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61)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4)
섭명함의 구조를 토대로 만든 양산형 섭명함.
통칭 ‘북향함’은 4개의 등급체계로 나눠졌다.
첫째는 지휘선이자 함장이 탑승하는 일향함.
현재까지 제작된 일향함은 총 세 대로, 한 척당 길이 400장, 폭 70장의 크기를 지녔으며, 북향함대의 동력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서 휘하의 이향함들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일향함의 전투 동력은 최대 천인기 대원만, 최소 천인기 초기 급이었다.
둘째는 본격적으로 함대전을 벌일 때 사용하는 이향함.
현재까지 제작된 이향함은 총 31대로, 한 척당 길이 100장, 폭 10장의 크기를 지녔다.
일향함에게 받은 동력을 휘하의 삼향함들에게 공급하며, 일향함의 전투동력은 최대 천인기 초기, 최소 원영 중기 급이었다.
셋째는 함대전에서 이향함을 보조하고 사향함을 지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삼향함.
현재까지 제작된 삼향함은 총 322대로, 한 척당 길이 60장, 폭 7장의 크기를 지녔다. 일향함, 이향함을 거쳐온 동력을 가공하여 사향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삼향함의 전투동력은 최대 원영 대원만, 최소가 원영 초기 급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향함대에게 고력계에서 ‘무패함대’의 별명을 지어준 북향함대의 꽃, 사향함.
현재까지 제작된 사향함은 총 6천27대로, 한 척당 길이 10장, 폭 15척의 크기를 지녔다.
그리고 사향함은 전투를 상정할 때를 책정한 전투 동력 기준이 없었다.
애당초 사향함은 전투를 위한 전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향함대가 최강의 함대라 불리는 것은 사향함들 덕이었다.
애당초 북향함대의 일향함을 제외한 이향함, 삼향함 등은 오로지 사향함들을 지키고 통제를 쉬이 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었다.
애초에 북향함대는 전투력에 중점을 둔 함대가 아니었고, 총 6천3백83대의 함선들을 전부 합쳐봤자 사축기 후기에 준하는 전력이었다.
그리고, 그 3분지 일 정도만 끌고 온 현재로썬 사축기 초중기 정도의 전력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향함대의 함장선.
일향함의 뱃머리에 선 함대장, 백의 여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1함대는 200척씩 5전대로 나뉘어서 목표지점의 동, 서, 남, 북, 상공을 장악한 후 해권(海圈) 생성을 준비. 2함대는 일향함을 호위하며 목표지점으로 천천히 이동 목표 지점 도착 1식경 전에 2함대 7, 8, 9전대는 따로 빠져서 해란(海亂) 시동을 준비. 6전대와 10전대만 남아 직접 전투를 준비한다.”
그녀는 눈앞 허공에 떠오른 반투명한 족자에 빠르게 명령어를 입력하며 북향함대를 조작했다.
그녀의 명에 따라 2천여척의 함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얼마간 명령어를 입력하며, 북향함대의 몇 안 되는 선원들에게 작전을 하달하던 그녀는 문득 북향함대의 목표 지점.
저 멀리 이계의 귀물들이 나타났다는 곳을 바라보았다.
‘왜 이러지?’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고력계에서 영약을 잔뜩 섭취하며 겨우겨우 원영기를 단 그녀였지만, 정작 천족 수행을 쌓았기에 천기를 읽을 수 없어 예지나 예감은 전부 잃어버린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육감에, 뭔가 귀물들과 마주하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단 느낌이 잡혔다.
두근, 두근…
긴장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그녀는 여지껏 느끼지 못한 기분을 느끼며, 저 멀리 귀기가 가득차기 시작한 해역을 노려보았다.
* * *
나는 육요를 어찌 처리할까 고민했다.
‘상당히 귀찮게 되어버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육요를 먼저 심문하는 것이었다.
만약 육요의 정체와 내력에 대해 알았다면 치료고 뭐고 그냥 바로 정룡궁 요족들에게 던져줬을 터였다.
하지만 일이 이리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심기가 불편한 기색으로 육요를 노려보자, 그녀는 잉어인데도 식은땀을 흘리며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시도해 보았다.
“하하, 그나저나 선배님. 송구스럽긴 합니다만, 용형둔갑술을 선배님께 바칠 테니 저 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
“이번에 아버님께 잡히면 아버님 성격상 그 포악한 해적단장한테 무조건 시집을 보낼 겁니다! 절대 그럴 순 없어요! 그 자는 아마 절 잉어찜으로 만들 게 분명합니다!”
“……”
그녀는 투귀족 해적단장 진마열이라는 자의 잔혹함과 포악함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혀를 찰 뿐이었다.
‘과장하는 게 눈에 보이는군.’
너무 극심하게 과장을 하다보니 오히려 거짓말인 게 확 티가 났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아니 선배님. 정말 용형둔갑술 안 궁금하십니까? 이래뵈어도 선술(仙術)에서 갈라져나온 술법으로 이름이 높은 신통입니다만…”
“선술이라…”
나는 그 말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구결이나 줘 보거라.”
내 말에 육요는 빠르게 옥간을 꺼내서 구결을 복제하는 듯 하더니, 내게 옥간을 넘겨주었다.
옥간을 읽어본 나는 눈을 찌푸렸다.
“뭐냐, 후반부 구결밖에 없잖느냐.”
“헤헤, 절 좀 탈출시켜 주시면 전반부도 드리겠습니다요. 아버님한테 다시 잡혀가는 건 좀…”
‘단순히 해적단장한테 시집가기 싫어하는 건 하니군.’
나는 육요를 관찰하던 중 뭔가를 알아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인 육린이란 자에게서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 건가.’
그러나, 나는 이 망나니 같은 잉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더 듣는 것도 귀찮아 굳이 더 묻진 않았다.
“용형둔갑술의 전반부는 용의 기운을 얻은 후 그를 배양해서 용의 모습을 베끼는 내용이며, 후반부는 베낀 모습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리고 용형둔갑술의 단점들에 대해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흐음…”
나는 후반부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용형둔갑술의 단점이란 다음과 같았다.
우선 한 번 용으로 둔갑하면 본신의 전투력과 이동속도, 그리고 체력과 내구력 등이 떨어지고, 한 번 둔갑하면 푸는 데에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그리고 너무 오래 그 대상으로 변신해 있으면 그 대상의 인격에 침식당해 정신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단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용형둔갑술의 후반부 구결을 읽던 중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는 이 술법이 무슨 술법인지 알고 썼느냐?”
“예? 그야 종족을 변화할 수 있게 해 주는 신통 아닙니까?”
“맞긴 하다만,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이해했느냔 말이다.”
“아… 제가 아직 이해가 낮아 과정까진 잘 몰랐습니다만…”
나는 19개의 턱 중 하나를 쓰다듬으며 눈에 불을 밝혔다.
“이건 일종의 저주다.”
“예?”
“상대에게 이형의 외모를 덮어씌우는 저주. 그리고 내 음혼귀주문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이형으로 변하는 경험을 많이 해 보아야 대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어… 아니, 용이 되는 술법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아니. 용이 되는 건 맞다. 저주 중에는 영원히 적용되는 저주도 있으니까. 정확히는 저주를 통해서 스스로를 용으로 제련하는 게 이 용형둔갑술의 핵심인 듯 하군.”
“헛…!”
그녀는 뭔가 짚이는 게 있었는지, 크게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내게서 단서를 들은 그녀는 바로 가부좌를 틀고 의식을 집중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서광이 도는 듯 하더니, 경지가 조금 올라가는 게 보였다.
난 육요를 한번 흘긋 본 후, 용형둔갑술 후반부로 눈을 돌렸다.
‘이게 저주라면, 음혼귀주문이나 흑색혈루화와 마찬가지로 반전시킬 순 없는건가.’
나는 어쩐지 이 저주를 반전시키면 무슨 효과가 나올지 알 것 같았다.
우우웅-
자신의 모습에 남의 모습을 덮어씌워 변신하고 그 댓가로 약해지는 비술.
이를 반전시킨다면,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오롯하게 있으며 강해지는’ 비술이 된다!
나는 절로 흥이 돋아 용형둔갑술의 후반부 구결을 반전시켰다.
애당초 용의 기운을 제련하고 배양하는 전반부는 저주로 치면 대상을 설정하는 작업에 가까웠기에, 대상이 ‘나’인 지금으로선 후반부만 있어도 반전시키는 데에 문젠 없다!
파아아앗!
용형둔갑술에서 희뿌연 기운이 이는 듯 하더니 내 몸을 휩쓸었다.
나는 내 몸을 둘러보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
사축기 시점에 얻게되는 진체.
대막사해성으로 얻은 19개의 머리의 귀왕이 내 현재 형태였다.
‘합체기에 도달할 때 용형둔갑술을 반전한 이 술법이 썩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합체기에서 영역을 만들려면 자기 자신을 뚜렷히 하는 게 중요하니 말이었다.
‘용형둔갑술의 강화 효과는… 내겐 큰 의미는 없군.’
아마 천인기나 일반적인 사축기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였지만, 삼태극을 얻은 내겐 별 의미있는 강화는 아니었다.
그때였다.
“음?”
콰아아앙!
광음역의 결계를 향해 거대한 광탄이 날아와 부딪혔다.
천인기 대원만급의 일격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손님들이지?”
나는 클클 웃으며 교좌에서 일어났다.
육요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극교전 안으로 숨었다.
난 광음역의 상공에 떠올라 팔짱을 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수한 사축기, 천인기 수사들이 빼곡하게 주위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광음역의 옆에 있는 성란도를 흘긋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찌한건지는 모르지만, 성란도 역시 상당한 강자가 쥐도새도 모르게 숨어들어 있었다.
‘합체 초기 급인가. 귀찮게 되었군.’
상당히 은신술이 뛰어난 자였다.
내가 개량해온 월수궁무록에는 한 수 쳐지지만 그래도 긴장하지 않으면 쉽게 발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만 형태로 봐선 월수궁무록처럼 유기적으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 발동한 후엔 한참을 기다려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은신인가.’
나는 빠르게 무극교단 전역에 전음을 보내 경계경보를 발령한 후 크게 외쳤다.
[웬놈들이냐.]내 모습을 본 사축기 요족 대다수가 흠칫거렸다.
나는 19개의 머리를 움직여 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38개의 눈에서 귀화를 불태웠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상대를 위압하기에는 제격인 모습이긴 했다.
내 위협에, 사축기 요족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서 소리쳤다.
[육요 공주님을 내놓아라, 이계의 귀물이여! 정룡궁주께서 공주님을 구해오는 자에게 공주님과의 혼인을 약속하고, 정룡궁의 후계로 삼겠다 천명하셨다!] [호오…]쿠그그그극-
나는 그 말에 히죽 웃으며 귀기를 드러냈다.
19개의 머리에서 음기가 충천하는 듯 하더니, 삽시간에 주변 해역에 귀기가 차올랐다.
끼야아아아아-
끄아아아-
키야아아아아악!
무수한 저주인형들이 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광음역 곳곳에서 기어나와 귀곡성을 내뱉었다.
쿠구구구구구!
내 인력에 의해 천지영기가 마구 비틀리고, 인근 공간 전체가 뜯겨나갈 듯 흔들거렸다.
내 힘에 의해 사축기 수사들의 인력이 무화되며, 인력으로 비행하고 있던 몇몇은 하늘에서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내가 어떤 수준인지를 대략 인지한 듯 했다.
나는 38개의 눈에서 귀화를 이글거리며 말했다.
[죽고 싶으면 덤벼 보거라.]내 말에, 약 48명의 사축기 수사들은 눈치를 보며 조금씩 물러섰고, 몇백 단위로 모인 천인기 수사들은 낭패한 기색이 되어 도망을 궁리하는 의념이 되었다.
‘좋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어.’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내가 흉포한 인상을 준다면 저들은 어쩌면 난색을 표하고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물론 숨어있는 합체 초기 녀석은 몰랐지만, 그래도 그 녀석 하나 정도를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리 생각했다.
파앗!
타닷!
저 멀리서부터 순풍이 불어오며, 황금빛 인영이 무극교전 위쪽에 뒷짐을 지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흑색의 삿갓과 흑색의 무복.
그리고 허리춤에 찬 낡은 도(刀).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익숙한 심상.
나는 멍한 눈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아…’
생각해보면 잠시 잊었던 것 같았다.
이 세계에, 그가 있었다는 걸.
나는 인근에서 광음역을 노려보는 잡것들을 무시한 채, 무극교전의 지붕 위에 도착한 김영훈의 앞으로 뛰어내렸다.
콰아아앙!
반가운 마음에 힘조절을 하지 못해, 무극교전의 지붕이 조금 부숴지며 흙먼지가 날린다.
나는 그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랫만입니다, 형님!]그리고.
“……”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날 아나?”
[…아.]생각해보면 어전일보에 도달한 후에는 심상을 압축할 수 있게 되었기에 도리어 서로의 심상을 읽기가 난해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 형님. 접니다, 서은현.]“……”
김영훈은 그 말에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서은현이라고? 글쎄, 미안하지만 고력계에 온 이후에 남의 기억의 표상을 읽어 엿 같은 흉내를 내는 흉내쟁이놈들을 좀 많이 만나봐서 말이지.”
[하하, 형님. 아닙니다. 제가 처음 부서에 들어갔을 때 처음 안내해주신 것부터, 회식이나 등산, 수계에 처음 떨어졌던 날, 그때 형님의 분신과 대련한 것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말에도 김영훈은 의심의 기색을 지우지 않고 물었다.
“내가 지난번에 분신으로 만난 서은현은 어깨에 남의 두개골을 뽑아다가 박아놓고 전시하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다만?”
[오, 형님. 오해십니다.]나는 껄껄 웃으며 귀왕화를 풀었다.
아니, 풀으려 했다.
[……]‘어.’
귀왕화가, 풀리지 않았다.
나는 당황했으나 이내 바로 이유를 찾았다.
‘용형둔갑술!!!’
내가 용형둔갑술의 저주를 역전해서 시험해본 술법이 몸을 덮고, ‘지금의 내 모습’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술법을 해제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터였다.
김영훈은 조금 의심스럽단 얼굴로 물었다.
“내가 볼땐, 최소 합체기 이상의 귀물인 네놈이 내 동생이자 부하를 잡아먹고 그 흉내를 내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만?”
[…하하, 그렇다면 왜 공격하지 않으십니까?]그리고 그가 씨익 웃었다.
“진짜 서은현인지 아니면 녀석을 흉내내는 괴물인지 확인해 보려면…”
우우웅-
그의 도에서 황금빛 서광이 일어났다.
“어차피 한 가지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가 눈을 빛냈다.
“덤벼라. 네가 서은현이면 어차피 대련해야 할 테고, 네가 그를 잡아먹은 괴물이면 어차피 베어야 할 테니까.”
[…흐하. 좋습니다.]그래, 역시 그와의 만남은 이런 것이 좋다.
나는 입에서 무색유리검을 꺼내들었다.
‘홍수령과의 싸움 이후. 약 700여년인가.’
그녀와 싸울 당시 무색유리검은 한 자루 한 자루가 중급 법기 수준이었다.
이후 수백년간.
무색유리검은 느릿하게 단화 속에서 제련되어 왔다.
100년간 중급 법기에서 상급 법기로.
100년간 상급 법기에서 최상급 법기로.
100년간 최상급 법기에서 마침내 결단기급의 법보로!
이후 200년간 결단기급 법보에서 결단기 대원만 수준의 법보가 되었다.
그것이 지난 회차의 마지막에서의 무색유리검이었고, 이번 회차에서 230여년동안 제련해온 결과.
마침내 내 무색유리검은 ‘한 자루 한 자루가’ 원영기급 법보가 되었다.
부우웅-
무색유리검이 진동한다.
촤라라라락!!
3천자루의 무색유리검들이 허공에서 10자루씩 합쳐졌다.
3천자루가 3백자루가 된다.
그리고 원영기 수준이었던 법보는 원영기 대원만 수준이 된다.
3백자루가 30자루가 된다.
원영기 대원만이었던 법보는 천인기 수준이 된다.
30자루가 3자루가 된다.
천인기 수준의 법보는 천인기 대원만 수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3자루가 1자루로 합쳐져 무색유리검 최종형태.
총천의 형을 드러내었다.
파아아앗!
천인기 대원만 수준의 법보는, 이제 사축기 수사들이 사용하는 규격 외 법보 급으로 올라가 있었다.
몇천 년을 단화에 제련한 나의 유리검은, 법보의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순수한 강도와 자체적인 예기만으로 규격 외 법보급이다.
[내 무기에 비하면 그 도는 너무 빈약하지 않소?]아무리 무공실력이 대등해도 무기의 품질로 차이가 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아무리 그래도 규격 외 법보의 앞에서 낡은 철검 하나는 너무 약하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김영훈은 내 검을 보면서 긴장하지 않은 채 자신의 낡은 도에 손을 올렸다.
우웅!
그리고 나는 그를 보며 눈을 빛냈다.
[단순한 도가 아니었군.]“고력계에는 보물이 바닷속에 워낙 많이 굴러다니니 말이지. 한 가지 취미가 생겨서 말이다.”
그의 낡은 도에서 공간파동이 일더니, 도가 빛을 뿜었다.
동시에 나와 그의 주변.
무극교전의 지붕 위쪽으로, 수십 수백 자루의 도(刀)와 검(劍)들이 꽂혔다.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은 도 형태의 저물법기였던 것이었다.
“고력계의 이름 높은 마검(魔劍)과 요도(妖刀)들이다. 내가 꽤 아끼는 수집품들이지. 반대로 묻겠다.”
츠츠츳!
그의 눈에서 황금빛이 타올랐다.
나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요기와 마기, 귀기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 요사스러운 도검들의 검의가, 모두 김영훈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이 사악한 마검들을 모조리 지배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고력계에 악명높은 이 도검들을 상대로, 그 평범해 보이는 칼 하나로 괜찮겠나?”
나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자, 그럼.]쿠웅!
한 발을 앞으로 디뎠다.
이제, 말은 필요 없다.
나와 김영훈이 격돌했고, 그 틈을 타 눈치를 보고 있던 사축기 수사들이 하나같이 광음역으로 달려들었다.
* * *
위정해역의 요수선사인 흑긴은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광음역을 향해 돌진했다.
저주인형들이 그를 막아서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으하하하! 이 사악한 존재들아! 이 어르신에게 보물과 명예를 내놓아라!”
그리고 그가 광음역의 결계를 깨부수고 안에 진입했을 때였다.
콰아앙!
그는 거대한 거체에 밀려 투ᅟᅡᆼ겨져 나갔다.
“크윽, 웬놈이냐!”
그리고, 그는 한 존재를 보았다.
전신에서 별빛이 도는 거신.
거신은 전신에서 보랏빛 기운을 끌어올리며 포효하듯 외쳤다.
[누구도 이 안에는 발 들일 수 없다!]무극교단의 우호법.
멸혼귀왕 오현석이, 뒤쪽으로 13인의 수호귀왕들을 이끌고 광음역 방어에 나섰다.
우호법과 수호귀왕들은 광음역을 노리는 천인, 사축기 수사들과 격돌하였다.
* * *
성란도에 은신하고 있던 합체 초기의 태수.
진마열은 은신을 풀고 광음역에 들어섰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육요를 찾아헤멨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육요와 인질들을 찾아 데리고 떠난다.’
그는 육요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여긴가?”
콰앙!
그는 건물 하나를 찾아 그대로 공간을 우그러뜨려 뜯어버렸다.
건물의 안쪽에는 벌벌 떨고 있던 육요와, 잘 튀겨진 손을 소중하게 쓰다듬고 있는, 어딘지 퀭해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여깄었군, 공주. 나와 함께 갑시다.”
그는 퀭한 사내를 신경쓰지 않고 육요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싹!
진마열은 뒤로 흠칫 물러났다.
‘뭐, 뭐지 방금?’
그는 순식간에 그의 전신이 튀겨지는 환영을 보았다.
진마열은 그 환영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퀭한 얼굴의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 네가 인질들을 지키는 역할이냐?”
그리고, 손을 소중히 쓰다듬던 남성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네가… 나와 [소해]의 시간을 방해한 거냐?”
“뭐?”
“너 이 새끼… 손만 남기고 튀겨 죽여버릴 테다…!”
그렇게, 진마열과 무극교단의 대호법.
육극귀왕 전명훈이 부딪혔다.
* * *
수호법 홍범과, 좌호법 김연은 무극교전의 지하에서 결계를 돌보며 광음역 전체의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때, 홍범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뭣! 이건 대체!”
“잠시 여기 계세요, 홍범 씨.”
김연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극교전의 지하를 나섰다.
쿠구구구구구!
하늘이, 변화하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김연의 안색이 안좋아졌다.
말 그대로였다.
광음역의 사방(四方)과 상공.
그곳에서 수백 척의 함선들이 결계를 그리며, [바다]를 끌어와 주변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이 바닷물, 차원의 일종이라 하지 않았었나?’
김연은 고력계의 정보를 떠올리며 입술을 악물었다.
저 함선들로 인해, 광음역은 차원 장막과도 다름없는 바다에 의해 비눗방울처럼 갇힌 상태가 되었다.
김연은 홍범에게 전음을 보냈다.
[홍범씨, 광음역의 관리와 보호를 부탁드릴께요. 저는 저 결계를 없애고 오겠습니다.]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결계가 완성되면 큰일난다.
그렇게 김연은 하늘로 뛰어올라, 차원결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콰아아앙!
김연은 어디선가 날아온 광선에 눈을 찌푸렸다.
“웬놈이냐!”
쿠구구구구!
그녀는 거대한 함선이 이 차원 비눗방울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함선의 포신들이 김연을 향하고 있었다.
김연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저 함선의 주인이다!’
저 함선의 주인이 이 결계를 만든 자였다.
타앗!
연분홍빛 둔광과 함께 김연은 그대로 수백 척의 함선들을 향해 날아갔다.
‘저 자를 제압한다!’
파앗!
김연의 신형이 무수한 함대의 앞에서 함대를 막아섰다.
그리고, 함대의 지휘함.
일향함의 지휘실에 있던 함대의 함장, 북향화.
무극교단 좌호법 김연.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