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94)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95화
들이키며 (5)
정룡궁 지하.
그곳에 있는 어떠한 감옥 내부.
근래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던 지하 감옥에, 요족들의 발길이 닿았다.
철컹!
쿠웅!
“들어가라! 그리고 육요 공주님은 이쪽입니다!”
요족들에게 끌려온 것은 백골만 남은 귀물, 백린.
그리고 성란공주라 불리우는 육요였다.
얼마간 실랑이가 있은 후, 한 마리의 요수와 한 마리의 귀물은 각각 다른 감옥에 갇혀 버렸다.
육요는 감옥에 갇힌 채 쇠창살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감옥에 가둔다고?”
그리고 그녀의 말에, 그녀와 백린을 잡아 가둔 해수 요족들이 혀를 차며 말했다.
“공주님이 저 귀물 놈과 도망치는 것이 한두 번이어야지 말입니다. 궁주께서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으니 반성하고 계십시오!”
그들은 말을 마친 후 지하 감옥을 나가 버렸다.
“이익, 이익!”
육요는 지하 감옥에 갇힌 채 쇠창살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녀의 양팔 양다리에 매여 있는 사슬 때문인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육요의 옆옆 감옥에 갇힌 백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마간 탈출하려 애를 써 보던 육요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감옥이라 …이제는 대놓고 딸 취급도 안 하네.”
“뭐… 워낙 공주님께서 탈출을 많이 하시지 않았습니까? 공주님 덕에 저까지 이리 감옥에 처박혔으니 꼴이 말이 아니군요.”
백린의 말에 육요는 피식 웃었다.
“누가 그러게 따라오라고 했나요? 나 같은 사기꾼을?”
“이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교주께서 공주를 돌보라고 명하셨다고요.”
“그놈의 교주 교주… 지겹지도 않아요? 그렇게 누군가의 밑에 있는 거. 저 같으면 자유를 찾아 도망쳐 나왔을 텐데.”
“공주님께선 이해 못 하시겠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매여 있는 쪽이 더 좋습니다.”
“하, 답답한 수사군요… 잠깐 그러고 보니까.”
육요는 백린을 향해 물었다.
“언제부터 저를 공주님이라고 예우해 주셨죠? 예전에 아버님의 딸이란 걸 들은 이후에도 별 신경 안 쓰는 듯하더니?”
그녀의 말에 백린은 침묵했다.
육요는 잠시 고민을 해 보는 듯 하더니 손벽을 쳤다.
“아! 맞아. 봉래도에 다녀오신 이후셨죠? 큭큭… 봉래국에서 국가에 극렬한 충성을 바치는 무당이셨다고?”
백린은 잠시 이전의 일을 회상하는 듯 하더니 피식 웃었다.
“…당시 왕가의 충성심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나 보군요. 정말 굉장한 환상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육요가 이를 빠득 갈며 쏘아붙였다.
“몇 번을 말씀드려요? 이 세계가 가짜고 봉래국이 진짜라고요!”
봉래도에서 빠져나온 후.
육린은 따로 그녀의 기억 봉인이 풀린 것을 다시 금제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봉래국에서의 일이 전부 기억에 생생하였다.
백린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찌 진짜라는 세계가 대궐 하나가 뽑히니까 신기루처럼 사라집니까? 그건 그저 환상이 아닙니까?”
“환상이라니! 봉래도에 있는 진법은 이 세계에서 봉래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입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봉래국이 아니에요!”
콰앙!
육요는 흥분한 듯 쇠창살을 거세게 후려쳤고, 그녀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야… 아파….”
“요족이시면서도 피부가 약하신가 봅니다?”
“요족이란 말도 웃기죠. 봉래국에서 저는 반인반룡이었고, 정체성은 인간 쪽이었어요. 그런데 나와 보니 사실 잉어와 해룡족의 피가 쥐똥만큼 섞인 혼혈 요족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인간의 핏줄이 사라져 버려서 요족이 된 거죠. 그 직후 아버님이 기억을 봉하셔서 원래부터 그랬나 하고 지내 온 것일 뿐이고요.”
“원래 반인반룡이었다라… 그래서 혹시 서란 공을?”
“당시에는 몰랐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셈이죠. 같은 반인반룡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들이댔던 걸지도요.”
그녀는 상처가 난 손아귀를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으으, 피가 빠져나가니까 추워지네….”
“원영기까지 오셨음에도 한서불침을 얻지 못한 겁니까? 음신을 얻었다면 요력이 봉인당했어도 괜찮을 텐데.”
“자기는 귀물이라고 막 말하지 마요! 음의 힘에 대한 저항력이 쉽게 생기는 줄 알아요?”
백린은 끌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뼈다귀밖에 없는 손으로 자신의 방 벽을 두들겼다.
카앙!
나름 사축기 귀물인 백린과 쇠창살이 부딪치자, 쇳소리가 울렸다.
카앙, 카앙!
그런 백린을 보며 육요가 물었다.
“…뭐 하세요?”
“옆 방으로 건너가려는 겁니다.”
“왜요?”
카앙, 카앙, 카앙!
잠시 침묵이 일었고, 쇳소리만이 지하에 울렸다.
육요는 다시 한번 물었다.
“왜 저한테 오시려는 거죠?”
그녀는 백린의 눈두덩이 속 귀화.
그 안광 안쪽에서, 그녀 자신을 향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지 마세요. 법력도 못 쓰면서. 차라리 그럴 노력을 수갑이나 족갑을 풀려고 써 보세요.”
“…제가 왜 그 세계를 환상이라고 여겼는지 아십니까?”
“…왜죠?”
백린의 말에 육요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백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안쪽에서, 저는 사랑하던 사람을, 또다시 놓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제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요괴왕을 처치하고 공주님과 결혼하는 것이었지요.”
“엑….”
그의 말에 육요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나와서도 다른 동료들과 잠깐 얘기를 나눠 본 바. 그리고 육극귀왕과 군사님의 얘기를 잠시나마 들어 본 바. 저는 그 세계 속에 빙의된 이들에게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뭐죠?”
“그건 바로, 빙의된 이들이 가장 ‘아파할 만한’ 상황이 빙의된 이들에게 펼쳐진단 겁니다.”
“…?”
“그 세계 속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싶든, 받아들이고 싶지 않든. 저는 그 세계 속에서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 세계 자체가, 빙의자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려는 것 같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건 마치… 동화 속 세계 같지 않습니까? 읽는 이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
“….”
“물론 희망적인 동화는 아니지요. 읽는 이의 상처를 강제로 헤집고 거기에 소금을 뿌리는 동화입니다. 상처가 지져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하지요. 하지만, 소금에 상처가 지져지면 고통스러울지언정 소독이 되듯이, 들어갔던 자들의 마음은 더더욱 굳건해집니다.”
카앙!
백린이 창살을 두들겼다.
백린과 육요의 눈이 마주쳤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단순히 교주님의 명 때문에 당신을 따라다닌 게 아니란 걸. 사실, 교주님에 대한 충성심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제 친구들이 잘 지내는 걸 보고 교단에 들어온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옛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후회, 절망에 사로잡혀 외면했던 것 같군요.”
“….”
“당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육요 공주님.”
카앙!
지하 속에서 다시 한번 쇳소리가 울렸다.
“…그 세계는 환상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이 당신이 이 세계에 남을 테니까요.”
백린의 말에 육요는 입술을 짓씹었다.
“…환상이 아니에요. 그 세계는… 진짜야.”
“어째서입니까?”
“그곳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과, 그곳에서 받았던 어마마마의 사랑은 거짓이 아니니까요.”
“이곳에도 당신을 사랑하는 자가 있습니다.”
카앙!
육요는 이를 짓씹었다.
“…왜 저한테 그렇게 집착하시죠? 저는 당신을 속인 적도 있는데?”
“속아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속일지도 몰라요.”
“공주님께선 이 세계가 가짜라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사기꾼 같은 일을 반복하시는 게 아닙니까?”
“맞아요. 어차피 이 세상은 가짜니까.”
“제 마음만은 진짜입니다. 육요 공주님. 당신이 원래 그런 분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록 봉래국 무당의 기억이긴 하지만, 당신이 마음씨 좋고 백성들을 아끼며 선하신 분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백린의 말에 육요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그 세계에서 태어나셨다고 하셨습니까? 저는 그 세상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런 저에게도 거짓말을 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육요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떨어졌다.
“그 세계를 환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도 어차피 거짓된 모습이고, 이 세계의 나는 사기꾼 잉어년일 뿐인데요?”
그녀는 백린을 향해 비웃듯 물었다.
“내가 정녕 그 세상으로 돌아가야겠다면, 당신은 따라올 수 있나요? 당신이 환상이자 꿈이라고 생각하는 그 세상으로?”
그 말에, 백린은 턱뼈를 벌리며 웃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따라가겠습니다.”
“….”
“제 때에 잡지 않아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다신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두개골밖에 없는 백린의 얼굴.
그러나 육요는 일순간 백린의 얼굴 위로, 그의 생전 모습이 순간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육요는 굳은 얼굴로 백린에게서 시선을 뗐다.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계속 그러고 있으면 당신 뼈만 부러질 거예요.”
“괜찮습니다.”
카앙! 카앙!
“…마음대로 하든가.”
육요는 백린을 쳐다보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는 마치 잠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백린이 창살을 때리는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고, 얼굴을 파묻은 육요의 뺨 위로 뭔가가 흘러, 그녀의 턱에서 떨어졌다.
육요는 백린을 무시했다.
어차피 저러다가 포기할 터였으니까.
그러나 10년이 지났다.
육린은 딱히 지하 감옥에 신경 쓰지 않았고, 간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감옥 안.
그곳에서, 백린은 끊임없이 쇠창살을 두드렸다.
파사삭-
백린의 오른손은 벌써 가루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른팔 뼈와 왼손으로 계속에서 창살을 두들겼다.
카악!
마침내 창살의 한 부분이 부러졌다.
손 하나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육요는 그를 보며 혀를 찼다.
“…병신 같은 짓 그만해요.”
백린은 묵묵부답으로 창살을 내리칠 뿐이었다.
20년이 지났다.
어느새 백린의 옥실의 한쪽 창살은 무너져 있었다.
백린과 육요는 본디 한 칸이 떨어진 옥실에 갇혔기 때문에 아직도 백린은 하나의 벽을 더 부숴야 했다.
그러나 어느새 백린의 양 팔 뼈는 전부 부스러져 있었다.
하지만 백린은 자신의 다리를 들어 발로 창살을 찼다.
간혹 몸통박치기로 창살을 후려치기도 했다.
육요는 가만히 백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백린의 몸이 부스러져 갔지만, 그녀의 옥실 창살이 점차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육린과 정룡궁 신하들의 무관심 속에서, 한 마리의 귀신과 한 마리의 요족은 그렇게 점차, 조금씩 가까워졌다.
30년이 지났다.
백린의 좌반신은 헐어 없어졌고, 그의 왼 다리도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백린은 한 쪽만 다리로 계속해서 창살에 몸을 부딪혔다.
카앙!
파삭!
마침내, 육요와 백린 사이의 창살 중 하나가 아주 조금 부스러졌다.
그러나 육요는 백린에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 좀 해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백린은 웃을 뿐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잖습니까? 안 보이십니까?”
“안 보이긴! 당신의 몸이 다 박살 나서 으스러진 건 보여요! 점차 몸이 으스러지면서 힘이 약해지는데, 뭘 보란 거죠? 당신이야말로 안 보이시는 건가요?”
백린은 말없이 안광을 빛냈다.
그리고 다시금 한 발로 튀어서 육요의 벽에 몸통을 부딪혔다.
카앙!
투둑!
백린의 남은 갈비뼈 중 하나가 부스러졌다.
“…보입니다. 아주 잘.”
“그런데 도대체 왜! 당신은 죽기 싫어서 귀물이 된 게 아닌가요? 지금 뭘 하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백린은 껄껄 웃었다.
그리고 다시 부딪혔다.
육요는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더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40년이 흘렀다.
파사삭-
백린의 몸은 완전히 부숴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두개골뿐이었다.
아니, 두개골의 턱뼈마저도 으스러졌다.
그리고, 4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백린은 육요에게 닿지 못했다.
육요는 텅 빈 눈으로 백린의 두개골을 보며 말했다.
“…몇 번이나 말했죠?실패한다고요.”
“….”
“법력이 봉인되어서 영언도 못 쓰고. 꼴이 말이 아니네요.”
“….”
“바보같기는. 그러게 그냥 가만히 있지 그러셨어요? 왜, 평소처럼 말 좀 해 보세요. 뭐 또 느끼하게 잘 잤냐느니, 오늘은 분명히 될 거라니. 또 해 보라고요.”
“….”
“결국 제가 맞았네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에요. 구멍이 조금 뚫리긴 했다만 이게 끝이잖아요? 괜스레 몸만 다 박살 나고. 어처구니가 없네요.”
“….”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우웅-
백린의 두개골에 그려진 회로가 웅웅 떨렸다.
뭔가 그녀에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머리로 박치기를 해 댔으니 그 회로도 망가지죠. 교주한테 받은 거라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형편없이 걸레짝이 됐네요. 말하고 싶은 것도 이제 못 말하게 되어서 어쩌시려나요? 하! 참….”
육요는 백린을 잠시 바라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그동안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알아요? 아~ 편하다. 그 시끄러운 캉캉 까드득까드득 소리 없어서 이제야 조금 편하게 잘 수 있겠어요.”
그녀는 자리에 벌렁 드러누우며 눈을 감았다.
백린은 가만히 그녀를 볼 뿐이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카앙, 카앙, 카앙!
육요가, 창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왜! 지금까지! 해 냈으면서! 여기까지 했으면서! 왜 거기서 멈춘 거예요!”
백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구멍을 뚫었는데! 조금만 더 하면! 어떻게든! 당신이 하려는 게 완성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거기서 멈춘 거야!”
철퍽!
손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용혈을 많이 물려받지 못한 탓에, 연약한 잉어의 피부였다.
그러나 육요는 피가 터져 나와도 계속해서 두들겼다.
벌써 수십 년간 들어왔으니까.
사흘만 듣지 못해도 귀에 가시가 돋치는 걸지도 몰랐다.
육요는 생전 처음으로.
아니 정확히는 봉래국에서 육린을 따라 나온 후 처음으로.
사기가 아닌 진심으로 외쳤다.
“목소리 좀 들려 줘! 왜! 멍청하게 턱까지 으스러뜨려서 말을 못 하게 된 건데!”
카앙!
60년이 지났다.
마침내였을까.
아니면 이제서야였을까.
육요는 어쨌든 양손이 헐을 때까지 창살을 두드린 결과, 백린이 있는 옥실과 그녀의 옥실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
드르륵….
그녀는 백린의 옥실로 발을 뻗었다.
이제 양손은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만족해요?”
육요는 백린의 두개골을 끌어오며 물었다.
그리고 백린의 두개골과 눈을 마주친 그녀는 잠시 백린의 두개골에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우웅, 우우웅-
백린의 두개골이 울렸다.
그의 두개골에 그려진 미세한 회로를 통해, 육요는 드디어 백린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웅, 우우웅-
얼마간 백린의 말을 듣던 육요는 이를 악물었다.
“…그깟 말을 하려고 한 거예요?”
우웅- 우우웅-
얼마간 백린을 바라보던 육요는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냥, 예전처럼 좋은 아침이냐. 이 한마디만 해 주셨으면 됐잖아요.”
말을 내뱉은 육요는 백린의 머리에 대고 눈물을 흘렸다.
“그냥, 당신 수갑을, 당신 쇠창살을 뚫고 탈출했으면, 그게 더 나았잖아!”
울면서 그리 말했으나, 사실은 육요도 알고 있었다.
수갑이 으스러질지언정 그들의 원영에 박힌 금제 자체가 스러지진 않는다.
쇠창살을 뚫어도 어차피 정룡궁 내에 있는 한은 육린에게 전부 행동이 보여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백린은 갇혀 있는 창살 안에서나마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해낸 것뿐이었다.
육요와 함께 있는 것.
그리고 육요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저 백린의 두개골을 안고 엉엉 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 *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콰과과과광!
감옥 안쪽.
두개골을 품에 안고 자고 있던 육요는 천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에 눈을 떴다.
쿠구구구!
정룡도 전체가 흔들렸다.
그 진동에, 아무도 신경 안 쓰던 지하 감옥 전체가 뒤틀리며 육요가 갇혀 있는 옥실의 창살이 마구 뒤틀렸다.
카강, 캉!
그 흔들림 한 번에, 육요는 옥실에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백린의 눈두덩이에서 귀화가 타올랐다.
육요는 백린이 속삭이는 작은 말소리를 들으며 눈을 빛냈다.
“…늦게도 오시네요. 당신 교주님은.”
우웅- 우우웅-
“탈출하자 이거죠? 알겠어요.”
그녀는 백린을 들고 바깥으로 나섰다.
끼이이익-
지하 감옥을 올라간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정룡궁 전체의 금제가 뒤흔들리고 있었고, 궁의 무수한 신하들이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탈출의 적기였다.
그러나 육요는 바깥으로 탈출하지 않고 오히려 정룡궁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웅- 우웅-
“어디 가냐고요? 당연하잖아요.”
육요의 눈에서는 어떠한 독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제 천성은 도둑놈이니까. 아버님이 가장 아끼는 걸 훔쳐갈 거예요.”
쿠웅, 쿠우우웅!
정룡도를 습격한 투마해적단의 폭격 속에서,
그렇게 육요와 백린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