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06)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6화
엎드려 절하라. (1)
뭔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
뒤를 돌아보자, 광음성채가 통채로 없어져 있었다.
정확히는, 광음성채 전면부.
김영훈, 전명훈, 오현석, 김연, 북향화, 서란, 홍범, 시호, 연진. 그리고 수호귀왕들 13명과 백린의 곁에 붙어있던 육요.
그들 23명을 제한, 모든 것이 증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쿠구구구구구!
우주적인 힘이라 해야할까?
거대한 힘이 우리 사이로 불어닥쳤다.
방금 전 무극교단이 전멸한 여파인 듯 했다.
나는 황망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동료들을 인력으로 끌어왔다.
“다, 다들 손을 잡아!”
우리는 거대한 폭풍에 서로 흩어지지 않게 각자 손을 잡았다.
내 왼편에는 전명훈이, 오른편에는 홍범이 자리를 잡았다.
다음 순간.
푸콱!
전명훈이 터져죽었다.
“…어?”
뭐라 반응할 새도 없었다.
어린 아이가 벌레를 짓이겨 죽이듯.
전명훈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영역째로 짓이겨져서 죽어버렸다.
콰직!
다음은 연진이었다.
연진은 다진 고기가 되어 버렸다.
콰드득!
다음은 육요와 백린이었다.
두 연인은 으스러져서 서로 잘게 섞여 함께하게 되었다.
와득, 콰드득!
우드득!
빠드드드득!
얼마간, 동료들이 벌레처럼 터져죽었다.
잠시 후.
남은 것은 김영훈, 오현석, 북향화, 홍범, 서란이었다.
“……”
김연이.
연이가.
머리통만.
남아있는.
이 사실이.
누가.
현실이 아니라고.
말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폭풍이 그쳤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눈 앞의 고깃덩어리들에게 손을 뻗었다.
연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저 앞에 나타난 [태산]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격외의 존재에 대한 공포 같은 게 아니었다.
너무, 너무,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눈앞의 [저것]은 아무런 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알 수 있었다.
합체기 태수들이 보내는, 일종의 투영 같은 거다.
그것도 일부러라도 자신의 격을 드러내지 않게 하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한 특별한 투영.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겠지.
오히려 그림자이기에, 나는 태산의 정상에 있는 [존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 아득해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 [존재]가, 방금 전 내 동료들을 터트려 죽인 존재다.
“아, 아아… 아아아아…!”
느껴진다.
저 존재가, 정확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네 가 나 를 불 러 주 었 다 : :
너무 아득해서 의식도 닿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저것이, ‘웃고’ 있었다!
내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앗아 놓고!
“아아아아아아아!!! 억! 아아억! 어억!!”
괴롭다!
괴롭다!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을 치니,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꽃이었다.
흑색혈루화였다.
본래라면 음혼귀주문으로 재료를 준비하고 특수한 법결을 통해 제련해내야 하는 것이 흑색혈루화였지만, 지금은 그냥 입을 벌리자 쏟아져 나왔다.
내 입에서 괴물을 닮은 꽃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눈에서, 코에서, 귀에서, 아니, 몸의 모든 구멍에서 꽃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어어억! 거, 어어어억! 어어어억!”
: : 멸법진언>> 을 사 용 하 였 느 냐? : :
“으허어어억! 어어억! 어억!”
: : 제 대 로 가 르 쳐 주 마 : :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나는 눈이 뒤집혀 그대로 내 배에 우악스레 구멍을 뚫어 무색유리검을 꺼냈다.
입에서 꺼낸다는 선택지 같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정신이 나가버린 채, 그대로 눈 앞의 검은 산을 향해 돌진했다.
와드드드득-
“……”
내 성대가 박살났다.
닥치라는 듯이.
동시에, 내가 쥐고 있던 무색유리검이.
산산이.
산산이 조각나, 허공에서 흩어진다.
가소롭다는 듯이.
우우우우우웅-
내 주변으로 음양오행의 옥이 떠올라 나를 가뒀다.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여, 연이, 연이 언ㄴ…”
와그작!
남아있던 북향화가 공간폭풍에 휘말려 전신이 으스러지는 게 보였다.
“하아아아아아!!!”
김영훈이 저항하려 해 보다가 사지가 뽑히고 목이 뽑혀서 죽었다.
“이 새끼! 이새끼, 이 개 같은, 이 개 같…”
오현석이 뭔갈 해 보려 하다가 고기경단마냥 압축되어 죽었다.
서란은 특이하게도 원영이 뽑혀서 검은 태산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홍범은 공간폭풍에 휘말리며 전신이 찢어졌다.
녀석은 전신이 찢겨져 나가면서도 자신은 괜찮다는 듯, 떨리는 동공으로 말했다.
“가까이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저를 기억해주시는 한, 언제나 주인님을 지켜볼…”
콰직-
그것이 홍범의 유언이었다.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실상은 북향화보다도 어린 것이 홍범이었다.
등선향에서 내 발에 꼭 붙어있던 새끼지네가,
괴군에게 개조당했을 때 나를 위해 희생하고 죽은 그 어린 지네가.
서휼에게 갔을 때 돌봐주지도 않았건만 천재성을 드러내고 늠름히 자란 천재 지네가.
결국 화형기에 도달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홍범이.
지금까지 언제나 내 곁에서 묵묵히 수발을 들었던 나의 수하가…
아니.
벗이.
죽었다.
“——!”
나는 부서진 성대로 오열했다.
천지천상을 울리는 목소리가 온누리에 퍼진다.
: : 멸(滅) 법(法) 진(眞) 언(言) : :
보인다.
태산의 앞쪽으로.
뭔가가 모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음양오행의 천지영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외웠던 역 태산열제공의 흐름과 똑같았으니까.
그러나, 나는 점차 뭔가를 깨달았다.
뭔가가, 점차 많이 모이고 있다.
아니 그것을 떠나.
세계의 인력(引力)이 강해지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장익의 말이 떠올랐다.
천역의 인력이 절정에 이를 때.
종말이 일어난다.
쿠구구구구구구!
내가 갇힌 음양오행의 옥 바깥의 세계 전체가, 점차 인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태산의 앞에 있는 음양오행의 기운이 모인 구체를 중심으로 천역 전체의 인력이 몰리기 시작한다.
우주가 수축하기 시작했다.
저건, 별들인가? 부해계?
아아, 은하구나.
나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 속에서, 무수한 별과 부해계, 은하들이 한 점으로 몰리는 걸 보며, 오열하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천역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점차 세계가 뜨거워지고, 빛과 열로 차기 시작한다.
나는 무수한 부해계들이 태산의 앞으로 끌려오는 걸 보며 입을 벌렸다.
넓적다리, 양수진의 약지, 누군가의 손등, 살점, 뼈, 간, 안구, 기타 장기, 살갗, 꼬리 등.
무수한 부해계들이 저 안으로 들어가고, 은하와 은하가 몰린다.
그리고.
“…!”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나 보았다.
명귀(冥鬼), 자금(紫金), 고력(古力), 진마(眞魔), 광한(光寒).
다섯 개의 중경계가, 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각 계면의 상징축을 쌓은 나였기에 중경계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저 멀리 검붉은 것이 도망치려는 것 같았지만 여지없이 빨려들어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 [——————!] [–!–!–!–!–!–!] [——!!!!!!!!!!!]진인들.
내게 치명상을 입었던 진인들은 물론이고, 행성으로 의태해서 멀쩡히 자고 있던 진인들 역시 전부 깨어나서, 인력의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진인 중 한 존재도 도망치는 데에 성공하지 못하고 빨려들어간다.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꿈만 같았다.
곧이어 빛과 열로 가득찬 세계 자체가 저 태산의 앞쪽.
그러니까 모든 은하와 중경계, 부해계, 진인들이 빨려들어간 구체와 같은 크기로 수축하였다.
아니, 수축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천역은 그 상태에서도 계속 수축하더니, 마침내 하나의 점(点)이 되어 새하얀 빛으로 화하였다.
태산 위의 존재는 그 점을 보고 잠시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어딘가로 던졌다.
천역이 압축된 빛의 점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빛도 무엇도 더 이상은 없었으니 확인할 순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절망하는 것 뿐.
: : 이 것 이 네 가 사 용 하 던 것 의 진짜 모 습 이 니 라. : :
역 태산열제공.
아니, 그래.
멸법진언(滅法眞言).
이 진언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음양오행의 기운을 모아서 역원뿔이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음양오행을 비롯한 천지천상 모든 것을 모아, 종말(終末)을 일으키기 위한 선술(仙術).
그것이 멸법진언이었던 것이었다.
: : 이 제 죽 거 라. : :
푸콱!
그리고, 나는 내 동료들과 똑같이 순식간에 다진 고깃덩어리가 되어 터져죽었다.
원영도, 천원지방도.
무엇도 저항할 틈새도 없이 산산이 박살났다.
죽으면서 알 수 있었다.
태산 위의 존재는, 오로지 나를 가장 비참하게 조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살려놓았다는 것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저것은 나를 조롱했다는 것을.
나는 태산 위의 존재의 조롱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그것이, 나의 스무 번째 회귀였다.
* * *
서은현이 고깃덩이가 된 음양오행의 옥 안쪽.
그곳에 있던 소형화된 소금산과 염정의 대궐.
그것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태산 위의 존재가 손짓을 하자, 그것은 그 드높은 태산 위쪽으로 올라갔다.
고통과 공포, 억압으로 쌓아올려진 산 정상.
그곳에 앉아있는 어떤 존재가 소형화된 작은 소금산을 향해 손을 뻗자, 소금산은 그의 손 위로 올라갔다.
그는 얼마간 그곳에서 소중하게 소금산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뭔가가 떠오른 듯, 어쩐지 모멸감에 찬 눈으로 소금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러던 중 그 존재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가 던져놓았던 천역의 점이 있던 곳이었다.
번쩍!
그곳에서 빛이 터져나오며, 8체의 거대한 인영들이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태산 위의 존재는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는 허공으로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서은현의 고깃조각과 무색유리검 파편이 담긴 음양오행의 옥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여덟 개의 그림자들이 일제히 노갈성을 내질렀다.
: : 라 천!!!!! : :
그들의 반응에 따라 빛이 강하게 폭발하였고, 수축해서 일점이 된 천역이 다시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성계(星界).
즉 우주(宇宙)가 다시금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음양오행의 옥은 우주 안쪽으로 들어간 이후.
우주가 다시 본격적으로 생성되기 시작하자 풀려버렸다.
우주 곳곳에서 막 태어난, 태생적 개열기 준선들이 꿈틀거리며 곳곳으로 헤엄쳐 나가 본능적으로 별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색유리검의 파편은 온 우주로 흩어졌고, 서은현의 조각 중 일부는 준선들이 만들어낸 별들 중 한 곳에 떨어졌다.
그리고, 꽃바구니를 든 노인은 서은현의 조각에 흙을 덮어주고 두들겨 주었다.
툭툭-
“즐거웠네.”
꽃바구니의 노인.
누군가는 서천꽃밭이라고도 부르는 동천꽃밭의 주인, 사라수의 천존은 그렇게 한 후,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뒤를 돌아 가버렸다.
얼마 후 그는 해당 천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사라수 천존이 사라지고 얼마 후.
스스스스-
그가 서은현의 조각을 묻어둔 곳에서, 꽃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꽃은 밝게 빛나는 듯 하더니, 새하얀 빛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다시금 익숙한 존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그것은 서은현이었다.
어느 곳도 다친 곳 없이 멀쩡히 되살아난 서은현은 잠시, 아주 멍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아아…”
그리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구구구구!
“흐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주변으로, 저주의 꽃밭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