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83)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83화
모두와 함께 (5)
나는 일단 마을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일단 이 마을 주민의 절반은 무극교단의 일원이다.’
그리고 그 중 내 동료들은 전명훈, 김연, 북향화, 연위, 연진 등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동료를 찾으려면 다른 마을로 가봐야 할듯 했다.
‘일단 내가 떨어진 곳의 이름은 봉래(蓬萊).’
봉래의 크기는 대략 지구의 인도 수준이었고, 현재 세를 잔뜩 넓혀서 봉래도에 들어온 무극교단의 인원들 4억이 전부 ‘봉래국’의 백성으로 떨어졌다고 할때, 봉래국의 백성은 수억 정도로 추정되었다.
‘물론 이건 추측일 뿐이지.’
전부 백성이 아니라 짐승이나 요괴, 혹은 진짜 귀신 같은 것으로 재탄생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었다.
일단 이 봉래국은 중앙의 도성, 그리고 도성을 제외한 전국 7개의 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각의 주는 모두 10개의 성으로 나뉘었고, 1개의 성에 십수개의 군과 현이 뒤따랐으며, 현 아래에는 촌이라는 단위가 있었다.
그리고 이 촌이 내가 있는 마을의 단위였다.
‘이 마을의 이름은 태을촌(太乙村).’
연위의 남편인 태원은 마을의 촌장이자 지역유지였고, ‘놀부 영감’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연위의 동생인 전명훈은 놀부네의 친척이어서 그 비슷한 ‘흥부네’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나와 전명훈, 김연의 기억에 있는 동화들의 영향인 것 같았다.
‘흥부와 놀부가 사이가 좋은 것만 빼면 말이지.’
전명훈은 금소해와 금슬이 좋아 둘 사이에서 12명의 자식들을 보았고, 놀부 대감 헌원은 연위의 말을 잘 들어주는 좋은 남편이었기에 연위의 동생인 전명훈도 굉장히 잘챙겨준다고 했다.
애당초 전명훈도 금소해와 함께 살림을 알뜰살뜰하게 꾸리는 편이라 둘에게 크게 손도 벌리지 않는다 했다.
북향화와 김연은 일찍이 김연의 아버지가 딸이 있는 계모를 들여 맺어진 이복자매로, 김연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계모는 북향화만 예뻐했지만 정작 북향화는 김연과 사이가 좋은,
어딘가 비틀어진 콩쥐와 팥쥐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럼 나도 뭔가 동화속 주인공이 된건가? 그런데 숯장수가 주인공인 동화는 도대체 뭐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숯장수가 주인공인 동화 같은 건 생각나지 않았다.
‘등에 김연이라도 매고 요괴들 목이나 베고 다녀야 하나.’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마을을 한번 둘러본 후, 뒷산으로 가, 숯장수 서은현의 일터인 ‘숯 가마’ 부근으로 올라갔다.
숯가마를 대충 보아하니, 숯장수 서은현은 별로 관리도 안 한 건지 가마 곳곳이 낡아서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항상 질 나쁜 숯을 생산해내는 놈이었다지?’
거기다 숯장수 서은현은 질 나쁜 숯이나마 팔아서 쥐꼬리만한 돈이라도 벌면, 버는 족족 이웃 마을인 소을촌으로 놀러가 음주가무를 즐기고 이웃마을 소똥이와 도박이나 하러 다녔다.
덕분에 모아둔 돈도 없었다.
‘…그냥 글러먹은 놈이었나.’
나는 한숨을 쉬며, 숯가마 옆에 있는 녹슨 도끼를 집어들었다.
‘숯가마를 팔아서라도 돈을 마련해서 다른 마을로 떠나보려 했다만… 이따위 숯가마는 누가 사줄리도 없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멍청한 놈 같으니…”
잘 팔리지도 않는 숯 장사 같은 거나 하니까 가난한 거다.
‘이 시대에 돈을 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비누장사거늘. 숯 장사라니, 어리석은 소리지!’
나는 숯가마를 열어보았다.
잿가루가 굉장히 잔뜩 쌓여있었다.
‘기름을 얻어서 저 잿가루를 전부 비누로 만들면…’
옛날 생각이 나면서 벌써 손이 근질거린다.
당장이라도 비누를 만들고 싶었다.
“헛, 이게 아니지.”
나는 비누장사의 유혹을 뿌리친 후, 숯장수 서은현의 기억을 되살리며 숯가마 밑을 뒤지기 시작했다.
“찾았다…”
나는 숯가마 밑에서 부지깽이 하나를 찾아냈다.
끝이 표족한 것이 무기로 쓰기 좋아보였다.
나는 도끼와 부지깽이를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육린의 조사일지에 의하면, 이 진법 속에서 동료를 모으는 방법은 멍청하게 전국 칠주를 쏘다니며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찾아오게 하는 거라고 했지.’
그리고 동료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위업’을 쌓는 것이라 하였다.
이 세계에서 업적이 될만한 일을 하면 점차 본인의 격이 올라가며 내가 찾던 이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하였다.
‘숯장수 서은현의 기억에 따르면, 태을촌 뒷산 너머 산자락에 요괴가 한 마리 산다고 했었지.’
밤마다 요괴가 산 아래로 내려와 가축들을 잡아먹고, 심하면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고 했기에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었고, 뒷산에 올라가는 것도 나 같은 마을에서 경원시되는 숯장수밖에 없었다.
난 일단 요괴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요괴도 동료일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세계의 요괴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이 세계에서 주의할만한 건 아무래도 요괴 정도인 것 같았다.
그 밖에 관군이나 포졸 같은 이들은 솔직히 만 명 이상이 몰려오는 게 아니면 그닥 무섭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얼마나 숲속을 거닐었을까, 나는 요괴의 영역에 진입했단 걸 알아챘다.
숲 곳곳에 새하얀 털이 떨어져 있었다.
“이건…”
나는 털에 다가가 털을 주워 냄새를 맡고, 바로 요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 이 요괴…”
그리고.
쿠웅!
익숙한 세 개의 꼬리를 가진 집채만한 여우가 내 앞에 나타났다.
[크르륵… 크르르륵…!]여우는 붉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고, 당장이라도 나를 뜯어먹을 듯 이를 드러냈다.
시호였다.
[캬오오오오!!!]나는 잠시 시호를 바라보다가 무덤덤하게 물었다.
“뭐… 네 영역에 무단침입했으니 팔 한쪽 내놓으란 거냐?”
이거 참, 옛 생각이 나고 정겨운 상황이었다.
“싫어, 이 개새끼야.”
시호는 봉래국에 떨어지고 난 후 다시 완전히 짐승새끼가 되어버린 건지, 이성을 잃고 내게 덤벼들었다.
나는 잽싸게 체내의 근육을 완벽히 통제하며, 인근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 지형을 머릿속에 그려넣고 전투 경로를 짜냈다.
시호는 잠시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올라간 나무를 커다란 입으로 악물었다.
와드드득!
드드득!
녀석이 열댓번 정도 나무를 깨물고 후려치며 공격하자 나무가 쓰러질 기미가 보였다.
‘근육이나 녀석이 내는 힘을 봤을때, 곰 두세마리를 합친 것 정도 힘인가.’
나는 차분히 냉정한 눈으로 원숭이처럼 다른 나무로 뛰어 이동한 후 시호를 관찰했다.
녀석은 광분하며 계속해서 나무를 박살냈고, 내가 계속해서 도망다니자 성이 났는지 더욱 더 크게 울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녀석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호오…’
동시에, 시호는 땅을 박차고 나무 꼭대기 어림에 올라와 있는 나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와 입을 벌렸다.
그리고, 나는 피식 웃으며 부지깽이를 거꾸로 쥐었다.
뾰족한 부분으로 찌르면 녀석이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몽둥이 정도로만 쓸 생각이었다.
“그게 끝이냐?”
내가 등선향 초반에 항상 시호한테 팔을 뜯겼던 건, 놈의 크기나 생김새 같은 게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똥개 놈이 나름 결단경의 요수였기에, 놈이 요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대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봉래국에 떨어진 지금, 시호는 겉모습만 그때와 비슷할 뿐, 요술은 사용하지 못하고 이성도 없으며, 요력으로 신체 능력만 증폭시키는 연기경 극초기 요수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라면…
‘법력이나 내공 없어도 눈 감고 잡을 수 있지.’
나는 내 육체의 성능을 시험해볼겸, 도끼와 부지깽이를 잡은 채 달려드는 시호에게 동시에 달려들어 놈의 턱을 걷어찼다.
직후, 빠르게 등 뒤로 이동한 나는 부지깽이를 놈의 어깨 틈 근육에 찔러넣고, 놈의 털을 꽉 움켜쥐었다.
[케에에엑!]시호는 비명을 지르며 나무에서 떨어졌고, 땅에 떨어지기 전 빠르게 몸을 돌려 땅에 착지한 후, 나를 떨쳐내기 위해 발광하듯 곳곳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나는 시호의 근육을 읽어내며, 놈의 움직임을 전부 예측해서 교묘하게 계속해서 놈의 등 뒤를 차지했고, 녀석이 틈을 보였을 때 녀석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꾸구구국!
전신의 근육을 쥐어짜며, 짧은 찰나 호흡을 집중해 근육의 힘을 한곳에 집중시킨다.
그리고 찰나.
콰아앙!
나는 완력을 이용해 시호의 뒤통수를 내리쳤고, 발경의 묘리가 함유된 뒤통수치기에 시호의 뇌가 진탕되는 게 느껴졌다.
녀석은 그대로 두 눈이 뒤집어지더니 기절해 버렸다.
“후우…”
난 시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잠시 뇌의 제어를 풀고 몸을 사용했더니 전신이 말이 아니었다.
‘기를 못쓰니까 이런 놈 하나 상처없이 생포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군.’
티끌만큼이라도 기를 쓸 수 있었다면 훨씬 여유롭게 시호를 생포할 수 있었을 터였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놀란 근육을 진정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후 아까전 보아뒀던 주변의 지리를 떠올렸다.
‘시호는 한 곳을 중심으로 빙빙 돌며 나를 떨쳐내려 했다.’
그렇다면 그 중심이 시호의 보금자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기절한 시호의 의념을 살펴보며, 녀석이 깨어나려면 시간이 걸린단 걸 인지한 후 시호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요괴놈이라면 보물이라도 좀 모아뒀으면 좋을텐데 말이지.’
그리고, 나는 예상 외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 선배님!!! 선배님도 잡혀오신 겁니까!?”
서란이었다.
“…아니, 난 구하러 온 거다.”
나는 예상외로, 내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조력자를 만나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 어떻게 된 건지나 좀 물어보지.”
* * *
타닥, 타닥, 타다닥!
불을 피워, 시호가 자기 굴에 남겨둔 사체들을 구웠다.
그런 후 정신을 차리고 굴에 돌아와 내게 복종한 시호의 꼬리를 배고 누우며 물었다.
“그러니까, 정신차리자마자 시호가 너를 납치해 와서 며칠간 여기서 지냈단 건가?”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저에 대한 집착이 여기서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도 서란은 ‘인간’ 종족이었다.
“일단 제 설정…은 기억을 상실하고 거리에 나앉은 거지 꼬마였던 것 같습니다. 제 정체성이 ‘연고없는 고아’라는 것 외에 다른 기억은 아무것도 없더군요. 다른 동료들은 지금까지 시호 외엔 만난 적은 없습니다.”
“흐으음…”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머리가 아파졌다.
‘도대체 의식을 차리는 조건이 뭐지. 그냥 무작위인가?’
서란은 딱히 오래 살지도, 의식이 크지도, 경지가 높지도 않았다.
그런데 들어보면 오히려 나보다도 먼저 의식을 차린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서란과 나 사이의 공통점이라고 생각될 만한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서란은 거지 고아. 그리고 나는 가난뱅이 숯장수.’
둘 다 배 곯고 다닌다는 게 비슷했다.
‘혹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의식이 걸쳐야 정신을 차리는 건가?’
나는 그런 가설을 세워보며 시호를 바라보았다.
“이봐 서란, 내가 이 녀석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면 시호가 정신을 차릴까?”
그 말에 서란은 아연해지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러지는 마십시오.”
“…?”
“아니 그게… 만약 아니라면 애꿎은 시호만 죽을 수도 있는게 아닙니까?”
내 말에 긴장하던 시호는 서란이 나를 말리는 듯하자 안심했고,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긴 하지. 그럼 어찌할까…”
“일단 제 생각에… 이건 시간이 조금 필요한 일 같습니다. 아직 사례도 너무 부족하고, 조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동료를 모으기보단 일단 처음 목표하신 것처럼 위업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는 게 어떠실지요?”
“음… 확실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와 서란이 시호를 찌든 삶든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니 일단 위업을 세워서 명성을 올리고, 동료들이 내 곁으로 찾아오게 하는게 가장 우선순위인 듯싶었다.
“좋다. 그럼 일단 자세한 계획을…”
꼬르르륵-
그리고 문득, 서란의 뱃속에서 허기진 소리가 났다.
난 잠시 서란을 쳐다보다, 불에 구운 고기를 건냈다.
서란은 게눈 감추듯 고기를 먹어치웠으나, 나는 잠시 서란을 쳐다보았다.
숯장수 서은현은 왈패짓으로 돈을 뜯어서라도 국밥을 사 먹었기에 지금껏 굶는 일은 없었으나, 서란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지 고아가 이 세계에서의 설정이어서 그런지 영양실조가 상당해 보였다.
“…일단 넌 우리집으로 가서 밥이라도 먹여야겠구나. 그 다음에 계획을 짜 보자.”
나는 서란이 굶어죽으면 안 되었기에, 녀석에게 밥을 먹이며 차후 계획을 논하기로 했다.
우리는 시호에게 자리를 지키도록 명령한 후 다시 산을 내려갔다.
시호는 서란을 따라오려는 것 같았지만 내가 조금 손봐주자 굉장히 순종적으로 변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와 연위가 모래와 자갈을 넣어준 쌀을 깨끗이 씻었다.
놀랍게도 한 바가지였던 쌀은 모래와 자갈을 전부 씻어내자 서너 줌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서란에게 연위가 준 쌀에 대해서 말하며 양이 적은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연위 그 인간. 언제 한번 납치해서 거꾸로 매달아야겠군.’
숯장수 서은현의 영향인지 좋지 못한 생각이 울컥 솟구쳤다.
나는 어찌어찌 부족한 쌀로 밥을 지어주었고, 서란은 간장과 함께, 씻었어도 돌이 왕창 씹히는 밥을 먹은 후 나에게 의견을 내놓았다.
“산적이 되는 게 어떻습니까.”
“산적?”
“예. 시호를 앞세워서 마을을 털어버리는 겁니다. 연위 어르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으니, 곳간을 털어서 선배님과 저처럼 배를 곯게 하면 정신을 차리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