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82)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82화
모두와 함께 (4)
머리가 뿌옇다.
햇빛이 맑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어지러운 정보가 밀려든다.
나이는 30세, 취미는 도박과 주색잡기, 음주 가무.
직업은 숯 굽는 일을 하는 숯장수. 독신….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
꿈을 꾼 것 같다.
나는 숯 장수 서은현이었다.
그런데 잠결에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았다.
내가 몇천 년이나 살아가며….
번뜩!
나는 내 머리를 쥐고 버럭 소리쳤다.
“나는 나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내가 나인 걸 잊을 리 있는가?
나는 숯장수 출신 서은현이 아니다!
비누 회사 출신 서은현이다!
“나는 서은현이다!”
난 머리를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잊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는, 봉래도 바깥의 소금산 자락을 보고 있었고, 소금산이 내뿜은 빛을 맞고 기절했었다.
‘육린은 봉래도 내에 진입하면 봉래도 내의 환상진법에 빠져, 진법 내의 등장인물이 된다고 했지.’
그리고 이 진법은 우리에게 맞춰 매번 달라진다고 했다.
‘적어도 이건 확실하다.’
이를 말할 때의 육린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백여 년간 계속 심문해서 알아낸 사실이니까.
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고 상황을 정리하며 일어섰을 때였다.
수군수군수군수군….
주변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일어난 곳은 한 웬 초가집의 작은 평상 위였다.
그리고 초가집의 낮은 울타리 너머로, 이웃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나를 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저 서가 놈, 어제 술을 진탕 마셨다 보니 제정신이 아닌 건가.”
“에이, 어서 가던 길이나 가요. 저 왈패 놈한테 또 걸리면 큰일 나!”
“에잉, 마을에 건달 같은 게 있으니까 마음이 불편하구만.”
“그나저나 오늘은 또 왜 저리하고 있대?”
“모르지. 서가 놈 성격이면 산에 버리고 오려는 걸지도!”
“하이구야 끔찍해라. 불효막심한 놈!”
“….”
나는 내 머릿속에 주입된 기억과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이 진법 내의 원래 숯장이 서은현의 설정은, 13살에 부모가 돌림병으로 죽고 30살이 될 동안 이 마을에서 결혼도 안 하고 굉장히 깡패처럼 살아온 인물인 건가.’
굉장히 세세한 진법이다 싶었다.
내가 이웃들을 한번 둘러보자, 그들은 하나같이 똥 밟았다는 의념을 내뿜으며 도망쳤다.
‘…? 잠깐, 몇몇은 의념을 못 본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나는 그들을 한번 둘러본 후 내 손을 뻗었다.
숯장이 서은현의 집 바로 뒤편에 있는 뒷산을 인력으로 뽑아 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인력은 동작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천린수해성이나 대막사해성, 혹은 규토장성공 같은 공법을 끌어 올리려 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흠….”
나는 울타리를 만드는 데에 쓴 볏짚 하나를 뽑아, 그대로 평상에 휘둘렀다.
부웅!
수천 년간 검을 수련해 온 나였다.
아무런 기운도 담지 않았지만, 볏짚을 휘두른 것만으로 평상에 흠집이 났다.
나는 잠시 그 흠집을 보다, 내 팔에 볏짚을 휘둘렀다.
스릉-
내 팔이 베여 핏방울이 배어 나왔다.
‘창령성광오채대법으로 쌓은 육신의 근력이나 강도도 전부 평범한 수준이 되었군.’
단전에 의식을 집중해 보려던 나는 의식마저 범인 시절로 돌아왔단 걸 알아챘다.
‘이거 참….’
물론 의식이 없어도 내 몸 하나를 관조하는 데엔 문제 없었기에, 차분히 단전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금단이 없어졌군.’
안에 있는 법보도 사라졌다.
나는 완전히, 그러니까 등선향 초기 시점의 서은현과 같은 수준이 된 것이었다.
‘아 그 정도는 아닌가.’
생각해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이 진법 내의 숯장이 서은현은 숯 굽는 일을 하며 손발이 항상 검었고, 피부가 꽤 거친 편이었다.
“후우우….”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기이한 걸 느낄 수 있었다.
‘기(氣)가 없군.’
놀랍게도 대기중에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장익에 의해 뇌성해 표면의 그 온천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인력을 이용해 총천검을 끌어오려 해 보았다.
그러나.
“….”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이런 젠장.”
아무래도 근본적으로 뭔가 법칙 자체가 뒤틀린 세계 같았다.
“육린 그 개자식이….”
이게 도대체 뭐가 단순한 환상이란 말인가!
차라리 하나의 이계나 다름없지 않는가!
그나마 의념을 보는 능력과 내가 쌓아 온 무(武) 그 자체는 남는 것 같았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육린의 정보 중에 틀린 게 있었단 걸 알게 되자 짜증이 났다.
‘그 개 같은 자식이, 분명 기(氣)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나 나는 숯장이 서은현의 기억을 뒤지던 중, 이 세계에도 요괴 같은 게 있단 걸 알아챘다.
나는 머리를 짚었다.
‘제길, 요족은 이 세계에서 요력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건가?’
그러니까, 육린은 자기 기준으로는 기를 쓸 수 있단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단 의미였다.
나는 이를 악물며 일단 동료나 무극교단의 교도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숯장이 서은현으로서의 대략적인 기억은 있긴 했지만, 모든 기억이 완전하진 않았다.
나는 바로 근처에서 연위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집 건너편 기와집 안에서 깨끗한 차림을 한 채,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놀아 주고 있었다.
‘저 아들은 연진 같은데….’
“저… 연위 어르신.”
나는 일단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나를 보더니 눈에 쌍심지가 켜져 부엌으로 가더니 밥주걱을 가지고 달려와 내 뺨을 후려쳤다.
“또 쌀 달라고 왔느냐! 염치없는 것! 썩 나가지 못해! 네놈에게 줄 건 그 뺨에 붙은 밥알밖에 없으니 썩 꺼져라!”
“흠흠, 임자. 왜 그리 소란이오?”
“아니 여보, 또 마을의 망나니 놈이 왔지 뭐예요?”
드르륵-
기왓집의 안쪽에서 문이 열리며, 어째 헌원을 닮은 대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내 위쪽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거 불쌍한 청년이잖나. 임자가 이해 좀 해 주게.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서가의 부모님이 예전 우리 부모님께 도움을 주었다고. 쌀 한 바가지 정도만 줘서 보내시구려.”
“으으으… 알겠어요, 여보.”
연위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헌원의 말에 순순히 부엌으로 가서 쌀을 한 바가지 퍼서 내게 내밀었다.
“으으으, 내, 내가 왜 너같은 거지한테… 남편이랑 아들한테 먹여야 할 우리집의 피 같은 쌀을….”
그녀는 손을 덜덜 떨며 내게 쌀을 건넸고, 나는 얼떨결에 연위의 쌀을 받았다.
“쌀 받았으니 썩 꺼져라! 그리고 이제 그 말같지도 않은 부모님 대 은혜를 한 번만 더 들먹이며 찾아오면 치도곤을 맞게 해 줄 테다!”
내가 쌀을 받자, 그녀는 나를 걷어차서 대문 바깥으로 쫓아낸 후 문을 쾅 닫았다.
나는 받은 쌀을 살펴보았다.
쌀에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었다.
“…인성을 보니 연위가 확실한데.”
나는 헌원의 얼굴을 한 남편을 떠올렸다.
‘그자는 의념이 보이지 않았다.’
난 육린의 말을 떠올렸다.
‘이 진법은 대상의 기억을 바탕으로 환상을 만든다 했었지.’
연위의 남편은 그녀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순수한 이 세계의 등장인물인 모양이었다.
‘그럼 아까 의념이 보였던 이웃들은….’
나는 그들의 생김새를 기억하며, 무극교단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들임을 기억했다.
‘그렇군, 교도들은 귀신이 아니라 생전 모습으로 설정된 건가.’
나는 눈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고, 왜 연위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지?’
나는 벌써 정신을 차렸건만, 그녀는 어째 아직도 자신을 이 세계의 등장인물이라 착각하는 것 같았다.
‘연위는 죽었지만, 그래도 사축기 수준의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리 자신의 본질을 잃고 이 세계의 설정에 충실하고 있었다.
‘다른 동료들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일단 이 마을을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마을을 돌며, 예상외로 나에 대한 평판이 끔찍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엉엉 울기 시작했고, 마을 처녀들은 즐겁게 떠들다가도 내가 다가가자 정색하고 나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걸었다.
마을 어르신들로 보이는 노인들은 내가 다가가자 공포에 떨며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도망쳤고, 건장한 마을 청년들은 내가 다가가자 바닥에 침을 뱉곤 했다.
‘제길, 왜 하필 내 설정은 망나니인 거지?’
그러던 중, 나는 움찔거리며 자리에 멈춰 섰다.
저 앞에서 김연과 북향화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꺄르르 웃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극교단에서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기에, 나는 혹시나 하고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그리고, 북향화와 김연은 기겁하며 내게서 뒷걸음질을 쳤다.
“꺄아아악! 이 불한당!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연이 언니한테서 안 물러나? 이 변태 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김연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고, 북향화 역시 뒷걸음질을 치면서도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잠깐, 할 말이 있다.”
나는 합체기 대원만을 뛰어넘는 수준의 의식영역을 가진 김연마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단 사실에 당황하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의식영역이 가장 큰 김연마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진법 안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거지? 뭔가 자극이 필요한가?’
북향화는 내가 다가오자 점차 사나운 얼굴이 되며, 품에서 작은 은장도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이봐, 진정해라. 잠시만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우리 속곳이라도 확인하려 그러느냐, 이 악적! 더 다가오면 휘두르겠다!”
“아니 북향화, 잠시만 그걸 내려놓고….”
“갈! 이 손 치워!!!”
붕, 부웅!
북향화는 앙칼진 소리를 내며 은장도를 내게 휘둘렀고, 나는 당황하며 손을 뻗었다.
“이봐, 잠깐 위험하니 그만 휘둘러라!”
난 순식간에 북향화의 손을 잡고 그녀를 제압했다.
김연은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며 내 바짓자락을 잡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제, 제발 우리 향화만은 건드리지 마! 차, 차라리 날 건드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때였다.
부웅!
나는 뒤에서 뭔가가 날아온 것을 느끼고, 바로 뒤를 돌아 내게 날아온 짱돌을 잡아챘다.
“오…! 너도 있었군.”
나는 반가운 얼굴로 내게 성난 얼굴로 짱돌을 던진 남자, 전명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봐 전명훈! 너는 날 기억하는 거냐?”
그러나 전명훈은 성난 얼굴로 내게 다가와 그대로 내 뺨을 갈겼다.
“…?”
‘녀석한테 맞는 건 오랜만인데….’
이 녀석이 화나 있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었기에, 나는 전명훈이 기억을 되찾은 건지 보려고 말을 걸었다.
“이봐, 갑자기 왜 때리는 거냐?”
그러나 전명훈은 성난 얼굴로 내게 마구 삿대질을 했다.
“닥쳐! 이 망나니 같은 놈, 제발 마을 처녀들 좀 그만 건드려라! 네놈 때문에 흉흉해서 마을이 바람 잘 날 없단 걸 모르냐! 예전에 친구였다고 봐줄 것 같으냐! 계속 이렇게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면 누님한테 부탁해서라도 네놈을 마을에서 쫓아낼 거다!”
그는 다시 한번 내 뺨을 때리려는 듯 손을 들어 올렸고, 그때 전명훈의 뒤에서 한 여인이 그를 끌어당겼다.
“아니! 여보, 아무리 그래도 지금 바로 앞에서 아들을 때리면 어떡해요?”
“뭐?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나는 그녀를 보며 몸을 흠칫 떨었다.
금소해를 닮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전명훈을 끌어당기고는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안녕하신가요.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금소해, 아니 그녀를 닮은 등장인물은 전명훈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듯 전명훈과 함께 어딘가로 갔다.
전명훈은 저 멀리, 연위가 있던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전명훈이 말한 ‘누님’은 연위였던 모양이었다.
전명훈이 나를 잡은 덕에, 북향화와 김연은 빠르게 도망쳐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젠장.”
눈떠 보니 봉래도의 망나니 숯장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