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49)
마교 (1)
쿠구구구구!
어두컴컴한 명귀계의 하늘 아래로, 거대한 한 척의 배가 움직였다.
명계의 명도천조차 건널 수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섭명함’이라는 배.
흑색귀골궁에 단 49척밖에 없는, 어떤 선보의 모조품.
그 선보의 모조품의 뱃머리.
그 위쪽에서 합체기급 수행을 가진 남색 원로, 차조귀가 눈빛을 빛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각오는 됐나, 백린?]“…그래, 모든 걸 각오했다.”
[쯧, 나는 분명 몇 번이나 말렸다. [실험]을 받겠다 한 건 분명 그대 본인이야.]“괴물을 이기려면 내가 괴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마교주 놈 역시 진인의 침식을 받은 광신도일 터.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를 이길 것이야.”
[멍청한 녀석…. 됐다. 알아서 해라. 그것보다, 유혜!] [예, 함장님.]차조귀는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 사축기 대원만의 수행을 가진 유혜를 보며 물었다.
[본궁에서 지원을 온 나머지 둘은 어디 있나?] [한 분은 저 아래에 계시고, 한 분은 섭명함 선원 중 한 명에게 씌어 계십니다.]차조귀는 유혜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별빛 아래, 섭명함의 그림자가 섭명함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한 놈은 그림자랑 동화해서 이동 중이고, 한 놈은 뭐? 선원한테 씌어 있어?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게냐. 그냥 같이 나와서 술이나 같이 하지…. 쯧.]혀를 찬 차조귀는, 두 명의 남색 원로에게서 신경을 껐다.
[그나저나 본궁에서 남색을 둘이나 지원해 줄 줄은 몰랐군.]차조귀가 혀를 찰 때였다.
우웅―
그의 옆에 서 있던 유혜의 안광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스르륵―
별빛에 비친 유혜의 그림자가 개의 머리를 가진 요귀의 것으로 변화했다.
[사실 본궁에선 적당한 때를 봐서 남색 원로들을 파견해 백음역 마교주의 신원을 확보하려 했소. 10, 20년의 가까운 시일 내에 마교주를 납치할 예정이었지.]그 말을 들은 차조귀는 혀를 차며 백린에게 말했다.
[그것 봐라, 백린. 안 그래도 10, 20년만 기다렸으면 됐단 거잖냐.]“…상관없다. 이분이 말씀하신 건 마교주 놈을 납치한단 거지, 마교를 토벌한다는 게 아니지 않나. 마교를, 마교를 토벌해서 동료들을 구하는 게 내 목표란 말이다.”
유혜의 몸을 차지한 존재가 끌끌 웃었다.
[맞다. 본궁에선 어차피 마교주 말고 다른 놈들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마침 이렇게 ‘지원자’까지 생겼으니 선심을 써서 토벌대까지 꾸려 준 게지.]차조귀는 술을 들이켜며 물었다.
[도대체 그 마교주가 뭐길래 그렇게 확보하려는 건가?] [방금 듣지 않았나. 개열기 진인의 침식을 받은 걸로 예상되는 존재라고.]그 말을 들은 차조귀는 눈을 찌푸렸다.
[현재 난계 지역에 파견한 임무조가 채취하는 건, 침식을 받은 유해일 뿐이고, 이번에 이 녀석으로 침식을 받으려는 진인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것을 몇 번의 희생을 바쳐 확인한 진인이다. 하지만 그 마교주 놈을 침식한 진인은 어떤 존재일지 감도 안 잡히는데, 괜히 마교주 놈을 잡아서 진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맞나?] [어차피 진인들은 중경계에는 절대 간섭을 못 하는 걸 알지 않나.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는 거지. 진인들이 분노해도 그분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우리는 진인의 침식을 받은 존재들을 하나라도 더 확보해서 종말 이전에 명도천에 접속할 방법을 강구하는 게 더 급하다는 걸 알지 않나.] [흥, 허황된 꿈일 뿐…. 뭐, 됐다. 이런 것으로 논쟁해 봤자지. 그나저나….]차조귀는 유혜의 몸을 차지한 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할 말 다 했으면 내 부관의 몸에서 어서 나가라. 한 번만 더 내 여자에게 손을 대면 아가리를 찢어 버릴 테다.] [흐흐, 과격하군.]우웅―
얼마 후 유혜의 눈빛과 그림자가 돌아왔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별일 없었다. 그나저나… 저기가 백음역인가.]차조귀는 뱃머리에서 저 멀리 보이는 새하얀 빛을 보았다.
우우우웅―
백음역 전체에 반투명한 원구형의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진법인가? 아니, 누군가의 공법의 일종이군. 그 마교주의 것인 게 틀림없어.]그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조귀의 눈에, 저 건너편.
백음역을 뒤덮은 원구 너머, 시커먼 산(山)이 들어왔다.
[봉래도 놈들… 우리가 섭명함을 끌고 왔다니, 제 놈들도 오행산을 끌고 온 건가. 큭큭, 고생깨나 했겠어. 그리고 유명귀궁….]오행산 건너편에는 웬 거대한 괴이(怪異)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공허간의 시(尸)를 개조한 괴물… 이름이 비(泌)라고 했던가? 타 계면과 협업해서 만들었다던데, 섭명함과 오행산에 비할 만하니까 가지고 온 거겠지?]차조귀는 두 눈을 빛냈다.
[진인의 침식을 받았다지만, 고작해야 사축기 대원만 수준인 마교주 놈은 신경 쓸 것 없겠지. 진정 신경 쓸 것은 마교 토벌 후 있을 두 세력과의 전쟁일 터. 유혜! 섭명함 함포를 가동해라. 포탄으로 사용할 귀신들을 준비하고, 닻을 내려 용맥과 연결해라.]쿠구구구구!
차조귀의 전신에서 합체기 귀왕에 걸맞은 무지막지한 기세가 백음역을 뒤덮었다.
이윽고, 유명귀궁과 봉래도 측의 합체기 귀왕들 역시 차조귀와 섭명함 측을 경계하며 기세를 뿜어냈다.
그렇게, 세 개의 세력이 부딪치려 할 때였다.
번쩍!
일순간, 백음역의 중앙에서 총천연색의 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유명귀궁에서 준비해 온 그들의 결전 병기.
비(泌)의 전신에서 천뢰(天雷)가 번뜩이며 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오오오오!
비는 속이 아픈 듯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주저앉았고, 유명귀궁의 세력 측에서 당황한 듯한 음성이 마구 울렸다.
쿠구구구구―
끼야아아아아아!
동시에, 백음역을 뒤덮은 구체.
그 위쪽으로,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이 떠올랐다.
귀왕의 아래쪽에서는 수억에 달하는 저주문과, 괴기한 꽃들의 화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차조귀는 혀를 찼다.
[하, 썩어도 진인의 침식을 받은 괴물이라 그건가. 저 정도면 최소한 합체기 수준은 된다는 거군. 하지만 소용없지. 아무리 강해도 남색급 귀왕만 다섯. 사축기 귀왕은 쉰다섯. 거기다가 섭명함과 오행산, 잠시 무력화되긴 했지만 비까지 더하면 합체기 열다섯 명분의 전력이다.]쿠구구구구!
섭명함의 아래로 늘어진 닻이, 대지의 용맥과 연결되며 인근의 귀기를 빨아들였다.
우우우웅―
섭명함의 선체가 옆으로 회전하며, 측면에 붙은 함포들이 마교주를 향했다.
[함포 발사!]번쩍!
섭명함의 함포가 발사되었다.
동시에 봉래도의 오행산에서도 오행의 기운을 가진 기운이 날아들었다.
유명귀궁에서도 합체기급 귀왕들이 공격을 퍼부었고, 삽시간에 마교주 서은현이 있던 자리에는 어마어마한 폭광이 비추며 그의 형상이 가려졌다.
차조귀의 옆쪽.
어느새 그림자로 몸이 덮힌 귀왕과, 섭명함의 선원 한 명에게 들러붙은 귀왕이 그의 옆에 다가와 폭광을 구경하고 있었다.
[흠, 별것 없군.] [역시 나까지 올 건 없었다니까. 과잉 전력이었네.]빙의가 주특기인 남색 원로는 선원의 몸에 씐 채 낄낄 웃었다.
[내 암혼빙의진마공을 보여 줄 틈도 없이 뒈져 버리다니… 혼의 계위에 걸쳐 있는 최강의 마공을 자랑할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지. 자, 그럼 이제 마교주의 사체를 수거하고, 백음역의 전후 처리를 어찌할지 나머지 세력과 교전을….]콰악!
그리고 다음 순간.
폭광 속에서 날아온 ‘뭔가’에 의해, 선원의 몸에 씐 남색 원로는 주춤거리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조귀와 그림자 원로의 눈에 당혹감이 어렸다.
선원의 그림자에는 개의 머리를 한 그림자가, 웬 검 형상의 뭔가에 꽂혀 있었다.
[어, 어떻… 혼의 계위….]다음 순간.
퍼어어엉!
선원은 몸이 폭발해서 터져 버렸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그들과 낄낄대던 남색의 원로는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 [….]섭명함 위쪽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반대로 반대편 유명귀궁 측은 소란스러워졌다.
쿠구구구구!
컥컥거리던 비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것의 체내에서 천겁(天劫)이 끓어오르며 기어코 비가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차조귀와 그림자 원로, 그리고 백린은 떨리는 눈으로 폭광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귀왕의 몸에는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봉래도 측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했는지, 오행산으로 한 번 더 마교주를 공격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차조귀는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켜 판단을 완료했다.
[닻을 올려! 퇴각한다!]철컹!
섭명함 안쪽으로 빠르게 닻이 빨려 올라갔다.
차조귀는 빠르게 섭명함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마교주가 한 발 더 빨랐다.
[대막사해성(大漠死海成).]쿠구구구구!
교주의 아래쪽에 있는 원구형의 장막이 빛나며,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흡입력은 오행산의 공격을 그대로 ‘먹어 치워’ 버리고.
달아나려는 섭명함을 어마어마한 힘으로 끌어당겼다.
차조귀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싸워야 한다는 거냐!?]* * *
나는 38개의 안광에서 귀화를 빛내며, 눈이 많아진 덕에 다각화된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명귀궁은 흑린어령문과 뭔가 연결점이 있는 모양인지, 비(泌)라는 괴물은 흑린어령문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단지 영양가 있는 걸 더 많이 먹였는지, 덩치가 더 크고 기세가 더 거대했을 뿐.
공허간의 시(尸)와 비슷한 특성은 여전했다.
그리고 공허간의 시들은, 천겁이나 다름없는 구현 3단계의 일격을 맞으면 알아서 폭발하는 특성이 있었다.
유명귀궁 측은 완전히 혼돈과 공포의 도가니였다.
또한 혼의 계위에 상당히 본체가 걸쳐 있는 공법을 익힌 귀왕 역시, 완전히 혼의 계위에 걸친 총천검을 맞고 한 번에 터져 죽었다.
전력이 한 번에 줄었단 사실에, 흑색귀골궁 측은 눈치가 있는지 도망치려 했고, 봉래도 측은 무슨 자신감인지 가지고 온 산 형태의 법보로 오행의 성질이 섞인 공격을 내뿜을 뿐이었다.
하지만 소용없다.
[대막사해성.]쿠구구구구구!
도망치려는 섭명함을 향해 흡인력을 발휘해 끌어당기고, 봉래도의 공격을 먹어 치운다.
우우우웅!
미리 준비해 놨던 진법 안쪽으로, 대막사해성을 통해 먹어 치운 기운이 흘러 들어간다.
백음역 전체의 용맥이 더 자극받는다.
[1할은 채워졌군.]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거사를 치르기 위해선 힘이 더 필요했다.
[자아, 어서 오너라. 함부로 우리의 땅에 발을 들였으면, 무사히 나갈 거란 기대는 버려라. 도망치지 말고 덤벼라.]내 연설로 인해 무극교단의 교도들은 이전보다 줄었다.
절반 정도의 귀물들이 백음역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끝까지 남아 나와 함께하기로 한 이들은 이 아래에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전력은 반으로 줄었지만 사기는 배로 늘었다.
[나를 더 즐겁게 해 봐라!]나는 나를 노려보는 삼대세력의 합체기 귀왕들을 향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쿠구구구구구!
저 멀리서 오행의 기운을 머금은 거산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산은 하늘에서 다섯 개의 산봉우리로 분리되어, 산봉우리가 아래쪽으로 뒤집혔다.
사축기 귀왕 셋이 거산의 위에서 산봉우리 하나를 잡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동시에 오행(五行) 속성의 귀기를 전신에 머금은 귀왕이 내게 달려들었다.
번쩍, 번쩍, 번쩍!
흑색귀골궁 측에서 내게 함포를 쏘아 대며, 시커먼 그림자로 이뤄진 합체기 귀왕이, 그림자로 된 낫을 내게 집어던졌다.
위이이잉―
입 중 하나에서 무색유리검을 꺼냈다.
3천 자루의 무색유리검이 내 발아래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월수진(越修陣). 개(開).]피이이잉―
3천 개의 검이 일시에 월수궁무록을 사용하며 사라졌다.
나는 총천검을 손에 거머쥔 채 좌상에서 달려드는 오행귀왕에게 검을 휘둘렀다.
머리 뒤로 삼태극의 후광을 띄우며,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림자 귀왕이 던진 낫, 오행의 산, 오행귀왕, 섭명함의 함포.’
이 모든 공격을 일 합(一合)에 베어 버릴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린다.’
천, 지족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다.
천족은 단기 예지로, 지족은 천지영기의 흐름을 통한 예지에 가까운 ‘추론’으로.
그렇다면 심족은 어떻게 정보를 얻을까.
감정을 읽는 그들의 ‘눈’은 전투에 어떤 도움이 될까.
심족의 눈은, 냉정히 말해서 이런 극강의 위력을 지닌 이들의 앞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격의 경로를 예지하면 뭐 어쩔 건가.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막을 수도 없고, 합체기 수사는 인력을 지니고 있어 피할 수도 없다.
그런 것쯤은 천족도 단기 예지로 읽고, 지족도 영기의 추론으로 읽는다.
그렇기에 심족들이, 무인들이 이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우우웅―
상단전이 폭발할 듯이 뜨거워진다.
‘그려 낸다.’
미래 예지도 아니다.
합리적인 추론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그려 낸다.
그리고, 그 ‘장면’에 도달하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무(武)를 펼쳐 낸다.
그래,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구현(具現)해 내는 것.
그것이 심족이 강대한 힘과 의식을 지닌 천지족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해 내야 하는 힘이다.
부웅―
단악검법.
일 초.
월악(越岳)!
단순한 가로 베기.
그러나 그 한 합의 동선 안쪽으로, 모든 공격이 말려 들어오며 잘려 나간다.
쿠구구구!
오행거산은 떨어지다가 순간 퉁겨 나간다.
봉래도의 귀왕은 상반신이 크게 베여 뒤로 물러선다.
섭명함의 함포와 낫은 그대로 베여 나가 흩어진다.
‘일 격은 막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다.
츠츠츳―
내가 펼쳐 놓은 대막사해성이, 방금 전 떨쳐 나간 타 세력의 힘을 먹어 치웠다.
하지만 봉래도의 귀왕은 몸을 재생하고, 섭명함 역시 다시 기운을 끌어모았다.
거기에 이제는 유명귀궁의 귀왕들 역시 참전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단악검법 8초 유곡은 공격을 흘려내는 초식, 9초 산수화는 사방으로 검흔을 흩뿌리는 초식.
두 초식을 연계하면 사방으로 공격을 흩뿌리며, 상대의 공격은 모조리 흘려 버리는 연계기가 된다.
콰과과과과!
총천검의 검기가 천지사방으로 난무(亂舞)하며 내게 달려들려는 귀왕들의 공격을 흩어 버렸다.
13초 요산요악은 종횡무진하는 검기를 상대에게 흩뿌리는 초식, 15초 첩첩산중은 검기를 쪼개서 가시덤불처럼 흩뿌리는 초식.
촤악!
총천검이 주욱 늘어나는 듯하며, 내 전방에서 달려드는 유명귀궁의 귀왕들을 그대로 갈아 버렸다.
초식들을 합친다.
변화시킨다.
응용한다.
내 검(劍)은 곧 폭풍이었다.
이는 곧 파도였고, 동시에 태산이었다.
드높은 구름이었으며, 한 떨기 꽃이기도 했다.
이것은 무형(無形)의 검.
동시에, 모든 변화와 색조를 합친 총천(總天)의 검이었다.
무수한 총천의 변화가 일순간 내 품 안에서 뭉치는 듯하더니, 한순간에 터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단악(斷岳).
눈앞의 어떤 태산이라도 가르고 나아가라는 누군가의 전언.
콰과과과광!
찰나 간 펼쳐진 수천, 수만, 수백만 번의 검격이 한 번에 터져 나간다.
동시에 오행산의 산봉우리 하나가 그대로 갈려 나갔다.
쿠구구구구!
삽시간에 봉우리 하나가 가루가 되어 버린 봉래도의 귀왕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왜 그러느냐.]우웅, 우우우우웅!
[검진(劍陣)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는데 뭘 그리 멍청하게 서 있는 것이야. 이게 끝이냐. 나를 더 즐겁게 해 보란 말이다!]그리고, 투명한 월수진이 발동하며 사방에 폭풍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 * *
“이런 미친! 뭐냐, 저 괴물 같은 놈은!”
“어떤 빌어먹을 놈이 저 미치광이를 사축기 대원만이라고 보고했단 말이냐!!!”
차조귀는 영언을 쓸 기력조차 없어, 육성으로 마구 비명을 질렀다.
쿠구구구구!
투명한 뭔가에 의해 선체가 갈려 나가고 있었다.
도망치려 했지만, 저 원구형의 결계가 미친 듯한 흡입력으로 그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맞설 수도 없다.
저 괴물의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뭔가]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다가가는 이들을 문자 그대로 ‘갈아 버렸’으니까.
차조귀는 이를 악물며 그림자 귀왕에게 소리쳤다.
“신호를 보내겠다! 영역을 펼치자!”
“우리 둘이서 영역을 펼쳐서 될 게 아니오! 여기 모인 모든 합체기들이 영역을 동시에 펼쳐 가둬 버려야 하오!”
차조귀는 악을 쓰며 유명귀궁과 봉래도의 합체기들을 향해 외쳤다.
처음에는 가장 앞장서서 마교주와 붙던, 오행지력을 품은 봉래도의 합체기 귀왕.
그는 현재 누구보다 마교주와 멀리 떨어져 도망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하오!”
차조귀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말에 유명귀궁의 합체기와 봉래도의 합체기 귀왕은 비명을 지르며 무시할 뿐이었다.
“젠장,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단 말이다! 겁쟁이 놈들아!”
“그럼 네가 먼저 펼쳐라! 그러면 우리도 펼치겠다!”
“이이익…!”
차조귀는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이를 악물고 그림자 귀왕과 수결을 맺었다.
“개(開)!”
쿠구구구구!
차조귀를 중심으로 그의 영역이 펼쳐졌다.
영역은 순식간에 백음역 전체로 확장되며 마교주를 가뒀다.
그림자 귀왕의 영역 역시 차조귀의 것과 겹치며 마교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마교주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제야 봉래도와 유명귀궁의 귀왕들 역시 안색이 환해졌다.
“하하, 영역을 펼쳐서 대항하지 못하는 걸 보니, 진짜 합체기는 아니로군!”
“진인의 침식을 받아 힘을 얻었을 뿐인 떨거지 놈…! 진정한 합체기의 힘을 보여 주마!”
그들의 영역에, 유명귀궁 귀왕의 영역과 봉래도 귀왕의 영역이 또다시 겹친다.
네 명의 합체기 귀왕은 영역을 겹친 상태로 본인들이 가진 최대의 절기를 준비했다.
차조귀는 귀신 머리가 달린 귀궁을 형성해서, 기운을 압축해 화살을 형성했다.
그림자 귀왕은 그림자로 이뤄진 대낫을 만들었다.
유명귀궁의 귀왕은 108개의 머리가 달린 흉수의 그림자를 형성해 냈고, 봉래도의 귀왕은 오행지력을 한 손에 담은 귀조를 형성해 냈다.
촤르르륵, 촤륵!
철컹, 철컹!
그들이 이끌고 온 55명의 사축기 귀왕들 역시 각자가 인력을 통하여 금제법술로 마교주를 억압하고, 저주를 쏟아부었다.
“죽어라, 사악한 마교주 놈!”
그리고 마교주, 서은현이 웃었다.
[백란(白蘭).]파아아아앗!
무수한 검격을 쏟아붓던 그의 주변에서, 백색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세상이 환하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