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34)
노괴의 발광 (2)
“후우….”
나는 어찌어찌 태수의 직함을 받은 후 한숨을 쉬었다.
‘태열전이 사라지니 난이도가 너무 올라가는군.’
거기다가 총연맹에게 저렇게 경계 받는 태수 직함이라면 차라리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어쨌든 가만히 있었다면 헌원에게 언질을 들은 합체기 태수들이 계속 나를 추적했겠지만, 태수 자격을 얻음으로써 그럴 일은 없으니, 그것만으로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전음부를 사용해서 홍범에게 연락했다.
“홍범, 전명훈과 함께 천인도 밑으로 와라.”
난 준제가 만들어 놓은 분지 아래에서 법력을 회복하며 홍범을 기다렸다.
태수 자격도 다시 얻었으니, 다음 할 일은 간단했다.
‘우선 김연을 구하고, 강민희를 납치하든지 해서 어떻게든 그녀가 귀도성모로 폭주하지 못하게 막자.’
그리고 일단 연위를 불러서 물어볼 것도 있었다.
그때, 뇌광이 번뜩였다.
콰르르릉!
적뢰가 꿈틀거리는 듯하더니, 전명훈이 팔짱을 끼며 내 앞에 내려앉았다.
“또 무슨 어마어마한 짓을 했나 보군.”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바쁜 몸이라서 말이다. 그나저나….”
나는 전명훈의 발밑을 보았다.
그는 그림자가 여섯 개가 되어 있었다.
“육극음뢰신도 거의 다 익혔나 보군.”
“그래. 뇌도신통 부분은 전부 익혔다만 저주와 귀도 부분은 어려워서 제대로 못 익혔다.”
육극음뢰신은 저주공법, 귀도공법, 뇌도공법이 합쳐진 마공이었다.
횡사요절, 우환, 질병, 가난, 악, 약함. 여섯 개의 저주의 상징을 통해 자신의 원영에 귀기를 주입하고, 그 귀기와 자신의 체내에 있는 생기를 음양으로 해석하여 음뢰(陰雷)를 형성하는 게 육극음뢰신의 골자였다.
다만 이미 뇌도공법을 익히고 있다면 체내에 있는 뇌기를 저주의 상징으로 물들여 음뢰로 전환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공법이었다.
본래는 저주와 귀기를 통해 음뢰를 형성하지만, 전명훈은 반대로 음뢰를 어찌어찌 먼저 생성하고 그 음뢰를 토대로 저주와 귀기를 형성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육극음뢰신을 수련하고 있었다.
‘저건 또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천상금뢰지체의 사기성에 혀를 살짝 내두르고는 말을 꺼냈다.
“우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뭐냐.”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 경지를 올리는 걸 목표로 하되, 그 과정에서 김연, 강민희, 오현석 등 우리 동료들을 모아 보자.”
“오 대리는?”
“오혜서? 음… 내가 구한 정보가 있다만, 오혜서는 지금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군. 걱정할 것 없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전명훈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주었다.
“난 일단 김연을 구해 올 거다. 너는 일단 현석 형님… 그러니까 차장님을 구해 와라. 진마계에 계시는데, 아마 지금 진마계 태수들이 인족을 밀어붙이는 중이라 퇴각 중이실 거다. 형님의 퇴각을, 가능한 한 빨리 도와라.”
“얼마나 빨리?”
“아마 흑룡왕 현음이 진마계에 뭘 강림시킬 확률이 높아. 그가 진마계로 들어가기 전, 최대한 빨리. 물론 흑룡왕이 와도 내가 막을 예정이긴 하다만… 혹시 모르니 말이다.”
흑룡왕이 없으면 창호자가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뭐, 알겠다. 그렇게 하지.”
“좋아, 그러면 나는 얼마 후에 김연을 구해 올 거고. 홍범 너는… 잠시 나를 따라와라. 나와 함께 확인할 게 있다.”
“음, 예. 알겠습니다.”
나는 전명훈에게 오현석의 구출을 부탁한 후, 홍범을 데리고 분지에서 나왔다.
“따라와라.”
파앗!
나는 홍범을 데리고 축지법을 사용해, 아까 전 태열사의 여자가 도망친 곳을 향해 갔다.
파앗, 파아앗!
얼마나 수십 리의 공간을 접어 달렸을까.
나는 마침내 그녀의 기척을 찾아냈다.
태열사의 여자는 나와 태수들의 격전지로부터 이백 리 정도 떨어진 땅에 토둔술을 쓰고 파고들어 가 숨어 있었다.
꾸구국―
나는 인력을 사용해서 땅 밑에 숨어 있는 그녀를 끌어올렸다.
“히이이이익! 선배님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저는 불가공법을 익혀서 단약으로 잡수셔도 경지 상승에 도움이 안 될 겁니다!”
“….”
그녀는 지상으로 끌어 올려지자마자 우리가 인력을 내뿜는 걸 보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엎어져 버리며 비명을 질렀다.
이전 생의 패기 있었던 태열전과는 여전히 너무 다른 반응.
난 홍범을 보며 물었다.
“홍범, 이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리고, 홍범은 그 모습을 보며 턱수염을 쓰다듬더니 의아하단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음, 냄새 나는 여자군요. 안 씻나 봅니다.”
“….”
“…? 아, 죄송합니다. 혹시 주인님께서 첩실로 삼으실 겁니까?”
싸아아아―
나는 어쩐지 등골이 시린 느낌을 느꼈다.
홍범의 반응이, 달라졌다.
“…홍범.”
“예?”
“뭔가, 다른 생각은 안 드나?”
“으음… 불가공법이란 걸 익힌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가공법의 법력이 조금 독특해 보이긴 합니다.”
“….”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홍범은 완전히 이 여자를 정물(靜物)이나 다름없게 취급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 말고… 뭔가 이 여자를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거나,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거나 그러고 싶지 않느냐?”
나는 홍범을 유심히 관찰하며 물었다.
그러나 홍범은 내 말에 오히려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주, 주인님… 아무리 주인님의 뜻이라 하셔도… 혼인은 삶의 중대사인지라 조금….”
“…너는 지네 요수라서 결혼에 대한 관념이 인간족과 조금 다르지 않나?”
홍범이 지네라는 말과,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태열사의 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서, 선배님들. 도대체 제 어디가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네족 선배님을 만족시켜 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제, 제발 놓아주십시오!”
그녀의 반응 역시 달랐다.
지난 생의 태열전은 홍범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을지언정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본인도 마음속으로는 설레했었다.
그러나 이번 생의 그녀는 지네 요괴와 결혼할 처지에 처하자 진심으로 공포스럽고 소름 돋는다는 의념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홍범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본인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저도 지네긴 하지만 주인님과 오래 함께하며 인족의 관념에 많이 물들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 밥으로 먹으라고 해도….”
“히, 히이익! 제발 절 잡수시지 말아 주세요!”
“…밥으로 먹으라 해도 냄새 때문에 뱉을 지경입니다. 주인님, 정말 저와 저것을 혼인시킬 생각은 아니시지요…?”
홍범과 태열사의 여자 모두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배님들, 저는 독신주의라서 혼인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거기다가 아시다시피 냄새나고 게으른 몸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주인님… 지네 주제에 웃긴 소리를 한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정말 사랑하는 인연을 만나 성혼하고 싶어서… 저건 좀….”
나는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성혼하란 얘기를 하려 한 게 아니다.”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둘은 그제야 기뻐하며 내게 허리를 숙였다.
“…뭐, 일단 여기까지 온 건… 네 불가공법서나 조금 줘 봐라.”
“불가공법서 말입니까?”
“그래. 태열사에 남아 있는 것들.”
“아! 안 그래도 방금 천재지변 속에서 전 재산을 다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마침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는 토둔술을 쓰더니 땅 밑에서 봇짐을 끌어올렸다.
‘…얼마나 가난하면 저물도조차 없는 거냐.’
나는 그 흔한 저물법기조차 없어 하계의 범인들처럼 봇짐에 물건을 챙긴 그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저 조그마한 봇짐에 담긴 게 전 재산인 모양이었다.
봇짐 속을 뒤지던 그녀는 봇짐 속에서 낡아서 닳을 대로 닳아 버린 옥간 세 개를 꺼냈다.
“….”
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옥간을 둘러보았다.
‘다르다.’
합체기까지 익힐 수 있던 지난 생의 불가공법들과는 다른 공법들이었다.
대성해 봤자 원영기 대원만이 한계인 공법 부류들.
물론 칠화왕 같은 이름들은 그대로였다.
금신천왕, 적주멸천왕, 유리호천왕, 은람천왕, 차거광한천왕, 마노증천왕, 흑요마천왕 등의 천왕들과 미래왕에 대한 개념.
그리고 그들이 상징하는 상징들 역시 태열전이 설명해 준 것과 일치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한 걸 발견했다.
“이봐, 칠화왕들은 모든 중생을 제도한 후에 어떻게 되지?”
“아… 칠화왕들 말입니까? 아… 그, 뭐였더라….”
자기가 익힌 불가공법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건지, 그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홍범은 그녀의 앞에서 으름장을 놓았다.
“주인님께서 궁금해하시잖느냐. 빨리 고하거라.”
그녀는 한껏 쭈그러들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히, 히익. 죄송합니다. 치, 칠화왕들은 중생들의 구제가 끝나면 연화 속에서 탈각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연화 속에서 탈각한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지?”
“그다음에는… 전승되는 게 없습니다만….”
“…미래왕이라는 존재는 칠화왕이라는 존재들과 어떤 관계냐?”
“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빠직―
내 머리에 힘줄이 돋자, 그녀는 울상이 되어 말했다.
“서, 선배님! 제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미래왕은 미래의 희망을 의인화한 상징일 뿐이고, 불가공법에서 딱히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뭐 지역에 따라서 미래왕이 칠화왕의 스승이니 제자니 친척이니, 아무 관계가 없다든지 그런 설화들이 구전되긴 하지만… 전부 근거가 없는 것들이라서, 미래왕과 칠화왕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냥 각자의 영역에 충실한 천왕들쯤으로 취급하지요.”
“…관계가, 없다고?”
“예, 저는 스승님한테 그렇게 배웠는데요….”
“….”
그렇다면, 어째서 태열전은 내게 미래왕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에 찬 투로 말했을까.
“…이 공법들이 태열사의 공법 전부인가?”
“예.”
“혹 합체기에 이를 수 있는 공법들이 있지 않나?”
“예? 하하, 그런 게 있었으면 진즉 제가 태수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 죄송합니다. 선배님한테 빈정거린 게 아닙니다.”
그녀는 머리를 긁으며 농담 식으로 말하다가 홍범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급격히 고개를 숙이고 쭈그러들었다.
“태열사에 전해 내려오는 공법들은 그게 전부입니다. 합체기가 되는 공법들은 정말로 구경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아….”
“…그래. 알겠다. 그리고 이 불가공법들은 내가 연구할 곳이 있어서 그러니, 가져가 봐도 되겠나?”
“영광입니다, 선배님! 선배님 같은 고계 수사께서 익혀주시면 오히려 좋지요. 저… 혹시 그리고….”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제자로… 받아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에 홍범은 혀를 차며 손을 휘저었다.
“주인님, 제가 볼 때 이 여자는 냄새나고, 재능도 없어 보이며 의지가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받지 마시지요.”
홍범의 짜증을 받은 그녀는 납작 엎드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그, 그럼 불가공법을 가져가신 김에… 저희 태열사에서 얻었다고 말이라도 해 주시면… 아,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주제넘은 것 같습니다.”
뿌드득―
홍범이 화가 났는지 입에서 독기를 풀풀 내뱉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자비를 베푸시니 주인님을 통해서 자꾸 이상한 걸 시도하려 하는군요. 게으르고 재능 없고 냄새도 나는 주제에 이런 식으로는 약삭빠르며 후안무치한 자입니다.”
이어진 홍범의 말에 그녀는 기절할 듯한 표정이 되었다.
“죽여 버리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아무래도 나를 통해 태열사를 홍보하려 한 태도가 홍범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이었는지, 녀석은 드물게 대로한 표정이었다.
“…됐다. 그러진 마라.”
난 손을 휘저었다.
나를 이용하려 한 건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태열사를 부흥시키려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서 화가 나진 않았다.
“그리고 네 태열사에 대한 좋은 얘기도 하고 다닐 테니 너도 걱정은 말아라. 그리고 이건 공법서 값이니 받아 두거라.”
난 그녀에게 영석이 담긴 저물법기를 던졌고, 그녀는 우리에게 넙죽 엎드려 감사를 표했다.
나는 홍범과 함께 공법서를 들고 천인도로 향했다.
김연에게 갈 예정이었다.
‘…8명이었던 태수가 7명이 되고, 8장이었던 동화도 7장이 되었다.’
두 사건은 연관이 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나는 등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홍범을 흘긋 쳐다보았다.
오늘 홍범이 그녀를 대한 태도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홍범은, 비구니를 사랑한 게 아니다.
녀석은 ‘저 여자에게 씌었던 어떤 존재’에게 반해서 매달렸던 것이다.
도대체 태열전을 흉내 낸 존재는 뭐고, 홍범은 왜 그 존재에게 미쳐 버린 듯 내 명령에까지 반항하며 사랑을 고백했던 걸까.
그리고, 만약 그 존재가 내게 준 합체기에 이르는 불가공법들을 익혔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었던 것일까.
나는 복잡한 생각들과 함께, 괴군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