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41)
망인 (2)
“믿고 있다, 서은현.”
“그래. 너라면 솔직히 한 10년이면 완전히 합체기에 올라서 그냥 맨몸으로 차원을 뚫고 광한계로 돌아가도 이상하진 않지.”
“역시 은현이구나! 회사에서부터 믿고 있었다!”
“저도 믿어요, 오빠!”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연위, 전명훈, 오현석, 김연, 홍범이 차례대로 나에게 마구 기대를 뿜었다.
나는 뒤통수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
뭔가, 오해를 풀어야 한다.
“일단 다들 오해하는 게 있는 거 같군…. 나는… 경지 이상의 힘을 낼 수는 있지만 너희 생각처럼 경지를 팍팍 올리는 게 가능한 건 아니다.”
“허허,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주인님의 재능이야말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것을. 저에게 주인님의 눈부신 재능을 부디 보여 주십시오!”
홍범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나를 응원한다는 듯 눈을 빛냈다.
“….”
나는 생전 처음으로 홍범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단 충동이 들었다.
내가 조금 굳어 있는 걸 보며 연위는 깔깔 웃었다.
“아하하, 뭐 됐다. 10년 합체기는 솔직히 농담이다. 100년 정도만 해 다오.”
“…저희 사이에… 좀 큰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나는 머리가 아파져서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러나 연위는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해가 아니야. 애당초 오복기축은 방법을 모르면 어렵지만 방법만 잘 알면 쉽기도 하다. 선각후통이 강제된단 건 잘 모르면 절대 쌓을 수 없지만, 반대로 알기만 하면 정말로 쉽게 쌓을 수 있단 뜻이다. 그리고 이 몸은 명귀, 고력, 자금계를 전전하며 세 개의 오복축을 쌓은 몸이다.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 있지.”
연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지금 당장은 오복축을 쌓는 기축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막연히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만, 정작 한번 시도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게다.”
“…?”
“자, 그럼 일단 모두들 오복축에 대해서 들어나 보거라. 전명훈 너 역시 오복축을 쌓지 않는다 하지만 들어는 두고!”
그녀는 우리를 모아 놓고서 오복기축에 대한 설명을 이어 갔다.
오복기축의 위력과 성능, 그리고 그러한 축들을 ‘어떻게’ 쌓는지에 대해서.
나는 그 이유를 들으며, 어째서 흑색귀골곡 등 오복기축에 대해 아는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세력을 확장시키려 하는지에 대해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경악했다.
“그건… 그건… 완전한 마도(魔道)잖습니까?”
나는 아연한 표정이 되어 연위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연위는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게 무슨 말이냐. 이건 마도가 아닌 생존 경쟁이다. 동시에 흔한 물물 교환일 뿐이야.”
“…그건 물물 교환이 아닌 경지의 차이로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 아닙니까? 억지로 빼앗는 것과 다를 것은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게 아닙니까?”
“흐, 네가 정말 추악한 수도자들을 못 만나 봤구나. 아니, 어쩌면 너무 압도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어 절박한 게 뭔지 모르는 거냐?”
연위의 말에 나는 얼굴 근육이 절로 모르게 꿈틀거렸으나 참았다.
“잘 들어라. 너보다 재능은 뒤처질지언정, 상당히 절박하게 살아왔다 자부하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지. 수선(修仙)이란 곧 ‘빼앗는 것’이다. 마도의 것을 빼앗고, 정도의 것을 빼앗고, 요괴의 것을 빼앗고, 적의 것을 빼앗아 나를 드높이는 것. 그게 곧 수선이다! 내 의지를 막아서는 이의 것은, 그게 누구든지 빼앗아라. 악귀라도 빼앗고, 적이라도 빼앗고, 동료라도 빼앗으며, 설령 천년만년 해로가 약정된 정혼자의 것이라도 빼앗아서 나를 완성시키는 게 곧 수선이란 말이다!”
콰악!
연위는 싸늘한 눈동자로 내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찔렀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네가 수도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면 조금 더 독기를 보이란 말이다. 설령 금신천뢰문이 쇠락했다 해도 너도 한때 본문의 일원이 아니었나? 시조 금신자의 유지를 이어받았다면 더더욱 독랄해져라!”
움찔!
나는 어쩐지, 눈앞의 존재가 단순히 연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군….’
그녀는 양수진의 후예.
어쩌면 양수진은 단순히 쇄천봉의 사념으로만 자신의 의지를 남긴 게 아닐지도 몰랐다.
금신천뢰문을 비롯한, 그의 후예 전부.
그 모든 이들이 금신자의 유지를 이어받아 독기를 품은 수도자의 마음을 이어받아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다시 양수진을 마주하고 있었다.
“….”
하지만 단순히 이 의지를 부정할 순 없었다.
이 의지를 부정하기에는, 지금 내 어깨에 걸린 것이 너무 많다.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그래서, 어쨌든 오복기축을 쌓으려면 준비물이 필요한 건 이해하겠지?”
“예.”
오복기축을 얻는 데에 필요한 건 일단 광한계를 제한 고력, 명귀, 자금, 혈음 등의 중경계들.
그러나 그러한 중경계는 단순히 ‘중개자’로만 필요할 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세력’이었다.
“일단 말씀대로 세력을 구해야겠지요.”
“세력은 어찌 구할 거냐?”
“우선 이전에 흑색귀골곡에서 귀신들의 특성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특성과 이 명귀계에 대해서 선배님께 조금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뭐지?”
“…예를 들어….”
나는 명귀계 귀신이나 사령 생물들에 대해서 연위에게 질문했고, 연위의 답을 들었다.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고, 나는 일단 내가 생각한 계획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내 계획을 들은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예.”
“…하, 이거 아쉽군. 광한계로 돌아가지 말고 그냥 명귀계에 말뚝을 박는 건 어찌 생각하느냐? 내가 볼 때 한 6만 년 정도만 명귀계에서 네가 말한 대로 세력을 기르면 삼궁일도의 네 개 세력이 아니라 다섯 개 세력으로 명귀계를 재편할 수도 있어!”
그녀는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는 물론이고 전명훈과 다른 이들도 전부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표정이 아니자 연위는 조금 쭈그러들었다.
“흠흠, 뭐 다들 돌아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냥 아쉽단 거다. 자, 어쨌든 그럼! 이 인근의 정보를 찾아와서 조사를 한 후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서 세력을 만들어 보자꾸나!”
“예, 그러지요.”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인근 지역의 정보를 수집한 후 자리를 잡기로 했다.
* * *
저벅, 저벅….
나는 동료들과 잠시 헤어져 우리가 떨어진 강가를 거슬러 올라갔다.
동료들은 육극음뢰신을 익힌 전명훈을 중심으로 강의 하류로 내려가 보기로 했고, 나는 반대로 헤어져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기로 했다.
당장 동료들은 명귀계의 귀기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으니 뭉쳐서 간 것이었고, 나는 대막사해성 때문에 오히려 광한계에서보다 천족공법이 더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정보 수집의 효율성을 위해서 떨어진 것이었다.
‘조금 서글프군.’
나는 귀왕화만 한 상태로 19개의 머리를 까딱거렸다.
서립은 귀도공법이 천성에도 맞았던 건지 이 모습을 좋아했지만, 정작 나는 서 장군의 모습이 더 늠름하다고 생각되었기에 별로였다.
저벅, 저벅….
간혹 걷기도 하고, 간혹 비둔술을 쓰기도 하며 얼마나 강줄기를 역행해 이동했을까.
“음… 여기가 명귀계의 도시인가.”
나는 38개의 눈에서 귀화를 빛내며 웃었다.
저 멀리, 강줄기가 시작되는 커다란 산봉우리 위쪽의 분지.
그곳에서 수많은 귀신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흐음….”
얼마간 더 올라가자, 수계에서 보았던 성의 성곽과 비슷해 보이는 거대한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곽의 문 앞에는 딱히 문지기가 없는 듯했는데,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 이놈, 흑류성에 들어오고 싶으냐?”
쿠구구구구!
정문의 위쪽 성벽이 꿈틀거리더니 커다란 눈알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성문은 무언가의 ‘입’으로 변이했다.
‘호오, 성벽 자체에 귀신을 씌운 건가?’
성벽 자체가 곧 문지기이자 문인 것이었다.
하늘로 날아서 넘어가기에는 성벽 위쪽으로도 잘 드러나지 않게 결계가 빼곡하게 쳐져 있어, 무조건 이 문지기 귀신에게 허락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 구조인 듯했다.
“이놈 귀신아.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증빙 패는 가지고 왔느… 허억!”
꿈틀거리며 얼굴을 완전히 드러낸 성벽귀는 나에게 뭐라 말을 하려는 듯했으나, 나를 보고는 잠시 얼어붙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느냐?”
내가 의아해서 되묻자, 성벽귀는 잠시 말을 더듬으며 웃었다.
“아, 아닙니다, 어르신. 척 보아하니 고귀한 귀맥(鬼脈)의 어르신이시군요. 쇤네가 감히 어르신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흐음, 아니다. 문지기라면 당연한 일이지.”
“감사합니다! 사실 본래 흑류성에 진입하려면 가지고 있는 의식을 조금 제약해야 합니다만….”
성벽귀는 내게 조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만약 어르신께서 내키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됐다. 이 성의 법칙이 그렇다면 지켜야지.”
나는 의식을 억누르며 되물었다.
“이 정도면 되느냐?”
“가,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흑류성 방문 되십시오, 어르신!”
그는 내 얼굴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더니 입을 쩍 벌려 내가 성안으로 들어가기 쉽게 해 주었다.
“흠….”
아무래도 내 혼에 짙게 밴 죽음은 명귀계에서도 상당히 먹히는 모양이었다.
‘까다로운 인족과는 다르게 명귀계에서는 큰 귀신이라고 인정만 되면 증빙 패도 필요 없단 건가.’
하긴 생각해 보면 죽음의 형태를 가지고 있단 것만으로 몇 번이나 죽었다는, 귀신다운 귀신이란 소리였다.
귀신들의 세계에서 귀신다운 귀신에게 신분 증명을 요하는 것만큼 기묘한 것도 또 없으리라.
천천히 걸어서 흑류성에 들어간 나는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호오….”
‘이건 뭐, 진룡맹에서 봤던 것보다도 더 다채롭군.’
정말로 가지각색의 족속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정상적인 모습을 지닌 귀신부터 완전히 괴악하게 생긴 귀신, 아예 귀신이 아니라 강시나 백골로만 움직이는 괴물 같은 사령 생물들 역시 즐비했다.
그리고 강시나 백골 괴물들 안에서도 엄청나게 종류가 갈렸고, 귀신이나 귀왕들 역시 그는 마찬가지였다.
당장 내 5장 안팎에 있는 이들의 외모만 해도.
꽃바구니를 든 노인.
머리가 세 개 달린 강시견, 오로지 뼈로 된 도마뱀, 갓과 도포만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투명한 귀신.
아예 그림자처럼 생긴 귀물, 시커먼 몸을 가진 채 얼굴이 없는 달걀귀신의 형상을 한 귀왕, 피를 잔뜩 머금은 채 움직이는 나무귀신.
창백한 것만 제하면 인간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 등.
어마어마하게 다채로운 존재들이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이곳이 명귀계인가….”
내가 흥미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볼 때였다.
싸아아아―
주변의 귀물들이 공포의 의념을 내뿜으며, 내가 지나가는 길에서 하나같이 우수수 자리를 비켰다.
그 결과 내가 걸음을 거니는 곳마다 커다란 길이 생겨났다.
“….”
하나같이 안색이 창백하고 의념의 색깔이 음울한 것이 귀도공법을 익혀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귀도공법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흠흠.”
내가 어색해서 헛기침을 하자 어째 귀신들이 나와 더더욱 거리를 벌렸다.
‘…그나저나 참 조용하군. 귀물들이라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호객이나 흥정을 하진 않는 건가.’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중, 흑류성의 다른 거리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걸 듣고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무슨 엄청난 게 있길래 이런 조용한 귀물들 사이에서도 큰 소란이 이는 거지?’
얼마 후.
나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흑류성의 시장 거리에 들어섰다.
“….”
그리고, 내가 들어서자 시장 거리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내가 방금 떠나온 거리 쪽에서 조금씩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왁자지껄한 소리로 변모했다.
귀신들은 딱히 귀신이라서 창백하거나 음울한 게 아니었고, 귀물들이라서 조용한 게 아니었다.
‘젠장할… 나 때문에 이 일대가 다 입을 다물었던 건가.’
차라리 이런 면에서는 나만 보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던 광한계나 수계의 귀신들이 훨씬 더 나은 듯했다.
‘왜 명귀계와 다른 계면 귀신들 사이에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거지?’
나는 내가 이 거리에 들어오기 전까지 열심히 다른 귀신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던 도깨비불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명 가장 목소리가 크고 씩씩한 귀신이었는데….’
“여봐라.”
“히끅!”
도깨비불은 생전에는 여성이었는지 가냘픈 목소리를 내며 움찔거렸다.
“잠시 물을 게 있다.”
“예!!! 어르신!!! 저는 맛이 없습니다! 고작해야 축기기 수행이라 어르신께서 잡수셔도 기별이 안 가실 텐데….”
“아니, 아니. 잡아먹으려는 게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다. 이리 와 보거라.”
내가 손을 까딱이자 도깨비불은 혼절할 것 같은 의념을 내뿜으며, 본래 파란색으로 일렁이던 몸체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러나 도깨비불을 시켜 가게를 홍보하던 달걀귀신은 식겁하며 도깨비불을 내 쪽으로 떠밀었다.
퍼억!
자기 주인에게 밀쳐져 내 앞에 떨어진 도깨비불은 공포에 떨며 꺼질 듯 흔들렸다.
나는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전음을 쓰며 물었다.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귀신과, 너희 사이에는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아나?]수행에 차이가 나는 건 아닌 듯한데, 어째서 이 녀석들은 공포에 떨면서 침묵할지언정 미쳐 날뛰진 않는 것일까.
“쇠, 쇤네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허락만 해 주시면 쇤네도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 혹시 허락 좀….”
도깨비불은 정신이 나갈 듯한 목소리로 헛소리를 해 대기 시작했다.
“으음, 대답을 하기가 힘든 상태로군.”
난 내가 너무 경지가 낮은 귀물에게 질문했단 걸 깨달았다.
나는 도깨비불을 달걀귀신에게 다시 돌려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 보자… 원영기 이상쯤 되는 귀물이 없으려나….”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콰아아앙!
갑자기 시장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듯하더니, 강시 한 마리와 나무귀신 한 마리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서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두 귀물은 분명한 원영기 귀물이었다.
“여봐라, 잠깐…!”
‘이런 젠장. 내가 한 말을 뭔가 이상하게 오해했군!’
나는 결국 이 모든 게 대막사해성의 외모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일단 다시 인간형으로 몸을 돌리기로 했다.
‘명귀계에서도 내가 동급 경지 수사의 목을 뽑아 붙이고 다니는 미치광이로 보이나 보군. 안 되겠어. 아무리 외향은 중요치 않다지만 말이 통해야지. 서립 이 녀석, 왜 하필 대막사해성을 이런 식으로 완성시켜서….’
지금의 대막사해성은 상당히 짜임새가 있고 완성도 높은 공법이라 따로 정상적인 외모로 변형시키려면 아무리 나라도 한참 걸릴 터였다.
나는 서립의 취향을 속으로 욕하며 언젠간 이 대막사해성을 어떻게든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후, 난 일단 조금 더 느린 나무귀신을 향해 축지법을 써서 쫓아가며 천천히 대막사해성의 귀왕화를 해제했다.
다시금 내 모습은 백의를 입은 평범한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봐라, 네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모습으로 바꿨다! 너를 해하려는 게 아니라 잠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니 잠시 내 의문만 조금 해결해 주거라.”
그리고 그때였다.
나무귀신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오히려 더더욱 미친 듯이 귀곡성을 내뿜었다.
“끼야아아아악! 용서해 주십시오 어르신! 제발! 제발! 끼야아아악!”
쿠구구구!
나무귀신은 내가 등 뒤까지 쫓아가자 졸도할 듯한 표정을 짓고 자신의 수행을 깎아 가며 비둔술을 사용해 아예 흑류성 바깥으로 도망쳐 버렸다.
나는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내 얼굴을 매만졌다.
‘아니, 도대체 왜 비명을 지르는 거지?’
내가 당황할 때였다.
문득 위화감이 느껴져 주변을 둘러보자, 조용할지언정 귀물들로 붐볐던 거리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
귀물들이 내 인간형 얼굴을 보고 모조리 도망친 것이었다.
“…안 되겠군.”
나는 짜증이 나는 걸 느끼며, 일단 흑류성의 중앙.
천인기 수준의 기운을 내뿜는 귀왕을 향해 날아갔다.
“여봐라, 네가 이 흑류성의 성주냐?”
흑류성 중앙의 궁궐에는 거적때기를 입은 해골바가지 귀물이, 궁궐 용마루 위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궁궐의 안쪽에서 여러 인기척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전부 해골바가지 귀물과 연결된 것으로 보아 이 귀물이 다루는 꼭두각시인 듯했다.
그리고 나는 흑류성주로 보이는 이 해골바가지 귀물 역시 나를 엄청나게 공포스러워하고 있단 걸 알아챘다.
“예, 예. 어르신. 제가 이 성의 성주입니다.”
“그래. 잘 되었다. 도대체 왜 다들 이리 나를 무서워하는 것이냐?”
* * *
흑류성의 성주, 망골은 덜덜 떨며 눈앞의 미치광이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하늘이여, 도대체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