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74)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74화
바다에서 (2)
“1만 년 뒤…!”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
1만 년이라는 시간이 길어 보이긴 하지만 정작 사축기 이상 수도자들에게 1만 년은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터였다.
“어, 어째서 종말이 일어나는 겁니까?”
“흠, 나는 자세히는 모른다만… 일단 들은 바에 따르면 천역의 인력이 절정(絶頂)에 도달할 때에 성계가 수축하며 종말이 일어난다더군.”
“예?”
“성사께서는 대함몰(大陷沒)이나, 대함천(大陷沒)이라고 부르시더군. 내 별호나 기술도 거기에서 기인했고 말이다.”
장익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있는 천역은 계속 팽창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수축하기 시작하며, 종래에는 태초의 한 점으로 귀일(歸一)한다고 하였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대함천이 발생해도 중경계는 절대 멸하지 않는다더군.”
“중경계는 멸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그래. 다만, 성사께서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대함천이 일어나 종말에 도달하면 중경계가 멀쩡할지언정 이 천역은 뜨거운 열과 빛으로 가득 차서 그 어떤 생령도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된다더구나. 모두가 태초의 형태인 빛이 되어 소멸하는 것이지. 준선급이 아니라면 어떤 저항도 못 해 보고 죽는다. 중경계와 동화된 성사님들조차도 소멸할지 버틸지는 운에 따랐으니,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일인 거지.”
나는 그 무시무시한 사실에 몸을 떨었다.
‘그렇다면, 1만 년 안에는 종말에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야 하는 건가.’
그러나 나는 1만 년이 지나도 내가 쇄성기에 이를지 알 수 없었다.
“…종말에 대해서는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그래. 물어봐라.”
“다음 단계에 진입하려면, 모든 것을 끊어 버려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다. 호오, 설마 다음 단계의 실마리를 잡은 거냐?”
“아뇨, 주워들은 겁니다.”
“그것도 실력이지. 뭐… 맞다. 나와 같은 영역에 진입하고 싶다면 끊어야겠지.”
나는 진중한 눈빛으로 질문했다.
“어떻게 끊습니까?”
장익은 내 의념을 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그렇군. 못 끊겠다 이거냐.”
“예. 사실 제가 고력계의 중간지대들을 넘어가며 존자들께서 있는 뇌성해로 분신을 파견하려 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나는 거리낌 없이 나의 속마음을 밝혔다.
“끊지 않고도 그 경지에 도달할 외법(外法)은 없는지. 혹은 정말로 모든 걸 끊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지를 질문하고자 온 겁니다.”
“으음….”
장익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일반적인 쇄성기와 나의 경지 차이를 알려 주자면, 그 녀석들은 ‘쇄성기에 올라간 후에’ 인연이나 감정이 부질없어진 놈들이다. 반대로 나는 이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떼어 내야 했지.”
나는 둘의 차이를 고심해 보았다.
‘쇄성기는 승급 때에는 감정이나 인연이 있어도 상관이 없지만, 경지에 오른 후에 자연히 사라지는 것이고. 좌탈입망 너머의 이 경지는 아예 넘어갈 때에 인연과 감정을 끊어야 한다는 건가?’
그러나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질문했다.
“그러나 함천존자께서는… 감정이 있으심이 아니십니까?”
“내가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 네가 지금 내 의념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냐?”
그는 히죽 웃으며 모닥불에 던져 넣은 황금사과를 꺼내 물었다.
와즉-
어째선지 사과일 텐데도 불구하고 사과에서는 과즙이 아니라 육즙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사과 주제에 단백질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장익은 탐스럽게 사과인지 고기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을 쥐어뜯으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입은 탐욕스럽게 움직이는 듯했지만 눈동자는 차가웠고 공허해 보였다.
확실히, 나는 장익의 의념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의 의념은 너무나도 허허로워 보였고, 흐릿했으며 실존하는 것인지조차 미심쩍었다.
아마 삼화취정 이상에 달한 이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장익은 살아 있는 게 아닌 정교한 고기 인형이었다.
촤아아악!
얼마간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순간 공허한 그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모든 별이 녹빛으로 빛나는 우주공간에 떨어져 있었다.
장익의 압박에 정신이 환각을 보는 것이었다.
쿠그그그극-
정신이 찌그러질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어 위를 쳐다보니, 녹색의 성운이 장익의 얼굴을 취하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이… 함천존자가 가진 정신의 크기….’
단순히 신식의 크기를 말함이 아니었다.
그가 평생을 밀어붙여 온 뜻(意) 자체가 저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이대로… 내 뇌를 익혀 버릴 셈인가….’
나는 그 압박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장익에겐,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 역시 인연을 소중히 한다!
“예전 누군가에게 들은 말입니다.”
나는 그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마음은 고작 금속성에 불과한 작용이라는 조롱을 듣고, 그 조롱을 누군가에게 전해 주자 그가 한 말이었지요.”
서휼이 규련의 마음을 조롱하며 한 말을, 장익이 받아 되돌려 준 답.
“마음이 쇠라면, 수도자들의 분류상 금(金)은 건(乾)에 해당하니, 마음은 하늘과 같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전 생 장익의 말을, 이번 생의 장익의 앞에서 늘어놓으며 외쳤다.
“그렇지 않습니까, 존자시여? 사람의 마음은 절대로 없앨 수 없는 게 아닙니까?”
그렇게 일갈하며 의식을 도야시키자, 나는 어느새 장익의 압박에서 돌아와 모닥불 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거… 물건이군.”
장익은 나를 보며 팔짱을 끼더니 웃었다.
“맞다. 감정은 절대 못 없애지. 그렇기에 존자에 이르러서도 하나같이 감정이 있고, 탐욕이나 공포 등이 있다. 내가 말로는 다른 존자 놈들도 인연이나 감정이 사라진다고 했지만, 놈들도 사실 진짜 사라진 건 아니지. 그저 관점에 차이가 생긴 것뿐….”
“…! 그렇다면, 설마 다음 경지에 도달하는 법은 진짜 마음을 버리는 게 아닌 마음과 감정을 제대로 인정하고 다듬는 겁니까!?”
“엥… 아닌데?”
그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황금사과를 와작 깨물었다.
“없앨 수 없는 것을 없애야만 하는 거다. 알겠느냐?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없애야 하는 겁니까?”
“말했잖느냐. 못 없앤다고.”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었다.
“못 없애는 걸 없앨 수 있어야 여기에 진입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어떻게 못 없애는 것을 없애는가. 그걸 찾는 것이 앞으로 너의 수련 방식이 될 거다.”
“…….”
“엄밀히 말해서, 너를 내 제자로 받겠다 했지만 내가 네게 가르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저 앞서간 자로서 조언 정도나 줄 수 있을 뿐. 우리 심족은 각각의 개체가 전부 다르다.”
그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뇌성해에 진입할 때 기도 의식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떨어졌을 게다. 그렇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어떻게 나왔지?”
“총천검을 명의 계위로 끌어 올려 공간을 베고 나왔습니다.”
“나는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육신을 자극해 감지 범위를 늘려, 그 공간 외부에 있는 기(氣)를 끌어와서 공간을 박살 내고 탈출했지. 이처럼 너와 나는 장소 하나를 나가는 데에만도 방식이 다르다. 내가 내 깨달음을 줄줄 읊어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네게 맞지도 않고 도움도 안 되는 방법이다.”
스릉-
장익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니 나와 사제 관계인 제자들 역시, 내가 도움을 주었을지언정 진짜 내 후계자랄 만한 놈들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제자들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수련 과제를 지정해 주는 것뿐이다.”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럼 이제 네게도 수련 과제를 지정해주마. 첫 번째 수련 과제다.”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뇌성해 바깥으로 나가, 별을 하나 베고 와라. 네놈이 가진 천족, 지족의 힘을 동원하거나 법보, 혹은 심지어 타인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무슨 수를 써서든 별을 하나 박살 내라. 아 그러니까 내 말은 생명체가 살지 않는 별 말이다. 괜히 애꿎은 행성 쳐들어가서 문명을 멸망시키진 말고.”
부웅!
그가 박도를 휘둘렀고, 장익의 박도는 빛살이 되어 내 영혼을 꿰뚫고 내 심상에 틀어박혔다.
콰악!
이전과 같이, 내 검산 한쪽에는 장익의 박도가 자리하게 되었다.
파앗!
장익이 팔을 휘두르자, 나는 어느새 모닥불에서 한참 밀려나 무수한 시공간을 스쳐 지나갔다.
촤아아악!
수많은 광경이 나를 스쳐 지났고, 나는 어느새 무수한 별빛이 비치는 성계에 도착해 있었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내 앞쪽.
내가 빠져나온 곳에는, 차원 장막으로 휩싸인 거대한 부해계가 있었다.
‘저것이, 양수진의 유해(遺骸).’
그 부해계는 마디 하나하나가 거의 지구만한 거대한 약지(藥指)의 형태였다.
모양을 보아하니 왼손 약지인 듯했다.
‘양수진의 선보는, 반지인가?’
왼손 약지 형태의 저 부해계에는 손가락의 안쪽이 원형으로 파여 있었다. 반지를 꼈던 자국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오래 끼웠던 것 같았다.
뇌성해라 불리는 저 약지는, 그의 선보가 있는 공간으로 가는 입구라 했으니 저 뇌성해를 통해 다른 공간에 도달하면 거대한 반지를 찾을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보다 별을 베라니….’
장익에게 얻어 터질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과제만 전해 주고 크게 건드리진 않는 수련 방식인 듯했다.
‘별이라….’
나는 장익이 행성을 반쪽으로 냈던 걸 떠올렸다.
‘현재 내 힘이라면… 삼태극을 동원해도 행성 표면의 대륙을 갈아엎어, 행성에 실금을 내는 것쯤은 가능하겠다만….’
그게 내 한계였다.
일반적인 합체기 대원만의 한계이기도 했다.
‘좌탈입망과 천지족의 수행을 전부 합체기 대원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법보의 힘과 진법의 힘을 빌린다면….’
어찌어찌 될 것도 같았다.
나는 장익이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수행을 끌어올리고 오라는 건가.’
하기사 좌탈입망 초기에 천지족의 육신과 의식크기를 더해 합체기 대원만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실상 내 경지는 사축기다.
‘그래 좋아. 일단 돌아가서 최대한 경지를 올리고 돌아오자.’
나는 그렇게 결심하며, 내 강림체인 함진을 찾았다.
우우우웅!
애당초 성계로 넘어온 것이 함진을 통해서였기 때문에 함진과 나는 연결되어 있었고, 덕분에 굳이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파아앗!
함진은 뇌성해 인근 생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별에 떨어져 있었다.
녀석은 별의 대륙 한쪽.
그곳에 원시적인 부족 국가를 세우고, 부족 국가의 대추장이 되어 열심히 자손 번창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함진.”
“헉헉헉… 헛!”
녀석은 내 인기척을 느끼고 자신의 돌집에서 나와 나를 맞이했다.
“무, 무극귀왕이시여! 오셨습니까? 제가 귀왕님을 위해 이곳에도 무극교단의 교리를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무극귀왕께 제를 지내는 무극귀왕제사서 역시 반포해 두었나이다!”
“…후우, 그래. 잘했다. 덕분에 다시 올 때는 조금 편하겠군. 이만 돌아가자.”
“앗… 저 사실 제가 이곳에서 13명의 아내를 만들었는데, 아직 그중 3명밖에 사랑을 주지 못해서, 모두 공평하게 사랑을 주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흘린 후 말했다.
“나중에 사축기에 도달하고 다시 와라.”
“앗. 알겠습니다. 그럼 아내들에게 작별 인사를 조금…”
녀석은 추장들을 불러 무어라 말을 한 후, 수십 명의 추장과 아내들에게 절을 받은 후 이 별의 영석과 특산품, 기이한 물품 등을 잔뜩 선물로 받고 나서 내게 날아왔다.
어쩐지 그는 조금 우울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저를 잡지 않는군요. 다들 제가 그렇게 좋다 해 놓고 간다 하니 쌍수를 들고 반기면서 절까지 하며 보내다니… 너무한 이들입니다. 역시 고향이 좋군요. 고향에 가서 아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시끄럽다. 그만 가자.”
나는 함진의 몸에 들어갔다.
“그 장익이란 분께서 고력계 전송진? 그게 있는 별은 저 별이라 일러 주셨습니다.”
“그래.”
나는 인력을 움직여 고력계 중간지대가 있는 별에 내려앉았다.
‘중간지대가 있는 세계는 전부 진인의 신체 위라 했지.’
즉 이 별도 진인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함진이 있는 세계 역시 부해계로 의태한 진인일 터.’
어떻게 쇄성기들의 싸움이 일어났는데 세계가 멀쩡한가, 그게 궁금했었다만 아무래도 진인의 신체였기에 문제가 없었던 듯했다.
‘장익이 함진에게 고력계 중간지대의 위치를 알려 준 건, 나더러 사용하라고 알려 준 거겠지. 그리고 사용하라고 알려 줬단 건, 지금쯤 우리를 잡으려 손을 뻗었던 그 진인이 다시 잠들었단 의미일 터.’
즉 돌아가는 데에 문제는 없다는 의미였다.
우우웅!
나는 함진과 함께 또 다시 무수한 시공간을 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