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66)
손을 잡고 (2)
육린의 말에 무극교단의 몇몇 인물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린은 턱뼈가 떨릴 정도로 몸을 떨며 분노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녀석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망발을 할 수가 있느냐’라며 호통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아마 상대가 합체기만 아니었으면 분명 그랬을 터였다.
나는 잠시 허허 웃으며, 어떻게 하면 이 제안을 예의 바르게 거절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미안하지만 본 교주는 지금으로선 처첩을 들일 생각은 없소.”
“아, 그렇소? 아쉽구려.”
천만다행으로 육린은 본인도 양심에 찔렸는지 딱히 더 권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도리어 사람 좋게 웃으며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사실 본 궁주가 귀하와 교단을 초청한 것은, 다름 아닌 동맹 제의를 위해서였소. 동맹 중에서도 혈맹만큼 단단한 것은 그리 많지 않으니 혼인 동맹을 하려 했소만, 그건 좀 아쉽구려.”
“허어, 동맹이라. 어찌 우리와 동맹을 원하시는 거요?”
“너무 당연하지 않소이까. 한 해역의 지배자이지만 근 200년간 정복함대의 위명은 너무나 많이 들어왔소. 그리고 그 정복함대가 용병으로 들어간 단체가 바로 귀 교단인 터. 강자에게 합류하고 싶은 건 많은 생물의 당연한 본능이라오.”
“하하, 그거 쑥스럽구려. 하지만 내 생각에 본교가 정룡궁에 폐만 끼치진 않을지 두렵소.”
내가 애둘러 거절하자 육린은 다시금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교주께선 이 육 모와 함께하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시구려. 하긴 솔직히 말해서 본궁과 관계를 맺어도 귀교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지. 그렇다면 이건 어떻소?”
티잉!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인력이 굽으며 이 일대를 휘감았다.
정룡도 전체가 바깥과 차단되었다.
단순히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바깥과 이곳을 차단했다 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를 습격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기에 그의 행동에 모두가 긴장하며 눈을 빛냈다.
그러나 육린은 딱히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저 다시 몇 번의 술법을 펼쳐 정룡궁 전체를 덮는 결계, 그리고 우리가 있는 이 자리를 가로막는 차단 결계를 펼쳤을 뿐이었다.
그렇게 몇 중으로 외부의 시선을 끊는 요술을 사용한 그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는 동맹을 맺고 말씀드리려 했다만, 먼저 제의를 드리겠소.”
“제의?”
“그래, 고력계에 온 지도 이제 며칠이 되셨으니 이곳에 대해서는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하오.”
“그렇소. 멸망한 세계가 바다처럼 뒤덮고 있는 세계라니… 신기하긴 하더구려.”
“하하, 확실히 다른 계면 출신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뭐,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이오. 심해에 들어가면, 멸망한 세계의 유물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
확실히.
고력계는 심해에서 미아가 되거나 심해 마물을 만날 가능성을 제하면 온갖 가능성의 세계였다.
고력계는 말 그대로 멸망한 세계들의 집합이었고, 그의 말대로 그런 멸망한 세계의 흔적들에서 무수한 보물을 얻을 가능성이 즐비했다.
“물론 그는 가능성일 뿐이고, 많은 차원의 흔적들 중 제대로 된 유물을 얻을 수 있는 건 정말 깊은 심해의 차원이고, 그마저도 한 번 들어갔다 온 차원은 다시 한번 들어가기가 쉽지 않소. 왜냐하면 물이 가득한 타계의 바다와 비슷하게, 고력계의 심해 역시 끝없이 물처럼 차원이 흐르기 때문이오. 즉 심해 안에 있는 차원 중 보물이 많은 차원에 우연히 진입했다 해도, 다음번에 그 차원에 진입할 수 있는지는 오로지 운에 달렸단 거지.”
“그렇다 듣긴 했소.”
“그렇기에 정작 보물이 많은 차원에 우연찮게 들어가도 그 차원을 제대로 탐사하지 못하고 차원의 시답잖은 보물이나 주워 오는 게 보통이오. 하지만… 심해도(深海島)는 다르지.”
그의 말에 북향화와 김영훈 등 북향함대의 인물들이 크게 놀라는 게 보였다.
북향화가 그 말에 놀란 듯 물었다.
“정룡궁주께서는 심해도의 위치를 알고 있으시단 말씀입니까?”
“그렇소. 정복왕께서도 해역을 몇 개나 지배했지만 심해도의 위치는 들은 적 없나 보군.”
난 호기심이 들어 질문했다.
“심해도란 게 무엇이오?”
내 말에 연위가 설명해 주었다.
“교주님, 심해도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심해에 위치한 섬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력계의 섬들은 절대다수의 섬이 그 위치가 심해 표면에 둥둥 떠 있는 걸로 고정입니다만, 심해도는 ‘심해 안쪽에’ 위치가 고정된 섬이지요.”
“호오, 놀랍군. 그렇다면 육 궁주의 말씀은….”
“그렇소이다. 본 궁주는 심해도의 위치를 알고 있소. 아니, 애당초 심해도의 위치를 아는 이들은 이 고력계의 무수한 궁주들 중에서도 소수지. 심해도란 발견하기만 하면 차분히 탐사를 하며 끊임없이 도전하여 무궁무진한 보물을 얻을 수도 있고, 완전히 차지하면 자신만 아는 영지로 삼아 가장 안전한 보물 창고로 만들 수도 있소.”
육린은 은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본 궁주는 위정해역의 지배자로서, 위정해역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략 알 수 있소이다. 본 궁주는 귀하가 전투하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았소.”
“호오?”
“귀하가 쓴 힘. 그것은 본 궁주가 발견한 심해도를 공략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힘이오. 현재 심해도를 둘러싼 결계가, 오직 귀하의 힘을 통해서만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오.”
즉, 심해도의 결계를 통과하기 위해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란의 제안과 비슷하군.’
이전 섭명함의 결계를 통과하기 위해 내 도움을 원했던 서란이었다.
‘그리고 서란은 나를 배신할 계획이었다 변심했지.’
나는 흘긋 서란을 쳐다보았고, 서란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
난 다시 서란에게서 시선을 떼고 육린을 바라보았다.
“심해도에 보물이 많다지만 그게 본 교단에 도움이 되는 보물이란 보장은 없잖소?”
“지난번에 심해도에서, 귀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쓰여진 서책 형태의 영약들이, 심해도 내에 있는 서고의 책장에 잔뜩 꽂혀 있는 걸 보았소.”
우우웅!
육린이 본인의 소매에서 작은 광석을 꺼내 톡 건드리자, 광석에서 입체 영상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두운 서고 안.
그곳에 있는 책장 한 곳에, 명계어로 ‘부덕제사서’, ‘수명제사서’, ‘유호덕제사서’ 등의 서책이 ‘잔뜩’ 꽂혀 있었다.
한 칸당 한 종류의 서책이 무수히 꽂혀 있었고, 그 중 한 칸은 비어 있었다.
“저 비어 있는 칸은 강녕제사서가 있었으리라 추정되오이다. 오복축을 이미 쌓고 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아 말씀드리오만, 중경계에서 계에 대응하는 축을 저런 식으로 모아 놓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응하는 계에 다시 흡수되어 버리니 말이오. 아마 고력계에 녹아 버렸겠지.”
“….”
“정룡궁엔 저런 축들은 필요 없소. 나부터가 축이 더 필요 없는 합체기이고, 애당초 내가 위정해역을 지배하려면 저런 축들을 잔뜩 쌓은 이들이 많을수록 내 지위가 위태로우니. 하지만 귀교는 교주와 그 휘하 간부들이 그렇게까지 수직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은 만큼 오복축으로 무장시킨 사축기 전력들을 한 번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소?”
그는 은근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무엇보다 교주께서도 오복축을 쌓으신다면 아시겠지만, 유호덕의 축은 그 어떤 축보다 얻기가 어렵지 않소? 하하… 교주께서 본궁을 도와준다면 해당 서고는 통째로 드릴 마음이 있소. 물론 안에 어떤 보물이 더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교주께서 얻은 보물은 교주께서 가지시는 것도 인정하겠소. 본 궁주는 안쪽에서 단 두 개의 기물만 얻으면 되오.”
“….”
나는 눈앞에 있는 서고의 환영을 보았다.
‘진짜다.’
육린은 분명 심해도에 대한 얘기만큼은 어떤 것도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저런 심해도가 있다는 것도, 저기에 진입하는 것에 내 도움이 필요하단 것도, 거기에 저 심해도에 오복축을 쌓을 수 있는 제사서들이 잔뜩 있는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사실 당장 받아들여야 옳았다.
연위의 설명에 의해 이제는 나나 무극교단의 간부진뿐이 아닌, 북향함대의 간부진 역시 오복축 및 저런 축을 담은 영보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기에, 모두 헛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김영훈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수상하다.
그러나 육린은 내가 배신을 염려하는 걸 알았는지, 바로 우리 앞에 검은색의 뭔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계약서였다.
나는 그가 내민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종이에는 요족어로 무극교단과 정룡궁의 동맹에 대한 계약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계약서, 평범한 계약서는 아니군.’
나는 정체 모를 가죽으로 된 계약서의 재질을 보며 눈을 빛냈다.
특히 북향화는 계약서를 보며 흠칫 놀라는 기색으로, 뭔가 아는 모양이었다.
“정복왕은 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했고, 육린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허허, 본좌가 설명해 드리겠소. 이는 현고지라는 재질로 만들어진 계약서로, 고력계의 심해에서 아주 간혹 발견되는 귀한 계약서요. 아니, 정확히는 진본(眞本) 현고지는 아니고, 모조품이지. 물론 모조품이라도 진본과 똑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소. 현고지로 작성한 계약서는 더 높은 존재를 중개자 삼아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살아 있는 한 계약은 효력을 가지지.”
“더 높은 중개자라 하면…?”
“이 현고지에 등록한 존재는 고력계의 성사 해린 님이시오. 성사께서 우리의 동맹을 보증한다는 것이지.”
“호오….”
나는 동맹 계약서를 잘 살펴보았다.
사기꾼인 육요와 다르게, 육린이 내민 현고지에는 딱히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은 없었다.
계약 자체가 썩 널널한 편이었다.
대략 일방적인 배신 금지, 한쪽이 위기에 처하면 한쪽이 보호해 줘야 한다 정도가 이 계약서의 끝이었다.
딱히 작은 글씨로 추가 조항 같은 것도 없었고, 계약서에 다른 종이가 겹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수상쩍은 점이 없다.
아까부터 수상한 점이 있다면 단 하나.
‘이놈….’
정룡궁주 육린.
그 본인뿐이었다.
‘대가리 속에 내 뒤통수를 칠 생각밖에 없는 건가.’
법기로 화상 통화를 했을 땐 몰랐지만, 직접 마주 보니 알 것 같았다.
누가 육요의 아비가 아니랄까 봐, 의념이 꿈틀거리며 반드시 내게 사기를 치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난 육린의 팔에 있는 옥색의 염주로 흘긋 시선을 주었다.
‘심족의 눈을 막는 법기군.’
이전 서휼에게서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투귀족 해적단장의 눈을 막으려 구비한 모양이었지만, 나나 김영훈의 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기에 내게 전부 읽히고 있었다.
녀석의 속셈을 읽은 김영훈이 내게 심어로 물었다.
―머리통을 날리는 게 맞겠느냐?
꿈틀.
육린은 우리의 심어를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천지영기가 수상쩍음을 경고했는지 조금 긴장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허허 웃으며 내 동료들에게 계약서를 전부 보게 해 주었다.
“본교는 호법과 간부들에게도 의견을 물어 중대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해해 주시길 바라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과 천지영기는 편하게 통제하면서도, 나를 뒤통수칠 생각밖에 없는 육린을 경계했다.
난 현고지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북향화에게 물었다.
“진본 현고지와 사본 현고지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시오?”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사본은 진인까지의 존재를 중개자로 삼을 수 있고, 진본은 진선마저도 중개인으로 삼을 수 있다더군요. 진본은 굉장히 귀중한 것으로, 현재 고력계에선 성사께서만 한 장 소유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호오….”
그녀는 내게서 현고지를 받아 살펴보며 말해 주었다.
‘계약서 자체에 수작을 부려 놓진 않은 듯하군.’
북향화부터 김영훈, 전명훈, 홍범이나 연위에게도 보여 주었지만 다들 계약서 자체에 이상한 점은 없다는 걸 인정하듯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계약서의 내용도 정말로 배신 금지나, 상호 보호 조약 같은 내용 정도였기에 이 계약서 하나로 뒤통수를 맞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가 멀쩡하더라도, 계약하는 사람이 사기꾼이면 이건 사기 계약일 수밖에 없었다.
“…혹 그 심해도 전체를 볼 수 있는 기록물은 없소?”
“여깄소. 본 궁주가 심해도를 탐험하며 찍은 기록 전부와 탐험 일지요.”
육린은 선선히 내게 한 개의 수정구슬을 내밀었다.
그가 수정구슬을 두드리자 그 심해도라는 곳의 정보를 담은 무수한 환영이 허공에 떠올랐다.
허공에는 무수한 장면이 떠돌았으며, 육린이 해당 심해도를 탐험하며 본 기억을 환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북향화.
그리고 서란과 송진 및 김영훈은 해당 심해도 전체를 기록한 어떤 환영 하나에 눈이 꽂혔다.
움찔!
나는 눈을 부릅뜨며 해당 환영을 노려보았다.
“…혹시 이 심해도에는 이름이 있소?”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 탐험 일지도 한 번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본 궁주가 알아낸 바로 해당 심해도는 먼 예전에 봉래도(蓬萊島)라고 불리웠소.”
내 눈앞에 드러난 ‘봉래도’라는 이름을 가진 심해도.
봉래도는, 새하얀 빛을 뿜는 반투명한 구형 결계에 뒤덮여 있었고, 봉래도의 중심에는 봉래도의 절반의 면적을 차지하는 거대한 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산은 새하얀 소금산이었다.
육린은 허허 웃으며 뭔가 설명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육린의 앞으로 한 장의 전음부가 다급하게 날아왔고, 전음부를 받아 전음부에 담긴 전음을 받은 그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는 화를 눌러 참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귀교에서 호위해서 데려다준 딸아이가 다시 가출했다는군.”
“….”
“그래도 얼마 가지 못했을 테니 얼른 잡아 와야겠소. 하하, 정말 송구스럽지만 아주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라오.”
뿌드득….
육린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고, 난 백린에게 말했다.
“제13 수호귀왕, 성란공주 육요는 본디 그대가 책임지고 호위하도록 했었지. 손님 된 입장으로, 주인이 직접 몸을 쓰게 하기는 그렇지. 정룡궁주와 함께 성란공주를 호위해서 데려오도록.”
“예, 교주님!”
“하하… 이거 굳이 도와주실 필요는 없소만….”
“본 교주의 호의이니 받아 주시기 바라오.”
“…이거, 정말 감사드리오.”
육린은 수치스러운 듯 이를 벅벅 갈며 자리를 나섰고, 백린 역시 그를 따라나섰다.
‘그래도 백린이 따라갔으니 자기 딸을 죽이진 않겠지.’
들어올 때부터 느꼈다만, 육린은 딱히 육요에게 혈육의 정 같은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육린에게 드러난 분노의 의념을 볼 때, 어쩌면 정말로 육요를 죽여 버릴지도 몰랐다.
비록 사기꾼 망나니 잉어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고력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안내받았으므로, 아버지에게 죽게 둘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육린의 기척이 정룡도에서 사라져 버렸고, 나는 손가락을 튕겨 육린이 펼친 진법을 장악했다.
츠츠츳!
기묘성심전이 괴군의 회로를 결계 위에 깔았고, 일시적으로 이 안쪽은 육린조차 감시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럼 다들 의견을 내 주시길 바라오.”
이렇게 된 것, 빠르게 회의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었다.
북향화가 말했다.
“계약서 자체에 수상쩍은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김영훈이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봤겠지만, 정룡궁주의 머릿속에는 우리를 뒤통수치려는 생각밖에 없다. 물론 그가 제시한 보상은 진짜긴 하다만….”
그의 말에 장내에 있던 수호귀왕들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감히…! 교주님의 앞에서 사기를 치다니…!”
“자식이나 애비나 똑같군!”
“교주님! 당장 정룡도를 박살내고 정룡궁주를 잉어탕으로 만들어 먹어야 합니다!”
얼마간 수호귀왕들이 한꺼번에 분노를 내뱉었고, 홍범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조용하라.”
홍범의 말에 수호귀왕들은 전부 입을 닫았고, 그는 차분하게 서란을 보며 말했다.
“서란 공께서 하고픈 말씀이 있으십니까?”
서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선배님. 선배님께서도 보셨겠지만, 그건 소금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룡궁주의 기억에서 보인 기운의 파동. 그 파동은 분명, 청문령 대인과 같은 파동이었습니다.”
육린은 지족이었기에,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환영에는 천지영기의 흐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분명 그랬다.
그 소금산은 청문령의 것과 같았다.
즉….
‘소금산의 주가 남긴 유물이다.’
서란의 말에 김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청문령과 관계가 있어 보이긴 했었다만…. 그를 구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되긴 하겠지.”
홍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저로서도 그 무수한 축들을 보면서, 저 축들을 본교에 가져오면 어마어마한 전력을 얻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
거기다가 유호덕제사서까지 있었다.
유호덕의 축은 다른 축들보다 얻을 수 있는 난도가 높았다.
연위조차 유호덕의 축은 얻지 못했을 정도로.
그리고 연위가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은 이런 거로군. 육린은 분명 우리의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과실이 매력적이다, 이게 아니더냐?”
“그런 셈입니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해결법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내가 의아한 눈으로 연위를 바라보자, 그녀는 씩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시조 때부터 전해 내려온 아주 근본 있는 금신천뢰문의 계책이지. 시조께서는 이 방법으로 누구에게나 진실한 속내를 들을 수 있다 하셨다.”
나는 ‘시조 때부터’라는 말에 조금 불길한 눈빛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저 수상한 물고기를 족쳐 버리고, 머릿속에 고행뇌주번(苦行雷呪幡) 등 고문용 법술을 꽂아서 고문해라. 아, 너는 저주에 능하니 더 다채로운 고문이 가능하겠지. 놈을 사로잡은 후 계속 고통을 가하면 자기가 숨긴 모든 패를 드러내 주고 아주 협력적으로 변할 것이다.”
“….”
“무엇 하느냐! 수호귀왕들은 전부 정룡궁 정복을 준비해라! 이왕 저 녀석이 초대해 준 것, 안쪽에서부터 결계를 무너뜨리고 놈의 성을 빼앗은 후 함정을 파놓고 놈이 돌아오면 사로잡아 고문하자!”
[우오오오오오!!!]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6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