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24)
잘 가라 (4)
쿠구구구―
사토역.
증룡진인의 저물도로 진입하는 천지 앞.
그곳을 중심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묘성채가 쏘아 낸 작은 광선 덕분이었다.
치이이이―
괴군은 턱을 쓰다듬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흐흠, 이 사갈 같은 놈. 드디어 해치웠나.”
괴군이 기묘성채 안쪽에 있는 수정 화면으로 아래의 상황을 지켜보며 읊조렸다.
서휼이 있던 곳에는 잿가루만이 남아 있었다.
괴군은 눈을 흘겼다.
“흐음….”
그는 기묘성채의 조종실 의자에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놈을 죽였다…. 놈을….”
이러나저러나, 괴군과 서휼은 서로를 호적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괴군의 경우 유일하게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것이 서휼이었고, 서휼의 경우 너무 상성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서휼을 죽인 괴군은 어찌나 큰 감정의 격동을 느꼈는지 정신이 순간 돌아와 버렸다.
“…저승에서 보고 계시오, 당신? 그 당시 일의 진짜 흉수 놈을… 죽였소.”
그때였다.
촤아아악!
천지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18개의 두개골 머리와 본인의 진짜 머리를 합쳐 19개의 머리를 단 서은현이 천지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서은현은 서휼을 찾으려는 듯했으나, 기묘성채를 보자 그대로 몸이 얼어 버렸다.
조연은 그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건 또 왜 저기서 나와…. 조금 있으면 괴군으로 돌아가야 하건만…. 아, 그래. 녀석이 서휼을 빈사 상태로 몰아갔던 건가. 그 계교의 왕을? 대단도 하군.”
조연은 바싹 얼어 버린 서은현을 보며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차피 얼마 후면 개조하겠다고 날뛸 테니 겁이나 줘서 쫓아 버려야겠군. 발광 상태가 되면 틀림없이 잡아 버릴 테니깐….”
* * *
나는 바싹 긴장하며 눈앞의 기묘성채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젠장.’
틀림없이 서휼은 죽었다.
이 옆에 있는 잿가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괴군이 사갈 같은 서휼은 괴뢰로 만들기조차 싫다며 광선 폭격으로 구워 버렸을 터다.
‘현재가 비승 후 약 500년 차….’
이 시점의 괴군이라면 합체기 70명 이상의 전력이다.
내가 합체 후기경이 아니라 대원만에 도달했다고 해도 저건 못 막는다.
물론 서 장군으로 들어간다면 내부에서부터의 전복을 노릴 수 있겠지만, 그것도 김연이 없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건, 가능하다.’
나는 천지 아래쪽.
저물도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홍범에게 신호를 보내, 기묘성채가 사라지면 나오라고 했다.
어차피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건 상관이 없지만, 입구가 열리는 건 삭월 하루뿐이었기에 괴군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할 터였다.
‘괴뢰를 다루는 괴군과 홍범은….’
홍범과 괴군은 상성이 최악이었다.
괴뢰는 독 같은 게 안 통하니까.
어찌어찌 괴군 본체를 중독시킨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괴군이 ‘괴뢰들에게 더 높은 삶의 질’ 같은 걸 부여한답시고 기묘성채 안쪽에 공기 정화 장치 등 독 같은 걸 원천 차단하는 법구들을 만들어 둬서 달아 두었기 때문에 의미도 없었다.
나는 눈알을 굴리며 빠져나갈 틈을 알아보았다.
그때였다.
철컥!
기묘성채의 포신 중 하나가 내게 떨어져 내렸다.
‘이런, 젠장. 생각은 나중에 하고 보자.’
일단 도망치는 게 먼저였다.
파앗!
나는 축지법과 비둔술, 활공술, 무형검 비행 등을 통해 빠르게 기묘성채의 영역권에서 벗어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쳐야 해!’
안 그래도 지금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렇게 빠르게 사토역을 얼마나 빠르게 주파했을까.
나는 문득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왜 괴군이 날 쫓지 않는 거지?’
괴군의 성격이라면 [그녀] 등을 시켜서라도 나를 미친 듯이 쫓아와야 정상이었다.
‘설마….’
생각해 보면 포신을 내게 내려 나를 위협하기만 하고, 괴군 특유의 미치광이 화법으로 쩌렁쩌렁하게 미친 소리를 내뱉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떠올리며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어쩌면, 괴군은….’
지금 잠시 정신이 돌아온 상태일 수도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저물도를 꺼내 양산형 서 장군 한 마리를 만들어서 괴군이 있을 곳으로 날려 보냈다.
‘만약 괴군이 제정신이라면, 서휼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어야 한다.’
오직 괴군만이 서휼의 호적수라 할 수 있으니, 그가 정보를 가지는 것이 서휼을 상대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일 터이다.
부우우우웅―
얼마간 날아갔을까.
내 양산형 서 장군은 마침내 괴군의 기묘성채 앞에 도달했다.
[괴군 어르신. 한 가지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그리고, 기묘성채의 성문이 열렸다.
나는 괴뢰와 시야를 공유하며 기묘성채 안쪽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나는 괴뢰들의 안내를 받아 괴군의 접견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나는 흠칫 놀랐다.
괴군 조연은 상당히 이성적인 눈으로 접견실에서 [그녀]가 타 주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까 그 녀석이 만든 괴뢰냐? 뭔가 전할 말이 있는 듯하구나.”
언뜻언뜻 광증이 내비치기는 했지만, 괴군은 확실히 이성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서휼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었다.
“…그러니까, 서휼이란 놈은 일종의 군체고, 그 군체를 전염시키면서 살아남는 놈이다?”
[그렇습니다.]“…그렇군. 아직 놈을 완전히 죽이진 못한 거로군.”
괴군은 짧게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알겠다. 고맙구나. 내 언젠가 놈을 처리할 방법도 강구해 보도록 하지.”
[….]나는 괴군의 그 모습을 보며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할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발작하지 않았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괴군이 이런 게 가능하단 건가?
내가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자 괴군도 의아한지 차를 마시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도 이상한가 보구나. 내가 발작하지 않는 것이….”
[혹, 제정신을 찾으신 겁니까?]“아니. 너도 괴뢰를 다루는 걸 보니 어느 정도 괴뢰술에 일가견은 있나 보다만… 이 기묘성채에 대해서는 모를 게다. 기묘성채를 다루다 보면 제정신을 찾는 건 불가능해. 내가 이렇게 정신이 멀쩡한 이유는….”
조연의 눈에 진중한 빛이 서렸다.
“방금 전 기묘성채의 합체기 괴뢰들이 반응했다. 네가 천지에서 나오고 얼마 후, 광한계 전체에 기이한 파동이 퍼졌다.”
[기이한… 파동이요?]“그래. 합체기들만 그들 특유의 감으로 인지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다. 나도 파동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만 합체기 괴뢰들의 반응에 잡혀서 겨우 알아챘으니… 여하튼 그 파동을 맞은 탓인지 정신이 돌아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광증에 다시 삼켜지겠지만, 그 ‘시간’이 훨씬 길어진 느낌이다.”
[허어….]그렇다면, 눈앞의 괴군은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파동이길래 괴군이 정신을 차린 거지?’
나는 의아함이 들어 고민했다.
* * *
광한계.
천련대산 정상.
백옥으로 이뤄진 누각 위쪽.
거대한 차원문이 열려 있었고, 새하얀 빛으로 뒤덮인 존재가 새하얀 나뭇가지를 들고 차원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새하얀 빛의 존재, 백운 성사(星使).
백운 성사는 차원문 너머, 무량한 공간 바깥에 있는 검붉은 거대한 존재를 향해 말했다.
[위대한 혈음께서 어찌 계속 이리 광한계를 탐하시려 하십니까. 돌아가십시오. 금신자 그 망나니가 패악질을 부리긴 했지만, 당신이 접근치 못하게 쳐 놓은 결계도 있지 않습니까.]그 말대로, 검붉은 무언가가 광한계로 다가오려 할 때, 거대한 천겁이 검붉은 뭔가에게 직격했다.
콰르르르르르!
세계를 태워 버릴 법한 거대한 천겁.
천뢰가 검붉은 무언가에게 내려꽂히며, 그 존재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천겁의 장막을 만들었다.
콰지지지직!
그러나, 검붉은 무언가가 천겁의 장막을 뚫고 백운 성사의 방향으로 들어왔다.
빛에 휩싸인 백운 성사가 손에 든 나뭇가지를 들어 올렸다.
[정녕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들어오시겠단 겁니까?]그리고, 검붉은 것에서부터 ‘대답’이 들려왔다.
[내백업운화진의인씨이앗여이나흔를적들을여드보러낸냈다다면나업의화권의한힘을으찾로으금려신함에이게니얻막은으부려상하을지태말워아주라마.]찌이이잉―
검붉은 존재로부터 전해진 교신.
백운 성사는 잠시 교신을 해석하는 듯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불가(不可).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당신이 권능을 되찾으면 광한계가 불탈 것이고, 당신의 제안은 사실상 당신의 권속이나 선보가 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그 말에 검붉은 존재가 다시금 교신을 시도해 왔다.
[나업는화명만계찾의으판면관나장는이다다시네복가권감할히것내이제요안명을계거의부천하존느의냐오너른스자스리로를광다영시을꿰걷어어찰차것는이구노나니.]그의 교신을 해석한 백운 성사는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하였다.
[가엾으신 분이시여, 당신의 존함은 혈음(血陰)이 아니십니까. 당신께서는 위대하고 고결한 명마진군이 아닙니다. 정녕 당신이 명마진군의 부활체였다면 어찌 다른 판관들이 강림해서 당신을 데려가지 않으셨겠습니까?]그리고, 그 말에 검붉은 존재의 몸체가 떨렸다.
백운 성사는 빛 속에서 눈을 찌푸렸다.
[나되는바유라호진덕것이감다히!!!!!!!]격노(激怒).
눈앞의 존재가 백운 성사의 말에 극도로 격노하는 것이 느껴졌다.
백운 성사는 두 눈을 빛내며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쏴아아아―
수많은 백색의 나무가 백운 성사를 중심으로 자라나며, 차원 장막 바깥 공허간에 거대한 백색의 수림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제가 금신자에게 당해 격이 하락하기 전이었다면 당신에게 속수무책이었겠지요. 하나 제가 광한계의 성사(星使)인 이상… 광한계 수성(守城)만큼은 절대적으로 자신이 있습니다.]우우웅!
광한계의 차원 표면이, 비물질로 이뤄진 백색의 나무로 뒤덮였다.
[광한계 전체에 정신 안정을 걸어 두었습니다. 4만 년 전처럼 광한계 전체에 광란을 걸어 두는 수작은 불가하실 겁니다.]파아아앗!
백색의 빛과 검붉은 빛이 차원 바깥에서 충돌했다.
* * *
웅, 우웅, 우우웅….
나는 천지영기가 기묘하게 움직이는 걸 보며 눈을 찌푸렸다.
‘뭔가 일어나고 있긴 한가 보군….’
기분이 이상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 경각심이 들기도 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왜 괴군의 정신이 안정된 거지?’
감이 잡히는 게 없었다.
물론 천천히 다시 광증에 빠져들고 있다곤 했지만, 이대로라면 며칠 동안은 저렇게 멀쩡한 상태로 지낼 터였다.
‘뭐, 일단 그럼 며칠 동안은 괴군에게 붙어 있도록 해야겠어.’
나는 일단 서립을 내게 빙의시킨 상태로, 서립에게 내가 없었던 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를 항상 들여다보고 있던 건 아니었기에 그의 경험과 깨달음도 얻어 갈 필요가 있었다.
찌이이이잉―
그때였다.
나는 문득 등 뒤로 오싹한 기운이 나를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 이건…?’
느낄 수 있었다.
귀도공법을 익히고 명계의 ‘샛길’을 지나친 서립의 경험, 그리고 명마진군 유호덕을 본 적 있던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
방금 전, 명계의 힘이, 광한계 전역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도대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동시에 어쩐지 천지영기의 오행 속성 중에서도 유난히 목(木) 속성의 기운이 강성해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목 속성 공법을 익힌 이들은 갑자기 경지 상승의 기회를 맛보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
저 먼 곳.
삽풍역.
나는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오한이 드는 걸 느꼈다.
그리고 서 장군과 잠시 괴뢰 기술을 주고받던 괴군 역시 삽풍역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쩌저저저적!
‘이, 이게 대체….’
춥다.
아직 삽풍역이 아니라 사토역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삽풍역에서 뿜어지는 한기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찌릿, 찌릿….
머릿속에서 서립이 비명을 질렀다.
[강민희! 서은현! 강민희가…!]이를 악다물었다.
서립은 강민희에게 준 자신의 기괴고가 소멸했다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이를 악물며 무색유리검을 잡았다.
“…너는 만상인연도가 없어서 기억을 못 했겠군.”
생각해 보면, 500년이 된 지금 이 시점은,
강민희가 삽풍역에서 귀도성모로 우화하는 시점이었다.
쿠구구구구구!
갑작스레 광한계를 훑고 지나간 명계의 힘 탓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일까.
어쩌면 운명의 인력이 강민희를 귀도성모로 강제로 잡아끈 것일까.
강민희가, 귀모(鬼母)로 각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