를 도우라고 여긴 게 아닌, 필사적으로 내 앞에서 진선을 연기했을 뿐인 가련한 생물이었을 뿐이었다.
* * *
지족 진룡맹 봉명주.
숨겨진 층.
콰아아악―
그 안쪽에 있는 강시 중 한 명이 백의의 여성, 오혜서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강시의 얼굴이 변했다.
그의 복색이 변했다.
청발 청포의 미남.
서휼의 모습으로 변한 강시는, 여태껏 보여 준 적 없던 싸늘한 표정으로 오혜서에게 뇌까렸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요, 혜서 양?”
“하하, 왜 그러시나요, 대군님? 소녀가 비밀을 엿보아서 기분이 나쁜가요?”
“…일단 감사드려야겠군요. 덕분에, 정말로 오랜만에 불쾌감이란 감정을 기억했으니 말입니다.”
“그거 잘됐네요! 한층 인간적인 얼굴이 되셨는걸요? 우후후….”
그 모습에, 서휼은 싸늘한 얼굴로 오혜서를 내팽개쳤다.
“그러는 혜서 양은, 인간이면서도 비인간적이군요.”
“흐음, 대군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슬프네요. 저나 당신이나 인면수심인 건 같지 않나요?”
잠시 그런 오혜서를 바라보던 서휼은 다시 원래의 미소를 회복했다.
“후후, 저야 일부러 없앤 것입니다만, 혜서 양은 처음부터 없었던 듯해서 그게 신기한 것일 뿐이지요.”
“아하하, 그럴 리가 있나요. 이 넓은 세계에 저 같은 게 하나도 없을 리야 없지요.”
“후후….”
가면을 쓴 남자와 가면밖에 없는 여자는 웃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쨌든 안 되겠습니다. 방금 일은 제게도 조금 위험했으니 이번 기회에 조금 교육을 시켜 드려야겠군요.”
“이 방법이 유효했다니,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후후….”
서휼은 웃는 얼굴로 오혜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 * *
“후후….”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이다.
다른 이종족들의 몸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휼.
정말로 기분 나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를 동정했다.
이전에, 서휼의 심상에서 빛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의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심상은, 어쩌면 정말로 원래는 무릉도원 같았을 수도 있었다.
“가엾군. 해룡족 대군 서휼. 원래 자신의 마음을 그 무저갱 깊은 곳에 처박아 두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다니, 얼마나 비참한 일을 겪었던 게냐.”
“….”
“마음을 열어라. 이전에 입었던 상처가 문제라면, 내게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무학이 있다.”
“…후후.”
서휼은 빙긋 웃었다.
“재밌는 소리를 하십니다, 서 도우. 방금 것은 그저 장난으로 보여 드린 것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마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냐.”
나는 서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툭, 투두둑….
점차 서휼이 내 안에서 장악되며, 서휼이 보았던 ‘뭔가’의 영향력이 약해지며 소금으로 변했던 육신이 재생된다.
“항상 웃고 있군.”
“후후….”
녀석은 거짓말쟁이다.
제 말도, 행동도, 얼굴도, 심지어 마음마저도 모조리 거짓말로 바꿔 버린 불쌍한 괴물.
그렇다면 저 괴물이 항상 짓고 있는 웃음은, 도대체 무슨 거짓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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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서휼은 그저 대화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휼이라는 캐릭터를 언젠가 더 이상 웃지 않게 망가뜨리는 게 중경계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서은현과 제가 이뤄야 하는 목적이 되겠습니다.
저는, 정말로 서휼이 절규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