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80)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80화
모두와 함께 (2)
“음….”
나는 김영훈의 말에 내 공격을 맞고도 몸을 재생하며, 잔뜩 발정하여 달려드는 그자를 떠올렸다.
“굉장히 무공을 수련하기 좋은 조건을 지녔더군요.”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맞을 때마다, 상대와 전투할 때마다.
단순 사기가 돋는 게 아니라 성욕이 돋는 종족?
무공이든 지족공법이든, 전투와 관련된 것은 어마어마하게 익히기 유리한 종족이었다.
‘괜히 타 종족을 잡아먹고 착취하길 좋아하는 인간족과 함께 이악(二惡)인 게 아니군.’
솔직히 그 끈적끈적한 의념은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투사(鬪士)가 되기에 최상의 조건을 지닌 종족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내 반응을 보던 김영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내가 무인(武人)이 아니라 했는지는 알겠느냐?”
“흠….”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음, 죄송합니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군요. 어째서 무인이 아닙니까?”
정말로 모르겠다.
나는 괜히 아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영훈은 허공의 기를 뭉쳐 기병(氣兵)을 만들었다.
기로 만들어진 황금빛 도가 그의 손에 들렸다.
“내가 잡은 게 뭘로 보이지?”
“칼이지요.”
나는 그의 도신에 깃든 의념을 보며 바로 즉답했다.
“맞다. 무인이란, 무기를 들고 움직이는 자들이다.”
나와 김영훈은 전각 바깥으로 나가 대화를 이었다.
부웅!
그리고 광음역의 끄트머리에 도착한 김영훈은 그대로 손에 든 도를 내게 휘둘렀다.
“내가 네게 방금 휘두른 건 뭐지?”
“초식입니다.”
“맞다. 우리는 초식을 수련하는 이들이다.”
그는 다시금 도를 휘둘렀다.
이번엔 진심으로 나를 베려고 휘둘렀기에 나는 그에 맞추어 총천검을 꺼내 마주 휘둘렀다.
파앙!
분명 서로가 서로의 무기에 바다를 쪼갤 거력을 담았지만, 서로 힘 조절이 완벽했던 탓에 큰 충격파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가 부딪힌 건 뭐지?”
“뜻(意)이지요.”
“맞다. 무인은 무기를 휘둘러 초식을 만들고, 그 초식으로 뜻을 부딪히는 이들이지.”
우우웅!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결국은 뜻이며, 그 뜻은 우리의 혼(魂)이다. 여러가지 뜻을 담고, 그 뜻으로 예(藝)를 펼치기에, 우리는 무기를 들고 싸울지언정, 싸움 그 자체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투귀족의 손에는 뭐가 들려 있었는지 기억하느냐?”
나는 번들번들한 눈을 가지고 달려들려 했던 진마열을 떠올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단순한 사슬낫과 검이 아니었다.
욕망(欲望).
그는 끈적끈적한 욕정(欲情)을 품고, 그 욕정에 아예 매몰되어 있었다.
“…그렇군요.”
나는 이제야 김영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무(武)란 무기에 ‘무엇을 담느냐’란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그런 셈이지. 생각해 보니 지난번의 일이 생각나서 말이다. 내려와 봐라.”
투웅!
김영훈은 그렇게 말한 후, 그대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고력계의 심해였다.
토옹-
여전히 그는 심해 위의 차원을 밟고 서는 데에 성공했다.
“분명 너는 강하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것이 내 착각이 아니라면 네 무(武)는 완전하지 않다.”
“하긴… 천지족 공법에 괴뢰술까지 합쳐져 있었으니 말이지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방금 말했지. 무란 무기에 ‘무엇을 담는가’라고.”
“그랬지요.”
“한데 너는 무기가 몇 개지?”
출렁, 출렁!
차원의 표면이 움틀거리며, 김영훈이 서 있는 심해의 표면 위쪽이 움틀거렸다.
“지난번에 네가 어째서 이 차원 표면을 밟지 못하는지 고민했다. 내 생각에 우리 경지쯤 되면 이건 그리 어려운데 왜 네가 어려워하나 고민했지. 그러다가 답을 찾았다.”
그가 웃었다.
“무는 무기에 무엇을 담을지를 궁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무기가 너무 많아. 하지만 너는 그 무기에 전부 뜻을 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네 무는 완전하지 않고, 네 무가 완성되지 않았기에 네 무공 경지가 불안정하여 차원 표면을 밟을 수 없는 것이다.”
파아아앗!
그가 쥔 황금빛 도가 눈부시게 빛나는 듯했다.
“별을 베는 법을 물었지? 진짜 별은 벨 수 없지만, 나는 비슷한 건 벨 수 있다.”
촤아아아악!
그가 도를 휘두르자, 바다가 출렁이는 듯하더니 갈라졌고, 차원바다 아래쪽의 수많은 세계의 조각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 중에는 별빛이 맴도는 세계의 조각 역시 흘러다니고 있었다.
김영훈은 그 세계의 조각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그가 허공에서 한 바퀴를 회전했다.
그의 도가 원(圓)을 그렸다.
다음 순간, 별빛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가 그린 원(圓)의 궤적을 따라, 이 해역의 ‘빛’이 갈라졌다.
쩌억!
분천(分天)!
하늘이 일순간 두 갈래로 갈라진 듯한 환영이 해역 전체에 떠올랐다.
김영훈은 땀을 닦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네 무기가 많은 건 알고 있다. 그리고 너는 그 중 최소한 서넛에는 뜻을 제대로 담고 있지. 그러나 다른 잡다한 것들에는 담고 있지 않아. 그러니 잡다한 것들을 전부 버리거나, 버리기 싫다면 그 모든 것들을 전부 확실히 네 것으로 만들어라. 그리한다면….”
나는, 김영훈을 통해서 장익의 과제를 어찌 풀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별빛은 충분히 벨 수 있을 것이야.”
촤아아아-
다시금 분단되었던 하늘이 다시 돌아왔다.
공간을 자른 게 아니고 그저 공간에 있는 빛살만 갈라 낸 신기(神技).
나는 김영훈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잡혔다.
‘역시….’
그리고, 나는 김영훈에게 인사를 한 후, 내 심상에 있는 박도를 뽑았다.
녹빛의 박도가 내 손에 들렸다.
이걸 한 번 휘두르면 이 해역 하나를 통째로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아니, 해역 수준이 아니라 장익의 말대로 별도 가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박도를 그런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김영훈의 심상을 향해 박도를 휘둘렀다.
콰앙!
내가 휘두른 장익의 박도는 김영훈의 심상에 틀어박혔다.
붕조의 머리에 박도가 꽂히는 듯하더니, 박도는 그대로 붕조의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가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이건 또 뭐냐. 네 심상은 아닌 거 같은데….”
“박도에 심상을 주입하고 교감해 보십시오. 재밌는 분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장익의 제자는, 김영훈이 되어야 한다.’
“조언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김영훈에게 장익의 일격을 준 후, 그에게 장익과 교감할 수 있는 단서를 주고는 다시 돌아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영훈에게 받은 것은 컸다.
‘그래, 맞는 말이지.’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걸 익혔다.
그렇다면 그 많은 것 전부에 의미를 부여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아니다.’
홍수령과 함께 검진을 만들며 천지족공법과 무공을 합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건 합일이 아니라 무기를 하나 더 만든 것에 불과한 일이었다.
나는 총천검을 든 채 단악검법을 약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 보았다.
1초인 월악부터 시작해 30초인 산심연후도.
‘31초를 만들 때도 됐지.’
나는 무극교전 연공장으로 가, 내가 지금까지 익혀 온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월입도경부터 시작해서 청문세가의 공법, 천린수해성, 괴군의 회로, 기괴고, 규토장성공, 음혼귀주문, 백란축성문, 창령성광오채대법, 멸신겁천 및 뇌도공법, 만상인연도와 육극음뢰신, 대막사해성 등.
‘상당히 많은 걸 익혔다.’
심지어 내가 만들기도 많이 만들었다.
얼마 전 만든 흑인장성결을 비롯해서 내가 직접 만들어 쓰는 것들도 꽤나 되는 편이었다.
나는 무수한 공법구결을 떠올리며, 김영훈의 말을 되새겼다.
‘무기가 많지만, 무기에 전부 뜻을 담고 있진 못한다… 라.’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무기에 뜻을 담을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다.’
나는 단악검법을 펼쳤다.
그리고 단악검법의 초식들에 맞춰, 무수한 공법들의 공법구결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내 모든 공법을, 모조리 하나로 녹인다.’
그리고 공법과 무공을 합일(合一)한다.
단순히 단악검법 후반부에서처럼 천지심을 녹이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익혀 왔던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될 터였다.
‘시작하자.’
별을 베어 내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몇 년이 걸리든, 지옥수련을 해서라도 해 내야 한다!!!
그리고, 약 십여 년이 흘렀다.
* * *
‘쉽지 않군.’
음혼귀주문과 백란축성문, 흑색혈루화, 육극음뢰신이나 대막사해성 등은 전부 검 안에 녹여 넣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검법에는 초식이 있다.
하나의 동작에 그런 공법들을 녹여 넣는다 해도 다른 동작과 또 다른 동작이 모여 만들어지는 초식.
그 모든 초식과 초식의 연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변초, 그 하나하나에 공법을 녹여 넣어야 한다.
‘까마득하다.’
솔직히 무작정 시작하긴 했지만 도대체 언제 끝날지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십 년이 지났다.
* * *
지난번에 느꼈던 액운은 내 감이나 착각이 아니었다.
여전히 하늘 위에서 느껴졌다.
연위나 송진 등 다른 이들에게 상담해 봤지만, 그들은 내가 보는 천기는 볼 수 없다는 것 같았다.
연위는 내가 악령에 씌인 게 분명하다며 나를 불에 태우는 번제와 함께 굿을 하려 하길래 거꾸로 매달아 놓고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하지만 내 착각은 아닌 것이, 액운은 계속해서 끊이질 않았다.
다른 해역에서 습격을 해서 종종 교인들을 납치해 간다거나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매번 다시 구출해 오긴 했고, 한번 납치당했던 이들은 행실을 조심했기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내 마음은 불편했다.
최근에는 반인반어족의 위윤이라는 원영기 요족이, 무극교단의 지부 곳곳에서 방화와 교인들을 향한 습격을 벌이고 있었다.
잡아서 심문하고 싶었지만 잡으러 갈 때마다 어디로 숨는 건지, 도무지 잡히지 않는 것이 썩 귀찮았다.
나는 무극교주로서의 업무를 보며, 강녕축을 쌓고, 내 공법과 무공을 하나로 녹여 내는 데에 집중했다.
삼십 년이 지났다.
* * *
콰득, 와드드득!
수련을 하던 중 심마가 찾아왔다.
모든 공법을 하나의 초식에 녹여 내는 데엔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단악검법의 무수히 많은 변초 전부에, 이 공법들을 전부 다 적용해서 녹여 내야 한다.
너무나도 까마득하다!
내 재능은 한참이나 부족하거늘!
콰드드득, 와드득, 와득, 와득!
주화입마가 찾아왔고, 나는 지금 내게 찾아온 심마를 잡아먹는 중이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나는 눈이 돌아간 채로 심마를 꿀꺽 삼키며 외쳤다.
“해 내야 한다…!”
재능이 없다고 잉잉 울면서 주저앉아 절망하는 건 한참 전에 질렸다.
벌써 내 나이도 4천살에 육박하고 있다.
이 나이를 처먹고도 어린애처럼 재능을 핑계로 주저앉을 순 없다!
“해 낸다! 아니! 한다!”
재능은 핑계일 뿐이다.
재능이 없다면 내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도전하면, 반드시 된다!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
그러니….
“나는! 한다!”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서 검을 휘두르며 공법들을 녹여 넣는다.
사십 년이 흘렀다.
* * *
한번 수련에 빠지면 광기에 빠지는 게 내 특징인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이전처럼 정신을 가속하고 수련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단악검법에 내 모든 공법을 통합시키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껴진 것이었다.
얼마나 이 미친 짓을 반복했을까.
나는 이제 단악검법 전반부, 1초부터 12초까지의 초식에 모든 공법을 녹여 넣었음을 확신했다.
이제 남은 것은 중반부와 후반부뿐이었다.
‘간다, 간다…!’
나는 심해 마물을 때려잡으며 공법들을 통합해 나갔다.
오십 년이 지났다.
* * *
심해 마물 등을 때려잡으며, 그리고 강녕축을 쌓으며 얼마나 많이 발광을 했을까.
나는 기어이 단악검법 30초 전부를 내 모든 공법과 통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단악검법이 가진 수백 수천 개의 변초와 연계기에 공법을 녹여 넣는 작업뿐이었다.
“크하하하!”
콰드드드득!
나는 내게 달려들어 나를 괴롭히는 심마의 얼굴을 뜯어 삼키며, 동시에 심해 마물의 머리통을 박살 내서 고석을 캐냈다.
놀랍게도 이번 심해 마물은 꽤나 강한 놈이었는지 머릿속에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고석이 박혀 있었고, 고석의 중앙에는 그 귀하다는 감찰옥마저 박혀 있었다.
나는 흥얼거리며 감찰옥을 캤고, 그러던 중 감찰옥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어째서일까.
나는 내게 미친듯이 달려들던 진마열과 내 모습이 꽤 닮아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무인이 아닌 걸까?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무(武)가 아닌 걸까?
내가 무인인지를 김영훈에게 물어보려다 김영훈은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냈다.
아무래도 한적한 곳에서 장익과 교감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재능이라면 장익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그는 장익에게서 어떤 깨달음을 얻어 낼까.
그는 벽을 넘어, 좌탈입망 너머의 희망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나 자신이 어째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음 경지는 김영훈이 먼저 가서 알려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한심함과 함께, 내가 여전히 무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음 경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 자체로,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무를 갈구한다는 것 자체로 나는 진마열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투귀족의 투무는 오직 욕정만이 담겨 있지만, 나의 무공은 더 높은 곳을 향한 갈망이 담겨 있으니까!
나는 적어도 그 사실에 안도하며, 계속해서 무공을 수련했다.
육십 년이 지났다.
* * *
“그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내 모든 공법을, 모든 초식에, 녹여 내었다!
실제 시간으로는 교인들에게 물어보니 칠십여 년 정도였지만, 내가 정신을 가속시키며 무공을 통합했기에 체감 시간은 수백 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대체 왜!!!”
검을 펼친다.
검의 초식마다 무수한 공법이 뒤따랐다.
이 검은 저주이기도, 축복이기도, 스승의 은혜이기도, 내 노력의 결실이기도, 서립의 마음이기도, 금신천뢰문의 의지이기도, 흑색귀골곡의 연구이기도, 창천개벽문의 근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초식에 만상인연도가 스며들었다.
츠츠츠츠츠-
“그아아아아아!!!”
희뿌연 안개가 초식에 스며들었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초식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틀렸다.
어그러진다.
일그러진다.
망가지기 시작한다.
초식이 흐트러지며 제멋대로 폭주했다.
콰아아앙!
결국 초식은 제멋대로 내 뜻에 따르지 않고 이지러지다, 결국 어느 순간 폭발해 버렸다.
초식을 전부 합일하는 데엔 성공했다.
그러나 만상인연도가 깃들자, 초식은 미쳐 날뛴다.
그리고, 억지로 초식을 잡고 검무를 추던 중 생전 처음 겪는 일을 겪게 되었다.
콰아앙!
총천검이, 내 손을 벗어났다.
“….”
검을, 놓쳤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손을 덜덜 떨었다.
“내, 내가….”
검을, 놓쳤다고?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놓쳤다.
아니, 정확히는 검이 내 손에서 순간 사라졌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터였다.
평생 동안 검을 쥐어 온 내 악력은 이젠 비정상적인 수준에 이르러서, 이제는 ‘악력’ 단 하나만큼은 과장하지 않고 쇄성기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악력이 강해도 쥘 것이 갑자기 사라지는데 뭔가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는 그 충격에 한동안 무공 수련을 멈추고 교단 업무만 보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팔십 년이 지났다.
* * *
최근에 북향화와 김연은 붙어 다니는 모습이 꽤나 많이 보였다.
이제는 의자매라도 맺었는지 잠도 같이 자고, 서로 성만 부르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북?”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 했죠, 김?”
“이게 하늘 같은 언니한테!”
“꺄아악! 머리 잡지 말라 했지!”
간혹 사소하게 다투긴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손잡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나는 문득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아….”
내 검법이 내 말을 듣지 않았던 이유.
나는 만상인연도를 내 공법이라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아니다.
송진의 말대로, 인연이란 상대와 함께 만드는 것.
상대와 함께 만들었으니, 그것은 나만의 공법이 아닌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검에 섞으려 했으니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도 끝에 가서 폭발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교감해야 해.”
나는 그날부터 동공(動功)이 아닌 정공(停功)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내 만상인연도 자체를 더욱더 느끼기 위한 수련이었다.
그리고, 구십 년이 흘렀다.
* * *
나는 북향화에게 받아 온 노리개를 바라보며, 무색유리검과 비교해 보았다.
그녀의 노리개 안에는 청문령이 뱉어 낸 괴석이 봉인되어 어마어마한 동력원이 되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노리개에선 어마무시한 동력이 뿜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북향화가 한 가지 착각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원영 중기밖에 되지 못한 북향화였기에 잘 모르는 것 같았다만, 이 노리개 안쪽으로 의식을 넣어 보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즉, 이 안에는 괴석이 봉인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노리개는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고, 북향함대가 사용하는 동력원은 단순한 괴석의 동력이 아닌 ‘어딘가’에서 끌어오는 동력원이었다.
나는 처음에 이 노리개와 연결되어 있는 게 만상인연도는 아닐까 하고 실험해 보았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노리개와 만상인연도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김연에게 의식으로 노리개와 연결된 곳을 한번 찾아보라고 해야겠군.’
나는 불가능했지만, 김연의 거대한 의식이라면 노리개와 연결된 곳을 찾는 데에 성공할지도 몰랐다.
‘…결국 노리개로도 만상인연도의 비밀은 알 수 없는 건가.’
나는 만상인연도의 근원인 무색유리검을 들여다보았다.
3천 자루를 전부 흩으면 평범한 법보 수준이지만, 전부 합치면 사축기급 법보가 되는 무색유리검.
내 가장 소중한 추억의 근간인 무색유리검은 총천검과 합쳐지면 정말 제대로 합체기 대원만 수준의 법보가 된다.
수천년간 내 단화로 단련된 무색유리검의 유리는, 이제는 유리라기보다는 뭔가 또 다른 광물이나 다름없게 변해 있었다.
나는 무색유리검을 한참이나 관조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휴우….”
아직도 나는, 만상인연도를 정복하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만상인연도를!
전부 깨닫지!
못했다!
“…하늘이여!”라고 부르짖고 싶었지만, 만상인연도는 하늘이 아닌 내가 만들어 낸 인연의 결정이기에 딱히 하늘을 부르짖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노리개를 북향화에게 돌려주고 다시 나를 참오하고, 또 참오했다.
송진이나 연위, 홍범 등 경험이 많거나 믿음직스러운 이들과 인연에 대해 논하며 그렇게.
약 백여 년이 흘렀다.
송진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