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55)
마교 (7)
쿠구구구구!
어두운 명귀계의 하늘 아래.
안계 지역의 북쪽 끝, 난계 지역과 인접한 지역.
그 인근에서, 어마어마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대호법, 태수급 귀왕이 한 명 더 도착했습니다.”
“그래, 보인다.”
전명훈은 광음역의 끝자락에서 팔짱을 낀 채 귀물들의 보고를 받으며,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바라보았다.
“살기를 엄청나게 날려대는군.”
그는 담담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아 금소해의 손을 쓰다듬었다.
튀겨져서 물기도 없는 데에다, 전명훈이 특수한 방부처리를 한 그녀의 손은 아직까지도 그때 그대로의 형상이었다.
태연한 전명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뒤쪽으로 오현석과 김연이 다가와 말했다.
“그나저나 명훈아, 저거 괜찮은거냐? 방금 도착한 태수급 귀왕까지 합치면… 벌써 합체기 귀수들이 30명이다.”
말 그대로였다.
그들이 진인의 신자가 있던 영역에 자리를 잡고 6개월.
서은현이 폐관에 들어간 그 기간동안, 명귀계의 전 세력에서 합체기 태수들을 이곳으로 집결시키고 있었다.
명귀계 전역이 병력을 모아 무극교단과 전쟁이라도 치루려는 듯한 광경.
“지금부터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명귀계 사대세력이 진심으로 총력전을 치루려는 것 같은데, 아마 몇 달 뒷면 합체기들이 몇백 단위로 모여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그가 껄껄 웃는 모습을 보며, 오현석은 더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으음, 지금이라도 그 연위라는 분을 다시 부르는 게 어떠냐?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게 맞는거냐?”
“뭐… 저희 선조님이 여러 방면으로 박식하시긴 합니다만 가끔 보면 꽤 허당이시라서 말입니다. 선조님보다는 서은현을 믿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녀석이 오판이라도하면?”
“오판처럼 보일 수 있어도, 녀석은 믿는 게 좋습니다.”
그는 금소해의 손을 꽈악 움켜쥐며 뇌까렸다.
“아마 일전에 동료의 말을 제대로 믿어줬었다면… 어쩌면 소해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오현석은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나도 믿도록 하마.”
그때였다.
번쩍!
부웅!
사대세력 연합군의 진지측에서, 광음역을 향해 빛의 창이 쏘아져 왔다.
빛의 창은 파사현정의 기운을 머금은 채 명귀계의 귀기를 사르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오현석은 그 모습을 보며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하, 이제 슬슬 시비도 걸어오는군.”
그의 전신에서 보랏빛 기운이 끓어오르려 할 때였다.
김연이 오현석을 지나쳐 앞으로 나섰다.
우우웅!
연분홍빛 궁장을 펄럭이며, 그녀가 자세를 잡는다.
전명훈은 김연을 보며 흠칫 놀라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어이, 김연. 괜찮은 거냐?”
그러나 김연은 대답이 없었다.
잘근, 잘근…
대신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불안정한 눈빛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안 돼… 용서 못해. 서은현은 내 거야. 서은현을 해치려는 것들은 용서할 수 없어…!”
촤락!
그녀는 발을 굴러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하더니, 그대로 빛의 창을 향해 왼손을 올려쳤다.
콰아앙!
파사현정의 빛을 머금은 광창은 그대로 하늘로 튕겨져 나가며 하늘에서 핑그르르 회전했다.
김연은 허공에서 자세를 바꾸며, 압도적인 거력(巨力)을 머금은 오른손을 뒤로 젖혔다.
광창이 아래쪽으로 떨어지며 김연의 눈높이에 도달했다.
그녀는 절묘하게 광창의 손잡이 끝부분을 향해 젖혔던 오른손을 다시 후려쳤다.
콰아아앙!
연분홍빛 파문이 허공에서 너울지는 듯하더니, 광창은 왔던 곳을 향해 다시 되쏘아졌다.
쿠과과과광!
명귀계 연합군의 진지 방향에서 파사현장의 빛이 폭발하며 소란스러운 기색이 만연하게 퍼졌다.
탁!
일련의 무위를 선보인 김연은 다시 땅으로 내려온 뒤, 입술을 잘근거리며 진지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공격이 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전명훈은 불안한 눈빛으로 김연을 바라보았다.
‘광증의 주기가 짧아졌어.’
이전에도 김연의 광증이 도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서은현이 옆에 있으면 항상 괜찮아지는 듯 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서은현이 폐관에 들어간 지금.
김연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전명훈은 김연을 관찰했다.
그 역시 이전에 금소해를 잃은 직후, 반쯤 미치기 직전까지 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김연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광증이 발작하는 거지? 지구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전명훈 그 자신처럼 연인을 잃은 것도, 강민희처럼 무수한 귀신을 받아들인 것도, 서은현이나 오현석처럼 무식한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괴군에게 잡혀있던 시절이 많이 힘들었다곤 했지만 서은현이 원격으로 위로해줘서 그 시절엔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했다.
‘이상하군.’
그가 보기에 김연의 광증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누군가가 주입해놓기라도 한 광기.
하지만 전명훈은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었으면 서은현이 조치했을 터.’
서은현이 김연을 내버려둔 상태에서 폐관에 들어갔단 건, 김연이 스스로 저 증상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 터.
‘서은현이 김연을 믿고 있는 만큼, 나 역시 믿어줘야겠지.’
전명훈은 소해의 손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지, 소해?’
그는 동료를 믿었다.
설령 겉보기에 불안불안해 보일지라도, ‘믿어준다’라는 것은 결과를 맡겼다는 의미.
그는 서은현을 믿었고, 김연과 오현석을 믿었으며, 수호귀왕들을 믿었고 또한 무극교단을 믿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김연을 걱정하는 것보단, 전심전력으로 서은현의 폐관이 끝날때까지 교단을 지키는 것.’
그의 눈에서 미약한 적뢰가 흘러나왔다.
“…무극교단 대호법 전명훈으로서 명한다. 방금 전과 같은 요격은 김연이 막지 말라. 대신 우호법 오현석에게 맡기도록. 김연 너는 대규모 공세가 있을 때 괴뢰들을 움직여 대규모 공격을 막는 역할이다.”
전명훈은 금소해의 손을 목함 안에 살포시 집어넣고 다시 품 속에 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의 진지에 혼란과 독을 불어넣는 것은 홍범이,
멀리서 날아오는 요격은 오현석이, 대규모 공세는 김연이. 그리고 직접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태수급 귀왕은 내가 상대하겠다. 앞으로 본인들의 역할을 잘 기억하도록!”
그 말에 김연은 잠시 전명훈을 바라보는 듯 하더니, 광증 속에서도 일단은 받아들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쿠구구구구-
명귀계 곳곳에서 태수급 귀왕들이 점차 더더욱 반대편 진지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점차 광음역을 향한 공격이 빈번해졌다.
콰아앙!
오현석이 별의 거신으로 변해, 창익천쇄를 통해 녹색 부적을 후려치며 혀를 내둘렀다.
“손이 얼얼하군. 이게 합체기 수사의 일격인가…”
그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서려있었다.
“정말 이걸 감당할 수 있는 거 맞느냐? 이제 합체기 수사들의 수가 50을 넘는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걸’ 쓰면 제가 한순간이나마 막아낼 자신은 있습니다.”
“그, 그래… 네겐 ‘그게’ 있지.”
하지만 말을 하는 전명훈 역시 좋아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빨리 폐관을 마쳐라, 서은현.’
단기전이라면 전명훈도 특수한 방법을 통해 합체기 태수 50명에 맞먹는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명훈으로서도 상당한 위험을 요하는 방식이었다.
거기다가 태수들이 계속해서 저렇게 추가된다면 전명훈으로서도 방도가 없었다.
‘믿고 지키고 있겠다, 서은현! 그러니 부디… 빨리…!’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서은현을 믿고 기다리는 것뿐.
전명훈은 사축기 대원만에 달한 자신의 수행을 관조하며, 긴장에 찬 눈으로 상대편 진지를 노려보았다.
* * *
쿠구구구!
어두운 밀실 안.
그 안쪽에서, 연기기 14성 무극영운의 경지에 달한 소년이 영운(靈雲)을 주변에서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년은 눈을 반개하더니 자신의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영운을 그대로 들이마셨다.
동시에.
쿠르르릉!
그의 단전 안쪽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리더니 그의 안쪽에서 하나의 영운이 생성되었다.
우우웅!
소년의 몸 안쪽에서 미약하지만 정순지력이 맴돌았다.
소년, 함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 드디어…!”
그는 자신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정순지력을 보며 희색을 숨기지 못했다.
“내가… 축기기에!”
그는 천기를 읽으며 자신의 수명이 300년이나 추가된 것을 보며 뛸 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나도 진정한 반신의 반열에 도달했구나!’
그때였다.
그의 앞에서 백의를 입은 남성이 피식 웃으며 혀를 찼다.
“이제 고작해야 축기기에 막 올랐을 뿐이야. 각수성을 잘 다스리며 경지를 안정시켜라. 결단기인 네 스승을 극복하려면 한참은 남았어.”
“예…! 반신에서 현인신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긴 했지요.”
“…그래… 뭐 결단기는 쉬운 경지가 아니긴 하지. 어쨌든. 이제 ‘작업’도 더 빨라지겠구나.”
“예, ‘규토장성결’이 더더욱 활성된 게 느껴지긴 합니다.”
약 1년전.
함진은 위대한 존재가 알려주었던 지식.
‘규토장성결’의 구결을 운용했다.
위이이잉-
어두운 밀실 안쪽, 용맥의 빛이 몰려들었다.
듣기로는 본래 축기기용 공법이었지만 눈 앞의 백의인이 연기기부터 익힐 수 있도록 개조한 공법.
함진은 이 공법을 통하자, 계곡 내에 있는 용맥들이 생생하게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얻었다.
‘연기기 때에는 용맥 한 줄기의 위치나마 겨우 느꼈는데, 이제는 수십, 수백개의 용맥을 위치나마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미소를 지었다.
지난 1년간, 스승 염곡의 눈을 피해 그는 절귀곡 곳곳의 용맥의 방향을 뒤틀었다.
어느덧 절귀곡 곳곳의 용맥은 서로 얽히고설켜, 처음 위대한 존재가 요구했던 진법의 형상을 어느 정도 띄고 있었다.
이제 함진이 축기기에 오른만큼 진법을 완성시키기는 더 쉬울 테였다.
“어쨌든, 이제 조금만 더 진법을 수정한 후 위대한 분께서 진을 발동해 주시면…”
“그래, 너는 네 스승에게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드디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미리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축기기에 오른 건 당신 덕입니다, 투귀님.”
“하하, 네가 열심히 따라준 덕이다.”
함진은 무극귀왕이 그에게 내려준 존재, ‘무한투귀’에게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올렸다.
그는 1년전을 떠올렸다.
그 위대한 존재, 무극귀왕의 말이 떠올랐다.
[내 너에게 공법을 알려줄 것인즉, 너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야. 그러니만큼 네게 이 공법을 해석해줄 도우미를 붙여주마.]함진이 무극귀왕을 의식세계에서 마주한 후, 그는 눈을 떴을 때 ‘새로운 존재’를 볼 수 있었다.
백의를 입은 신비로운 남성.
그는 자신을 ‘무한투귀’라고 부르라고 했으며, 무극귀왕이 함진에게 붙여준 도우미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투‘귀(鬼)’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지.
그는 함진의 눈에만 보였고, 그의 스승을 포함한 절귀곡 내의 어떤 존재도 투귀를 눈치채지 못했다.
무한투귀는 지난 1년간, 너무나도 상세하게 함진에게 공법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기의 흐름을 인도해주며 그의 경지를 도야시켰다.
그 덕에 함진은 이 말도 안되는 시간 안에 축기기에 오를 수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투귀님. 어째서 무극귀왕께선 본인이 직접 제게 공법을 가르쳐주시지 않고 투귀님을 보내신 걸까요?”
함진은 어두운 밀실의 문을 열어젖히며 물었다.
투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니. 왕께서는 지금도 수많은 세계에 의식을 늘어뜨리시고, 수많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시고 계시기에 그리 여유로우시지 않으시다고.”
“그러시군요… 하긴, 귀왕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셨다면… 조금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아마 무서워서 숨 넘어가지 않았을까?”
투귀는 선한 얼굴로 함진을 놀려댔고, 함진 역시 빙긋 웃었다.
그러나 곧 그는 얼굴에 띄운 미소를 지웠다.
밀실을 나가고 얼마 후, 그의 스승인 염곡이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와 그의 몸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이었다.
“정말! 세상에! 정말이로구나! 흐하하, 이 짧은 기간 안에 그 경지에 도달하다니. 역시 내 애제자다! 아아, 최고군! 정순지력이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이 생기넘치는 몸이라니!”
염곡은 한참 흥분해서 입에서 당장이라도 침이 떨어질 듯이 함진의 몸을 훑어보았다.
함진은 옆에 있는 무한투귀에게 시선을 주었다.
염곡은 전혀 투귀를 인지하지 못했고, 투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함진에게 말해주었다.
“이번에도 시험이다. 얌전히 있거라.”
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한투귀가 함진의 옆에서 맴돌게 된 이후, 무한투귀는 그의 스승인 염곡이 그에게 무슨 짓을 하려 할 때마다 염곡의 심리를 읽어서 알려주었다.
“좋아하는 척 하지만 너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단기간에 축기단도 없이 축기기에 오른 것을 상당히 의심하는 중이다.”
함진은 침을 삼켰다.
그때였다.
염곡이 껄껄 웃으며 함진의 어깨를 두들겼다.
“제자가 이렇게 든든하게 성장했으니 여한이 없다! 이왕 이리 된 것, 사흘 후 네게 내 모든 것을 물려주겠다!”
“….!”
그의 말에 함진의 눈이 흔들렸다.
‘그, 그 말은…’
이제 함진의 몸이 충분히 익었으니, 그의 몸을 빼앗겠다는 의미였다.
함진은 공포에 찼지만 옆에서 그를 지켜봐주는 투귀의 시선에, 간신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사부님의 모든 것을 이어받게 해 주신다니, 너무나 영광입니다!”
“…그래. 네가 좋아한다니 나도 좋구나.”
염곡은 의미심정한 눈으로 함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사흘 후, 유화국의 현인신들을 모두 초대해서, 내 본명법보인 흑릉인(黑陵印)을 네게 전해주겠다. 그들의 앞에서 내 후계를 너로 알릴 터이니, 그 날에 실수하지 않도록 행동거지를 돌아보도록 하여라.”
함진의 어깨를 두드려준 염곡은 뒤를 돌아 함진의 동부를 나섰다.
“…투귀님, 어, 어떻게 하지요? 사흘 후에 제 몸을 빼앗는다는데…!? 아니 그것보다…”
함진은 이해가 가지 않아 투귀에게 질문했다.
“유화국 삼대 현인신은 전부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그들을 초대해서 저를 후계로 천명하겠다고요…? 무슨 뜻이지?”
무한투귀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모종의 이유로, 그 세 명의 결단기들이 협력하는 관계인 듯 하구나.”
“예!?”
함진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삼대 현인신들이 사이가 나쁘다는 사실을 이용해 스승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기대를 걸고있던 함진에게 그러한 사실은 너무나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투귀는 같잖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아마 그 결단기 셋이 원하는 바는 어쩌면 무극귀왕이 원하는 바와 같은 듯하니. 법보 어쩌구 하는 걸 보아… 아마 법보를 통해 지하에 있는 것까지 길을 뚫으려는 듯 한데… 그리 되면 오히려 진법을 더 손볼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예…?”
“걱정 말거라. 내 능력을 통해, 네 스승이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네가 모르는 부분까지 알아냈으니 말이다. 그는 일종의, 몸을 격발시키는 술법을 통해 지하까지 단숨에 ‘길’을 뚫으려는 게다. 그런 후 빠르게 네 몸으로 갈아타려는 게지.”
“….!”
함진은 무한투귀를 통해 그 사실을 전해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투귀님, 제가, 살 수 있습니까?”
그를 보낸 무극귀왕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무한투귀는 고작해야 단수기는 될까 싶을 정도의 기력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무극귀왕이 위대하다지만 그는 머나먼 이계에 거하고, 그의 스승은 바로 코앞에 있다.
“제, 제 스승인 흑릉 노괴 염곡은… 현인신입니다! 금단이 부숴지기 전까지는 죽지 않는, 인세의 신이란 말입니다!”“……”
‘이, 이렇게 거사일이 빨리 다가올줄은 몰랐는데…’
함진은 불안에 휩싸여 이를 갈았다.
“무한투귀님, 알려주십시오, 제가 정말 저 현인신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무한투귀는 그를 보며 잠시 무어라 설득하려는 듯 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걱정 마라. 의심치 말고 믿어라. 내 너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마. 너는 언젠가 저깟 결단기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을 경지에 오를 것이다.”
“하, 하지만…”
우우웅-
“…!”
그러나 함진이 무어라 더 묻기도 전.
어느새 무한투귀는 한줄기 바람이 되어 함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불안에 떠는 함진의 귓가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걱정치 말아라. 내 이미 경지에 들었는즉, 너 하나를 구할 힘은 충분하나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말.
하지만 함진은 어쩐지 자신감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며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쿠구구구구!
명귀계.
광음역.
그 제일 앞쪽에서, 무극교단의 호법과 수호귀왕들이 도열하여 저 건너편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별들이 흉흉한 빛을 뿜고 있었고,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흉광이 상대 진영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현석이 침을 삼켰고, 김연이 흉흉한 광증을 드러낸다.
그리고 전명훈은 그 중심에 서서 눈을 빛냈다.
“합체기 96명… 그리고 진인에게 침식당한 신자 7명…”
저 멀리,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마치 서은현 같아보이는 7명의 귀왕들이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게 보였다.
전명훈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들 긴장해라. 이제 저것들이… 전부 모였다.”
명귀계 전체 세력이 공적으로 지정했다곤 했지만 그들의 모든 전력이 올 수는 없다.
본인들의 영역을 지키고 관리해야 할 인력들도 필요하니, 아마 각 세력에서 보낼 수 있는 한도를 정해서 저만큼 수를 맞춘 것일 터.
아마 더 이상 합체기 귀왕이 추가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저것이 이제 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108명의 합체기 태수들이다.
‘서은현도 고작해야 10명 남짓의 태수를 상대로 동귀어진할 수 있다. 과연 나는… 저들에게서 광음역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러나 전명훈은 고개를 저었다.
의문문은 필요 없었다.
반드시 지켜내야 했다.
그때, 김연이 눈을 빛냈다.
“온다.”
전명훈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말 그대로였다.
여태까지 멀리서 원격으로 법술이나 날려대던 이들이,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명훈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차올랐다.
그러나 전명훈은 긴장했을지언정 이를 악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지켜줘, 소해.’
쿵, 쿵, 쿵, 콰지지지직!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의 덩치가 커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전명훈은 육비의 거신으로 변화했다.
지난 시간동안 오행축으로 쌓은 네 개의 축이 전명훈의 안에서 움틀거렸다.
[공격!]그리고, 저 멀리서 7명의 ‘신자’들.
진인의 침식체들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
아아아아-
서은현처럼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들이 동시에 입을 벌리며, 수많은 광선같은 것들을 광음역으로 날렸다.
아예 본인의 몸으로 육탄돌진을 하는 것도 있었고, 각각의 입에서 귀왕들을 꺼내 집어던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전명훈은 눈을 빛내며 여섯 개의 손을 그의 단전 어림에 가져갔다.
위이이잉-
그의 머리 뒤로 원형의 후광이.
그의 단전으로 네 개의 축이 떠오른다.
천원지방!
[천지합일(天地合一)을 시작한다.]콰지지지지직!
뇌전이 튀기며, 전명훈의 천원과 지방이 합일된다.
그와 동시에.
콰르르르릉!
하늘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천겁이 전명훈을 향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광경을 본 사대세력의 귀왕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 놈… 뇌전 신통을 다룬다 듣긴 했지만 싸움을 앞두고 승급을 치룬다고? 미친 건가?”
“죽고 싶은가 보지. 모두 공격해라!”
귀왕들은 내색하지 않고 전명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콰르르르릉!
천겁이 꺾이며, 전명훈 대신 전명훈을 공격하려는 이들에게 날아갔다.
콰아아앙!
진인의 침식을 받은 신자들조차 천겁의 기운에 움찔거리며 멈춰섰다.
그리고, 천겁의 폭풍 중심에서 전명훈이 웃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천겁을 맞을 때 가장 강해져서 말이지.]콰지지지직!
천겁이 물든다.
청색과 금색.
쌍색이었던 천겁이, 점차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는 내 영약이자 법보요.]콰지지지지직!
전명훈을 향해 내리꽂히던 천겁이 그의 손 안에서 얌전히 응축되며, 번개의 창이 되었다.
[곧 나의 의지로다.]콰르르르릉!
번개의 창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갔다.
마치 그것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서광 같아 보이기도 했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 마침내 별에 닿을 듯 길어진 뇌창을 잡은 전명훈이, 히죽 웃었다.
[덤벼라, 절대로 광음역에는 발 들이지 못한다!]콰지지지지직!
그리고, 전명훈이 뇌창을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는 천겁의 창이, 귀왕들을 향해 휘둘러졌다.
* * * *
어둠 속.
나는 무수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사축기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너무나 간단한 것이지.’
천원지방이라면서,
어째서 천인 다음에 사축인가.
최소한 천인기 다음의 경지에는 지(地)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게 아닌가.
지축(地軸).
그래, 중경계의 첫 경지의 이름은 사축이 아닌 지축!
지축기인 것이었다.
“그럼… 제대로 된 지축기에 진입해 볼까.”
드디어.
1만년치의 수명을 모았다.
그럼 남은 것은 진정한 수축을 얻는 것뿐!
나는 수축제의를 치루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전명훈은 천지합일에 들어섰다.
명귀계에서 벌인 모든 일의 결말이 이제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