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95)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394화
들이키며 (4)
우우웅!
자혼만천의 구결을 운용해 보자, 체내에 있는 원영이 부르르 떨려 왔다.
그리고 원영이 일순간 자색에 물드는 듯하더니 무언가 이질적인 성질로 변화하는 게 느껴졌다.
‘이건…?’
느껴진다.
지금 내 원영은, ‘타인의 몸을 빼앗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되었다.
‘자혼만천은 누군가의 육신을 빼앗는 비술인 건가…?’
나는 눈을 찌푸리며 자혼만천을 조금 더 탐구해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자혼만천의 구결을 계속 운용하려 할 때였다.
우우웅-
파치칫!
“…!”
자색으로 변한 내 원영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법력을 방출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자혼만천의 자색에 물든 법력을 전부 방출한 원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자혼만천으로 변화시킨 원영의 성질이 회귀해 버린 것이었다.
‘이 무슨….’
그러나 나는 법술이 풀린 것보다는 다른 현상에 집중했다.
‘법술의 구결이, 내가 발동하려 하니 살아 있는 것처럼 반발했다.’
굉장히 해괴한 일이었다.
‘이래서 진마열이 우리는 자혼만천을 얻을 수 없다고 한 건가?’
술법을 발동시키려면 구결에 영력을 불어넣고 발동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자혼만천의 구결에는 영력을 불어넣으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구결 자체가 내 말을 듣지 않다가 풀려 버린다.
‘구결은 살아 있을 수 없다. 구결에 영력을 불어넣더라도, 그건 그저 영기의 덩어리일 뿐 혼백은 아니야. 그런데 혼백도 아닌 것이 살아 움직인다?’
나는 재밌게도 비슷한 걸 하나 알고 있었다.
‘마치 심해 마물 같군.’
고력계의 심해 속.
멸망한 세계의 여러 기억과 역사들이 뭉쳐져 탄생한 괴수들.
그것이 고력계의 심해 마물이었다.
‘이래서 진마열이 해룡족의 육체를 베끼고, 용형둔갑술로 해룡족으로 변신해 보려 그리 기를 썼던 건가.’
해룡족은 고력계의 심해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종족.
심해의 기억이 뭉쳐진 심해 마물이나 다름없는 자혼만천의 구결 역시, 해룡족이라면 어떻게든 제어할 길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나는 자혼만천의 구결을 느껴 본 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과연 해룡족이라 해서 이 유사 심해 마물이나 다름없는 공법을 제어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영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육린은 이걸 사용하고 있지. 그러니 진마열이 육린에게 자혼만천의 사용법을 묻기 위해 다가가려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자혼만천은 일단은 해룡족과 관련 있다는 말이 되었다.
‘자음의 자혼옥새….’
자혼만천.
탁혼만천.
해룡왕 서휼.
해룡의 육신을 지닌 육린.
염해귀로옥.
육요.
봉래도와 염정.
고력계.
….
‘이 모든 게 무언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야.’
그렇지만 도대체 이것들이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걸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못내 답답하였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나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어 일단 좌탈입망 분신을 움직이려 의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때였다.
“…잠깐.”
나는 문득, 좌탈입망 분신을 움직이려다가 말고 자혼만천의 구결을 떠올렸다.
“잠깐, 잠깐, 잠깐…!”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다.
좌탈입망 분신.
그리고 자혼만천의 구결.
그리고, 육린 분체가 자혼만천을 사용해 나와 김영훈의 눈을 피해 혼의 계위에서 은신했던 일!
그렇다!
자혼만천은 좌탈입망의 일격과 똑같이, 완전히 혼의 계위에 걸쳐 있다!
우우우웅!
나는 의식을 집중하며 자혼만천의 구결을 외며 원영을 물들였다.
그런 직후 원영을 총천검에 담으며 그대로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좌탈입망의 일격!
츠아아앗!
원영은 그대로 자혼만천의 구결과, 좌탈입망의 일격에 의해 완전히 혼의 계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보인다.’
혼의 계위에 올라서자 도리어 보였다.
자혼만천의 구조가!
‘기(氣)를 혼에 따라오게 매어 둔다.’
기(氣)에는 역사가 실려 있다.
즉 기운은 곧 정보.
혼의 계위에서 보니 알 수 있었다.
우우웅-
‘자혼만천의 구결이 스스로 기운을 끌어모으고 안쪽에서 정보체들을 모아, 인간의 혼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혼 비스무리한 것이 마치 심해 마물처럼 움직이며 내 통제를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꾸구국!
나는 원영과 좌탈입망 분신과 함께, 완전한 혼의 계위에서 이 심해 마물 같은 정보체를 붙잡았다.
쿠구구구구!
자혼만천의 구결로 생성된 정보체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나와 분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움틀거렸다.
하지만 내 원영 하나라면 몰라도, 좌탈입망의 경지까지 합쳐지자 정보체는 결국 우리 손에 제압당했다.
콰드드득!
나는 가까스로 제압한 정보체를 꽈악 거머쥔 채 의식을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나는 조금 내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말을 듣는 자혼만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 진마열 놈.’
아마 진마열이 이 사실을 안다면 눈이 뒤집어질 터였다.
‘좌탈입망에 도달한 자는, 자혼만천을 익히기가 굉장히 쉬운 구조였어. 애당초….’
물론 아직도 자혼만천의 고삐를 쥐고 있을 뿐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했다.
애당초 완전히 이걸 제어하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혼만천은 심하게 날뛰었다.
그저 좌탈입망의 힘을 통해 혼의 계위에서 무식하게 찍어 누르니 억지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혼의 계위에 달한 힘을 가지지 못하면 익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아닌가?’
나는 자혼만천을 운용해 보며, 눈을 감고 자색으로 변한 원영을 허공에서 움직여 보았다.
우우웅-
원영은 허공에서 스르르 어둠 속으로 녹아들더니, 순식간에 십 장 바깥에 나타났다.
“…그렇군!”
나는 이제야 지난번 서휼이 탁혼만천을 내 ‘그림자’에 흘려 넣었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혼만천은 어둠을 통하여, 마치 심족의 심어(心語)와 비슷한 형식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자혼만천과 탁혼만천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단 가정하에, 서휼은 탁혼만천을 어둠 속에 숨겨서 심어와 같이 내 그림자에 매달았던 것이리라.
‘그리고 내가 봉래국 대궐 옥좌에 앉자마자 육린이 내 정신을 침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같은 원리겠지.’
아마 육린은 봉래국 용상의 그림자에 자신의 자혼만천 분신을 숨겨 놓았으리라.
그리고 내가 용상에 앉아 내 그림자와 용상의 그림자가 하나 된 순간 내 정신을 침식했던 것이리라.
‘녀석이 괜히 용상의 뒤쪽에서 음흉한 척 걸어나왔던 게 아니었어.’
스륵, 스륵, 스르륵….
봉래도는 현재 심해 속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라 주변이 꽤 어두웠다.
그 덕에 나는 자혼만천을 발동한 원영을 가지고, 봉래도 이곳저곳으로 순간이동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동술을 실험해 보았다.
‘어둠 속이라면 심족의 심어와 같은 형식으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비술.’
그것이 자혼만천의 공능 일부였다.
‘탁혼만천의 원리 중 하나를 더 알 것 같군.’
서휼의 심상 그 깊은 어둠 속.
아득히 먼 곳에 떨어져 있을 게 뻔한 서휼의 심상들이 서로 무량한 시공간을 넘어 대화할 수 있고, 오복기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자혼만천처럼 탁혼만천 역시 심어의 형식으로 어둠 속이라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원영을 내게로 되돌린 후, 자혼만천을 발동하였다.
스르르르-
내 육신 자체는 혼의 계위에 속하진 않는지라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어둠 속에 순식간에 녹아들어 가듯이 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나는 허공을 향해 총천검을 휘둘렀다.
부웅!
월수궁무록!
누구의 시선도 닿을 수 없는 어둠 속.
나는 그 안쪽에서 어둠에 속한 이들의 인지마저도 완전히 잘라 내는 월수궁무록을 펼쳐 냈다.
“…흐, 흐하하하하!”
그리고 나는 웃었다.
괜한 웃음이 아니었다.
자혼만천으로, 서휼과 같은 어둠 속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가 같은 어둠 속에 설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그 어둠 속에서 서로를 식별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월수궁무록까지 있었다!
“흐하하하하하!!!”
서휼.
이제 나는 네가 눈을 찾아도 두렵지만은 않다!
녀석을 상대할 중요한 무기를 얻었다.
굉장히 값진 경험인 셈이었다.
파사삭-
물론 단점이 있다면, 자혼만천이 정말로 미친 듯이 버둥대는지라 그걸 붙들어 매는 데에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하단 점이었다.
‘자혼만천을 사용하면 무공을 사용할 때 조금 제약이 생길 수 있긴 하겠어.’
아마 좌탈입망의 일격을 발휘할 수 있는 횟수 자체가 줄어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서휼을 상대할 때에는 이만큼 효용 있는 게 없겠어.’
나는 잠시 자혼만천을 운용해 보며, 어둠 속을 움직이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
자혼만천은 기의 계위에서 기운을 모으고, 그 기운들로 정보체를 형성해내 혼의 계위로 올리는 수법이었다.
그리고 그 혼의 계위로 올라간 정보체 덕에 내 원영의 색이 자색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보체를 모아 빚어내면….’
우우우웅!
쿠구구구!
자혼만천을 발동한 원영 주변으로 보랏빛 안개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 보랏빛 안개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컹컹 울부짖으며 내 통제에서 벗어나려 힘을 썼다.
“가만히 있어라.”
난 좌탈입망의 힘으로 안개를 제어하며, 봉래도 결계 너머로 일격을 날려 분신 하나를 봉래도 바깥으로 내보냈다.
쿠구구구!
분신을 통해, 나는 얼마간 심해의 차원들을 헤집었다.
콰앙, 번쩍!
분신이 한 번 힘을 쓸 때마다 차원 하나하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릉도원처럼 심산유곡이 있는 차원,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염옥의 차원, 시커먼 기름이 줄줄 흐르는 차원, 유독기체가 풀풀 피어오르는 무시무시한 차원 등.
쿠궁, 쿠구구궁!
얼마간 합체기 수사의 영역과도 같은 차원들을 제치고 나갔을까.
쿠르르릉!
한 차원 조각 안쪽에서, 나는 무언가 심해 전체에 진동이 울리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막 분신으로 박살 내던 차원 위쪽의 공간이 깨져 나가며, 메기를 닮은 괴이한 존재가 울부짖었다.
[삐이이이이이-]심해 마물이었다.
난 분신에게 혼의 계위를 통하여 내가 통제하는 자혼만천의 정보체들을 보냈다.
쿠구구구!
분신의 주변에서 보랏빛의 안개가 피어올랐다.
[삐이이이이이-]“조용히 해라.”
타닷!
나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올라 심해 마물을 반쪽으로 갈라 버린 후, 녀석을 향해 미친 듯이 울부짖는 자혼만천의 힘을 내뿜었다.
촤악!
자혼만천의 안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통제에서 벗어나, 순식간에 심해 마물의 사체를 덮었다.
‘느껴지는군.’
보랏빛 안개가, 심해 마물의 정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심해 마물을 구성하는 무수한 정보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보랏빛 안개 속에서 재구성된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사사사-
보랏빛 안개가 가라앉으며, 그 안쪽에서 어쩐지 보랏빛으로 뒤덮인 메기 형태의 심해 마물이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갈라 놓았던 상처는 없어져 있었다.
쿠구구구!
놈이 다시금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대강 녀석에게 공격을 날려 보며 알아챘다.
‘방금 전보다 강해졌군.’
자혼만천이 놈의 몸으로 들어가, 심해 마물을 차지하며 안 좋은 부분은 배출하고 좋은 부분을 밀집시켜 진화를 이루었다.
나는 잠시 녀석을 상대하다가 그대로 다시 놈을 반쪽 내 버렸다.
쿠웅!
심해 마물이 쓰러진 자리에는 주먹만 한 고석이 남았고, 보랏빛 안개가 허공에서 떠도는 듯하더니 그대로 고석에 흡착되듯 달라붙었다.
‘이건….’
그리고, 고석 위로 자혼만천의 구결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나는 고석 위로 떠오른 자혼만천의 구결을 읽으며 흠칫 몸을 떨었다.
구결이 변화하였다.
나는 변화한 자혼만천의 구결을 읊으며 다시금 자혼만천을 발동해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자혼만천이, 한 차례 진화했다!’
물론 엄청나게 진화했다기보다는, ‘참격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구결이 한 줄 추가된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진화는 진화였다.
상대의 혼과 정보를 해체하여 흡수하고 진화하는 공법.
‘이것이 자혼만천인가.’
본래는 자혼만천의 안개가 아니라, 내 원영 자체를 완벽히 자혼만천과 동화시켜 상대를 침식해 먹어 치우고 내가 진화하는 공법이었다.
다만 나는 아직 자혼만천과 완전히 원영을 동화시키진 못하여 상대를 침식할 순 없을 뿐이었다.
‘이것으로 자혼만천은 어느 정도 손에 넣었다.’
“상대를 침식해서 내가 진화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애당초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어둠 속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으니… 백린도 빠르게 구할 수 있겠어.”
나는 빙긋 웃으며 새로 얻은 자혼만천의 힘을, 해수면 위에 있는 분신에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잠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자혼만천은 상대를 해체해서 흡수해 상대를 침식하고 진화하는 비술이다.
그리고 탁혼만천은 자기 자신을 해체해서 상대를 감염시키는 비술이다.
만약 그렇다고 친다면, 자혼만천으로 서휼의 탁혼만천 배열을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