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07)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7화
엎드려 절하라. (2)
천역이 만들어지고 태생적인 준선들이 태어나 별을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선 아래의 존재들이 태어났다.
세계의 관리자, 성사들이었다.
태생적인 성반기 성사들은 준선들이 만들어낸 별들의 법칙을 관리하며, 본능적으로 우주에 생명을 태동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들에 의해 별들이 궤도를 찾고, 천역에는 순식간에 은하와 항성계들이 태어나 생명체들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으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한 성사에 의해 항성 근처로 옮겨진 별 위쪽.
그 별의 위쪽에, 한 존재가 있었다.
꿈틀, 꿈틀, 꿈틀-
웅얼웅얼웅얼…
그는 백의를 입고, 주변으로 흑색의 꽃들을 피워내는 남자.
서은현이었다.
서은현은 공허한 눈빛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웅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텅 비어있었고, 그의 주변에 있는 흑색혈루화들은 끊임없이 역겹게 꿈틀거리며 괴성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 괴물같은 꽃밭의 중심에 있는 서은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뭔가를 웅얼거릴 뿐이었다.
저주의 꽃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넓혀갔다.
* * *
꽃밭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1리, 10리, 100리, 천 리!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인 듯.
저주의 꽃밭은 서은현을 중심으로 직경 천 리만큼 늘어난 이후 더 이상 늘어나진 않았다.
대신 어느 순간.
저주의 꽃밭에서는 꽃이 아닌 ‘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서은현의 몸에서 돋아난 혈관과 내장 같은 것들이 서은현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수십년간 벌어지다가, 결국 그러한 현상은 점차 진화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허, 허억, 헉…!”
서은현의 몸에서, 시커먼 흑색혈루화가 피어나더니, 그 흑색혈루화 안쪽에서 촉수들과 함께 서은현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그 존재는 서은현을 바라본 후, 공포에 절은 얼굴로 서은현에게서 최대한 멀어질려 도망쳤다.
그러나 그 존재는 서은현에게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기력이 달리는 듯 하더니,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져 죽어버렸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흑색혈루화가 서은현의 몸에서 피어났고, 그 안쪽에서 서은현과 똑같이 생긴 괴물들이 나타나 서은현에게서 도망치고 말라죽기를 수 번이나 반복하였다.
그 괴물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서은현의 심마(心魔)였다.
그리고, 심마들이 말라죽을지언정 서은현의 몸에서 하나같이 허겁지겁 탈출해 도망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웅얼웅얼웅얼웅얼웅얼…
무언가 중얼거리는 서은현의 입가.
그러나, 그저 웅얼거렸을 뿐 그 말들의 정확한 의미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내뿜어지는 소리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아무 의미 없는 소리들을 내뿜는 서은현의 눈은, 가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둡게 물들어 있었다.
사아아아-
서은현 본인은 모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머리숯은 하얗게 새어가고 있었다.
마치 노인 시절의 그처럼 말이었다.
웅얼웅얼웅얼…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은현을 웅얼거리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끊임없이 저주를 몸으로 토해내며.
* * *
새로운 천역이 탄생하고 일천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일천여년의 시간 동안, 성사들에 의해 각 별에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태생적인 쇄성기 생명체도 하나둘 태어나며 천역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일천여년의 세월 동안, 반쯤 녹아버린 행성이 하나 있었다.
그 행성의 내핵 부근.
그곳에서, 축 늘어진 채 멍한 눈빛으로 웅얼거리던 뭔가가 문득 주먹을 쥐었다.
주먹을 쥔 그것은, 자기 자신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을 갈겼다.
콰아아앙!
행성 전체가 진동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일격이었지만, 그 존재는 그 일격을 맞고도 멀쩡했다.
그러나 영향은 뭔가가 있었던 듯.
그 존재는 웅얼거리던 것을 멈추고, 자신의 배를 갈라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두루마리였다.
두루마리를 펼치자, 안쪽에는 어떠한 물건과 괴뢰들이 봉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두루마리의 괴뢰 중 하나가 징징 울고 있었다.
행성을 반쯤 녹여버린 그 존재는 멍청한 표정으로 괴뢰를 꺼냈다.
[탄일을 경하드리나이다! 교주 성하!]괴뢰는 존경심 가득한 표정을 얼굴에 씌우며, 그에게 ㄱ자로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이해했다.
‘종말’이후 새 천역이 탄생하고 대략 일천여 년.
그 날은, 정확히 그의 오천 번째 생일이었다.
물론, 육체 나이가 아닌 영혼의 나이로 따졌을 때의 오천 번째 생일이었다.
5천 번째 생일을 맞은 존재.
서은현은, 괴뢰의 축하소리에, 마침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 *
“……”
그러나 제정신을 차렸다고 해서 뭔가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진 않았다.
그저 멍청하게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뭔가 달라지면 뭐가 좋은가?
어차피 이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사랑하던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돌아갈 곳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사람은 도대체 무얼 해야한단 말인가?
약 천여년의 세월동안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저주했다.
하지만 행성을 반쯤 녹이자, 고통보다는 공허감이 그를 덮쳤다.
그가 이전, 원립에게 정인을 잃고 복수를 맹서했던 것은 원립이 어느 정도는 그래도 자신의 손이 닿을법한 경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자신의 동료들을, 사랑하는 이들은 소멸시킨 그 존재는 어찌해야 하는가?
서은현은 알 수 있었다.
수 억년이 흘러도, 어차피 그는 그 마신(魔神)을 이길 수 없다.
어떻게 닿아야 할지조차 아득하고 막막한데, 도대체 어떻게 복수심을 삭여야 한다는 말인가.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또 다시 멍청하게 앉아서 23년을 보냈다.
그리고, 24년이 되었을 때였다.
“……”
문득 자신의 배를 만진 그의 눈이 바싹 졸아들었다.
“어, 어, 어…!”
얼마나 말을 하지 않았는지, 마치 말하는 법이라도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다시 ‘단어’라는 떠올렸다.
“없어…!”
그의 얼굴에 공황이 도졌다.
“무색, 무색유리검이, 무색유리검이 없어…!”
그리고 그는 기억할 수 있었다.
그가 태산의 위에 있는 존재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할 때, 검이 박살났다는 것을.
그리고 그제야 그는 다시 목놓아 울부짖었다.
“흐아아아아!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그는 전신을 덜덜 떨던 도중, 그래도 금단 안쪽에 아주 미약하게 박혀있는, 무색유리검의 조각을 찾아냈다.
무색유리검 조각을 찾아낸 그는 손을 덜덜 떨며 이를 악물었다.
“…찾아, 찾아야 해.”
그리고, 마침내 천 년에 준하는 시간을 보낸 후에 ‘목적의식’이란 것이 생긴 그는 그 덕에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
그는 말없이 의식영역을 뻗어, 그가 있던 행성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무색유리검의 조각은 찾을 수 없었다.
얼마간 행성을 뒤진 서은현은 옆 행성으로 가 무색유리검 조각을 찾아보았다.
옆 행성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옆 행성에서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하였다.
그극, 그그극-
그는 지계 법술로 대지를 다듬어 그가 기억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그려보려 했다.
조각이든, 벽화든 상관 없었다.
그러나 얼마 후.
서은현은 손을 멈췄다.
그의 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무색유리검이 없다는 건, 그에 의지하는 만상인연도도 없다는 뜻.
그리고 만상인연도가 없다는 것은, 그의 작은 기억에 누수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는 손을 덜덜 떨며, 동료들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약 36년간 머리를 쥐어짜낸 결과.
서은현은 그럭저럭 동료들의 특징을 기억해서 그들의 얼굴을 그려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만족스럽진 않았다.
확실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음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되었든 제대로 된 기억을 찾으려면 만상인연도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러려면 무색유리검이 필요했다.
그는 동료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행성을 좌표로 삼고 무색유리검의 조각을 찾으러 다녔다.
잘게 부스러져서 성계 곳곳으로 흩어진 무색유리검 파편이었으나, 서은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유리검이라지만, 그의 검은 4천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서은현의 단화에 절여졌기에, 유리라 하기에도 애매한 광물이 되어있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서은현의 무색유리검 파편은 그 자체로 새로 태어난 이 천역보다 나이가 많다는 의미였다.
그가 무색유리검의 파편들을 추적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행성 하나를 찾아, 그 행성 전체에 만상인연도의 구결을 용맥으로 운용시킨다.
그리고 용맥의 힘이 몰리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파편이 있는 곳이었다.
만상인연도가 운용된 행성은 만상인연도를 처음 운용해보는 행성일 테였고, 그 행성에서 만상인연도의 기운대로 운용된 용맥이 더더욱 몰리는 곳이라면 행성보다도 오래 만상인연도를 운용해 보아 만상인연도에 ‘익숙한’ 그의 무색유리검 파편일 터였으니 말이었다.
서은현은 그러한 방식을 통하여, 4천년의 세월을 걸쳐 엄지손가락 만큼의 무색유리검 조각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무색유리검을 찾은 서은현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하나였다.
우우웅-
그는 자신이 처음 동료들의 얼굴을 그렸던 행성으로 돌아가, 엄지손가락만큼 복원된 무색유리검으로 만상인연도를 발동시켰다.
비록 복원할 수 있는 범위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서은현이 원하던 얼굴들은 담겨 있었다.
서은현은 그 얼굴들을 복원하여, 석상들을 조각했다.
이번에는 아주 자그마한 석상들이었다.
손에 들어갈만큼 작은 석상들.
그는 그 석상들을, 그 행성에 묻은 후 땅에 묘비를 만들었다.
일단 복원된 만상인연도에 있는 이들의 무덤만을 만든 것이었다.
그 이상은 서은현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에겐 다시 목적이 생겼다.
만상인연도를 복구하고, 그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여, 자신이 기억하는 이전 천역의 사람들 모두를 위한 묘비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그가 아무도 없는 새 천역에서의 새 목표였다.
그는 이미 만든 무덤들을 향해, 엎드려 절하며 향을 피워주었다.
나름대로의 장례를 치뤄준 것이었다.
그렇게, 그날부터 서은현의 기행이 시작되었다.
* * *
6천년이 지났다.
서은현이 정확히 1만 오천세가 되었다.
절걱-
서은현은 마침내 무색유리검의 손잡이 하나를 복원하였다.
한심할 정도로 느린 속도.
그러나, 그는 미소지었다.
이전보다 행성에 만들어진 묘비의 숫자가 많아졌다.
그는 저물도에 무색유리검을 넣었다.
스스로가 어떤 경위로 부활했는지는 아직 본인도 잘 몰랐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를 부활시켜준 존재는 저물도와 기타 그의 물건도 복원시켜주었다.
그 덕에 그는 저물도라는 수도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는 저물도에 들어간 무색유리검의 손잡이를 보며 생각했다.
단화에 넣고 다시 제련하는 것은 모든 무색유리검을 다시 복원한 이후, 동시에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화에 닿는 시간이 길어져 ‘몇몇 조각’은 강하지만 ‘몇몇 조각’은 약한 무색유리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웅-
그가 무색유리검의 손잡이를 잡고 만상인연도를 운용하자, 어떠한 끌림이 느껴졌다.
아주 미약했고, 끌림이 이는 기간도 짧았지만 서은현은 상관하지 않았다.
좋은 징조였다.
무색유리검이 복원되면 될수록, 무색유리검은 만상인연도를 통하여 다른 무색유리검의 조각들을 향해 인력을 뿜고 있었으니까.
즉, 무색유리검을 복원하면 할수록 복원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다시 1만 오천년이 흘렀다.
서은현은 3천 자루의 무색유리검 중 한 자루를 마침내 복원하였다.