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02)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2화
바람과 함께 (5)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알겠네. 은인께서 정보를 원하신다면 알려 주도록 하지.”
나는 그녀와 함께 대궐의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간 걸어가, 나와 여왕, 그리고 육요는 서고에 도착하였다.
서고에 도착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신하들과 호위병들을 전부 물린 후 서고의 한구석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어마마마, 여기는…?”
“너도 이제 알 때가 되었겠지. 봉래국의 여러 사정들을….”
여왕이 한구석에 있는 벽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을 때였다.
번쩍!
벽이 빛나는 듯하더니, 새하얀 문이 되어 열렸다.
끼이이익-
여왕은 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고, 나와 육요 역시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
그리고 나는 문 뒤로 이어진 정경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둠]!온 천지가 새카만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나는 이 어둠 속에서 앞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의식을 쓴 것도, 따로 특별한 감각을 개안한 것도 아니었다.
[어둠] 속이지만 앞이 보였다.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있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공간을 한 번 온 적이 있었다.
‘[그 존재]와 대면했을 때와 같은 공간이다!’
봉명주의 밑바닥에서, 진선으로 추정되는 [그]와의 만남을 가졌을 때와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저벅, 저벅….
나는 여왕의 뒤를 따라 걸어갔고, 육요는 당황스러운지 앞을 더듬거리면서도 잘 걸어왔다.
얼마나 어둠 속을 헤쳐 나갔을까.
반짝!
“…!”
지난번의 [그]와의 만남과 달리, 나는 저 앞에서 반짝이는 새하얀 [빛]을 보았다.
빛이 반가웠는지, 육요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빛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빛을 조심하라’라는 여러 존재들의 경고를 생각하며 도리어 걸음걸이를 늦추었다.
“이리로 오게. 무얼 하는가.”
“…알겠습니다.”
내가 머뭇거리자 여왕은 의아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빛이 있는 곳에 도착했고, 나는 그곳에서 빛을 내는 광원(光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소금?”
그것은, 웃기게도 소금이었다.
작은 화로 위에 소금이 담겨져 있었으며, 그 소금에서 새하얗고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주변은 서고였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서고.
여왕은 서고의 한쪽에서 의자 세 개를 꺼내 나와 육요에게 건넨 후 다시 하나를 더 꺼내서 본인이 앉았다.
“앉게. 지루한 얘기가 될 수 있으니. 차를 대접하지 못하는 건 좀 이해를 해 주게.”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안 불편한가?”
“어두운 것과… 빛을 빼면 아주 좋습니다.”
나는 소금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보며 경계심을 돋웠다.
“본래 중요한 얘기는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내 말에 봉래국의 여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빛을 두려워하나 보군.”
“빛이 무섭다기보단, 주의하자는 거지요.”
“누구를 무서워하는지는 알고 있네. 빛의 신을 무서워하는 거지?”
“…!”
나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 머리를 부여잡고, 육요와 봉래국의 여왕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나 여왕은 물론이고, 심지어 육요조차 눈을 껌뻑거릴 뿐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나도 멀쩡하다고?’
아무리 내가 최근 높은 존재들에 대한 내성이 쥐꼬리만큼 생겨났다고 해도, 그 존재들을 언급하는 데 이상이 없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내가 당황할 때였다.
“큰 산의 정상을 쳐다보다 목이 꺾이는 건 산이 너무 높아서지. 하지만 산이 적당히 구름에 가려져 있다면 구름까지밖에 시선이 안 닿기에 목이 꺾일 일이 없다네.”
그녀의 말에 나는 이 공간은 안전하단 걸 알아챘다.
“언급해도 되는 겁니까?”
“적어도 나와 딸아이는. 자네들은 어쩔지 모르겠군. 걱정되면 함부로 언급하진 말게.”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이 빛은….”
나는 소금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 빛을 보며 물었다.
여왕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차축제존… 아니, 자네 환몽인들은 소금산의 신이라고 불렀던가?”
“…!”
나는 그 말에 흠칫 놀랐으나 이내 진정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봉래도는 딱 봐도 소금산의 주인의 권역이었으니까, 그가 봉래국의 신이나 불존으로 여겨진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잠깐, 그렇다면 차륜제존은 뭘 하는 존재지?’
내가 의아해할 때, 그가 어깨를 치며 나를 말렸다.
어둠 속에서는 그 이름을 안 부르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함부로 이름을 언급해서 얼마나 큰일이 날 수 있는지는 정려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침묵했다.
여왕은 빛이 나는 소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해지는 신화로는, 차축제존께서 빛의 영역에서 훔쳐 온 빛이 있다더군. 그분께서 이 세계를 빚으실 때에, 자신이 가져온 빛으로 세상을 밝혔고, 그중 남은 것을 우리에게 하사하시었다고들 하지.”
“…그럼 이 봉래국의 빛은 전부 안전한 게 아닙니까?”
왜 굳이 이 어두운 곳까지 들어왔단 말인가?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어 질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빛은 어디로든 갈 수 있지. 봉래국이 외부세계와 연결될 때마다, 외부의 빛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아는가? 바깥의 빛은 이미 일정 부분 섞였네. 순수한 차축제존의 빛은 여기밖에 남지 않았지.”
봉래도가 열리는 날은 해린이 고력계의 빛 자체를 금(禁)한다고 들었다만, 아무래도 그것으로도 부족한 모양이었다.
“뭐… 알겠습니다. 하면 제가 궁금한 것을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해 보게. 아는 한에서 말해 주거나, 서고에서 책을 추천해 주지.”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변에 있는 어둠의 서고를 가리켰다.
나는 무얼 질문할까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혹시 육린도 이 서고에 들어왔습니까?”
그러나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 서고에는 ‘차축제존을 아는 자’들 외엔 들어올 수가 없네. 아예 입구의 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지. 제존께서 그리 설정해 두셨네. 몇 가지 제약이 더 있긴 하지만 사소한 것이고… 여하튼 그는 차축제존을 알지 못하여 발을 들이지 못했네.”
“…그렇군요.”
예상외로 굉장히 진입 조건이 어마무시한 곳이었다.
‘어선을 알아야 들어올 수 있다니.’
필멸자 중에서는 나나 서휼 정도가 아니면 들어올 엄두도 못 낼 것 같았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음 질문을 이어 갔다.
굉장히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질문이었다.
“…왜 이 나라의 사람들은 인간입니까?”
봉래국의 여왕은 내 말에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해가 잘 안되시나 보군요. 어디부터 설명을 드려야 하려나….”
아마 지구인들에게 ‘왜 지구의 지배 종족이 인간입니까’라고 질문하면 똑같은 시선을 받을 터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인간족은 그리 존귀한 존재는 아니었다.
무수히 많고 많은 지성 종족 중 하나였을 뿐이고, 악랄한 성품으로 인해 광한계에서 존자 뒷배도 없이 천족의 여섯 기둥을 차지한 존재 중 하나였다.
대단하다면 대단하다지만, 그렇게 특별한 종족은 아닌 종족.
적당히 세계에 자리를 잡은 적당한 지배종.
그것이 인간족이었다.
그러나 봉래국은 이상했다.
어째서 수많은 종족이 봉래도로 들어와 세계에서 역할을 수행함에도, 봉래국에서는 전부 인간의 형상으로 거닌단 말인가?
‘육요는 잉어혼혈의 요족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반인반룡이고, 진마열도 투귀족이지만 멀쩡한 인간이었다.’
물론 각종 요괴들이 즐비하긴 했지만, 이 세계의 지배자가 ‘굳이’ 인간이라는 건 조금 부자연스럽긴 했다.
내 설명에 여왕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 애초에 우리한테는 이게 당연한 세상이니까… 다만 ‘굳이’ 인간이 지배종인 이유가 있는 정보는 대충 어디 있는지 알고 있네.”
여왕은 한쪽 서고를 가리켰다.
죽간들이 잔뜩 놓인 서고였다.
“저기 있는 정보들을 읽어 보게. 저기에 자네가 원하는 게 있을 걸세. 아마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죽간들을 꺼내 보았다.
‘이건…?’
일종의 신화서였다.
그중 봉래기설담이라는 서적에는 봉래국의 세상이 창조된 경위가 얄팍하게 나와 있었다.
-원초에는 환몽만이 가득한 세계가 존재했다.
-차축제존께서는 그를 안타깝게 여기어 차륜제존, 현고(玄古), 천왕(天王) 세 명의 도움을 받아 새하늘을 빚어내시었다.
-차륜제존께서는 바퀴를 굴려 선한 혼들을 새하늘 아래로 이끄셨으며, 세 분 천왕은 온갖 기적을 일으키시어 우리가 살기 좋은 땅을 일구어 주셨다.
-태초의 거인 현고는 차축제존의 부탁을 받아 뱀들이 이 땅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에게 약속을 받아 내시었다.
‘현고?’
나는 익숙한 이름을 보며, 그 존재의 묘사를 살펴보았다.
-현고가 약속을 맺을 때의 그림자는 혼들의 육신이 되어 우리를 낳았다. 우리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
그것은 인간의 묘사였다.
비록 묘사되는 현고라는 존재의 크기는 조금, 많이 크기는 했다.
하늘 전체를 한 손으로 덮는 최초의 거인.
그것이 현고(玄古)였다.
죽간의 내용은 그 정도가 끝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현고에 대해 설명된 죽간이 있었다.
-그는 가장 신령한 짐승이다.
-그는 모든 계약과 언약을 주재하는 신(神)이라고 불리운다.
-그는 [이름의 주인]으로 천지만상 모든 작명(作名)을 주재한다 전해진다.
‘현고지, 현고패!’
나는 그제야 고력계에서 가장 귀히 취급되는 계약서의 이름이 어째서 현고지(玄古紙)라고 불리우는지 이해했다.
모든 계약과 언약을 주재하는 신령이 바로 현고인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문득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잠깐, 나는 지금 위대한 존재의 진명(眞名)을 알아낸 건가?’
저릿, 저릿….
지금 여기서는 괜찮지만, 바깥으로 나가서까지 이 이름을 기억한다면….
‘주시받는다, 주시받는다, 주시받는다!’
두근, 두근, 두근….
나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떠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죽간을 더 읽어 가던 중 한 가지 안심할 수 있을 만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죽간 말고 다른 죽간에 기록되어 있는 존재에 대해서였다.
-해태
-그는 또 다른 신령한 짐승이다.
-그는 모든 평안과 안녕을 상징하는 자리를 맡은 짐승이며….
‘이 죽간들에서는 선수(仙獸)를 ‘신령한 짐승’이라고 표기해 놓았군.’
선수를 표현하는 이름 자체는 그들의 진명이 아니기에 알아도 문제는 없다.
즉, ‘현고’라는 이름은 그 존재의 진명이 아닌 이 존재의 종족을 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또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현고라는 존재에 의해 봉래국의 지배종이 인간이 되었다는 의미는….’
용족이 선수가 되면 흑룡, 증룡 등의 이름이 붙듯이.
인간이 선수(仙獸)가 된다면, 그 이름은 고(古)가 붙는다는 것이었다.
차락-
나는 필요한 의문을 해결한 후 죽간들을 다시 말아 내려놓았다.
내가 죽간을 보는 동안 두 사람은 심심했던 건지 육요는 의자 중 하나를 치우려 하고 있었고, 여왕은 그녀의 태도를 가지고 무어라 훈계를 하고 있었다.
난 두 사람의 말을 끊으며 질문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 질문을 하여도 될런지요?”
“하시게나.”
“차축제존에 관해서입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편이지.”
“신성모독… 이라 느낄 수도 있으시겠지만 답해 주십시오. 제존은 죽은 것이 맞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