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21)
잘 가라 (1)
나는 서휼을 바라보았다.
서휼은 여전히 싱긋 웃고 있었다.
찌이이잉―
뇌리 속에서 서휼들의 토론회가 종료되어 갔다.
―책임을 질 내가 필요하다.
―2급 위험 존재가 결국 나를 장악했다.
―하면 2급 위험 존재와 마주한 ‘나’들이 희생하는 걸로 하지.
―좋다. 결정은 났다.
―축은 회수하도록 한다.
부우우웅!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서 수, 부, 강녕, 유호덕의 축들이 빠져나가 계위를 넘어 어딘가로 사라졌다.
잡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축을 잡으면 도리어 위험할 것 같다는 경각심이 들어 축을 내버려 두며, 눈앞의 ‘서휼’들을 바라보았다.
퍼석, 퍼석, 퍼석…!
순식간에 세 명의 서휼이 완전한 소금이 되어 녹아 버렸다.
“그렇군. 그게 네가 진선들의 영향을 피한 방법이었나.”
서휼이 어선이라는 말을 듣고도 녹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 앞에서만 멀쩡한 척 연기하고, 내가 태열전의 앞에서 할 뻔했던 토악질을 서립에게 넘겨 줬던 것처럼 영향력을 떠넘겨서 무사했던 것이었다.
완전히 서휼을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자, 더 이상 서휼들의 토론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 3명의 서휼이 소금화되어 버림으로써, 다른 서휼들은 더 이상 소금화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아직도 눈앞에는 10여 명의 서휼들이 남아 있었다.
물론, 전부 천인기 수행.
흑린어령문의 몸을 차지한 서휼은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사축기 수준이다.
스르륵―
나는 되찾은 몸을 움직였다.
우드득―
얼굴을 쓸자,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머리칼이 흑색으로 물들었다.
우우웅!
의복의 술법을 펼치자, 청색 장포가 백의 도복으로 바뀌었다.
“이제야 조금….”
안정감이 드는 몸.
서휼이 사축기로 만들어 준 육신.
그리고 체내에 자리잡은 만상인연도.
나의 몸이었다.
꾸구구국―
나는 서휼이 내게 남겨 준 사축기의 육신을 움직여 보았다.
행동 하나하나에 인력(引力)이 서린다.
우우웅―
‘서휼이 뭔가 남겨 놓고 갔군.’
나는 상단전 안쪽.
서휼이 내게 완전히 소화되기 전, 서휼의 의식이 내 안에 뭔가를 남겨 놨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이것에는 서휼의 악의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어쩔 수 없이 남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상단전의 그것을 해석하며 무색유리검을 뽑아 들었다.
‘이 익숙하고 묵직한 감각….’
확실한 무색유리검이다.
“좋군.”
나는 한 손으로 무색유리검을 쓸었다.
무색유리검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윙윙 울었다.
츠츠츠츠츠―
무색유리검에 총천연색의 무형검이 깃들었다.
우우웅!
머리 뒤로 익숙한 삼태극이 돌아왔다.
그러나 심족을 뜻하는 태극과 지족을 뜻하는 태극은 정상적인 태극을 이뤘으나, 천족을 뜻하는 태극은 두 태극 외곽에서 따로 작게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지가 일치하지 않아 생긴 현상인 듯했다.
물론, 큰 상관은 없다.
“네놈 하나를 죽이는 데엔 문제 없으니까 말이다. 서휼.”
남아있는 10명의 서휼들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후후, 서 도우가 사축기를 이룬 게 제 공법 덕이란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우득, 드드득!
내 몸이 다시금 통제가 안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내 몸에 깔려 있는 회로를 발동시켰다.
기이이잉―
회로가 밝게 빛나며 울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드드득!
나는 서휼의 통제를 무시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내 힘이 가늠이 안 되는 모양이다만….”
서립이 내 옆에 선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18개의 머리가 달린 귀왕으로 몸을 변형시켰다.
귀체(鬼體)로 몸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흑색귀골곡의 귀체의 경우, 강시나 마물 같은 물리적인 몸이 아닌 기의 계위에 몸이 걸쳐 있는 몸이었다.
즉, 서립의 귀왕화는 타인에게 빙의할 수 있다.
스르륵―
서립이 내 몸에 빙의한다.
동시에 서립의 힘이 천, 지, 심의 조화를 맞춰 주었다.
꾸구구구국―
조화가 맞지 않았던 삼태극이 완전히 맞춰지며, 활화산 같은 힘이 전신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합체 초기였던 수준의 힘이, 합체 중기, 합체 후기에 도달한다.
쿠그그극!
다만 합체기쯤 되면 경지 내 단계에서도 차이가 나는 모양인지 대원만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헌원 놈에겐 충분히 미칠 것 같군.”
꾸구구구국―
한 걸음을 디딘다.
그리고, 서휼을 향해 무형검이 담긴 무색유리검을 내리쳤다.
꽈아아앙―
“호오….”
그러나, 놀랍게도 서휼은 피곤죽이 되지 않았다.
“후후, 서 도우.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떻겠습니까?”
“싫어.”
나는 단호하게 거절한 후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흠칫!
나는 서휼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흐흠….”
서휼은 빙긋 웃으며 주변에 있는 다른 ‘서휼’들에게 손을 뻗었다.
“그 정도 힘이시라면, 저도 특단의 대책을 써야겠습니다.”
그가 파충류같은 눈빛을 드러내며, 흑린어령문 제자의 몸으로 팔을 뻗었다.
“본래라면 업화(業火)가 자극될 게 두려워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우우우웅!
놈의 양손에서 붉은 기가 돈다.
시뻘건 핏빛 마기(魔氣)가 놈의 손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혈제비식(血祭費式). 혈음귀향(血陰歸鄕).”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10명의 ‘서휼’들이 흑린어령문 천인기 대원만 제자의 몸을 빌린 ‘서휼’에게로 끌어 당겨지며, 한 줌 육편이 되어 그의 양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꾸득, 꾸드드드득!
꾸드득!
놈의 몸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피 안개가 놈을 감싼다.
‘원립?’
나는 그 피 안개에, 그 혈제의 비술에 원립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피 안개가 걷힌 서휼은 검붉은 장포를 입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서휼과 똑같았지만, 머리는 흑발이었고, 다른 ‘서휼’들을 빨아들인 그의 양손에는 10여 개의 ‘눈알’들이 돋아나 있었다.
상당히 괴이쩍은 모습.
그러나, 나는 동시에 흉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놈에게서 합체기 수준의 기력이 느껴졌다.
“앞으로 1시진. 저는 합체기 수사나 다름없습니다.”
“다른 천인기 수사들의 생명과 영혼을 불태운 거냐.”
“그런 셈이지요.”
“원래 네 것도 아니면서 악랄하기도 하군.”
“후후, 싸움에 있어….”
“알았어, 조용히 해라.”
부웅―
나는 더는 서휼의 말을 듣지 않고 놈의 앞으로 다가가 다시 무색유리검을 들어 올렸다.
‘방금 느꼈던 불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처음 서휼을 피곤죽으로 만들지 못했던 건 단지 녀석이 나를 사축기로 만든 지족공법에 수작을 부려 놨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그 수작조차 내 힘 앞에 부숴져 버렸고, 의미도 없다.
이제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꽈아아앙!
증룡진인의 저물도 전역이 일격에 뒤흔들렸다.
쿠구구구구―
서휼은 봉양층의 바닥을 뚫고 아래로 떨어져 내려, 1층 수류층의 바닥에 내리꽂혔다.
“후….”
나는 구멍이 뚫린 봉양층과 도거층의 바닥을 보며, 서휼을 완전히 찍어 버리기 위해 밑으로 뛰어내렸다.
“죽어라.”
서휼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내 발에 상반신이 찍혀 터져 나갔다.
콰아아앙!
수류층 전역에 지진이 일어난다.
불타오르던 수류층이, 방금 내가 서휼을 찍으며 일어난 풍압으로 인해 일순간 진공 상태가 되었고, 수류층의 불꽃이 일순간 전부 꺼져 버렸다.
나는 진공 상태에서 서휼을 몰아붙여 갔다.
―――――!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그저 공간 자체가 진동하며, 증룡진인의 저물도 전체가 울릴 뿐.
얼마 후, 공기가 돌아오자 나는 서휼의 머리통을 잡은 후, 그대로 땅에 처박고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서휼이 사축기로 올려 준 지족의 육신이, 수십 리에 달하는 수류층을 빠르게 주파했다.
나는 서휼의 몸을 갈아 버릴 작정으로 마구 돌아다녔다.
“합체기라, 참 대단하군.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
헌원이 직접 와도 두렵지 않다.
서휼 녀석이 더는 두려울 리 없었다.
비록 이놈을 죽인다고 수억에 달하는 ‘서휼’들을 죽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 녀석의 수작은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놈의 상반신이 그대로 갈려 나갔고, 얼마 있으면 놈은 완전히 해룡죽이 되어 노릇노릇한 상태로 흩뿌려질 터였다.
그때였다.
번쩍!
내게 상반신이 갈려 가던 서휼이 나를 향해 눈알이 달린 팔을 뻗었다.
팔에 달린 눈.
그 눈동자가 바싹 졸아들며 내 눈과 마주쳤다.
‘이건…!’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아까 불길함을 느꼈던 그것이었다!
찌이이이잉―
“크윽…!”
나는 그와 동시에 자리에 멈춰 서서 전력을 다해 정신을 집중했다.
어마어마하다.
‘서휼’의 인격 자체가, ‘나’에게 쏟아져 들어오며 나를 세뇌하려고 한다.
서휼이 천천히 나를 세뇌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끄으으으으윽―”
나는 이를 악물며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심상에 집중한다!
‘심상에!’
“후후, 과연 무서우시군요. 서 도우.”
꿈틀, 꿈틀….
놈이 상반신을 재생하며 일어났다.
동시에 혈음계 특유의 법술로 나를 공격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서립이 내 안쪽에서 빙의한 채로 내 몸을 대신 움직이며 외쳤다.
“청린갑!”
촤르르르륵!
맑은 해태의 눈물이 떨어져 내리며 내 몸을 덮었다.
치이이이―
해태의 눈물이 수류층에 떨어지자, 수류층 전역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일거에 꺼지며, 수류층 곳곳에서 물이 솟아나고 강줄기가 치솟는다.
콰아아앙!
서휼의 법술이 해태의 눈물, 청린갑에 직격했으나 청린갑은 그 모든 위력을 무화시키며 나를 보호해 주었다.
“너….”
나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서휼을 노려보았다.
“그거….”
서휼이 나를 향해 내밀었던 팔의 눈 중 하나가, 눈을 감아 버렸다.
서휼이 딱히 설명해 주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을 희생시키는 혈음계의 마공.
서휼은, 마공을 통해 자신이 흡수한 ‘서휼’의 인격 하나를 희생시켜 방금의 세뇌를 건 것이었다.
‘자신의 인격을 희생시키면 상대를 훨씬 강한 힘으로 세뇌시킬 수 있는 건가?’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지?”
“무슨 말이시지요, 서 도우?”
“네 안에 들어갔을 때… 나는 수억에 달하는 ‘너’를 느꼈다.”
“….”
“그 수억에 달하는 ‘너’들 중 백여 명 정도만 희생해서 나를 덮쳤다면… 난 어떻게 해도 저항하지 못하고 네게 세뇌되었을 거다. 아니, 어쩌면 너라면 광한계에 있는 합체기 수사들 중 누구라도 당장에 세뇌시킬 수 있겠지. 수만의 인격을 희생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러지 않는 거지?”
내 물음에 서휼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쩐지, 처음으로 서휼이 진심을 내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자원’들은… 당신들 따위한테 쓸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덮어씌우고 싶은 대상은 따로 있지요.”
“…그렇군. 그게 네 목적이냐?”
“후후, 어떨까요?”
괴군의 진짜 목적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불러와 죽는 것이라면, 서휼의 진짜 목적은 ‘누군가’를 세뇌시키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방금 그건 거짓말이 아니지?”
“전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지요.”
“헷갈리게 하는군.”
나는 서휼의 영향력을 가까스로 떨쳐 내며 웃었다.
서휼 역시 웃으며 말했다.
“뭐, 서 도우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들려드리자면, 방금 것은 거짓이 아닙니다.”
“호오….”
“일종의, 뼈를 취하기 위해 살을 내준 것이라 생각하시면 되지요.”
동시에, 서휼이 내게 양팔을 내밀었다.
“…!”
“자아, 그럼. 마지막으로 제 모든 걸 태워서라도 서 도우를 세뇌시킬 수 없나 한번 실험해 볼까요?”
“이, 이건…!”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군, 네놈도 인격을 희생시켰단 말인가?’
자신의 인격을 불태워서 내게 꽂아 넣은 세뇌였다.
나 자신은 분명 세뇌를 벗어났다.
하지만 놈이 흩뿌린 정신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방비해졌고, 그 틈에 서립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청린갑으로 내 몸을 둘러쌌다.
서휼은 내게 정보를 던지는 척하며, 방금 내게 썼던 것과 같이 인격을 한 번 더 희생시켜 [청린갑]을 세뇌한 것이었다.
청린갑이 내 몸을 얽어맨다.
[후후… 과연 선수…의… 눈물….]해태의 눈물인 탓인지, 서휼의 인격은 청린갑 안에서 녹아 버리고 있었지만, 잠시간 나를 묶어 두는 것은 충분한 모양.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놈의 세뇌파를 다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서립이 웃었다.
[걱정할 거 없다, 서은현.]‘뭐?’
[원래 비수(匕首)는 끝의 끝까지 숨겨 놓는 법이잖냐.]우뚝―
서휼의 몸 역시 나와 같이 굳었다.
그리고, 서휼의 뒤쪽에서 흑의를 입고 있는 노인이 곰방대를 피우며 걸어 나왔다.
“명하신 대로, 몰래 뒤를 밟으며 입구에 숨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서립이 내 안쪽에서 영언을 터트리며 외쳤다.
[잘했다, 홍범. 가져온 독을 써라!]“예, 주인님.”
홍범이 소매에서 독분(毒粉)을 터트리며 하독하였다.
독분은 서휼과 내 체내로 흘러들어오더니, 법력을 흩어 버리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
홍범이 지난번 지족 영역에 가서 만들었다는 산공독.
“효험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한 시진 정도지요.”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콰드드득!
나는 청린갑에 깃들어 있는 서휼의 의지가 완전히 녹아 버린 것을 인지했다.
청린갑을 움직여 벗어난 후, 홍범의 독에 당해 그 자리에 굳어 있는 서휼의 뒤로 이동했다.
콰악!
우악스런 손으로 서휼의 어깨를 잡은 나는 녀석의 귓가에 대며 물었다.
“뒤에서 어깨가 잡힌 느낌은 어떻나, 서휼?”
“….”
놈은 웃고만 있었다.
“이제 내 차례군. 한 시진 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 볼까?”
뿌드드득!
내 손이 녀석의 어깨를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홍범, 귀를 막아라.”
“예.”
이제부터 재미있는 심문 시간이다.
“서휼, 강녕좌주, 차석판관장 고력진군 해녕이라는 존재를 아나?”
푸콱!
그리고, 서휼의 칠공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