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50)
마교 (2)
새하얗게 변한 천지.
그 안쪽에서, 차조귀는 비명조차 분해되는 듯한 끔찍한 경험을 했다.
‘여, 영역이…! 찢겨 나간다!’
그는 이를 질끈 악물며 영역을 축소했다.
‘영역마저 소멸당하면 정말 끝이야… 죽는다…!’
꾸그그극―
그는 영역의 조각들을 과감히 포기하며 회수했다.
음(陰)의 영역에 속한 귀물들에게,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축복문이 가진 힘은 그야말로 극상성.
‘역시…! 진인에게 침식당한 노괴가 맞았어…!’
전신이 익어 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차조귀는 자기 자신이 소멸되지 않도록 영역을 수축한 후, 섭명함의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수하들이 성불당하지 않도록 막아섰다.
‘그토록 시커먼 죽음을 둘러 놓고, 그토록 포악한 마공을 익혀 놓고, 이런 파사현정의 공법이라? 들어 본 적 없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19개의 머리를 가진, 짙은 죽음의 화신이다.
상식적으로 그런 마공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이런 파사현정의 공법을 병행해 익힌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한 가지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은, ‘주입당한’ 힘이다.
위대한 진인에게 침식당해 얻은 힘인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
전신이 익어 가면서도, 그는 섭명함의 앞을 지키며 버텨 냈다.
영원토록 지속될 것만 같던 백색의 섬광도 기어이 스러졌다.
“….”
치이이이―
차조귀는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쪽에서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밤인가.’
하지만 이상했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아니, 명귀계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너무나 ‘밝았’다.
‘파란… 하늘?’
귀물들은 대부분 명귀계 태생이 없었다.
대다수가 하계에서 죽어서 구천을 떠돌던 중 오게 되는 것이 명귀계.
그런 만큼, 그들은 ‘파란 하늘’이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차조귀는 멍청한 표정으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뿜어지는 새하얀 빛으로 인해 주변이 파랗게 물들었다.
그리고, 주변은 사막이 되어 있었다.
‘아… 그렇군.’
차조귀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상황을 이해했다.
‘마교주의 힘에, 백음역 인근이 사막화된 건가. 그리고 저 자가 쓰는 저 요사스러운 파사현정의 힘에 의해 하늘이 밝아져 파랗게 변한 거고….’
퍼석!
그는 뒤쪽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떠다니던 위대한 배.
섭명함이 귀기를 더 뿜어내지 않는 채 모래사막에 파묻혀 있었다.
‘방어막에 힘을 집중하다, 동력 장치가 일순간 방전된 게로군.’
그러던 와중, 차조귀는 어쩐지 자신의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아….’
아니, 그것은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구덩이’였다.
파란 하늘.
끝없이 펼쳐진 사막.
그 중심에,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차조귀는 몸을 떨었다.
저 ‘구덩이’는 방금 전까지, ‘백음역’이 있던 장소였다.
마교주가 자신의 공법으로 원구형의 결계를 덮어 놓았던 장소였었다.
차조귀는 떨리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내뿜어지는 빛에 의해 하늘은 파란 하늘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빛을 내뿜는 광원은 대체 무엇인가.
그랬다.
그 광원은 ‘백음역’이었다.
백음역이 축복으로 이뤄진 빛을 내뿜으며, 천공에 둥둥 떠서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 * *
“진법 활성, 공령지 연결 완료.”
“용맥 응집 완료, 부유진 정상 가동 중.”
“진법 충전 12할 완료. 언제든지 시전 가능합니다.”
우우우웅―
나는 내 앞, 공령지의 인력을 만지작거리는 홍범.
옆쪽에서 진법을 통솔하는 김연, 그리고 무극교단 전역에서 불러모은 진법사들을 내려다보며 교좌에 앉아 인력을 움직였다.
[남은 교도들은 들어라.]우우웅―
[이 미치광이 교주와 뜻을 함께해 주어 매우 고맙다. 이제부터, 우리 무극교단은 백음역과 함께 긴 여행을 할 것이다. 그대들이 살던 이 구역 전체는, 내가 살던 곳처럼 하나의 천공도가 되어 먼 곳을 부유하며, 세계 곳곳에 무극교단의 이름과 가르침을 알릴 것이다.]백음역의 중심인, 무극교단 본부.
그 무극교단의 중심인 무극교전.
나는 교전의 지하에 앉아, 광대한 의식 영역으로 백음역 전체를 살폈다.
지난 세월간 설치한 진법이 백음역의 용맥을 움직여 하늘로 띄워 올린다.
인간족 구역의 천공도처럼.
그리고, 등선향처럼.
등선향의 승천문.
나는 그것을 떠올려 이 계획을 시행했다.
양수진이 만든 승천문은 등선향의 영력에 영향을 받는다.
등선향 자체와 인력으로 엮여 있는 것이었다.
나는 등선향과 같이, 백음역 전체를 인력과 용맥으로 공령지와 엮었다.
이제 이 땅은 무극교단의 성지가 될 터다.
[앞으로 새로운 땅으로 태어날 이 백음역에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터. 이제부터 이 땅은, 천공도(天空島) 광음역(光陰域)이다.]쿠구구구구구!
나는 무극교전의 교좌.
모든 진법의 중앙에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꾸구구국!
인력이 움직인다.
일대 지역을 띄워 올린 부유진은 단순히 용맥의 힘을 썼을 뿐.
합체기 태수들의 공격을 대막사해성으로 흡수해 만들어 낸 힘은 아직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힘을 써야 하는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파직, 파직!
전명훈이 옆에서 적뢰를 튀기며 재밌단 얼굴로 팔짱을 꼈다.
“이제 가는 건가.”
[그래, 동료들을 구하러 가자.]이제, 금신천뢰문의 문도들을 구하러 갈 시간이다.
[계멸축지진(界滅縮地陣). 발동!]* * *
쿠구구구구!
차조귀의 안색이 달라졌다.
‘이런 미친, 마교주 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영역이 갈가리 찢겨 치명상을 당한 그였다.
마교주가 뭔가를 하려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공에 뜬 백음역을 바라볼 때였다.
끼기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리며, 공간이 찢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안쪽에서부터 ‘그것’이 나왔다.
콰지지지직!
그것은 전신에서 적뢰(赤雷)와 흑뢰(黑雷)를 마구 튀기는 거신이었다.
여섯 개의 팔을 가진 거신은, 여섯 개의 그림자를 등에 진 채 공간을 찢고 차조귀와 눈을 마주쳤다.
“뭐, 뭣! 네놈은 뭐냐!”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적뢰의 거신은 차조귀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뒤쪽에 있는 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때는 놓쳤었지. 하하, 네 벗들과 같은 운명으로 만들어 주마.]쿠구구구구!
거신이 차조귀의 등 뒤, 섭명함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차조귀는 거신의 목적을 눈치챘다.
‘이런! 백린을 노리는 건가!?’
“백린! 도망쳐라!”
그의 음성이 터지기가 무섭게 섭명함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거대한 백골 형상이 되었다.
[분하지만 이번에도 도망쳐야 하는구나! 백골탈각….] [또 놓칠 것 같으냐.]콰지지직!
다음 순간, 육비의 거인.
육극귀왕 전명훈은 일순간 번개가 되었다.
콰지지직!
치명상을 입어 움직일 수가 없는 차조귀가 뭔가를 하기도 전, 전명훈은 붉은 번개가 되어 천지를 뒤덮었다.
그는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
[적뢰천겁(赤雷天劫) 인다라망(因陀羅網).]콰지지지직!
붉은 벼락으로 이뤄진 그물이 하늘을 덮을 것처럼 펼쳐졌다.
수천 조각으로 쪼개진 백린의 원영들이 비명 같은 절규를 내질렀다.
[육극귀왕!!! 크아아아아!!!]차조귀는 치명상을 입은 몸을 일으키며, 흐릿한 인력으로 전명훈의 그물을 흔들었다.
“이…놈…! 마교도 놈아! 내 벗을 놔주어라!”
[흥, 귀찮게 하는군.]콰지지직!
“크아아아악!”
차조귀는 결국 적뢰에 맞고서 저 멀리 튕겨 나가 버렸다.
그때였다.
“크윽, 이런 젠장, 이걸 놔라!”
“흐아악! 하, 함장님!”
“살려 주십시오!”
차조귀의 눈에, 육극귀왕의 그물에 사로잡힌 몇몇 귀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천 조각으로 변해 곳곳으로 도망치려는 백린을 잡으려다 보니, 전명훈의 그물이 애꿎은 다른 귀물까지 잡은 것이었다.
전명훈의 그물에는 차조귀의 부관인 유혜와 몇몇 다른 선원들이 잡혀 있었다.
차조귀는 눈에 불을 키며 외쳤다.
“이놈! 사악한 마교도 놈! 당장 내 동료들을 풀지 못할까!”
[미안하군. 조금 있으면 출발할 거라서 힘 조절을 할 자신은 없다. 적당한 곳에서 떨어뜨려 줄 테니 걱정은 말아라.]콰지지지직!
전명훈은 자신이 빠져나온 공간 균열 앞에서 그물을 잡아당겼다.
하늘의 천공도가 기묘한 파동을 내뱉으며,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조귀의 부관인 유혜는 이를 악물며 전명훈의 그물에 작은 틈을 냈다.
콰지지직!
“유혜! 어서 빠져나와라!”
차조귀가 소리쳤다.
하지만 유혜는 다른 선원들을 먼저 바깥으로 집어던졌다.
그물은 점차 전명훈을 따라 공간 균열 안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유혜!”
차조귀는 축복과 뇌전에 절여져 덜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날아올랐다.
마침내, 유혜는 섭명함의 마지막 선원을 전명훈의 그물에서 탈출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전명훈은 유혜와 수천 조각으로 나눠진 백린을 끌고 공간 균열 안쪽으로 들어갔다.
유혜는 차조귀를 바라보며 웃었다.
“함장님, 그동안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치치칫―
그리고 전명훈이 공간 균열을 닫았다.
차조귀는 미친 듯이 하늘에서 빛을 뿜으며 점차 움직이고 있는 천공도로 날아갔다.
천공도는 새하얀 축복을 내뿜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차조귀의 몸이 불타 갔다.
“유혜!!! 안 돼!!!”
우우웅―
그러나 점차 천공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굼벵이 같은 속도로 나아가던 천공도는 한 호흡마다 10배속으로 빨라지는 듯했다.
위이이이잉―
파지지지직!
천공도에서 뿜어지는 빛의 장막을 향해, 차조귀가 마침내 손을 뻗었을 때였다.
번쩍!
천공도는 어마어마한 빛을 뿜어내더니, 일순간 사라졌다.
“….”
차조귀는 멍청한 표정으로 다시금 점차 어두워지는 허공을 바라만 보았다.
공간이 접힌 게 느껴졌다.
그래, 축지법이었다.
심지어 단순한 축지법도 아니었다.
합체기 수사조차 한 번에는 따라잡을 수 없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거리.
수십만 리의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은 말도 안 되는 축지법.
차조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을 떨었다.
“유혜… 백린….”
마교에 잡혀간 그의 부관이자 연인.
그리고 그의 옛 벗인 백린.
“흐아아아아아!!!”
차조귀는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찾기 시작하는 명귀계의 하늘 아래에서, 미친 듯이 절규를 내뱉었다.
* * *
위이이잉―
느껴진다.
이 광음역 전체가 무수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축지법이라기보단, 차라리 공간 전송 같은 느낌도 들었다.
쿠구구구구!
나는 어마어마한 시공간의 압력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웃었다.
계멸축지진.
공령지를 통해 공간을 폭발시키는 계멸천공진을 통해 홍범과 나, 그리고 연위에게 진법지식을 전해 받은 김연이 개발해 낸 진법이었다.
계멸천공진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방식으로 폭발한다.
그리고 사축기 수사의 축지법은 공간을 잠시 뭉개서 접어 달리는 식으로 전개된다.
홍범이 이 둘을 합칠 생각을 해냈다.
계멸천공진은 인간족이 만든 악의의 결정체. 그 악의의 결정을 펼친 후, 나의 저주와 동화시킨다.
그런 후 내가 백란축성문으로 저주와 함께 그 악의의 결정을 반전시킨다.
그리하면 계멸천공진은 단순히 파괴를 위한 진법이 아닌, 다른 용도를 가진 진법이 된다.
홍범은 반전된 계멸천공진의 목적을 ‘축지법’을 위한 진법으로 바꾸었다.
대막사해성으로 합체기 귀왕들의 전투에서 힘을 흡수하고, 악의의 결정인 계멸천공진에 주입해서 진법을 충전한다.
그런 후 내 저주와 동화시킨 계멸천공진을 반전시켜 계멸축지진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대로, 계멸천공진의 어마어마한 힘을 단숨에 축지법으로 전환해서 일반적으로는 이동할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한다.
번쩍!
쿠구구구구!
마침내 길고도 짧았던 계멸축지진의 1차 목적지에 도달했다.
‘앞으로 6보.’
계멸축지진은 총 7번의 축지법을 행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한 번에 너무나 무량한 거리를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니, 한 번 이동하고 잠시 진법의 과부하를 식히는 틈새를 만들어 줘야 했다.
“1차 목적지 도착. 현재 원 백음역의 위치로부터 20만 리를 이동했습니다.”
[훌륭하다. 다음 진법 발동 시간은 언제지?]“하루 뒤입니다.”
[좋다. 하루 동안 잠시 1차 목적지에서 부유하며 진에 걸린 과부하를 식힌다.]나는 광음역 전체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깔린 진법.
그리고 남아 있는 광음역의 무수한 교도들.
교도들이 광음역의 용맥에 접속해서 진법을 보조해 주고 있었다.
‘훌륭하군.’
나는 그 모습이 썩 흡족해 미소 지었다.
나갈 이들은 나갔고, 남은 이들은 더더욱 본교에 충실한 교인들이 되었다.
내가 흡족해할 때였다.
“서은현. 아니… 교주님. 지난번 놓쳤던 그자를 잡아 왔습니다.”
전명훈이 흡족한 얼굴로 한 손에 백골로 이뤄진 사령 생물을 잡아든 채 걸어왔다.
[호오, 그렇군. 그대가 백린인가. 위시혼과 음와로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다.]나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본교를 탐방하게 해 준 후, ‘시술’과 ‘은총’을 받게 해 주겠다.]백린은 몸을 움찔 떠는 듯했으나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대로 해라. 마교주 놈….”
[하하, 음와와 위시혼에게 보내 주도록. 수호귀왕 부부가 잘 대해 줄 것이다.]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사실… 문제는 원래 목표로 했던 수호귀왕들의 친구 말고, 실수로 다른 녀석도 하나 같이 잡아 와 버렸지 뭐냐.”
[음?]전명훈이 손짓을 하자, 뇌전으로 이뤄진 포승줄에 꽁꽁 묶여 있는 새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교좌 앞으로 끌려왔다.
“그 섭명함에 타고 있던 사축기 중 한 놈도 실수로 잡아 왔지 뭐냐. 이 녀석은 어떡하지?”
[흐음….]나는 안광을 빛내며 소복을 입은 귀신을 바라보았다.
그 귀신은 나를 노려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큭, 죽여라…! 마교주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