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29)
축 (2)
빛이 사그라들었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산악이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아니, 그것은 산악이 몸에서 돋아난 거인이었다.
철퍽!
동시에 몸에서 소금 기둥이 자라난 장년인 역시 땅으로 떨어졌다.
얼마간 둘은 몸에서 돋아난 괴기한 이물질들을 떨어 내는 데에 전념했다.
퍼석, 퍼서석!
“끄으으으윽!”
장년인, 헌원이 자신의 몸에 돋은 소금들은 쥐어뜯으며 몸을 재생시켰다.
그와 동시에 거인, 서은현 역시 몸에 돋아난 산맥들을 뜯어냈다.
먼저 몸을 회복한 것은 헌원이었다.
헌원은 소금 덩어리들을 전부 뜯어낸 후 완전히 몸을 재생하고 서은현을 노려보았다.
“살려 둬선 안 될 놈이군.”
위이이잉―
헌원의 양팔에 다시금 인력이 맴돌았다.
서은현이 38개의 안광을 빛내며 으르렁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일격을 받으면 용서하고 보내 준다 하지 않았소!?]“미안하지만 기억이 안 나는군.”
헌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에 다시 태산열제공을 준비했다.
[도대체 무슨 비술로 본궁의 태산열제공을 흉내 낸 건지는 모르지만, 사라져 버려라!] [크으윽!]서은현은 다급한 얼굴로 몸에 돋은 산들을 털어내고, 다시금 양손에 인력을 모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낭패감이 서린 표정을 지었다.
[연사할 수가 없다…? 그렇군, 숙련도 차이인가?]숙련도!
헌원이 태산열제공을 연사가 가능한 것은 그가 벌써 수만 년째 태산열제공을 익혀 오며 숙련해 왔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서은현이라 할지라도 이제 막 구결을 얻어 익힌 공법의 신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상 그가 지금까지 태산열제공을 구결을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천지쌍수 사용자이자, 음양에 대해 정통하고, 오행속성을 전부 익혔으며 음혼귀주문과 백란축성문으로 태산열제공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전부 갖췄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했던 것뿐.
본래는 구결을 본 것만으로는 절대 태산열제공을 사용치 못한다.
쿠구구구구!
헌원이 기를 끌어모은다.
설상가상으로 서은현은 현재 태산열제공을 사용하며 ‘이름’을 본 반동으로 인해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전명훈의 옆에 있던 원유가 움직였다.
스릉―
원유의 손에, 총천검이 들렸다.
* * *
슈칵!
한 번.
한 번이면 족했다.
열심히 집중하며 태산열제공을 준비하는 헌원의 관심을 돌리기엔, 한 번이면 되었다.
촤아아악!
총천검의 검기에 맞은 헌원의 몸에 총천연색의 자상이 생겨났다.
그는 황급히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잡다한 기술들을 아는 게 좀 많아서 말이지.”
아까 전 원유의 어깨를 잡아서 전명훈에게 보낼 때, 이 안에 심상 분신을 남겨 두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우우웅―
나는 원유의 몸에서 빠져나와 헌원의 앞에 늘어섰다.
척, 척, 척, 척!
원유의 몸에 넣어 놓은 심상 분신은 총 24체.
방금 하나를 소모해서 헌원에게 경고를 날렸다.
“약속을 지키시오, 봉래궁주. 우리를 그만 보내 주셨으면 하오. 설마 봉래궁주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분은 아니리라 믿소.”
내 말에 헌원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간악한 심족 첩자이기까지 하군. 너를 보내 주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기까지 했는데 왜 너를 보내 줘야 하지?]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심족의 기술을 익히긴 했지만 엄연히 인족이오. 간악한 심족일 수는 있지만 첩자는 아니란 말이오. 무엇보다 나는 구현 4단계의 심족이니 태수회에서도 충분히 전력으로 인정해 줄 터!”
[어떻게 심족의 기술을 익힌 연놈들이 심족 첩자가 아니란 말이냐! 태수회에서 인정해 준다니, 꿈도 크군.]위이이잉―
헌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를 비웃으며 양손에 흑백의 선마기를 모았다.
“사례가 있는데 왜 인정해 주지 않소? 그것보다 다시 말하지만, 약조를 지키시오!”
[무슨 사례를 말하는 거냐.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여기서 죽는다!]나는 그를 보며 혀를 찼다.
“말로는 안 되는가.”
츠츠츠츳!
23체의 심상 분신 중 22체의 심상 분신이 한 체의 분신 안으로 들어갔다.
분신 하나에 한 초식이다.
“나는 분명히 여러 번 권고했소.”
파아아앗!
내 주변에 음양오행의 옥이 깃든다.
그리고, 헌원이 외쳤다.
[태산(太山)!]나는 기수식을 잡고, 그의 기술에 대항하며 나의 절기를 사용했다.
“단악(斷岳)!”
무공의 경우야 굳이 기술명을 외칠 필요는 없다지만, 이번 같은 경우.
우리를 기어이 살인멸구하겠다는 헌원의 의지를 꺾겠다는 의미로 외친 것이었다.
헌원의 일격이 그의 양손에서 터져 나왔고, 나의 검격 22초식이 뭉치며 빛살과 함께 천지를 찢어발겼다.
받아 봐라.
일격 일격이 합체기 태수의 전력이나 다름없는 일격.
그 일격들을 검법이라는 틀에 뭉쳐서 위력을 극대화시켜 한 번에 쏟아붓는 절기!
헌원의 전신이, 그의 혼 안쪽에 있는 그의 영역이!
참격에 난도질당하는 게 보였다.
물론 그 대가로 내 전신도 분해되고 있었다.
아마 나는 전신이 7종류의 기운으로 흩어져 소멸할 터였다.
‘근데 이거, 분신이라서 뭐….’
상관이야 없다.
멍청하게 분신한테 절기를 날린 헌원 본인을 원망해야지 어찌하겠는가.
‘아무래도 심족 첩자니 뭐니 하지만, 정작 심족들과의 전투 경험은 얼마 없나 보군….’
* * *
원유에게 어깨를 통해 불어넣었던 심상 분신들이 전부 소멸되었다.
그리고 나는 눈앞에서 분신의 오의를 맞은 헌원을 보았다.
치이이이―
내 몸은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래도 불완전한 삼태극으로 거신 형태를 유지하기에는 조금 몸에 부담이 심했다.
“끄어억, 거헉, 컥, 컥!”
“심족과 싸운 적은 거의 없나 보군. 아무리 그래도 동료 태수가 그녀일 텐데 물어보지조차 않았나?”
“쿨럭, 커헉, 컥….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뭐, 됐다. 그나저나 계속 할 건가?”
위이잉―
나는 양손에 인력을 끌어올리며 물었다.
“기력은 회복했다. 나도 다시금 태산열제공을 사용할 수 있지. 거기다 네가 원한다면 방금 본 참격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허세였다.
아무리 사축기의 육신이라도 어전 일 보의 일격을 22번이나 꽂아 넣는 짓은 이렇게 연달아서 하기 힘들었다.
물론 22번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사용이 가능했지만 방금 전 같은 위력은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천라(天羅)였다.
나는 그 ‘이름’을 인식하자마자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자다…! 그 존재야…!’
[태산과도 같은 집념을 가진 것 같은] 존재.내가 회귀 당시 보았던 열 개의 좌(座) 중 하나.
그자가 분명했다!
저건 분명 그자의 진명(眞名)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나나 헌원이나, 서로 끔찍한 걸 인식한 게 분명할 텐데도 서로 큰 충격이 없었다.
‘왜지?’
헌원 역시 소금 기둥이 된 것으로 보아 ‘그것’을 본 게 분명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쉽게 회복했다.
‘무엇보다 천라는, 현직 어선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 진명을 알았는데도 이렇게 멀쩡한 걸까?
당장 죽은 진선인 유호덕, 해녕 등의 이름을 알았을 때만 해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았는데 말이었다.
‘무엇보다… 천라라는 이름은 연위가 태연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거기까지 가자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회귀 당시 보았던 좌의 주인이 아니었나? 단지 그와 같은 기운을 풍기는 이름일 뿐인 건가…?’
어쨌든 중요한 건 더 이상 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끌었다간 무슨 존재에게 시선을 받을지 알 수 없다.
“계속 해 보길 원하나, 봉래궁주?”
파아아앗!
양팔에서 빛이 뿜어지며, 소금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헌원은 그 모습을 보고 흠칫하며 잠시 이를 악무는 듯하더니 말했다.
“…알겠다. 약속은 지키지. 가라.”
“좋은 판단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전명훈과 홍범을 데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헌원은 건곤중역의 기운으로 난도질당한 몸을 치유하며, 신음을 흘렸다.
“끄으으윽… 젠장… 영안의 발작만 아니었어도….”
그는 자신의 눈을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헌원의 양 눈 안에서 빛나는 감(監) 자가 유난히 더욱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 * *
천왕천역.
그곳에 있는 온갖 색의 빛무리가 몰리는 빛의 궁전 안쪽.
광명의 좌(座) 아래에 8명의 그림자가 모였다.
8명의 거대한 존재들은 각자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교신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언어를 주고받을 때마다 천역 전체의 빛이 요동쳤다.
그때였다.
그들이 거하는 어전 앞으로 붕조(鵬鳥)의 형상을 한 개열기 진인이 날아왔다.
그는 본래 날개 하나만으로도 대륙을 덮을 크기의 붕조였으나, 그림자들 앞에서는 작은 참새만큼의 크기도 되지 않았다.
8명의 그림자는 잠시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교신하는 듯하더니, 이내 개열기 진인이 미치지 않도록 하계의 영언을 써 진인에게 말하였다.
[고하라.] [예. 산의 신께서는 ‘일월천역으로 강림하겠다’라고 전하셨습니다.]진인은 8명의 그림자를 직시하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
8명의 그림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천왕천역 전체가 요동쳤다.
그림자 중 한 명이 개열기 진인이 미치지 않게 배려하며 물었다.
[그 말이 끝인가?] [예, 송구하지만 그 말을 끝으로 지축천역에서 힘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당장이라도 일월천역에 강림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불가(不可)라고 전하라. 그리고 천벌의 일을 모르는 거냐고도 묻거라.] [예, 예?]개열기 진인은 자신에게 그런 말을 전하라는 그림자들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산의 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냥 가서 죽으라는 말.
하지만 개열기 진인은 부리를 악물지언정 고개를 끄덕였다.
[명… 받들겠나이다.]붕조는 다시 그 빛의 어전에서 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붕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림자들이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교신하였다.
그 뜻은 대략 이러했다.
[전령새가 돌아오지 않는군.] [그 포학한 자에게 죽은 거겠지.] [정녕 광명상제가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가.] [아무리 산의 신이라도 천존이 아니라면 빛의 좌에겐 비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차라리 잘 되었다. 산의 신은 언젠가 우리와 해결해야 할 구원(舊怨)이 있지 않나.] [또 한 명의 상제를 유폐해야 하는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일월천역에는 개입하는 걸 불허한다고 벌써 4만 년 전에 경고했거늘….] [빛의 힘을 보이지 않은 지도 벌써 12만 년…. 다들 너무 빛의 주인을 우습게 보는 게 틀림없군. 이제… 빛의 주인이 움직일 때도 되었지.]8명의 그림자는 그들의 위에 있는 빛의 좌를 올려다보았다.
[…빛의 주인께서 뜻을 내리셨으니, 산의 신에게 전하러 가지.]얼마 후, 8명의 그림자는 장내에서 사라졌다.
빛의 좌만이 어전 위쪽에서 더더욱 밝은 빛을 토해 낼 뿐이었다.
* * *
움찔!
나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았지만, 하늘에서 햇빛이 밝아지는 듯하더니 순간 나를 스쳤던 불길한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뭐지?’
너무나 순간적으로 지나갔기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일단 경계하기로 했다.
등 뒤에서 헌원이 갑자기 쫓아올 수도 있고, 괴군이 땅 밑에서 튀어나올 수도 있고, 서휼이….
“후후, 안녕하십니까 서 도우.”
“아, 그래. 사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었다.”
나는 어느 순간 내게 접근해서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서휼을 보며 말했다.
“후후, 제 은신술을 눈치채시다니, 대단하시군요. 그나저나 어느새 사축기에 오르시다니….”
“홍범, 전명훈. 잠시 귀 좀 막아라.”
둘은 내 말에 선선히 귀를 막았다.
나는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서휼을 바라보았다.
지난 생에선 내가 불러야 나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걸었다.
이유야 뻔하다.
“내 체내에 있는 탁혼만천이 사라져서 놀랍나, 서휼?”
우뚝!
서휼의 몸이 정지했다.
“원한다면 기회를 주마. 다시 시도해 봐라. 인격을 몇 개 정도 희생시켜도 된다.”
나는 팔을 벌리며 선선하게 말했다.
그리고, 서휼의 눈이 파충류의 것으로 변했다.
“…후후….”
내게 다시 기생을 시도하면 내 안에서 타오르는 업화에 놈을 전멸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나를 경계하며 기생을 시도하지 않으면 그것대로 놈을 휘두를 수 있다.
‘지금껏 남을 이용해서 재미 좋았겠지, 서휼?’
이젠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