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76)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76화
바다에서 (4)
와그작!
김연은 북향화의 수갑을 으스러뜨린 후 물었다.
“아, 그나저나… 우리가 이러는 거, 의식 영역에 잡히진 않겠지?”
북향화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니, 그것도 생각 안 하고 풀어 준 거예요?”
“으으… 뭔가 해도 된단 직감이 들었단 말이야.”
“뭐, 틀린 건 아녜요. 어쨌든 염골호는 섭명함처럼 안쪽에 거대한 국가가 들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거기다가 염정이 내뿜는 파동 때문에 의식 영역도 꽤 제약되어서 우리가 이러는 것까진 못 알아채요.”
“후후, 내가 다 알고 한 거라니까.”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이거나 도와요, 언니.”
북향화는 손가락을 풀며 배의 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치지직―
그녀의 몸 곳곳에 금색의 문양, 그리고 자색과 연분홍빛이 반쯤 섞인 문양이 떠올랐다.
“뭐야, 문신도 하고 다닌 거야?”
“문신이 아니라 신체 특징이에요.”
“아, 미안….”
김연은 머리를 긁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고, 북향화는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부스러진 수갑 조각을 재료로 그녀는 작은 작업 도구 하나를 만들어 냈다. 그것을 시작으로, 북향화의 주변에 수많은 장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북향화를 보며 하품을 하던 김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대체….”
* * *
쿠구구구구!
고력계의 어느 작은 해역.
그곳에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과 그 귀왕의 수하들이 나타났다.
“이곳이냐?”
“그래.”
19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 무극귀왕 서은현은 아래쪽의 바다에 새하얀 의식 실을 이은 채 눈을 빛냈다.
“이 아래에, 기묘귀왕 김연이 느껴진다. 필시 정복왕 북향화와 수호귀왕 백린도 있겠지.”
“그럼 이제 내려갔다 오면 되는 거냐?”
여섯 개의 팔을 가진 뇌신, 육극귀왕 전명훈이 질문했다.
그러나 서은현은 고개를 저었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고력계의 심해에 함부로 뛰어드는 건 위험한 짓이다. 거기에 김연이 느껴지는 건 연해도 아닌 아주 깊은 심해 중의 심해야.”
“그럼 어쩌려는 거지?”
전명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서은현은 끌끌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쿠구구구구!
인근의 천지영기가 그의 대막사해성에 의해 서은현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뭘 어쩌긴 어쩌냐.”
우우우웅!
그는 무색유리검을 뽑아 들며 웃었다.
[심해에 닿지 않게,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는 수밖에.]그의 영언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서은현과 함께 온 무극교단의 간부 전원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전명훈은 씨익 웃더니 여섯 개의 팔을 펼쳤다.
쿠구구구!
전명훈의 영역이 펼쳐진다.
합도영역(合道領域).
하전별뢰대우천(荷電蔽雷大雨天).
콰지지직!
순식간의 인근의 공간이 적뢰(赤雷)가 장대비처럼 내리는 이계로 변화하였다.
적뢰가 하늘을 뒤덮는다!
그러나 전명훈의 의지에 따라 적뢰는 자신의 일행은 그대로 관통해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릉!
무식하게 떨어져 내리는 적뢰의 영역이 그대로 아래쪽 차원의 바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또 다른 무극교단의 간부들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무수한 인력과 귀력, 혹은 마력이 쏟아진다.
그리고, 서은현의 양손에 저주문과 축성문이 깃들기 시작했다.
뇌전이 떨어지는 아래쪽의 차원 바다에 음양오행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태산!]파아아앗!
[열제!]새하얀 빛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 *
진마열은 눈을 꿈틀거렸다.
쿠구구구구!
그의 염골호가 마구 뒤흔들리고 있었다.
파아아앗!
진마열이 있는 선장실로 누군가가 축지법을 써서 달려왔다.
염골호의 부선장이자 배의 사축기 대원만인 진류였다.
“뭐냐, 부선장! 적습인가?”
“아뇨, 선장! 염골호가 미쳤습니다!”
“뭐?”
“염골의 용골(龍骨)이 마구 흔들리며 교성을 내뱉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용이 풀 뜯어먹는 소리야!?”
그러나 얼마 후 진류와 함께 배의 용골 부분으로 이동한 진마열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찌르르르르르르!
염정(鹽晶)으로 만들어진 염골호의 용골이, 마치 투귀족이 교미할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진마열은 당황한 표정으로 새하얀 빛과 교성을 내뱉는 이 염정을 보았다.
“이, 이게 도대체 왜 이러는 게냐!?”
진마열은 당황했다.
약 1만 년의 세월을 살아온 그였지만, 염정이 이런 괴상망측한 소리를 낸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잠시 당황하던 그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움찔거렸다.
“그렇군. 심해 마물인가?”
“염정을 발정 나게 하는 심해 마물도 있습니까?”
“뭐, 고력계의 심해에는 무궁무진한 세계의 기록이 깔려 있으니 그런 것들도 있을 수 있지…. 심해 마물이 인근에 있을 수 있으니, 대은결(大隱訣)을 발동할 것이다. 모두 준비하라 일러라.”
“예, 선장!”
진마열은 혀를 찬 후 다시 선장실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선장실의 중앙, 거대한 진법의 가운데에 들어앉은 그가 수결을 맺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의 영역이 주변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진법이 발동하며 진마열의 영역을 증폭시켜 염골호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합도영역(合道領域).
대은용령해(大隱龍靈海).
일순간 용의 포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진마열의 영역은 순식간에 선체를 덮고, 이내 염골호의 선체는 인근의 심해의 풍경과 동화되어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게 은신해 버렸다.
진마열은 자리에 앉아 영역에 집중하며, 선내 전체에 전음을 보내었다.
“선장의 명이다. 현재 수상쩍은 심해 마물이 염골호의 주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때문에 염골호의 용골이 망측한 소리를 내고 있다. 심해 마물이 완전히 지나 용골의 반응이 사라질 때까지 은신 영역을 덮고 있을 것인즉, 전 선원 모두 조용히 하기를….”
그렇게 잠시 전음을 보내던 진마열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앉아서 집중하던 진마열이 눈을 번쩍 떴다.
“제길, 포로들이 수상한 짓을 하고 있다! 모두 감방으로 가서 놈들을 제압해라!”
합체기 태수들의 영역은 그들의 의식과 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태수쯤 된다면 영역에 들어온 이들의 행동은 전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염골호를 뒤덮은 진마열은, 감방에서 수상쩍은 짓을 하는 김연과 북향화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제길, 정복왕…!’
그는 당장에 일어서서 그녀들을 제압하고 싶었지만, 수상한 심해 마물이 염골호의 용골을 자극하는 와중이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고, 그저 입술을 짓씹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 *
부선장인 진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수하들을 이끌고 감방이 있는 하층을 향했다.
‘하나같이 재미없는 것들뿐인데, 싸우는 의미도 없고 말이지.’
정복왕과 기묘귀왕은 괴뢰 조종이 특기였다.
그렇기에 그녀들과 싸우는 투귀족 해적단원들은 전부 괴뢰와 싸워야 했고, 상대와 살을 섞으며 전투해야만 욕정을 채울 수 있는 투귀족들에게 괴뢰술사들은 매력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진류의 마음에 들었던 건 그들을 생포할 때 싸웠던 귀왕, 백린이었지만 정작 백린은 귀물이었기 때문에 같은 귀물이 아니면 교미할 수 없었다.
즉, 무극교단의 일원들은 하나같이 투귀족 입장에서 싸울 맛도 나지 않고, 싸울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괴뢰사라니, 도대체 그게 웬 말이야! 나 때는 괴뢰술사라면 괴뢰는 보조 용도로만 두고 본인이 싸우는 진정한 투사들이었는데, 요새 괴뢰술사들은 하나같이 괴상망측한 놈들뿐이군!”
진류는 씹어뱉듯이 괴뢰를 앞세우는 김연과 북향화를 욕하며 감방 구역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감방 구역에 들어선 진류의 눈에 보인 것은, 수천수만 개의 복잡한 기관 장치들이었다.
“이, 이건 대체…?”
철컥철컥철컥….
어느새 그들의 감방 구역은 기괴한 미궁처럼 개조되어 있었다.
미궁은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었지만, 척 봐도 강력해 보이는 기관 장치와 무기들이 그 직선 길 전체에 잔뜩 돋아나 있었고, 흉측하게 생긴 괴뢰들이 수도 없이 그사이에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미궁의 끝자락에선 김연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는 의식 실이 튀어나와 무수한 괴뢰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김연의 뒤편에선 어느새 등에 거미 다리 같은 괴뢰 장비를 장착한 북향화가 그 뒤쪽을 계속해서 개조하고 있었다.
진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복왕과 기묘귀왕. 두 인족의 명성은 듣기야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야. 지금 항복하면 얌전히 감방에 넣어 두는 것으로 끝내겠지만, 저항하면 팔다리를 뽑아서 구속하겠네.”
그러나, 김연은 말없이 손가락 하나를 까딱거렸다.
우우웅!
번쩍!
그리고, 김연이 서은현에게 전수받아 개조해 놓은 양산형 서 장군 3기가 입에서 광선을 뿜었다.
콰아아앙!
진류는 원영 대원만 수준인 양산형 서 장군의 광선을 맞고, 눈을 꿈틀거리며 한 걸음 앞으로 향했다.
“뭐, 좋아.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 그리 해 주지.”
쿠웅!
투귀족은 인간족과 외견상으로는 거의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투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전신에 근육이 알차게 들어차 있고, 자랄수록 근육이 우람하게 부풀어 오르며 이마에는 뿔이 자라난다는 것이었다.
뿔의 개수가 많을수록 투귀족의 재능이 많은 이들이라 여겨졌으며, 뿔의 갯수가 적은 이들은 투귀족 내에서도 굉장히 천한 취급을 받았다.
투귀족의 왕족(王族)은 일곱 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고 귀족들은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중간 귀족은 네 개.
하층 귀족은 세 개였고, 평민은 한두 개를 가졌으며, 노예들은 뿔을 제거받아 뿔이 없었다.
투마해적단장 진마열은 다섯 개의 뿔을 가진 최고 귀족이었으며, 부선장인 진류는 네 개의 뿔을 가진 중간 귀족이었다.
우우우웅!
진류의 뿔이 떨려 오며 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진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드는 괴뢰들을 박살 내며 미궁을 걷기 시작했다.
점차 진류와 김연, 북향화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김연은 옆에 누워 있는 백린을 바라보았다.
백린은 막 구속구를 해제해 준 터라, 그의 전력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나 됐어, 북?”
“거의 다 됐어요, 언니. 그리고 제 이름 똑바로 불러 주세요!”
“알았어, 잉잉.”
“이익…!”
김연은 피식 웃으며 손끝에서 뻗어 나간 의식 실에 정신을 집중했다.
―잘 들어라, 제자야.
광증에 미친 채로 기묘성심전과, 괴뢰 조종을 가르쳐 주던 괴군이 그녀의 옆에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기묘성채가 싸우는 세력마다 승리를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녀의 눈에 기묘한 광증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히 우월한 기술력과 물량으로 상대를 찍어눌러서? 물론 그것도 맞긴 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바로 광증! 우리 기묘성채와 싸우는 세력은, 누구든지 간에 전투 중에 알게 모르게 점차 기묘성채의 ‘마음’에 전염되기 시작한다. 즉! 우리와 싸우는 이들은 싸우면서 서서히 ‘진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게지!!
콰앙, 쾅, 콰앙!
점차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장군들을 박살 내며 다가오는 진류의 얼굴이, 점차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나의 기묘성채는… ‘사랑’이다! 모두를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게 해 주는 ‘사랑’인 것이야! 그야말로 지고한 [박애]의 결정체! 아아아! 나는 어찌 이리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단 말인가!?
기묘성채의 괴뢰들과 싸우는 이들은, 괴뢰들 부수며, 괴뢰와 싸우며, 기묘성채를 마주하며.
기묘성채의 회로를 알게 모르게 직시하게 된다.
계속해서 무의식 속에 기묘성채의 회로가 각인되고, 점차 기묘성채의 광증에 물들게 된다.
점차 기묘성채를 상대할수록 이성을 잃고 미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묘성채 측과 상대편 모두 미쳐 버린다면, 결국 승리하는 것은 광증에 오래 적응해 있는 괴군 진영일 수밖에 없었다.
잘근잘근잘근잘근….
김연이 입술을 마구 짓씹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점차 서 장군들을 박살 내던 진류의 얼굴에 흥분과 광증이 서리기 시작했다.
“흐, 하하! 흐하하하!”
진류는 웃었다.
이전 기묘귀왕을 생포할 적에도 분명 이랬다.
괴뢰와 싸우는 건 즐겁지 않다.
하지만 김연의 괴뢰와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흥분하고 마는 것이었다.
“흐히하하하하!!!”
우우웅!
찌르르르르르!
진류의 뿔이 떨리다 못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진류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진류의 전신에 가득 찬 근육이 더더욱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진류의 눈에, 서 장군과 진마열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선장! 선장! 선자아앙! 아아아! 진마열 오라버니!!!”
진류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마구 서 장군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흐, 흐학! 흐하하학!”
그녀는 광증에 빠져 가면서도 한편으론 이성을 붙잡고 김연에게 다가갔다.
‘아아… 폭주하기 직전이야.’
진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투귀족들은 괴뢰술사와 상대하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상대와 실컷 즐겼다고 생각해도, 막상 정신을 차려 보면 남는 것은 상대의 살결이 아닌 딱딱한 괴뢰 조각이었다.
정신을 차린 후 자기가 괴뢰와 한판 했다는 걸 떠올리면 뿌듯함과 기쁨이 아닌, 자괴감과 불쾌감이 극도로 밀려온다.
그러나 진류는 그녀에게 달려드는 괴뢰들을 보며 결국 한숨을 쉬며 주먹을 휘둘렀다.
‘에라, 모르겠다, 도구든 뭐든 알게 뭐냐. 즐기고 생각하자.’
치이이익!
그녀의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며, 근육이 마구 부풀었다.
진류의 이마에 달린 네 개의 뿔이 미친 듯이 울었다.
찌르르르르르!!!
“흐크아아아아아!!! 키야아아아!!! 끼야아아아아아악! 크웨에에에에!”
그녀는 상대를 유혹하는 교성을 내뱉는 동시에, 눈이 뒤집힌 채 주변의 괴뢰를 마구 박살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