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30)
축 (3)
서휼과 나 사이에서 잠시 눈싸움이 일어났다.
서휼은 나를 잠시 바라보는 듯하더니 싱긋 웃었다.
“후후, 과연 도우시군요. 역시 서 도우께서도 ‘위’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그는 빙긋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흐음, ‘위’라?”
나는 짐짓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서휼은 장난치지 말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후후. 다 알고 찾아왔습니다, 도우. 이왕 사바세계에 오신 것, 제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탁혼만천을 아신다면 아시겠지만, 탁혼만천이 있는 이상 이 세계는 저를 중심으로 움직이니 말이지요.”
그는 상냥한 얼굴로 내게 손을 뻗었다.
“오로지 제가 바라는 대로 세계가 움직이는 선술…. 도우께서 아시다시피 이 선술이 있는 이상,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시든 저와 손잡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후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그러나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세뇌는 시도를 안 하겠단 건가.”
“후후, 도우쯤 되는 분께는 함부로 선술을 시도했다간 큰일 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나는 서휼을 보며 두 눈을 흘겼다.
느껴진다.
서휼을 겪어 봐서 알고 있다.
놈의 ‘배열’이 내게 새겨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생처럼 어느 순간 서휼에게 잠식당할 터.
‘아마 서휼에게 한 번 잠식당했다가 벗어난 내가 아니라면 절대 못 알아차리겠지.’
“…지금 새기는 건 뭐, 연락용 단말이라 생각하면 되는 거냐?”
내 말에 서휼은 움찔거리는 듯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바로 알아차리시는군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합작하고 싶은 거면 성의를 보여라.”
나는 냉정한 눈으로 서휼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는 못 당하겠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후후,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조금 장난기가 많아서 말입니다.”
“네가 누구냐.”
“저는… 혈음입니다.”
“호오, 혈음이라.”
나는 두 눈을 흘겼다.
‘혈음이라는 놈이 내 혼에서 타고 있는 업화도 못 느낀단 건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물론 이 녀석이 유호덕의 찌꺼기로 추정되는 혈음과 모종의 관계가 있단 걸 알고 있다.
혈음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마술들을 주로 사용하고는 하니까.
그러나 나는 오히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 고결한 유호덕에게서 비롯된 혈음이 장난기가 많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후후, 아무래도 이름을 새로 가지게 된 이후로는 인격이 조금 뒤바뀌어서 말입니다.”
나는 내 정신 속에서 아직도 꿈틀거리며 영역을 키워 가는 ‘배열’을 느끼며 서휼을 노려보았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만, 서휼.”
일단 녀석이 내 혼을 장악하면 그 즉시 업화에 타 버릴 터였고, 장악하지 않으면 그것대로 놈을 휘두를 수 있다.
나는 전혀 조급함을 느끼지 않으며 물었다.
“천라(天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내 질문에 서휼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흐음,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네가 혈음을 자칭하면서 천라도 모른단 말이냐?”
내 질문에 서휼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후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하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서휼은 ‘위’를 가리키며 뭔가 비밀이 있는 듯 지껄였지만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뭔 소린지는 모르니까 일단 여기서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투로 말했으니 넘어가게 해 달라’는 거냐?’
나는 더더욱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4만 년 전 [어선]들과 관련되었던 일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건가 보군.”
“후후, 어선이라….”
“그래, 어선들! 명부 [수석판관장 명마진군 유호덕], [환생판관장 명귀진군 유수련], [차석판관장 고력진군 해녕]들보다도 위에 있는 존재!”
“….”
“증룡진인을 비롯한 명부의 판관단을 일월천역에 파견한 [저승의 천존], 저승의 천존과 대립하는 천존, [사라수천존], 그 외에도 위대한 좌(座)를 지니신 분들을 말이다!”
“….”
위대한 존재들을 언급하면 그들의 시선을 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승의 천존의 경우 이 시점에서 양수진의 사념을 만난 이후이니 이미 나를 보고 있을 테였다.
그리고 사라수천존 같은 경우.
유호덕의 말대로 너그럽고 유한 성격이란 걸 믿고, 또 그가 저승의 천존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으니, 저승의 천존이 나를 이미 보고 있는 이상 내게 뭔가를 할 리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으나, 전부 이전 생에 내성을 지니게 된 이름인 탓인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서휼은 내 말을 듣고선 한참 웃고 있으면서 침묵할 뿐이었다.
“왜 그러나, ‘자칭 혈음’ 도우?”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서휼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었다.
“도우가 혈음이 맞다면 그리운 상관들이 아닌가?”
“….”
“[어선]들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 두는 게….”
그때였다.
콰악!
서휼이 대뜸 손을 뻗어 내 어깨를 마주 잡았다.
흠칫!
나는 화들짝 놀랐으나,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음먹었나, 서휼?’
“뭐, 알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정녕 진선이시군요.”
츠츠츠츳―
서휼의 눈에서 진중한 빛이 떠올랐다.
“그동안 당신을 경계 대상으로만 여겨 왔습니다만, 이제는 위험 대상으로 승급해야겠습니다.”
‘역시, 나를 세뇌하기로 마음먹었군.’
해라, 서휼!
나를 완벽히 세뇌해서, 업화에 불타라!
나는 서휼을 위한 함정을 파 놓은 채 싱긋 웃었다.
느껴진다.
서휼이 내게 새겨 놓은 배열을 통해서, ‘서휼’의 인격들이 내 안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찌이이잉―
나는 일단 내 심상만을 보호하며 마음 안쪽으로 나 자신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서휼이 내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를 지켜보던 전명훈과 홍범이 손을 쓰려 했지만 서휼은 멈추지 않았다.
콰악!
녀석이 내 머리에 손을 뻗었다.
내 몸에 들어차기 시작하는 탁혼만천의 인격들.
그 인격들을 통해 서휼이 말을 걸어온다.
[어차피 내가 넘어서야 할 목표가 그라면, 당신을 통해 시험을 해 보겠습니다.]내 머리통을 붙잡은 서휼이 내 머리로 기운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기운은 백회로 들어가, 뇌하수체가 있는 뇌의 중앙에 꽂히더니, 그대로 상단전을 한 번 돈 이후 내 미간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건….’
익숙한 정신 각성의 술법이었다.
흑색귀골곡의 술법에서 유래되어 그들과 오랜 세월 격전을 거쳐 온 해룡족에도 전래되고, 그의 영향을 받은 막리세가나 진씨세가에도 전해진 술법.
재능 각성에도 연관이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해룡궁에 걸린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법술’이었다.
‘왜 세뇌를 하는데 정신을 맑게 하는… 아, 그렇군.’
나는 이제야 서휼이 왜 그렇게 정신을 맑게 하는 법술을 걸어 놓았는지 이해했다.
위이이잉―
이건 세뇌가 걸리는 ‘대상’의 정신을 맑게 하는 게 아니다.
탁혼만천으로 상대의 정신에 기생하며, 상대의 안쪽에 형성된 ‘서휼의 인격’의 정신을 맑게 하는 법술.
‘그렇군….’
탁혼만천은 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치환하는 선술.
그리고 경우에 따라 인격을 두 개, 세 개, 열댓 개도 불어넣을 수 있다.
‘애당초 강대한 대상을 세뇌하게 되면, 인격을 여럿 불어넣었을 때 그 인격들의 정신을 맑게 하고 강화시켜서 단숨에 정신을 집어삼키려는 거로군.’
해룡궁에 그런 법술을 걸어 놓은 이유는 뻔했다.
해룡궁 안에 들어오는 이에게는 누구든지 탁혼만천을 쉽게 걸어 놓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서휼이 진심으로 수억 개나 되는 인격 중 상당한 인격을 소모시키고 있단 걸 깨달았다.
‘이, 이 자식…!’
찌이이이이잉―
[1급 위험 존재 특정.] [세뇌 시작.] [400의 ‘나’ 소모 시도.]‘이건 조금 위험하군…!’
쿠구구구국!
수억 중 티끌만큼의 서휼.
고작해야 400여 개의 인격이었지만, 그 인격들이 전부 일정한 규칙에 의해 내게 주입되며,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희생시켜 나를 서휼로 치환하고, 치환된 ‘서휼’의 정신이 점차 맑아지는 상황.
쿠구구구―
아직 무너지진 않았지만 나는 내 심상 영역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하고, 주입되는 서휼의 인격의 수가 천을 넘으면 심상 세계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아니, 아니야.’
하지만 동시에 나는 서휼의 탁혼만천과 접촉하며 ‘진짜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는 걸 알아챘다.
서휼의 탁혼만천은 아직 미완성이다.
‘진짜’ 탁혼만천이 발동되려면 아직 조건이 하나 남았고, 서휼은 그 조건을 발동하지 않은 상태란 게 느껴졌다.
오싹!
‘하하, 소름 돋는군. 빌어먹을 놈.’
어느새 전명훈의 뇌리에도 배열을 새긴 서휼은 전명훈을 이용해서 홍범을 제압하고 나를 천천히 세뇌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 혼(魂)에서 ‘서휼’의 비율이 7할을 넘어섰을 때였다.
타닥!
불똥이 튀기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온다.
나는 심상 안쪽에서 웃었다.
자아, 느껴 봐라.
타닥, 타다다닥!
화르르르르르!
“…!”
서휼이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내 업화(業火)가 ‘나’를 빼앗으려는 서휼에게 들러붙었다.
지난번에는 나를 경계하며 상대했기에 아예 탁혼만천과 연결을 끊어 놓았지만, 이번에는 나를 작정하고 세뇌하기 위해 서휼 본인이 탁혼만천과 나를 직결해 놓은 상태!
화르르르륵!
내 업화는 본디 나만 태운다.
딱히 누군가에게 옮겨붙을 일은 없다.
하지만 서휼은 ‘나’를 탈취해서 ‘내’가 그가 되게 하려고 했다.
그랬기에 업화는 서휼에게, 그의 탁혼만천에 직접 옮겨붙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전명훈이 비명을 질렀다.
녀석의 뇌리에 깃든 업화가 타올랐다.
홍범을 제압한 녀석은 도리어 홍범에게 부축받는 상태가 되었고, 나는 내 앞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서휼을 보며 웃었다.
탁혼만천에 업화가 옮겨붙은 서휼은, 서휼 자신의 끔찍한 죄업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서 떨어졌다.
“끄으으윽! 후, 후…!!!”
“아직도 웃는 거냐. 징글징글하군.”
나는 히죽 웃으며 다시 내 몸을 되찾고 안광을 빛냈다.
아직 내 정신 안쪽에는 불타고 있는 서휼의 배열들이 남았다.
하지만 서휼은 황급히 탁혼만천과 내 정신에 새겨진 인격들의 연결을 끊었다.
그러나 나는 히죽 웃었다.
“간악한 심족 맛 좀 봐라.”
스릉―
재밌는 얘기였지만, 심족의 어전 일 보와 서휼의 탁혼만천은 닮은 구석이 있다.
어찌 되었든 상대에게 ‘자기 자신’을 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심상을 벼려 내어, 서휼의 배열이 담긴 나 자신의 심상 분신을 손에 들었다.
총천검.
일격!
부웅!
총천검은 반응조차 못 할 속도로 서휼에게 틀어박혀 놈의 안쪽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담겨 있던, ‘불타고 있는 서휼의 배열’과 서휼의 탁혼만천을 ‘다시’ 강제로 연결시켰다.
“크으으으윽!”
서휼은 고통에 몸을 떨며 다시 본인의 몸에 있는 4개의 오복축.
수, 부, 강녕, 유호덕의 축을 회수하려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육신 자체를 탁혼만천의 연결에서 떨어뜨리려는 모양.
그러나 나는 다시 웃었다.
“아니, 너는 못 한다.”
내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꾸구구구국!
나는 내 체내에 있는 부의 축을 이용해서 인력을 뿜었다.
내 인력이 서휼의 인력을 잡아 서휼의 몸 안에 봉인시킨다.
서휼의 얼굴에서, 마침내 미소가 사라졌다.
서휼은 황급히 수결을 맺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파아앗!
해룡족 본체로 변한 놈이 허겁지겁 내게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와 거리가 멀어지면 내가 걸어놓은 인력의 저주도 풀릴 테고, 자신의 오복축을 회수한 다음 탁혼만천의 연결을 끊어 업화의 전염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나는 싸늘하게 웃었다.
“말했지, 서휼.”
두 눈에서 안광이 빛난다.
번쩍!
나는 일순간 빛이 되었다.
서휼은 축지법을 쓰면서까지 도망쳤지만, 소용없다.
“후욱… 후, 후후…!”
“못 도망간다.”
콰악!
나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서휼의 꼬리를 잡았다.
녀석은 꼬리를 끊어 버리려는 듯했지만, 나는 창령성광오채대법을 끌어올렸다.
쿠과과과과!
별의 거인으로 몸이 화한다.
나는 놈의 꼬리를 잡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붕, 붕, 붕, 붕!
[크으으윽!]서휼이 벗어나기 위해 요술을 쓰려는 것 같았다.
콰아앙!
나는 놈의 꼬리를 잡고 그대로 대지에 패대기쳤다.
쿠구구구구!
대지가 진탕되며 곳곳에서 지진이 인다.
[후후, 이까짓 공격… 간지럽기만 하군요.] [오, 그래? 좋아하는 것 같으니 더 간지럽혀 주마.] [후후…!]서휼이 입을 열고 내게 광선을 내뿜었다.
콰과과광!
아무래도 용족의 숨결은 확실히 타격이 강했다.
나는 잠시 서휼의 몸을 놓쳤고, 서휼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꾸득, 꾸드득, 꾸드드드득!
어깨에서 다시금 얼굴들이 돋아난다.
[게 섯거라!]쿠과과과광!
나는 삼태극을 후광으로 띄우며 놈을 쫓아갔다.
순식간에 우리는 건곤중역을 너머 수많은 종족의 영역을 지나쳤다.
영린족의 영역.
그곳에서 마침내 서휼은 내게 다시 붙잡혔다.
어떻게 한 건지, 놈은 어찌어찌 인격들을 희생시켜서 업화를 몰아낸 모양이었다.
더 이상 놈의 안쪽에서 업화가 타고 있지 않다.
부웅!
촤아악!
총천검을 다시 휘둘러, 다시금 놈의 탁혼만천에 업화를 강제로 연결한다.
[크으으윽!]서휼의 두 눈이 충혈되었다.
본인이 고통받는 것보다도, 이건 정말로 서휼의 탁혼만천 자체에 해가 되는 업화.
아마 정말로 공포를 느낄지도 몰랐다.
[쉽게는 안 될 겁니다…!]번쩍!
다시금 놈이 입을 벌리고 광선을 뿜었다.
그러나 나 역시 지지 않고 38개의 눈에서 귀기를 머금은 광선을 뿜어 응수했다.
콰과과광!
우리가 내뿜은 광선에 영린족의 영역이 뒤흔들렸다.
곳곳에서 영린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흐아아아, 괴수들이 싸운다!”
“저건 또 무슨 종족이야!”
“제기랄, 신령한 용족을 사냥해서 잡아먹으려는 괴물인 건가!? 일단 도망쳐, 우리도 잡아먹힌다!”
아무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19개의 머리를 지닌 사악한 별의 거인이 청룡을 사냥하는 장면 같아 보일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쯤이야 내 알 바가 아니었기에, 나는 서휼의 모가지를 틀어쥐고 내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서휼, 어선들에 대해 알고 싶진 않나?] [광한천군이나 자금천군에 대해서는 관심 없나?] [원한다면 명부 판관단들에 대해서 조금 더 들려 줄 수 있다. 유호덕, 유수련, 해녕….] [혹시 수계에 있는 소금 기둥에 대해서는 뭔가 궁금한 게 없나?] [수계에서 관측한 천문 자료를 천족공법의 선각후통 깨달음으로 해석한 자료가 있는데 그것도 알려 주마….] [이전에 천벌을 직시하고 얻은 지식도 있는데 말이지….]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속닥….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녀석의 머리통을 움켜쥔 채, 19개의 머리로 끊임없이 위대한 지식을 속삭인다.
서휼은 내게서 도망치기 위해 ‘미친 듯이’ 발광을 했으나, 창호자의 진전을 이어받은 내게서 도망칠 수는 없다.
동시에 나는 심상을 파고드는 총천검으로 놈의 탁혼만천 안쪽을 헤집기 시작했다.
‘찾아낸다.’
탁혼만천의 안쪽을 헤집는다.
그 안쪽에서 서휼의 탁혼만천을 완전히 뒤엎어 버릴 ‘진짜’ 단서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때였다.
‘이건….’
느껴진다.
탁혼만천의 중심.
그곳에, 뭔가가 있다.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녀석이 숨기고파 하는 것이 느껴진다.
저것은….
[그렇군, 서휼.]나는 38개의 안광을 빛냈다.
[그렇구나…. 너… 본체가 있구나…?]‘어딘가’에!
이 세상 ‘어딘가’에!
서휼의 본체가 존재한다!
아니, 본체라고 해야 할까?
이 탁혼만천의 모든 인격들이 싸고도는 ‘구심점’이 존재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구심점’을 파괴하면, 놈의 탁혼만천은 산산이 흩어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눈웃음만은 유지하려 하던 서휼의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
무표정.
놈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제가 졌습니다.]그리고.
콰드드드득!
놈의 몸이 변이되기 시작했다.
시뻘건 피 안개가 놈을 감싼다.
서휼은 신령스러운 해룡의 모습에서, 삽시간에 시뻘겋고 검붉은 기운을 풍기는 마물(魔物)의 형상으로 변화하였다.
촤르르륵!
서휼의 몸이 마구 늘어나더니, 마치 밧줄처럼 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괴군 조연 이래로.]콰드드득!
내 몸을 휘감은 서휼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나 제 계획을 망가뜨린 존재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조연과 같이 당신을 망가뜨릴 계획을 짤 테니, 기뻐하십시오.] [하하, 마음대로 해라.]나는 놈의 눈알을 보며 웃었다.
[나는 네 본체를 찾아 주마.]귀화가 타오르는 내 눈과, 마기를 풍기는 서휼의 눈이 마주쳤다.
[본체를 찾아서, 반드시 네놈을 없애 주마!]서휼에 의해서, 놈의 계획에 의해서 지금껏 망가진 인생이 몇이나 되던가.
조연, 규련, 서란….
심지어 놈은 자신의 수하였던 원립마저 꼭두각시로 삼으려 했다.
그리고 그 원립에 의해 나는… 잃어야 했던 게 너무나도 많다.
[…1급 위험 존재 서은현. 당신 덕에 제 계획이 몇천 년은 늦춰지는군요. 오복축은… 포기하겠습니다.]쿠구구구구!
느껴진다.
이건 좀 확실히 위험하다.
서휼의 체내에서 오복축이 빛을 뿜는다.
나는 삼태극의 힘을 끌어내며, 양손에 흑백의 기운을 담았다.
번쩍!
서휼이 오복축을 전부 폭발시켰고, 나는 내 경지를 깎아 가면서 태산열제공으로 놈의 자폭에 맞섰다.
음양오행의 옥이 이번에는 나를 도리어 보호한다.
‘이제야 네놈을 없앨 수 있는 단서를 잡았다, 서휼!’
자폭하면서, 자폭의 기운을 내게 몰아서까지 나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서휼의 의지가 느껴진다.
마치, 이전 회차에서 장익에게 당한 괴군을 확인 사살하던 서휼에게서 ‘반드시’ 괴군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듯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해서든 없애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 나는 이제야 서휼의 호적수가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